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이 생겨서 부모님 댁으로 들어와서 이번 한 주를 보내게 되었다.  집이 비어있고 이젠 아주 늙어버린 마지막 하나의 우리집 강아지를 돌보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일거리는 언제나 들고 다니면서 처리가 가능하고, 중간에 잠깐 사무실에 나가서 필요한 업무만 진행하면 된다.  오전에 아주 일찍 일어나서 새벽운동을 마친 후 돌아와서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젠 늙었고, 겁도 많은 녀석이 어쩐 일인지 오늘은 금방 돌아오려 하지 않고, 함께 멀리 다녀올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래간만에 나와 둘이 걷는 일이 반가웠던 것이리라.  자주는 못해도 가끔 금요일 오전에 다녀가면서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걸릴 생각이다.  이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에 후회하고 싶지 않고, 가능하면 건강하게 있다가 잠깐 앓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사무실에 온갖 잡동사니와 그간의 케이스 파일이 쌓인 관계로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아파트에서도 이런 건 마찬가지라서 부모님 댁이 일종의 제3의 장소가 된 듯, 엄청나게 일이 잘 되는 것을 느낀다.  벌써 오늘 예정한 일을 모두 마친 상태.  조금 예상한 터, 읽을 책을 여러 권 갖고 왔는데,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모두 끝냈다.  십팔사략 8권 세트를 조금씩 읽는 와중에 신규구매한 책을 받았기에 몇 권을 따로 읽었다.  모두 쉬운 에세이 수준의 책이라서 무리는 없었다.


기대한 것은 보다 더 심도있게 다뤄진 시골생활, 여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로써의 기술백서였다.  하지만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묶은 책이라서 그랬는지 내가 원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피상적인 겉도는 수준의 이야기에 머문 듯 싶다.  언급된 기술은 다양한데 먹거리를 만들거나 농사를 짓는 기술 등의 S/W의 요소와 공예나 목공 등 무엇인가를 만드는 H/W기술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런데 S/W의 경우 농사는 그렇다해도 와인양조장이나 천연효모로 빵을 만드는 이야기에서는 조금 아스트랄해진다.  게다가 빵굽는 이의 경우 경기도 양평 어디의 bakery인데 요즘에 경기도 양평을 '시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와인의 경우엔 더더욱 공감하기 어려웠다.  소위 '장인'의 방편이나 특이한 것들은 적어도 시골생활의 기술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고루한 듯 싶지만, 현실적으로 귀농을 해서 bakery나 winery를 운영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천연농약이나 효소를 만드는 건 그나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얘기같지만, 이 경우엔 또 이야기가 다뤄진 주변환경이 과연 '시골'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등 여러 모로 조금 그렇더라.  내가 생각하는 시골은 이런 곳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이 책에서 다뤄진 환경은 전원생활에 더 가깝다는 결론이다.  재미있는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도 그렇고 나쁘진 않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봤더라면 딱 좋았을 책 같다.  


지금 '나는 읽는다'를 키워드로 알라딘을 검색해보라.  온갖 책이 뭔가 문구와 함께 '나는 읽는다'를 제목에 차용하고 있다.  뭐뭐할 때 나는 읽는다 정도로 5-6권 이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이상 많은 책이 나와있다.  이럴 땐 저자를 봐야한다.  책읽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이래 서평이나 책읽기에 관한 에세이를 무척 많이 읽었는데, 얼핏 추려봐도 100권은 충분히 될 것 같다.  좋은 책도 많았지만, 개중에는 (이걸 개 중에는이라고 쓰면 정말 '개'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형편없는 자계서 수준의 책이나 질낮은 에세이도 꽤 많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상당히 조심해서 책을 고르게 된다. 문정우 기자의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높은 quality와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보장한다.  사실 시사IN의 팬이라서 예전에 이 책이 나온 2013년 이래 사려고 했으나 잘 생각나지 않는 이유로 순서가 밀려 계속 장바구니와 보관함을 반복했었는데, 이번에 구해서 읽었다.

