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짜장면을 맛보지 못한지 오래다.  여기야 뭐 워낙 좀 그렇지만, 교민으로 미어 터진다는 Los Angeles일대 (뭉뜽그려서 남가주 = 남켈리포니아)에서도 특별히 내 입맛을 자극할만한 곳은 못 봤다.  아니, LA나 NY일대는 교민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맛도 방식도 한국의 유행이 그대로 수입된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맛없는 짜장면은 요즘 한국의 동네 중화요리 식당만큼이나 널렸다.  즉 예전의 맛을 그대로 내는 곳은 여기도 없다는 것.  아마도 한국의 지방 어디, 아니면 제주도라도 가야 옛날식의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자는 화상이 물러난 자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집이 늘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볼땐 전반적으로 낮아진 음식재료의 질과 이에 비례한 주방장 또는 주인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대륙의 일반적인 위생이나 음식에 대한, 아니 사회적인 인식을 보면, 화상이 주인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정성스러운 맛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듯.  역시 시대가, 세태가, 사회가 변한 탓일까?  자본주의의 극을 달리는 21세기 초엽, 짜장면 하나 제대로 먹을 곳이 없다니. 

 

7월은 언제가 한가했다.  예전에 다니던 사무실이 오너의 골프행각으로 downsize되기 전, 무척 바쁘던 때에도 7월은 한가했다.  나에게 사무실을 맡겨놓고 오너가 한 달씩 휴가를 가도 될 정도로 말이다.  즉 하던 케이스를 이어서 maintain하고 update하는 정도의 일이 7월의 주 업무가 된 적이 많았는데, 신생인 나의 사무실은 maintain하거나 update할만큼 많은 케이스가 없다.  아직은. 

 

한가한 덕에, 벼르던 방정리와 책정리를 시작하여 IKEA에서 bookcase로 쓸 장식장 두 개를 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조립을 마친 후 한쪽 벽에 세워놓았다.  요녀석들이다.

 

 

출처: http://www.ikea.com/us/en/catalog/products/80071319/

 

이거 두 개면 2-3겹으로 책을 넣을 수 있는데, 보다시피 각 칸이 좁아서 파티클임에도 불구하고 잘 휘지 않는다.  수많은 책장들을 섭렵한 끝에 pine나무나 oak로 만든 책장 다음으로 꽤 쓸만한 제품이다.  물론 가정집에다 들여놓으면 모양이 좀 별로인데 - 경험상 안다 - 사무실의 한쪽 벽에 두 개를 나란히 세워놓으니 그럭저럭 공간도 채워지고 보기에도 괜찮다.  무엇보다 앞으로 사무실을 옮겨도 - 지금의 executive suite (전화, 비서, 인터넷 등의 기본 서비스가 포함된 방 rent)을 벗어나야지 - 회의실 한켠에 세워두고 장식용 책들 - 두꺼운, 예전에 쓰던 법률서적 (지금은 필요없는) - 을 잔뜩 채울 수 있기에 두고두고 활용도가 높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 녀석들 두 개면 두꺼운 책은 20-25권, 일반 두께의 책은 35-40권은 들어가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거의 꽉 차버렸다.  계획은 한국어 책을 모두 가져다 놓는 것이었는데, 딱 하나 정도가 모자란 분량이 아직 집에 남아있다.  그리고도 모자라서 일부 처세나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은 다른 책장에 두겹으로 꽂아 놓았다. 

 

그러고 남은 집의 책장의 자리는 게임과 animation DVD로 좀 채웠는데, 사실 박스에 담아 보관중인 만화책이 무척 많이 있기에 이들도 조금씩 열어서 꺼내어 놓았다.  덕분에 밤에 잠이 안올땐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 꺼낼 수 있는건 대략

 

 

 

 

 

 

 

 

 

 

 

 

 

 

이들이다.  모두 전권을 가지고 있는데, 중고책, 그것도 도서대여점의 땡처리 출신이라서 모두 보관상태가 험하다.  '수라문'이나 '짜장면'의 경우 종이질이 조악해서 벌써 테두리가 누렇게 뜨고 있다는. 

