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건 없지만, 취미가 다양한 편이다.  게임도 좋아하고, 영화도, 책도, 음반도 어느 정도 즐긴다.  음반수집의 경우 일단 가요, 팝, 재즈, 클래식 등 음악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기에 중학교를 다니던 무렵 조금씩 LP를 모으기 시작했고, 미국에 와서는 CD를 주로 사들여 듣고, MP3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서 카세트테잎에 녹음해서 듣곤 했다.  이 과정에서 LP나 카세트테잎은 잘 사용하진 않지만 버리긴 뭐한 그런 상태로 갖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복고열풍을 타고 다시 LP가 선호되기 시작한 것 같다.  대략 15년 정도를 전후해서 이미 오디오필이라고 하는 분들 사이에서 중고 LP와 기기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김갑수씨의 말에 의하면 아무리 발전된 지금의 기술이라도 오디오산업에 최고의 기술과 자본이 투자되던 시절의 기기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어쩄든 이래저래 나도 요즘은 가끔씩 복간된 LP를 사는데, 중고 LP의 경우 좋은 음반들은 이미 다 팔려나갔거나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어제도 여느 때처럼 BN에 갔다가 순전한 충동구매로 텔로니어스 멍크의 69년도 실황녹음 LP판을 사왔다.  오늘 밤에 들어볼 예정.


갑자기 주문한 책이 두 박스가 들어와서 정리하고, 엑셀을 열고 다른 케이스정리를 마치고 곧 은행에 가야한다.  혼자 처리하는 잡무가 늘어갈수록 사이즈를 키우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곧 join할 직원이 오는 날이 두렵기도 하다.  일단 기본적인 월급과 관련된 세금, 보험 등 원래 사무실 임대료 (전기/전화/인터넷포함)와 종이값이 전부였던 유지비용이 훌쩍 높아질 것이니까, 최소한 그 정도의 추가수임은 되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과연 내가 일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한 가득.  


[십팔사략]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일단 미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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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1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딘에서 음악 좋아하시는 분 또 알게 되었네요.^^.

transient-guest 2016-09-13 08:36   좋아요 0 | URL
좋아는 하는데 전문성이 너무 떨어져서요..ㅎ 저 혼자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주제삼아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세상의 것입니다.ㅎㅎ 조금씩 알아가는데, 이것도 워낙 acquired taste의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클래식은 좀처럼 연주자-작곡가-곡목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네요...ㅎ

붉은돼지 2016-09-1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잡다한 걸 모으는 게 취미인데요...수집 이게 약간 중독성이 있고, 이게 또 성과가 눈으로 보이니 멈추기가 어렵기도하고요.....이게 돈이 많이 들어서 소생의 가정경제로 감당하기가 버겁기도 하죠...ㅎㅎㅎ 책은 물론이고, 술병 라벨, 트럼프카드, 병뚜껑, 프라모델, 피규어, 기념주화 등등 별 쓸데없는 것들 참 많이 모으고 했었는데 이제는 거의 책으로 수렴되는 추세인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16-09-14 01:2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은 점점 책으로 집중되고 있고, 음반이나 영화가 그 다음이네요. 게임은 할 시간도 없고, 예전 같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고전을 가끔 돌립니다..ㅎ 이래저래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듯...

cyrus 2016-09-1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는 책을 열심히 모아야겠어요. ^^

transient-guest 2016-09-14 0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책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읽을 수 있다는 자세라고 하네요...ㅎ
 