  

다양한 책을 '상실', '뒤틀림', '인간', 그리고 '행성'의 테제로 분류하여 사회/정치/경제/세계의 이야기와 함께 에세이로 내용을 정리하고 현실에 대한 relevance나 application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다.  내가 대한민국 평균, 아니 미국 평균으로 봐도 연간 꽤 많은 책을 구매하고 읽고 있는데, 비슷한 정치지향에도 불구하고 문정우 기자가 언급한 것들 중 내가 읽었거나 구매한 책은 몇 권이 되지 않는다.  좋은 서평책을 읽으면 늘 저자와 견주게 되는데, 이런 때가 많다.  역시 책의 세계는 깊고도 넓어서 파고 또 파도, 가고 또 가도 끝이 없고, 읽고 싶은 책은 영원히 infinite하게 늘어난다.  당장 2016년과 2015년, 2015년과 2014년, 이런 식으로 비교할 때 매년 더 많은 양의 책을 다양한 주제로 사들여 읽었는데, 갈수록 사고, 읽고싶은 책이 늘어나는 걸 보면 죽을때까지 고치지 못할 병이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독서본능'이라는 칼럼으로 글을 올리는 듯 한데, 다음 번에 정리되어 나오면 또 사 읽을 것이다.  


전업작가, 그것도 성공한 전업작가가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고, 일단 경제적인 여유가 보장된 수준으로 '뜬' 작가에게는 이런 저런 기회로 글이 '돈'이 되는데, 덕분에 나 같은 자영업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도 특히 최근의 '종의기원'까지 계속 연타를 치고 있는, 굉장히 성공한 현대작가로서의 자유로움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방전이 되어 방바닥을 붙잡고 발버둥치며 울어본들 한 달 가까이 히말라야 트래킹이 가능할리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을 책으로 내고, 팔고, 이를 다시 라디오나 팟캐스트에 나가서 팔고...역시 성공한 작가의 삶은...부럽기 그지없다.  그 과정의 고통이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벌어먹고 사는 일에 또 그 정도의 지난함이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역시 부럽다.  


트래킹을 가게된 이유도 재미있고, 등정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이나 환경의 raw한 묘사도 즐겁다.  여기에 흔하디 흔한 여행책처럼 사진으로 도배한 관광블로그 수준이 아닌 전업작가의 글이니 가벼우면서도 맛깔나는 건 plus!  특히 내가 천착하는 신진대사의 문제...먹는 것 외에도...를 심도있게(?) 다뤄준 건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단 한번도 메인테마를 단어로 구체화하지 않은 건 '똥'에 대한 결례인데, 다음부터는 꼭 제대로 mention해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어려운 길에서 아마도 중간 중간 영혼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추된 작가의 과거 - 전업작가가 되기 전 간호사로 가족을 부양하던 - 의 이야기, 여기서 쌓였을 일종의 상처, 엄마의 이야기가 전혀 무겁지 않게, 하지만 꽤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주었는데 - 그런 의미에서 이건 여행이나 기행이 아닌 '방황'이 맞다고도 하겠다.  몸은 코스를 걸었으되, 마음은 과거와 현재를 방황하게 있었으니까 - 덕분에 산티아고와 함께 히말라야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종주가 되어버렸다.  근육의 힘을 길러 배낭에 대비하고 음식을 단련하여 아무거나 잘 먹도록 하고 (머튼은 좀 어렵지만, 램 수준의 양고기는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난 마살라를 아주 좋아하니까, 작가가 겪은 어려움은 일정부분 잘 넘어갈 수 있을 것 같ㄷ), 뛰기와 걷기를 꾸준히 수행해서 몸무게를 덜고 각력과 지구력을 키우면 한 50 정도엔 두 가지 다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드디어 문제적 인간에서 히틀러 시리즈를 주문했다.  이로써 '루소'만 구하면 지금까지 나온 문제적 인간을 다 모으게 된다.  이렇게 귀하게 모은 시리즈로는 '제안들'이 있는데, 워크룸 프레스라는 곳에서 편집한 것이다.  30권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는데, 작년 12월에 나온 13번째에서 소식이 없고, 몸젠의 로마사 또한 3권 이후 소식이 없다.  기왕에 출판을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나가야지 이런 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한편, 이것도 영리행위라서 bottom line 중요하겠다는 맘도 든다.  그래도 몸젠의 로마사는 이렇게 끝나면 영영 한글로는 못 읽을 것 같고, 제안들의 예쁜 책모양도 그렇고,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같은 의미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와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문학동네 여러분들, 답해보세요.  여럿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나도 약간은 집요한 덕후기질이 있는 듯, 한 작가를 좋아하면 다 구해보고 싶어진다.  하루키가 그랬고, 최근에 현암사에서 나온 나쓰메 소세키 전집 14권이 그랬으며 얼마전에 모든 한글번역을 구한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가 그랬다.  여기에 열린책들에서 만든 카잔차키스 전집에서 빠진 것들을 최근에 모두 주문했다.  도착하면 소세키와 로맹 가리 다음으로 카잔차키스도 전작의 준비가 끝난다.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지만 역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고전문학도 더 열심히 읽어야하는데, 사들여 모으다보면 언젠가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날이 올테니 조급해하지 않는다.  