 

어제는 이들 중 '짜장면'을 오래 잡고 있었다.  은근히 쓸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자기일에 대한 자부심, 일에 연연하지 않는, 정확하게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리고 독서의 중요성 등이 그들이다.  고수와의 대결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고 패한 주인공은 삼천포의 짜장면 고수인 백기명인을 찾아가 사사를 받게 되는데, 하루에 딱 백그릇만 팔아서 백기명인이란다.  이는 돈에 연연하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이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즉,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만족하고, 나머지의 시간은 자신에게 투자하고, 또 남을 위해 일할 수 있었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의 경우 주말이나 금요일을 활용한 pro bono work로 가능할 것 같다 (이미 시작은 했고 한 케이스를 맡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백기명인이 엄청난 장서가라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삼천포는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남해지방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백기명인은 하루에 백 그릇까지의 짜장면을 팔고, 남은 시간에는 낚시와 독서로 소일한다.  현실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좋은 짜장면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니, 역시 일에 대입하여 본다면, 나의 독서는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idea하나는 꽤 창의적이라고 자부하는 편이긴 하다.  희안한 케이스를 맡아 성공시킨 사례가 몇 번 있는데, 아마도 무의식중에 녹아있는 어느 누군가의 글 덕분일지도 모르겠으니까.

 

짜장면.  갑자기 정말로 잘 만든 짜장면을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중국산 재료도 못 믿겠고, 이를 갖다 쓰는 중화요리 식당도 못 믿겠으니 culinary school이라도 가서 배워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나?  아니 어쩌면 중요한 회귀인지도.  산업혁명 전까지는 one person - one product의 시대였으니까.  이제 우리는 무엇인가 좋은 것을 먹고 쓰려면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나른한 오후에 낮잠을 쫓는 구실로 이런 이상한 글을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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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7-2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포 우리 옆 동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주만큼이나 남해사람들이 자주가는 지방입니다. 삼천포는... 우리 옆 동네!

139달러면 대체 얼마죠? 진짜 이쁘다... ㅠㅠ

2012-07-20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2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맘에 드는 짜장면집 하나 찾기가 힘든 시대. 정 아쉬우면 자기가 배워 만들어 먹어야 하는 시대..
제천역 앞에 진짜 맛있는 짜장면집 있다고 제부가 갈춰줬는데 함 먹어보고 알려드릴게요. 시대를 거스르는 명인의 집인지, 그냥 제부의 입맛이 관대한 건지... 오실 순 없겠지만 일종의 증거는 되는 정보로다가...ㅎ
그나저나 백기명인 이야기 정말 맘에 드는 지난 시대풍의 만화인걸요?! 돈에 초연하고 책을 좋아하는 게 명인의 비결이라니...
삼천포,, 좋은 곳이에요. 숨은 명인이 낚시를 즐기며 살 법한 동네죠~.^^

transient-guest 2012-07-20 16:22   좋아요 0 | URL
가끔 그럴때가 있어요. 바로는 어럽지만, 조금 모아서 그냥 어디 들어갈까. 콜로라도 같은 곳 생각했는데. 삼천포 한번 고려해 봐야겠네요. 한 10년? ㅋㅋ 백기명인이 될수는 없겠지만, 낚시와 책은 저도 자신 있숨다...ㅎ

달사르 2012-07-2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포. ㅎㅎ
얼마 전, 삼천포에 가서 회를 먹었네요. 마산에서 열리는 연수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단체로 들렀더랬죠. 정작 바다는 버스 안에서만 봤는데요. 그래도 그 아련한 느낌은, 좋던데요. 삼천포가 괜히 삼천포가 아니구나. 그랬어요.
그런 전통 짜장면 집도 삼천포엔 있겠다, 싶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2-07-24 00:42   좋아요 0 | URL
저는 하도 코미디나 농담으로 '삼천포' 운운하니까, 꽤 최근까지는 그게 진짜 동네인지 몰랐었어요.ㅋㅋ 왜, 하도 삼천포로 빠진다 어쩌고 하잖아요. 그런데서 은퇴하면 좋겠어요 이담에. ㅋ

달사르 2012-07-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앞뒤로 틔어져 있는 책장 류를 모두 expedit라고 하는 건가요? 아님 이케아의 저 제품 이름을 그냥 그렇게 부르는 건가요? 암튼, 탐이 무척 나는 책장입니다. 막 인터넷 바다를 뒤지면서 구경하고 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2-07-24 00:44   좋아요 0 | URL
네 4x4, 5x5, 2x2 이 정도로 나오는데 모두 expedit이네요. 일반 책장은 거의 모두 Billy라고 되어있고. expedit이 잘 놓으면 비교적 좋은 값에 책을 많이 넣을 수 있어요. 특히 한쪽 벽을 채우기 좋겠네요.
 