가을로 완전히 접어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어제부터 다시 더워지기 시작해서 오늘까지 정점을 치고, 내일까지 조금 덥다가 금요일부터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라고 쓰고 아이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내일부터 다시 갑자기 원래의 가을날씨로 바뀐다고 나와있다.  이틀간 꽤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어쨌든 밤 8시인 지금까지도 꽤 덥게 느껴지는터라 서점으로 급히 도망을 왔다.  노트북과 책을 끼고 나와서 냉커피 한잔 - 반즈앤노블 회원으로 10% D/C를 받으면 grande 한 잔이 세금까지 $2.65.  영수증을 갖고 있다가 리필하면 50센트에 한번은 리필이 가능해서, 이런 날이면 집에 가면서 한 잔을 더 시켜서 갖고 간다.  사실 집에 코나커피에 뭐에 잔뜩 있고, 프렌치 로스팅도 가능하고, 이탈리안 로스팅도 가능하고, 그것도 싫으면 그냥 기계에 넣고 드립시켜먹는 커피도 마실 수 있지만, 워낙 게으른데다 이렇게 더운 밤에 물을 끓이는 건 이 남자가 사는 모습이 아닌게다.  


십팔사략 7권을 반 정도 읽었다.  8권으로 되어있어 곧 다 읽을 듯 한데, 각 권에서 다뤄진 이야기와 시대의 교훈을 따로 정리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더워서 헉헉거리면서도, 올여름 한국에서 겪었을 더위를 생각하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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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도 정성이죠.. ㅋㅋ 저희도 로스팅해서 커피 마실 수 있지만 이게 안 되더군요.. 그냥 귀찮아서 믹스커피 마십니다..

transient-guest 2016-09-08 12:28   좋아요 0 | URL
이걸 즐겨야하는데, 아직은 귀찮기만 하네요.ㅎㅎ

cyrus 2016-09-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대신 물을 마십시다.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에 좋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9-09 00:4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근데 또 시원한 커피가 어필할 때가 있지요..ㅎㅎ 어젠 이곳 기준으로는 갑자가 너무 더웠어요...-_-:
 

이번 주는 노동절 연휴 덕분에 하루가 짧아졌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업무일정은 월-목요일까지 하루 10시간 정도의 업무로 주당 40시간을 채우고 금요일은 출근을 하더라도 좀더 자유롭게 보내는 것이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 조금씩 이런 방식으로 주당 근무시간을 배정하여 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중요한 건 관공서가 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여기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근무로 평균적으로 full-time에 요구되는 하루 8시간 근무를 맞출 수 있다면 나처럼 극단적인 아침형 인간은 오전 6시에 출근할 용의도 있다.  지금도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고객들, 특히 potential client들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고 이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일정은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어쨌든 대충 구상만 하고 있는데, 다음 주나 그 다음 주에 한번 실험삼에 실행해봤으면 좋겠다.  잘못하면 4일간 시간만 길고 일은 제대로 안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잘 수행해나갔는지, 10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월-목요일의 근무로도 회사를 꾸려갈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물론 하루의 근무시간은 다시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오전에는 머리를 많이 쓰게 되는 일을 주로 하고, 오후에는 다소 manual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나눠야하니 이것도 아주 간단하지는 않겠다.  


주말을 푹 쉬면서 책만 읽었는데, 내가 사들인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5-6권 정도 읽으니 흥미가 뚝 떨어진다.  싼값이 마구 사들인 물건처럼 금방 지겨워졌기에 주저없이 그냥 반납하고 다음을 노리기로 결정했다.  사실 내가 끌어안고 있는 책도 장난이 아니게 많고, 못읽고 쌓아두는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읽을거리 부족한 건 아니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서 작으나마 한 쪽에 배정된 한글도서를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기 때문에 이 또한 꽤나 즐거운거다.


지금 선박우편으로 올 주문이 여러 개 있는데, 한진사태로 알라딘 US의 책구매가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일단 곧 들어올 것들이 제 시간에 도착하는지 보고 문의를 넣을 생각이다.  