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제 곧 9월인데, 여기 날씨는 8월부터 가을이랍니다.  모두 건강히 열독생활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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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6-08-30 0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다 읽으신 건가요~~~? 뭐가 젤 마음에 드셨나요?^^

transient-guest 2016-08-30 04:47   좋아요 0 | URL
아직은 시작 못했어요 얼마 전에 전권 갖춘거에요 지금까지는 다른 판본으로 몇 권 봤는데 역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최고로 봅니다

yamoo 2016-09-01 12:02   좋아요 0 | URL
오, 고양이로소이다....일단 저도 고것부터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ㅎ

transient-guest 2016-09-01 12:13   좋아요 0 | URL
전 아주 좋아해서 한 3번은 읽은 것 같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묘사까지 아주 끝내줍디다..ㅎ

야클 2016-08-3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 보이네요. 8월 마무리 잘 하시길. ^^

transient-guest 2016-08-30 10: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갑자기 저녁에 도서관에 나와 책을 한이름 가득 빌려 읽게 된 저녁입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를

붉은돼지 2016-08-3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유럽사산책>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는 정말 엄청나더군요....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죽어나간 그 엄청난 규모며, 그 엄청난 스펙타클, 그 엄청난 비극이며, 참혹함이며, 숱한 영웅, 혁명가들, 모리배들, 협잡꾼들의 고뇌와 오판과 광기와 실수와 ...... 더불어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민족들간의 오랜 역사속에 뒤얽히고 꼬인 사정들......정말 그 나중에 시간나면 느긋하게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더해서 히틀러 이야기는 물론이죠... 장검의 밤 혹은 장도의 밤이라고 하는 히틀러가 나치 돌격대를 숙청하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더군요....

저는 소세키는 7~8권 정도, 카잔차키스는 3권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열심히 사 모아야죠.. 역시 시리즈물이 나중에 죽 모아놓으면 본때가 나죠 ㅎ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8-30 13:23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는 세계 최대의 전쟁이었던 2차대전은 정말 당시의 모든 비극과 영웅, 잡놈들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듯 하네요. 2차대전과 독일, 히틀러에 흥미가 있어서 윌리엄 샤이러의 책을 모았어요. 한국어로는 제3제국의 흥망 4권 시리즈밖에 없어서 조금씩 영문판을 모았답니다. `베를린 일기`나 `the Nightmare Years`를 보면 전쟁을 전후로 한 긴박한 상황을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조금씩 구해보셔요.ㅎㅎ 시리즈물은 일단 일관성이 있어 나름 좋습니다, 장식효과도 좋구요.ㅎㅎ 다른 판본으로 조금씩 이런 저런 책을 모으는 건 또 그대로의 흥이 있구요..ㅎ 끝이 없네요.