즐겨보는 몇 개의 드라마가 있다.  언제나 심심할 때 틀면 좋은 Band of Brothers.

 

 

 

 

 

 

 

 

 

 

 

 

 

 

책 한 권 펼쳐놓고 맥주 한잔하면서 보면 좋은 고독한 미식가, 그리고 역시 같은 분위기로 보면 좋은 심야식당.  이 심야식당은 만화가 원작인데, 드라마로만 접한 작품이다.  현재 시즌 1 까지 DVD로 나와있고, 시즌 2는 기다리고 있는 상태 - 라고 썼는데, 방금 검색하니 이번 달에 나왔다.  이건 기회가 되면 구해야한다.

 

 

 

 

 

 

 

 

 

 

 

 

 

 

심야식당 시즌 1의 에피소드 1을 보면 식당 일대를 '지역기반'으로하는 야쿠자 '류'라는 케릭터가 있다.  맨 처음 식당을 찾은 날부터 줄창 칼집을 내어 문어모양으로 볶아낸 빨간 비엔나 소세지만 시켜 먹는데, 이는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기 때문.  이 사연은 시즌 2의 에피소드 1에서 '다시 빨간 비엔나 소세지'라는 제목으로 밝혀진다. 

 

주구장창 쓸데없는 사설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 나도 왠지 모르게 이번 글의 제목을 '다시 하루키'라고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고, 무엇인가 거창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키를 접한 것도 남들보다 늦은 주제에, 그의 주요작품 뿐만 아니라 전작을 결심한 것도 겨우 한 두어달 전이니까, '다시 하루키'에는 '다시 빨간 비엔나 소세지'와 같은 심오한(?), 그리고 가슴아픈 사연도 없다.  그냥 제목만 차용했을 뿐이다. 

 

최근에 붙잡은 하루키의 작품들은 비교적 초기의 작품군인데, 모두 하나의 배경으로 이어져 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장-단편과 에세이를 기웃거렸지만, 무엇인가 이어진 하나의 세계, 나아가서 추후 그의 유명작품들의 테마와 셋팅이 습작되었음을 볼 수 있는 건 이들이다.

 

전에도 한번 다루었지만, 이 작품은 하루키의 처녀작이면서, 재즈카페사장이던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어느 날, 무엇인가 갑자기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진 그는 이 글을 썼고, 군조신인상을 받았다.  시대적 배경은 1970 7월부터 8월까지.  내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현 대선후보로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하는 공주의 아버지가 한국을 10년째 '다스리던' 때.  

 

주인공과 친구 '쥐'는 해변의 bar - J라는 사람이 경영하는 - 에서 술을 마시고, 낮에는 해변에서 논다.  그러면서 두서없이 인생과 기타 등등을 논하고, 기회가 되면, 여자와 잔다.  

 

복잡한 문학이론적인 의미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냥 젊은 시절,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던, 그리고 모든 것이 심드렁하던 20대 중반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그 거리를 떠난다.  70년대를 reference하기에 음악은 역시 pop이고, 가장 흔한 기기는 phono record player다.  미국에서는 vinyle (비닐) record로 흔히 부르는데, 나도 중학교때까지 모은 걸로 한 30-40장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물론 CD세대지만, LP판이 훨씬 좋다.  치직거리는 아날로그 사운드와 한 면이 다 돌아가면 바꾸어 주어야하는 불편함까지도.  무엇인가 낭만적이랄까.  예를 들면 - '비오는 이른 아침, 판을 올려놓고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와 '비오는 이른 아침, CD Player를 켜고 커피를 내린다'의 차이?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1970년의 어느 해변, 그리고 bar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제목처럼 1973년의 어느 시점이 시간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노르웨이늬 숲 ('상실의 시대')의 '나오코'가 처음, 도입부에 나온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인지, background가 같은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그녀는 '그녀'가 맞는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는 주인공과 '쥐'가 찾아다닌 핀볼머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핀볼은 흔히 외국의 전자오락실, 볼링장, 또는 bar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아날로그 오락기계라고 보면 되는데, PC로 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마치 slot machine을 PC로 돌리는 것처럼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는 특이한 게임이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  원 코인으로 오래 살아남아 점수를 높여 가는 것이다.  전자오락처럼 기승전결이 있거나, 스테이지가 지날수록 어려워지거나, boss character가 매 스테이지마다 나온다거나 하는 것도 없이, 그저 쇠구슬을 튕겨 점수를 내는 것, 그리고 공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다.  