얼마전에 영어판으로 구해 읽은 이동도서관의 작가라는 건 아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상당히 몽환적인 그림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작가로 생각된다.  영화로 먼저 봤는데, 데뷔초기엔 아주 typical한 금발의 악녀로 주로 나오던 레이첼 맥아담스가 아주 예뻐보였던 것을 기억한다.  이번에 책을 보니 영화는 책을 꽤 충실하게 옮겨놓은 것 같다.  특정 시간대의 시간여행자라고 가정하고, 그의 입장에서는 인생이 엉망이다.  시도때도 없이 사라졌다가 main base가 되는 시간대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죽박죽이지만 어쨌든 직선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일정한 시점까지 살아간다.  그런데 그 주변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귀신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데, 그때마다 젊은 모습, 늙은 모습, 다친 모습 등 다양한 형태로 시야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home base에 살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도 그들의 인생에는 이 시간여행자는 계속 나타날 것인데, 시간여향의 패러독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이 소설은 멜로드라마이면서 SF적이다.  영화를 보던 당시의 느낌보다는 훨씬 드라이하게 다가온 책읽이였는데, 아무래도 원어로 봐야 좀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빌려온 '7년 후'는 일단 그냥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보는 기욤 뮈소는 딱 무협지 같다.  지금까지 4권 정도 그의 작품을 읽었는데, 항상 비슷한 테마와 구성이 아닌가 싶고, 이는 그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조금 반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객관적인 의미는 아니고, 재미는 확실하게 보장하는데, 전체적으로는 읽고나면 특별히 남는 건 없다.  그래도 시간을 보내기엔 아주 좋은 책이고, 책마다 조금씩 변형이 가해진 덕분에 재미는 확실하다.  아마 다음에 빌려오면 다른 작품도 또한 후루룩 읽어낼 것이다.  '내일'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것, '그 후에'는 조금 다른 구성을 보여줬다. 


아사다 지로의 책은 모두 구입해서 읽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책과 에세이에서 글을 발췌하여 편집한 모음인데, 종종 한국에 출판되지 않은 에세이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은 괜찮다.  하지만, 글모음으로 책을 낸다는 건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다. 심한 말로 '거저 먹는'듯 한 느낌.  인생역전이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아사다 지로의 문단데뷔는 36.  이때까지는 장사도 하고 여러 가지 일로 생계를 꾸린 망한 좋은 집안의 자제인 아사다 지로는 유달리 야쿠자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아서 그쪽 출신이라는 루머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며, 다만 좀 험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고.  


오늘까지는 이런 저런 잡무를 처리하고 다음 주의 실험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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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9-0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욤 뮈소의 책을 두 권 읽었나 세 권 읽었나 한데, 음, 더이상 안읽어도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책장도 빨리 넘어가지만 반복적인 패턴이랄까, 그런 게 보이니까 흥미가 확 떨어져서, 음,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자, 하게 되더라고요.
그나저나 주 4일제 근무라니, 월-목 풀 근무로 대체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몹시 땡기네요.. 저는 상사가 너무 보기 싫어서, 하루라도 안보고 싶거든요 ㅠㅠ

transient-guest 2016-09-08 11:57   좋아요 0 | URL
딱 그래서 세 번째 책은 읽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비슷한 기승전결로 소재를 조금 다듬고 버무려 같은 길을 걷게 될 것 같았거든요.ㅎ 한국에 적용이되면 월화수목목목목이 될 것 같습니다만, concept은 나쁘지 않습니다.ㅎㅎ 일단 관공서와 은행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준-공기업에 적용이 되어야 사회 전반에 퍼질겁니다.ㅎㅎ 저도 같이 일하는 상사가 보기 싫은 회사를 5년 다녔어요...-_-:: 지금도 그렇고 첨에 회사를 차렸을때도 힘들었지만 보기 싫은 사람 안보고, 남 눈치 안보고 사는 거 하난 맘에 들더군요.ㅎ

cyrus 2016-09-0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공공도서관에 빌릴 수 있는 책 권수가 10권입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20권을 빌릴 수 있어요. 저도 도서관을 자주 애용합니다만 한 번에 6권 이상은 못 빌려요. 5권 빌려서 다 못 읽는 경우가 많거든요. ^^