cyrus 2016-08-3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두껍다는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모으시는군요. 이 책을 모은다는 독자를 처음 봅니다. 나중에 사진 공개해주세요. ^^

transient-guest 2016-08-30 13:3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요즘 `문제적 인간` 정도는 한 권씩 갖고 있지 않나요??ㅎㅎ 농담입니다.ㅎㅎ 루소까지 갖추면 - 지금 찾아보니 스탈린, 문제적 인간 4도 빠져있는데, 이건 절판됐네요. 어쨌든 조만간에 갖춘 것들 사진 올려보겠습니다. 스탈린을 구하려면 헌책방이나 출판사를 contact해야겠네요.-_-:

cyrus 2016-08-30 13:33   좋아요 0 | URL
드문 일이지만, 중고매장에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책 상태가 좋지 못했어요. 그나마 좋은 상태가 겉표지가 없는 것이었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8-31 04:10   좋아요 0 | URL
이거 고생 좀 하겠네요 나중에.ㅎㅎ
 

한국전쟁을 이념에 입각하지 않고, 비교적 사실에 근거하여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맥아더의 불통, 판세오판 같은 건 진보적인 사관에 의해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한데, 짧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어떤 것이 그의 오판이었는지 등을 정리한 것이 눈이 쏙 들어온다. 거의 신화처럼 전쟁사에 전해지는 인천상륙작전 같은 경우도 그간 배워온 대로 맥아더의 귀신같은 용병과 작전이 빛을 발한,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능가하는 대첩이 아니고, 북한군도 충분히 예상하던, 하지만 전력부족으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전투라는 건, 처음으로 접한 관점이다.  게다가 '맹우' 미국이 사실은 전쟁 내내 적정시점에서 이를 끝내거나 전세가 불리할 때에는 한반도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쟝샤오위안 선생의 '고양이의 서재'를 읽은 이래 병학에도 관심을 갖기로 하여, 조금씩 전쟁사에 대한 책을 모으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국전쟁에 대한 책도 구해야할 것이다.  지금은 2차대전이나 중동전쟁, 국공내전, 스페인내전 같은 굵직한 (quite literally) 책을 구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구할 책도, 관심가는 분야도 늘어나고 있으니, 나노기술로 건강과 수명을 늘릴 수 있고, 먹고사는 것에 걱정이 없다면 언젠가는 생활을 단순화해서 책읽기/공부, 운동/단련, 수면, 먹고 뱉기(?), 정해진 횟수의 여행 정도로 딱 나눠서 일상을 보내면 좋겠다.  연초에 Big Island에 가서 휴가를 보내면서 오전 4-7 정도에 필요한 일을 조금씩 했는데, 평소의 4-6시간 분량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중고 RV를 개조해서 사무실로 바꾸고 완벽한 유비쿼터스환경을 구현하면 조금 slow한 시기엔 일거리를 싸들고 어디든지 가서 4시간 정도 오전에 바짝 일하고 나머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면서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적극적인 독립투쟁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민족투쟁을 가산을 기울여 이뤄낸 사람이 간송 전형필이다.  그 덕분에 많은 문화재 - 팔려나간 건 훨씬 더 많지만 - 가 한국땅에 온전히 남을 수 있었다.  아리조나의 그림애호가 이충렬씨가 극화한 간송 전형필의 일생인데, 소설만큼이나 흥미있는 삶이다.  다만 극화하지 않은 fact만으로 구성된 간송의 삶 또한 꽤 궁금하여, 나중에 다른 책도 구해볼 생각이다. 

