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을 끝으로 일단 한국어로 번역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여덟 작품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워낙에 다작의 작가인지라,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은 일본어를 하지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모두 긴다이치 고스케라는 희대의 명탐정이 등장하는데, 선전문구와 같이 긴다이치는 만화로 유명해진 소년 탐정 김전일 (긴다이치라는 last name을 한국어로 만들어 이름으로 쓴 듯; 김정일 동생도 아니고 참)의 할아버지인 그는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모든 사건정황을 종합하여 핵심을 찾아내는 비상한 추리력의 소유자.  그런데, 씻지 않아 까치집이 진 머리를 북북 긁어대는 모습은 정말 더럽기 짝이 없다.  나에겐 역시 홈즈나 뒤팽같은 젠틀맨의 시대의 단정한 신사가 더 좋다.

 

이 여덟 작품들을 모두 관통하는 셋팅이 있다면 일종의 밀실, 또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인원, 그리고 항상 끝에 보면 알게 되는, 미스테리의 제 3자는 없는 결과, 뭐 이런 것들인데, 전후의 일본 시대상을 옅보는 재미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추리소설에 재미를 붙여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구해보고 있는데, 나중에는 필경 책장 한 두개는 충분히 채우게 될 것 같다.  Nina Sankovitch의 말마따나 진지하고 무거운 책을 읽다가 머리를 식히는 방법으로는 꽤나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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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전차여행
방진원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철덕후는 아니지만, 기차나 전차와 같이 고풍스러운 이동수단은 알 수 없는, 막연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영향도 있겠고, 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얀 눈이 덮인 작은 도심을 전차를 타고 다녀보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인 또는 감성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의 눈길을 끌었고, 어제 저녁 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뒷뜰에 앉아 읽어버렸다.

 

내용은 이런 종류의 책이 그렇듯이 대단한 것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인터넷 블로그의 여행후기 정도의 글빨과 느낌이 딱이다.  또한 대단한 곳을 마구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그냥 전차를 타고 홋카이도 일대의 도시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본 것들과 느낌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놓은 것이니 무엇인가 철학적인 여행기를 기대하지는 말자.  '비싼' 곳을 마구 돌아다닌 것도 아니니 이쪽도 별건 없다.

 

그저 예쁜 모습, 눈에 덮인 시가지, 건물, 음식점, 전차, 이런 것들을 소소한 글과 함께 담아 놓은 여행 소품집이라고나 할까?  중간 중간 전차 노선도, 지도, 음식점 사진, 도움이 되는 일어를 적어 놓은 것은 저자의 배려라고까지 보인다.  이 책 한 권이면 저자가 돌아다닌 곳은 무리없이 다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대리만족으로 끝이지만.

 

눈이 한 가득 내리는 날 전차를 타고 눈덮힌 도시를 구경하다가 추워지는 저녁이면 라멘집 다찌에 앉아 맥주 한잔과 삿포로 라멘을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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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혼자 점심을 먹기에 식사를 할 때에도 한 손에는 항상 아이폰이 들려 있다.  주로 보는 것은 시사IN, 한겨레신문, 그리고 프레시안 앱인데, 오늘은 시리아를 둘러싼 딜레마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우리도 저럴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아의 사태는 장기독재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군대로 잔혹하게 진압하다가 장기화가 되면서 일단의 군인들이 반군을 조직하여 시민을 보호하고 정권에 대항하면서 일년이 넘도록 내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장기독재' --> 시민봉기 --> 강제진압 --> 일부 군 세력의 반발을 거쳐 내전이 시작된 것인데 어디서 많이 보던 시나리오다.  우리 역사에서. 

 

임정시절을 빼면 근대국가로써 대한민국의 역사는 약 60년을 조금 넘어가는 중이다.  이 짧은 역사에서 군부가 정권을 폭압적으로 갈취하고 유지한 것만 (1)마사오 18년, (2)대머리 7년, 그리고 (3)보통사람 5년의 무려 30년이다.  일설에 의하면 보통사람이 한 번 더 해먹을 생각도 했었다고 하니 더 길어졌었을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이 30년 동안 숱한 민주화 운동과 지역적인 봉기, 조직적인 정권퇴진운동을 벌인 바 있다.  심지어 전라도 광주에서는 시민봉기를 공수부대를 보내 잔혹하게 짓밟은 적도 있다. 

 

만약, 이때, 1980년에 이미 양극화시대가 끝난 상태였다면 어땠을까?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대머리 정권의 쿠데타-->정권수립을 인정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광주에서 시작된 무장봉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지 않았을까?  군부내에서도 반 대머리 세력은 분명히 존재했었을테니, 역시 시리아처럼 일단의 군 세력이 시민군과 합류하지 않았을까? 