transient-guest 2016-09-08 11:54   좋아요 0 | URL
한국책이 좀더 많은 도서관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욕심이 나서 마구 집어오는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번에 10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니까, 10권은 아주 쉽게 갖고 옵니다. 근데 이번엔 가져온 것에서 반 정도 읽고나서 지겨워졌습니다. 확실히 조금은 어렵고 귀하게 얻어야 하나봐요..ㅎㅎ 옛날엔 책이 많아야 100권 정도? 누나랑 합쳐도 2-300권 정도라서 책장 2-3개면 꽉 차있었는데, 보통 같은 책을 2-3번은 읽었더랬죠..ㅎ

yureka01 2016-09-0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진 쪽으로 오면 아무래도 차질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지금 물류가 난리더군요..

transient-guest 2016-09-08 11:52   좋아요 1 | URL
조금 걱정됩니다. 어느 경로로 선편이 오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나저나 참 무책임한 대기업입니다. 이런 조짐은 아무리 못해도 일년 전에는 알 수 있었을텐데요, 돈은 미리 다 받아먹고 15조원어치의 화물선적을 부도내버린거잖아요. 예전에 건설회사 부도날때 보면 일부러 큰 공사 일으켜서 어음으로 업자들 다 등쳐먹고 뒤로 돈 다 빼돌리고 부도내는 수법이 흔했는데, 딱 그 짝이네요.
 

일하다 읽다 운동하고,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TV도 별로 안 보고, 조금 지겹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때를 보내는 운치가 그만이다.  공기도 맑고.  곧 다운타운에 있는 헌책방 Logos에 가볼 생각이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어제 붉은돼지님의 글에 댓글을 달면서 소개했던 Easton Press책을 구하고 싶기 때문인데, 사온다면 충동구매다.  생각해보니 이 서점을 통해서 Easton Press나 Franklin Books의 책을 포함하여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책을 몇 권 구한 바 있다.  특히 책집, 그러니까 책을 넣는 케이스가 같이 나온, 책이 귀하던 시절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데, 아주 예쁘다.  그런 재미에 헌책방을 가는 것 같다.  가끔 싸게 책을 사오는 것도 물론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릴까 싶어 이틀동안 읽은 추리소설 두 권을 정리한다.


산타클라라 카운티 도서관 사라토가 지점에서 발견한 히가시노 게이고.  지금까지 3-4군데의 지점을 다니면서 내가 보유한 책을 포함해서 한번도 그의 같은 작품을 만나지 못한 다작의 작가, 월간 히가시노 게이고.  결말이 뻔한 장르파괴성을 갖고 쓴 소설인데, 언제였는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소설속으로 들어간 작가의 이야기 또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창조된 가상세계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되는 이야기가 유행했던 한 때가 있었다.  


다소 덜 팔리는 추리소설 작가는 도서관에 갔다가 알 수 없는 계기로 자신이 옛날에 창조해놓고 방치한 어떤 테마의 세계로 포트하게 된다.  작가답게 얼른 평행우주 비스무레한 개념으로 이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서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을 맡아 사건을 해결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이야기.  사회파보다는 본격추리소설에 대한 찬미(?)를 담고 있는듯한 테마, 그러니까, 추리소설작가의 시작이 그러했듯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할 고향으로서의 본격추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빌려 읽기 딱 좋은 한 순간의 재미, 그것도 매우 easy한 reading으로 이를 선사하는 책이다.  나쁘진 않지만, 조금은 아쉬운 뻔한 이야기.  내 멋대로 이야기를 extend하자면,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되어 본격적인 추리소설을 마구 뽑아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 결말이...