 

주인공이 자신이 가지고 놀던 어느 특정 핀볼 기계를 찾아 헤메인다.  이 핀볼 기계는 그의 과거이며,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그 무엇이다.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 같은 존재일까?  

 

우리는 때때로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첫 사랑처럼.  김제동이 그랬던가?  첫 사랑이 그리운 것은 그녀가 그리운게 아니라, 그 시절의 '우리'가 그리운 거라고.  그래서 그랬는지, 옛날에 또 누구는 '사람은 추억에서 만날 때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읽을 당시에는 꽤 멋지다고 느껴지는 말을 남기기도 했나부다 (르네상스라는 순정만화 잡지의 단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과거를 현재에 다시 마주치는 것은 어느 정도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허탈하고 허무할 수 밖에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역시 추억은 추억속에 남겨두는게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facebook이나 cyworld는 가끔 너무도 먹고싶게 포장된, 그러나 결과가 두려운, 변비약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쥐'는 멀리 떠났다.

 

자.  여기서부터 조금씩 난해해진다.  굳이 문학적인 고찰이 궁금하다면 역자 후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아직도 곰곰히 생각하는 중이니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이 역시 수십 년 후 1Q84를 출산하기 위한 시작이었을까? 

 

도대체 '양'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리고 마지막.

 

역시 좀더 발전된 형태의 1Q84 prototype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꼬마 여자애, 겹쳐진, 그리고 굴절되고 왜곡된 시공간.  이루카 호텔이라는 겹치고 닫힌, 그리고 연결된 공간.  주인공을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호한 케릭터들.  그리고 아버지-후견인.  이 아버지-후견인의 gay서생 Friday.  정리가 덜 된 1Q84의 모티브를 볼 수 있다. 

 

문학적인 후기가 궁금하다면 또 다시 역자 후기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하루키의, 그리고 주인공의 13년간의 삶을 본다.  1970년 부터 1983년까지.  호오.  그 다음은 1Q84가 아닌가?  1984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놓여있는 카프카와 노르웨이의 숲.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재미있지만, 무엇인가 의미를 찾아내려면, 나 같은 둔재는 전작을 한 열 번 정도는 하고, 나이도 한 열 살은 더 먹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 읽었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흐리게나마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오늘 저녁에는 빨간 비엔나 소세지를 사다가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아서 양배추를 곁들여 아사히 맥주와 먹을지도 모르겠다.  '류'짱의 그 대사가 떠오른다.  '늘 하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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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해류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하윤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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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진행중인 세이초 전집 번역과는 무관한 다른 출판사에서 낸 세이초의 단편 모음집이다.  같은 계열의 책으로 보고 샀는데, 세이초 전단편집과 두 작품이 겹친 것 같고, 나머지 둘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 처음 읽은 듯 싶다. 

 

그리 뛰어난 작품인들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모은 네 작품들은 모두 추리소설이다.  즉 뉴스나 르포가 아닌, 추.리.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점, 최근에 계속 세이초를 읽어본 결과, 나름 중요한 fact라고 생각된다.  추리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세이초는 이 안에서도 sub-genre로 분류되는 사회파 작가이기 때문에,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본 많은 작품들이 documentary형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종종 보았기에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종족동맹'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기껏 열심히 변호사여 무죄방면이 되도록 해주고, 취직까지 시켜줬더니 도리어 이를 빌미로 변호사를 협박하고 변호사의 애인을 넘보는 '새'직원이 있다.  작품 말미에 이 '새'직원을 죽이고 감옥행이라도 감수하려는 주인공 변호사의 의지가 암시되어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괴로운 듯.  생각해 보니, 추리보다는 약간의 법정 드라마 같은 면이 없지 않다.

 

큰 재미는 없었지만, 머리가 복잡한 요즘, 뇌를 식히는 용도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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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다큐가 아닌 추리소설도 좋아요. 세이초 작품이라면 말이지요.

제가 기존의 추리소설을 좀 기피하기도 했던 이유 중 하나는요. 하나의 살인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무슨 퀴즈쇼 맞추는 것처럼 그렇게 묘사되어 있어서 부담스러웠거든요. 살인당할 수밖에 없는 사연, 살인해야만 했던 이유, 주위 사람들의 얽힘, 이런 것들이 인간적으로 와닿질 않고 재미, 로만 와닿아서 싫었거든요.