 

아니 광주가 아니라 그 훨씬 전에 마사오 정권 시절에도 얼마든지 일어났었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요컨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하여 한국에서는 무장봉기까지 가지는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시리아의 오늘은 우리의 오늘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새삼 민주화 운동에 몸 바친 분들, 변절하지 않고 살다 가신 분들, 아니 그 분들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항일투사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렵게 되찾은 민주주의,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선때에는 모두들 나가서 투표하고 권리를 행사했으면 한다.  그 한 표에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 나아가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면 오버일까?  물타기를 뚫어볼 수 있는 혜안과 냉정함, 그리고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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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거북이들에게 - 열심히만 살아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이유
로버트 링거 지음, 최송아 옮김 / 예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믿는 그대로 될 것이라는 말, 끌어당김, 생각만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공허한 말이 가득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게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모두 뺀 그런 자기계발서들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책이다.  물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 또한 결론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로 끝나지만,  꿈과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만으로는 현실의 높은 벽, 정확하게 말하자만, 인간-인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것도, 험하디 험한 부동산 brokerage market에서의 전문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이다.

 

사회라는 정글에서 통하는 논리는 오로지 하나 '약육강식'이라는 것.  모두 각각의 관점과 룰에 따라 타인의 '돈'을 먹으려고 하는 살벌한 판이, 온갖 예의와 장식, 말, 행동으로 치장한 이판의 본모습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룰을 파악하고 어떤 유형을 어떻게 막아내는가에 따라 생존/성공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고, 기껏 열심히 일해서 몫은 다 빼앗기거나, 푼돈으로 만족하면서 살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은 내 practice, 겨우 3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궁극적으로 '유료상담'에서 '수임'으로 가는 방법이 맞다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지금은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가급적 상담은 그냥 해주고 있지만, 결국 내가 내 시간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정당한 일이니, 고민해볼 문제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남는 내용은 정글에서 마주치게 되는 하이에나들의 분류인데, 이렇다

 

1. A타입 - 대놓고 뺏는 타입 - 사기도 치고, 유리한 포지션으로 말도 안되는 압박을 가하는 일종의 사채업자 같은 타입이다.  상대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조심하면 되니까.

2. B타입 - 관심없는 척 하면서 뺏는 타입 - 가장 까다롭고 spot하기 어렵다고 한다.  일종의 유체이탈형 및 다중인격성 인간인데, 내가 같이 일하던 누구가 딱 이랬다.  항상 사회정의, 진보, 좌파, fairness를 내세우지만, '돈'이나 '이권'이 결정되는 마지막에는 결국 다 털어가려는 사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시작하면서 자기 눈을 보여주지 않기위해 선글라스를 낄 정도라면 말 다했지 싶다.  이런 사람의 미사여구에 최면을 당하면 안된다고 강변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든다. 

3. C타입 - 미안해하면서 뺏는 타입 - 이 역시 조심하면 되고, 막장으로 가면 압박에 약하기 때문에 그나마 damage control이 가능한 타입이라고 본다. 

 

위의 유형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다양한 변종과 combination이 물론 존재하지만, 큰 프레임안에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B타입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 그러고보니 C타입도 경험은 해 본 것 같다.  나의 전 직장이 B타입 boss와 C타입 따까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것들과 다른 경험들이 합쳐져 나만의 큐가 있다. 

 

직업적인 특성상 비즈니스 관계로 미팅을 하거나 할 때, 어떤 누구라도 다음과 같은 종류의 말을 하면 나는 함께 일을 할 수 없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일단 보게 되는데 바로 이 말.

 

'저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게 아닙니다' '우리같이 믿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죠'

 

내 경험상 이런 말을 하는 인간들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내 마음속에서 red light이 팍! 켜지면서 조심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신용하지 않는다.

 

해결책에 대한 설명과 예는 어느 정도까지만 눈에 들어온다.  워낙 부동산 deal에 국한이 되는 이야기이고 30년 이상된 이야기들이니까.  지금은 저자가 경험한, 법적으로 미숙하여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standardize된 형식으로 법적 요건을 지켜가면서 진행이 되기에.  하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를 보면 얼마든지 또 어떤 분야에서든지 적용이 가능한 이야기들 같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대접받는 것이 당연한 사람으로 태도를 바꾸는 것.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되, 현실의 벽 - 외적인 요소, 즉 통제와 예측이 불가능한 요소 - 을 인정하여,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털고 가던 길을 갈 수 있는 여유와 현실감각으로 무장할 것.  거기에 더해, A, B, C 유형을 파악하고 대비하며 조심할 것.  이것이 내가 배운 내용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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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koi kaze의 엔딩만으로도 괜찮다.

난 역시 마음이 여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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