일제시대를 살아내면서 어렵게 구하고, 한국전쟁의 초반, 서울이 공산군의 치하에 들어갔어도 이런 저런 기연과 협조로 지켜낸 - 심지어는 피난도 가지 않고 - 문화재가 1.4후퇴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는데, 일제치하에서 그렇게 많던 조선의 부자들 중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문화유산을 지켜낸 사람이 - 치부를 위함이 아닌 - 간송 한 분 밖에 없다는 사실도 참 그렇다.  간송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독립투사들의 영령이 만군장교가 18년 동안 대통령을 해먹다 총맞아 죽고나서 34년 후 그 딸내미가 다시 대권을 도둑질한 걸 보면 아마 누워 있다가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다.  언젠가 이 땅에서 반출된 모든 문화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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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문화재를 돈 많은 일본인들에게 몰래 팔아 넘긴 친일파들이 있었을 겁니다.

transient-guest 2016-08-25 00:16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향촌 친일파, 면서기부터 귀족작위를 받은 집안까지 천태만상이었더라구요.
 

앞서의 글이 길어져서 책읽기의 흔적은 따로 남기기로 했다.  지난 주간을 거쳐 이번 주말까지 읽은 책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당연히 1992년에 나온 영화로 먼저 접했고, 아름다운 몬태나 주의 경관에 매료되어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파릇새청춘 같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1994년에 나온 '가을의 전설'이라는, 오역의 흑역사에 길이 남는 번역으로 소개된 'Legends of the Fall'이전에 이미 뭇여성들의 맘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책을 쥔 것은 꽤 최근의 일이었고,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는 바람에 깊이 상상하며 읽지는 못했는데, 이건 영화로 먼저 본 책을 읽게 되면 종종 발생하는 상상의 제약의 탓도 조금은 있다.  같은 저자의 중편 두 권이 추가되어 있는데, 같은 번역자의 손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강물처럼'의 번역은 다른 두 작품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번역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고, 관련전공이라면 'Registered Nurse'를 '등록간호사'라고 번역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여기에 문맥이 이상하게 이어지는 등, 문장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어서 영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더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책표지도 좋고, 하드커버라는 점도 맘에 들지만, 역시 번역은 좀더 정확하고 부드럽게 되어야 한다.  


가볍게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의 하나.  꽤 오래전에 쓰인 듯 컴퓨터나 mobile phone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고, 부자나리의 차에 설치된 카폰 정도가 최고의 tech인 것으로 보아 최소한 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설정이 아닌가 싶다.  역시 경찰소설로 보면 무난하고, 추리기믹도 별로 없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이에 따른 전개는 앞서의 'Ice'에서도 본 바, 무척 탁월하다.  읽으면서 계속 신기한 것은 어린 시절 '추리백과'같은 것으로 접한 전설의 87분서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암사에서 출판한 나쓰메 소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구하면서 함께 구입했다.  개론서나 입문서 정도로 보면 무난한데, 촌철살인의 정리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그저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 후',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는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갖고 있고 여러 번 읽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전집을 구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서 꽤 오래 망설이다가 이번에 모두 갖추게 되었다.  


이들을 읽으면서 부쩍 속도와 힘이 붙어 그간 조금씩 읽으면서 미루고 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어젯밤에 완독했다.  밑줄을 그은 곳이 매 페이지에 있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데, 저자가 하려는 얘기, 그러니까, 이론과 논증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와닿지는 않는다.  일단 이건 별도로 다른 리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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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8-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강물처럼...저도 영화 봤습니다. 한 때 물량을 퍼풋는 영화를 좋아했던 지라...그때 이 영화를 보니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명작이더군요..원작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기회되면 원작을 구하고 싶네요.