그런데 세이초 작품은 다큐추리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도가 깊어질 수 있었던 거 같애요. 세이초는 인간을 먼저 그리고자 했고, 그 '수단'으로서 추리나 다큐를 사용한 듯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세이초가 좋은 느낌이구요. 전작주의자 되고픈 마음이기도 하구요.

'종족동맹' ㅎㅎ 책 읽다 같은 직종 나오면 괜히 좀더 눈길이 가고 그러던데요. 트란님도? ^^ 저도 이거 챙겨볼께요.

transient-guest 2012-07-20 01:38   좋아요 0 | URL
세이초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타입들이죠. 수퍼캅이나 천재탐정급의 인물이 아닌. 그래서 그런지 스토리마다 확실한 현실성이랄까 그런게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저는 홈즈나 뒤팽같은 특이한 케릭터도 좋아합니다만ㅋ

열심한 작가였던 것 같아요, 세이초는. 정력적으로 그리고 정열적으로 다 방면에 걸쳐 저술활동을 했고, 죽을때까지 달린 좀 드문 타입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읽을수록 세이초가 다르게 보이네요.

아무래도 같은 직업군, 또는 제가 흥미를 가진 직업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더 눈여겨 보게 됩니다. 변호사나, 고서적서점 주인 뭐 이런 식으로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리샴의 변호사들은 현실성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죠...ㅋ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세이초의 소설에서는 식민지 조선이 자주 등장한다.  일종의 background fact로써인데, 주로 과거를 알 수 없는 사람, 험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 조선에서 있었다는 설정을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험한 과거를 가진 케릭터는 만주나 중국 일대에서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오니, 예전 어느 학자의 글처럼 식민지라는 곳은 결국 본토에서 밀려난 인생들이 모여드는 일종의 frontier가 되는 것인가보다.  이 학자는 식민지 조선이 겪은 일본인들의 대다수는 본토의 일인들보다 더 질이 낮고 안 좋은 부류였을 것이라고 했는데, 기실 관동대지진때 섬에서 자행되었던 조선인 학살현황을 보면, 본토 역시 거기서 거기가 아니었을까?  anyhow...

 

이 책에는 가해자도 희생자도 모두 피해자로 인식되어 나온다.  이는 전후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인식같기도 한 것 같다.  즉 전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이때의 일은 묻어두어야 하는 과거인것.  그리고 이후 군정시대를 거친 일본인들은 피해자로서의 자신들의 과거는 부각시키고, 가해자로서의 과거는 함께 묻어버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군데군데, 그런 인식이 나타나는데, 사회파의 소설이니만큼, 이는 일본인들의 보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불쾌했다.  이런 부분이 결국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망상과 함께 물타기를 한 극우반동보수의 재무장 및 위대한 Japanism으로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주변국에 대한 무시와 멸시라는 결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사실 우리 근대사도 이런 let's forget about the past - 그땐 어쩔 수 없었지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산이 없었고, 철저한 fact인정에 base한 반성도 없었기에 친일하던 놈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만, 정확한 data에 근거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  그리고 이제는 군국주의와 독재시대에 망령이 다시 육신을 걸치고 부활하려고 한다.  이건 지역주의에도 근거한 부분이 없지않은데, 어쨌든,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자라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못해 파괴적이기까지 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신혼의 꿈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 여자는 남편을 잃어버린다.  이후 남편의 행적을 쫓던 시아주버님도, 그리고 직장의 후임도 하나씩 살해된다.  이들을 연결하는 고리는 군정시절 남편의 직업, 그리고 직업상 관리하던 구역의 매춘녀들.  추리소설로도 꽤나 훌륭했고, 마지막까지 decoy를 쓴 것 또한 좋았다고 본다.  역시 세이초의 작품답게, 추리의 주체는 긴다이치 고스케나 홈즈같은 명탐정이 아닌 일반인,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케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smooth한, 그러면서도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과 추리를 보여주는 것이 소박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낸, 그래서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숨어있는 요리같은 맛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제로썸의 게임?  제로를 향해?  등등 다양한 제목으로 출판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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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7-1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로 이주해간 자기 나라 사람들을 낮추어 보는 사고방식이 있죠.프랑스 본토사람들이 알제리로 이민간 프랑스사람들에 대해서 그랬지요.나폴레옹 부인이었던 조세핀도 서인도제도 출신의 프랑스인이라서 무시당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나 만주에 있던 일본사람들이 귀국했을 때도 본토 일본인들이 차갑게 대했습니다.

transient-guest 2012-07-14 01:28   좋아요 0 | URL
비단 제국주의국가에 국한된 건 아닌듯해요. 한때 -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외국으로 이민간 교포들을 인생의 실패자인냥 또는 반거지처럼 취급했던 때가 있었던게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본토 일인들이 식민지에서 귀국한 일인들을 차갑게 대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7-14 20:42   좋아요 0 | URL
해방 직후 우리나라에서도 만주나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이 환영만 받은 건 아니에요.주요한이 쓴 단편에 그런 사정을 담은 게 있죠.

