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 장르의 이 책은, 그러나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책이다.  무엇보다 이런 스타일의 전개는 읽은 이에게 이미 모든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의 자리는 그야말로 제 3자의 그것으로 깊이 빠져들어 추리를 즐기게 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약간의 재미가 반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추리 마니아인 한상님의 블로그에서는 큰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hardcore한 추리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전개되는 담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fact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범인을 트릭이 간파당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적당한,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provide하는 즐거움은 이런 부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fact를 주고, 추리의 전개를 즐기게 하는 그런 즐거움 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구매해서 읽어봐야 그와 작품에 대한 좀더 뚜렷한 의견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간만에 머리를 식히는 가벼운 책을 읽어보니 좋았다.  한 1시간 정도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장정일씨는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접해본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위명(!)은 익히 들어왔던바 있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글은 자주 그를 controversial하게 만든 것 같다.  

우연히 서점에서 찾아 집어온 이 책은 시작이 무려 1994년 부터 (장정일의 독서일기 1은 2000년부터)인 꽤나 오래된 시리즈의 최근판인 셈인데, 장정일씨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나름 내용정리의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접할 때마다 기고하여 모인 글같다.  이를 읽으면서 장정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이렇게 세심하고 critical하게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글은 그 자리에서 다시 읽어 온전히 그리고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본받을 책에 대한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장정일 뿐만 아니라, 이런 책은 꾸준히 구해서 읽어봄직하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지는 매우 재미있는 관심사이기 때문인데, 약간의 관음증이라는 표현을 흔히들 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무엇인가 남의 속내를 훔쳐보는 야릇한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기회와 자금이 되면 이전 시리즈도 구매해서 읽어보야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밖으로 나갈 때마다 턱을 안으로 당기고 머리를 꼿꼿이 세운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셔라.  햇살을 바라보며 친구를 미소로 맞고, 악수를 나눌 때마다 정성을 다해라.  오해 받을까봐 두려워 말고, 적에 대해서 생각하느라고 단 1 1초도 허비하지 말라.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하 마음속에 확실히 심어 두어라.  그리고 나서 옆길로 새지 말고 목표를 향해 곧장 전진하라.  당신이 하고 싶은 위대하고 찬란한 일에 대해 생각하라.  그러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기회를 잡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는 마치 산호층에 흐르는 조류에 몸을 맡기고 필요로 하는 것을 취하는 것과 같다.  마음속에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유능하고 정직하고 쓸모 있는 사람을 그려 보라.  그러면 당신이 품고 있는 그러한 생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으로 하여금 바로 그런 인물이 되게 해 줄 것이다.

생각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올바른 정신 자세를 갖도록 하라.  용기, 정직, 그리고 명랑한 정신 자세를 가져라.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욕망으로부터 얻어지며, 모든 진지한 기도는 응답된다.  우리는 우리가 마음먹은 그대로 된다.  턱을 안으로 잡아당기고 고개를 꼿꼿이 세워라.  우리 인간은 미완성의 신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특이한 인생관과 현재 생활 및 독서편력으로 온라인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분이다.  전업작가로 살지 않기 위해, 그러나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살기 위해 선택한 귀농, single life 등만해도 이 분의 비범하지 않은 인생관을 볼 수 있다만, 흉내내기는 쉽지 않을 듯.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타인의 독서편력이나 서재를 옅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위 '독서일기'류의 책들은 항상 나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글쓰기를 충분히 연습하여 이런 흔적을 남기고 남들과 나누어보고 싶다.  다음은 이 책에서 옮긴 글:  

2010 8 29일 낮 2 55분에 깐깐한 독서본능에서 옮기다.

 

맑은 날 밤에 고요히 앉아 등불을 밝히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은 죽은 듯 고요하고 이따금 멀리서 종소리 들려온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책을 펴 들고 피로를 잊는다.

비바람이 길을 막으면 문을 닫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사람의 출입은 끊어지고 서책은 앞에 가득히 쌓여있다.

아무 책이나 내키는 대로 뽑아 든다.

시냇물 소리 졸졸 들려오고 처마 밑 고드름에 벼루를 씻는다.

이처럼 고요가 둘째 즐거움이다.

낙엽이 진 숲에 한 해는 저물고 싸락눈이 내리거나

눈이 깊이 쌓였다.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 바람이 흔들며 지나가면 겨울새는

들녘에서 우짖는다.

방안에 난로를 끼고 앉아있으면 차 향기 또한 그윽하다.

이럴 때 시집을 펼쳐 들면 정다운 친구를 대하는 것 같다.

이런 정경이 셋째 즐거움이다.

 

­­_허균, 한정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생애 -상 범우고전선 52
레온 트로츠키 지음, 박광순 옮김 / 범우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러시아 혁명에 또는 일반적인 공산주의 사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레온 트로츠카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그는 레닌의 주도하에 성공한 러시아 혁명을 실질적으로 성공시키고 수 차례에 걸친 위기에서 혁명을 구하여 공산 러시아의 초석을 다진 20세기 최고의 혁명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직접 저술한 것으로써 이 당시에는 이미 스탈린에게 축출당하고 러시아에서 추방당한체 반 스탈린 연합을 결성하여 싸우던 시기이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결국 스탈린 체제에서 러시아는 초기 레닌과 그가 구상한 공산주의에서 일당 일인 독재체제로 변종되어 무자비하고 가혹한 정제를 갖춘 전체주의 국가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레닌이나 그가 초기에만 해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삼류인물로 규정한 '평범한 사람들 중 비범한' 스탈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시 비범한 사람들은 앞의 적에게는 강하지만 뒤에서 꾸며지는 음모에는 약한 것인지도. 

수 십권의 책을 저술한 사람의 책 답게 이 책 역시 상당한 명문이고, 저자의 지적 레벨과 고찰, 경험 등으로 가득차 있어, 자서전 이상으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트로츠키의 정치-사회-시사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나 결론들, 특히 러시아에 대한 부분은 상당 부분 현실로 이루어진 바 있는, 그야말로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구절이 상당한데, 역사적인 리더들에게서 나타나는 일종의 feature같다.  처칠이나 그 밖의 위대한 leader들의 회고에서 흔히 나타나는 미래예측은 정말이지 일종의 신기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아무래도 최고의 위치에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최고의 정보에 대한 경험과 수 십년의 leadership이 바탕이 되어 그런 것을 지도 모르겠다. 

비운의 혁명가 답게, 트로츠키는 자기가 성공시킨 혁명이 국가적으로 제대로 자리잡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반동의 세력들과 편승하는 세력들을 결집시킨 스탈린에게 축출당하여 세계를 떠돌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암살되는데, 이 또한 그처럼 비운의 혁명가에게 역설적으로 매우 잘 어울리는 최후라고 생각된다.  그의 다른 저작들 또한 구하여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조잡한 감상문으로는 백분의 일도 나타내지 못한 이 책의 가치는 직접 읽어봄으로써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