쏘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소장하시다뉘...ㄷㄷㄷ 저는 4권만 있고,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대단하심돠!

transient-guest 2016-08-24 03:17   좋아요 0 | URL
영문은 좋은데, 국문번역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소세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식민지시절 조선의 문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만큼 근대문학에서 빼놓기 힘든 작가라고 알고 있어 늘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ㅎ
 

도무지 지겨울 틈이 없다.  어릴 땐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으면 다른 책을 잡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책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는데, 대략 10년 전부터 그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동안 책읽기를 거의 멈추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은 2007년 초입이고, 이때 바로 힘든 타지의 남의 집살이(?)를 시작했기에 자계서를 중심으로 self-motivation에 치중했고, 이와 함께 다시 에세이나 소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 3-4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논픽션, 소설, 고전문학, 실용서적 등을 한국어와 영어로 뒤적거리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난 시점에 책읽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마구잡이로 읽는 것 외에 이걸 어떻게 하면 취미를 넘어 가져갈 수 있을지, 그리고 책읽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고민을 했다.  다독에 관한 책은 이때를 즈음해서 만난 것 같고, 결론적으로 맘으로 느낀 것을 타인에 의해 활자화된 형태로 읽었다는 느낌을 받고, 좀더 자신의 독서론에 대한 확신을 같게 되었던 것이다.  


책읽기라는 것은, 여타의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바, 이걸 효과적으로 넘기는 방법은 다독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금년 들어서 미친듯이 책을 사들였고, 열심히 읽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쌓아두는 책이 더 많고, 이 때문인지 간혹 많은 책을 앞에 두고 정작 다른 책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들인 책을 읽고 다시 새로 책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을 잘 알지만, 한국출판계의 현실은 2-3년이면 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여기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주기적으로 회사의 자금사정에 맞춰 미리 점찍어둔 책을 구하게 된다.  여기서 오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책읽기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면 이런 구매는 필연적인 부담감과 피로를 동반한다.  나에겐 이때가 꽤 위험한 순간인데, 다독은 내가 이걸 넘어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된다.


지난 주, 그리고 이번 주에는 평균 3-4권의 책을 읽었다.  순수문학보다는 소설이나 논픽션에 치우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꾸준한 단련이 언젠가는 고전을 깊이 파고드는 원천진기로 바뀔 것이라 믿기에 괜찮다.  다만 학창시절보다는 확실히 책임도 늘고 자신의 시간을 따로 찾기가 어려워지는 형편이라서 고전문학이나 그리스/로마의 고전 한 권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지금의 독서는 어쩌면 훗날 이런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면서 잠시 맘을 가라앉히게 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책을 가까이 했고, 중간 중간 살면서 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한 독서생활을 해왔다.  덕분에 이 나이가 되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귀중한 경구(?)도 접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독서를 통해 얻은 진리가 아닌가 싶다.  혹시 책읽기를 시작하는 분들, 가끔은 너무 지겨워진 책읽기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다독을 권하고 싶다.  어떤 기준이나 제한도 없이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자와 그림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시공을, 현실의 제약을 초월한 미팅과 여행을 즐기다보면 또 한 동안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얻고, 이것이 반복되면 일종의 지적 연마가 될 것이고, 독서라는 큰 세계를 함께 일구어 가는 지적연합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은 보잘건 없지만, 이미 이런 저런 우연이 겹쳐 일면식도 없지만, 책읽기를 견주고 배울 수 있는 많은 인연을 맺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언제나 함께 이 귀중한 지적단련과 계승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PS 다독술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있는데, 몇 권은 급조된 자계서에 가깝다는 느낌이지만, 사람에 따라 얻는 바가 다를 것이니까, 굳이 좋은 책 나쁜 책을 구분해서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관심이 가는 사람은 '다독', '다독술'등을 키워드로 해서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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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독서 2016-08-23 0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는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transient-guest 2016-08-23 05:00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을 꾸준히 주기적으로 합니다. 어떤 장르나 주제의 구분 없이 그렇더라구요.

yamoo 2016-08-23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라는 것은, 여타의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지겨움과 즐거움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바, 이걸 효과적으로 넘기는 방법은 다독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 다독술....트랜스 님이 제게도 아주 좋은 독서 팁을 주셨네요!
저두 금년 들어서 미친듯이 책을 사들였어요. 6,7,8월 사들인 책이 300권 가까이 됩니다..ㅠㅠ 이 중에서 읽은 책은 별로 없어요. 왜냐면 베르그손 책을 중점적으로 읽는 와중에 있는지라...