패전 직후 일본이 얼마나 살기 어려웠습니까...그런데 해외에서 군식구들이 급증하니 싫어할 수밖에요.

우리나라 한국전쟁 때 피난지에서도 타지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드니 아귀다툼이 굉장했어요.당시 경험자들의 수기 같은 것을 읽어보면 실감나죠.

transient-guest 2012-07-20 06:08   좋아요 0 | URL
어디서나 비슷한 양상을 보인것이군요. 어려울 때에는 인심이 흉흉해지고, 당장 먹을건 한정되어 있는데, 타지인들이 와서 물가를 올리면 힘들긴 했겠어요.
 
The Sign of the Book: A Cliff Janeway Bookman Novel (Paperback)
Dunning, John / Pocket Books / 201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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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주가는 Logos에서 건진 John Dunning이라는 작가의 시리즈들 중 하나인 Bookmen Novel의 하나인데, 우연한 기회에 추리문고 섹션에서 같은 시리즈의 작품들과 함께 구한 작품이다.  구매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빼 읽다가 이틀만에 완독을 하게 되었다.  영문이지만, 별로 어려운 단어는 없었고, 작품의 구성이나 flow도 비교적 단순하여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리즈의 첫 번째는 아닌 듯한데, 이는 이 작품에서 주요인물들 - 주인공인 Cliff Janeway라는 전직경찰이면서 현재는 rare used book 책방 주인과 Erin이라는 소송전문 변호사 - 의 관계가 이미 다른 작품에서 설정이 되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처음이 아니라고 해도, 작품마다의 relevance가 거의 없어 보이기에, 그냥 읽어도 무방했던 듯. 

 

사건은 단순하다.  Erin과 Cliff는 연인관계이고, Erin은 잠정은퇴 후 다시 Denver에서 소송법인의 hot shot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Cliff의 책방에 투자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Erin에게는 Laura라는 베프가 있었는데, 이 문제의 Laura는 Erin의 오랜 sweetheart와 뒤에서 cheat을 하고는 결혼해 버린 뇨자이다.  그리고 현재, Laura는 콜로라도주의 산골마을에서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살고있다.

 

그런 Laura가 어느 날, 남편 살해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Erin을 변호사로 선임하기를 원한다는 소식이 이 사건의 시작이다.  꽤나 쉬운 사건이면서 제한된 배경과 등장인물덕에 쉽게 약 80%까지는 스토리가 가는 방향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가가 남긴 최후의 반전은 상당히 예측이 어려웠던 것 같다.  즉 제대로 throw-off했다는 이야기. 

 

이 책을 보면서, Steven Berry의 주인공은 코펜하겐의 서점주인 - 전직 FBI Covert Operative였던 - Cotton Malon이 생각났는데, 아마도 둘 다 서점주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인 것이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well, 내가 늘 생각하기를 책 애호가나 장서가를 주인공으로 만든 소설이 나오면 괜찮을 것 같다했는데, 이미 나와있으니 더 할 말이 없어진 것. 

 

끝으로 이 책을 보니 콜로라도주 같이 외국인 인구가 적은 곳, 특히 대도시 근교를 벗어난 곳은 역시 살만한 곳이 못된다는 생각을 확인했다.  아마도 매우 못된 부-보안관 Walsh라는 등장인물 때문인데, 이 케릭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못된 시골 경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그리고 꽤나 비중있는 조연이다.  읽어보면, 흔하게 생각하는 외국 시골에서의 horror story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기대하지 않은 책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덤으로 지금 보니 내가 가진 책은 hardcover로써 작가의 친필서명이 들어간 first edition이다.  지금보니 원가 25불인데, 헌책 가격으로는 다소 비싼 15불에 판 이유가 이것이었나 싶다.  혹시 모르겠다.  한 20년 정도 있으면 좀 더 비싼 가격이 될런지도.  많지는 않지만, 가끔 구하게 되는 작가의 서명본이 좀 모이면 따로 책장을 하나 마련해서 보관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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