그냥 책 수집이었던거 같아요. 쌓아놓고 즐기는...뭐, 그런 책 중에서 몇 권은 읽었지만...그게 새발의 피......그냥 아무 책이나 빼서 훑어 있는 식으로 해야 겠어요..여러 책을 마구 돌려 읽기..ㅎㅎ

공감이 너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24 03:18   좋아요 0 | URL
굳이 이름을 붙이면 다독이지만, 책을 이리저리 방황하는 건 이미 많이들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한 권만 읽으면 지겹기도 하고, 흥미를 돌려 주의를 분산시키면 역설적으로 각각의 책에 대한 집중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8-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하기 전에 기준이 끼여드는 순간, 책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떨어져요.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고, 재미없거나 어려우면 안 읽으면 됩니다. ^^

transient-guest 2016-08-24 03:1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는 다독이 그런 책읽기의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중간에 멈추는 책은 없어요.ㅎㅎ 돈도 아깝고 그런 책이라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마의 산`은 세 번을 도전해서 세 번 다 끝까지 못 갔네요. 이번 겨울이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ㅎ

고양이라디오 2016-08-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멈추는 책이 없으세요ㅎ? 저도 다독술을 쓰고 있지만, 중간에 멈추는 책이 많아요ㅎㅎ

transient-guest 2016-08-27 08:35   좋아요 1 | URL
간혹 있는데 언제고 찾아서 다시 읽습니다. 그때마다 놀라는 것이, 어떤 시기엔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이, 다른 시기엔 완전 120%로 다가오거든요.ㅎ 다만 앞으로는 읽을 책과, 살펴보고 참고할 책은 좀 구분을 지을 생각입니다. 후자는 다 읽을 필요가 없잖아요..ㅎ
 

예전에 Time Traveler's Wife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책으로 먼저 유명해진 작품을 영화화했는데, 시간여행자라는 것이 약간은 '귀신'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Wife의 시간 어느 시점에는 죽은 남편이지만, 과거 어느 때인가의 모습으로 계속 Wife의 일상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비슷한 모티브로 뇌파의 강력한 진동을 통한 시간여행을 다룬 것이 Map of Time이라는 책인데, 비슷한 구조로 H. G. Wells가 실상은 시간여행자였음을 이야기한다.


Time Traveler's Wife작가가 쓴 다른 책이 일러스트로 나온 것을 아주 우연히 만났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주문하려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아마존에서 영문판을 구했다.  


한 여자가 새벽 4시 정도에 시카고의 한적한 구석을 걷고 있다.  자정께 같이 사는 애인과 심하게 다투고 뛰어나와 정처없이 거릴 돌아다닌 것.  그러다가 한 구석에 주차되어 있는 구식 RV를 발견한다.  이동도서관이라는 이 RV에 올라타 겉에서 볼 때보다 넓어보이는 내부 가득 들어차 있는 책장을 채우고 있는 건 그녀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다.  open hour는 일몰에서 일출까지.  이후 그녀는 이동도서관을 찾아 정처없이 거릴 떠돌고, 그 와중에 애인과도 헤어지고, 도서관 사서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다가...


짧고 몽환적인 이야기로 아주 짧은 순간 아련한 향수와 함께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느낌이다.  갑자기 아주 구닥다리 위네바고 (RV의 모델 중 하나)를 사들여 내부를 뜯어내고 양 벽에 책장을 세워 책을 보관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먹고살만한 투자가 되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떠돌아보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스포일러가 될까 밝히지는 않겠지만, 이 이동도서관의 사서가 되려면 아주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한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예전부터 RV를 들여다보면서 이동사무실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대형 RV보다는 대형밴 정도 크기를 개조한 녀석을 사무실로 개조하여 가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 훌쩍 떠나서 21세기의 유비쿼터스 업무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요세미티나 너무 멀지 않은 redwood 가득한 국립공원의 RV파크에서 머물다 오고 싶다.  가끔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잘 셋업해놓고, 그렇게 환경을 바꿔 일하다 쉬고 오면 좋겠다.  이동도서관의 사서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주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저 돈을 조금 더 벌고, RV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집이 있으면 된다.  가능할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어제 쓰지 않았던가. 아마도 어제까지 읽고 있었던 이 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을까?  아는 감독과 아는 영화의 이야기는 이동진 기자 특유의 디테일과 이에 따른 가끔의 늘어짐에도 불구하고 아주 흥미진진했지만, 모르는 영화, 관심없는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아주 지지부진하게 느꼈다.  영화평론도 아닌 인터뷰 모음이라면, 준비한 사람도 진이 빠지도록 영화를 보고, 질의를 만들고 대담을 하여 책으로 정수를 뽑았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지리한 문답으로 끝날 수도 있다.  거기에 대화체를 읽어가는 피곤함이란 상당한 고통과 다름 아니다.  이동진 기자, DJ를 좋아하지만, 또 그의 다른 책들은 잘 읽었지만, 이 책은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다른 한 권은 조금 더 나은 듯 싶은데, 아마 아는 영화와 감독이 나와서 그럴 것이다.  어인 일인지 몰라도 이동진 기자, DJ의 책은 가끔 이렇게 늘어지는 맛(?)이 있다.  그의 따뜻하고 감성어린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밖에.


겨우 이틀을 열심히 뛰었다고 업무가 정상화되고 있다면 아직 그리 바쁜 practice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무실 오픈 후 3년부터는 내 한몸, 내 가족을 편하게 살게 할 만큼의 수준으로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지금 조금 더 규모를 확장해야 하고, 이에 투자되어야 하는 금액 만큼은 risk로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내년엔 조금 더 잘할게요...하면서 더 열심히 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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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책 안 읽는 시대로 변할수록 이동도서관도 추억의 존재로 남을 것 같아요. 십년 전에는 이동도서관 버스를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그 버스가 도서관 주차장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transient-guest 2016-08-18 02:01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아파트에 2-3일에 한번씩 찾아오던 이동대여차도 생각납니다. 그땐 그거 아니면 도서관이고 만화가게엔 책은 없던 시절이죠. 책읽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환경은 TV PC 게임콘솔도 스마트폰에 자릴 내주고 있으니 참 어렵죠.

yamoo 2016-08-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관심이 동하게 하는 책이네요....저도 찾아보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18 02:01   좋아요 0 | URL
뭔가 아주 특이했습니다.ㅎ

Forgettable. 2016-08-2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겨야 하는 고비가 뭔지 궁금하네요. ㅋㅋ 이북으로 간간히 책을 읽고 있긴 한데 예전 같진 않아요. 역시 종이책이 최고임. 이북으로 많이 나와있지도 않구요. ㅠ 암튼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다독하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ㅎㅎ

transient-guest 2016-08-21 02:38   좋아요 0 | URL
지금에서 안주하지 않고 조금은 더 규모를 키울 생각을 하니 새로 한 명이 join하는 내년이 이를 판가름할 고비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잘 되면 장기적으로는 조금 더 큰 형태로 사무실을 꾸릴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이대로 만족해야 하는데, 이젠 혼자서 일하는 것이 힘에 부치네요. 어느 정도 predictable한 규모의 business size가 매년 이어지도록 성장시키는 것이 일차 목표네요. 책은 계속 읽고 운동도 하구요. 근데 전 님의 자유분방한 삶이 더 부럽습니다. 겁이 많아서 그렇게 못해요 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