살짝 르와르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탐정은 그다지 멋은 없다.  28살, 삿포로 어딘가, 거리의 한 귀퉁이를 지켜나가는 이 탐정은 말 그대로의 탐정이라기 보다는 해결사 같은 일을 하면서 알 수 없이 부여된 카리스마로 일을 처리하면서 먹고 산다.  히키코모리도 아닌데, 좁은 아파트는 동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고, 씻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데, 양복은 입고 다니는 등, 마치 열흘에 한번씩 샤워를 하는 험프리 보가트, 여기서 허무의 입술을 빼버린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한 사건을 받아 해결하는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살인사건을 접하고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된 사건들의 실타레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깔끔하지 못해서 읽는 도중에 갑자기 '이건 또 뭔 소리래?'하는 생각이 절로 나오는 등 아직 다듬을 것이 많은 듯 싶은데, 잘 키우면 꽤 멋진 탐정의 이야기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 시리즈는 12편이 있고 두 번째 작품은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번역된 건 세 편인 듯.  어쩌면 나중에 모으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나쁘진 않았지만 처녀작이니만큼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소설가 천승세라는 분의 평역으로 나온 소설 십팔사략을 열심히 읽고 있다.  여기서 다뤄진 이야기는 여러 가지 책으로 벌써 다 접했는데, '소설 손자병법', '소설 전국시대', '열국지', '삼국지', '초한지' 등등에서 극적인 요소라는 기름기를 싹 빼버린, 조금은 팍팍하지만 단백질이 풍부하여 몸에 좋은 닭가슴살과도 같이 요점을 잘 잡아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조금은 중역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박정희놈의 군사반란을 쿠데타로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나는 이분의 사관이 맘에 든다.  다 읽으면 별도로 정리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읽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건 또 깊은 맛이 있어 이래저래 독서가 즐거운 요즘이다.  많이 사들이고 빌려서도 읽이서 그런지, 양적으로는 최근 5년 중 가장 좋은 독서의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다독도 독서의 양적인 면에 치중하는 일종의 강박이 될 수도 있다는데, 난 못 읽어본 책이 너무 많아서 아직은 양적인 면에만 노력을 기울여도 될 것 같다.  깊은 독서를 꿈꾸지만 어쩌면 그건 한 50이나 60대에 이르러서 시작해도 나쁘지 않겠다.  천승세 소설가의 이름으로 이런 저런 책이 몇 권 검색되는데, 보관함에 담았다가 나중에 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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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9-0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팔사략....재밌지요. 고우영의 만화로 봐도 아주 재밌습니다~!
요즘 보니, 영어판 삼국지도 만화로 나왔던데, 퀄리티가 있더군요. 수호지, 삼국지, 십팔사략, 병법 삼십육계...예전에 고려원판으로 읽은 기억이 나네요..ㅎ 지금은 하나도 세부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transient-guest 2016-09-01 12:14   좋아요 0 | URL
저도 고려원 책으로 처음 소설 손자병법을 접했지요. 국민학교 3학년 무렵에 아버지의 책으로..ㅎ 그때 마침 보물섬에서 이두호씨가 만화연재를 시작했는데, 너무 느려서 소설로 읽었어요.ㅎㅎ 정비석의 삼국지는 최근에 다시 구했고, 십팔사략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우영 만화는 다 좋은데, 그림체가 가늘어서 눈이 좀 피곤해요..ㅎ 나이가 나인지라..ㅎㅎㅎ
 

오늘 뱃속에 회가 동해 간만에 Logos에 갔다.  오른쪽부터 각각 $5, $15, $15, $10, $10에 샀다. 상태가 조금 나쁘거나 얇은 책은 다소 낮은 가격에 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책은 소피아 해나라는 작가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아로를 차용해서 만든 미스테리소설이고, 나머지는 고전문학이다.  존 스타인벡의 책 두 권, 아라비안 나이트, 그리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어쨌든 책장에 또 새로운 입주자가 생겼다.  모두 붉은돼지님 탓이다...ㅎ

Logos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Easton Press와 Franklin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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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는 반성하라 ! 붉은돼지는 반성하라 ! 붉은돼지는 반성하라 !

transient-guest 2016-09-01 1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지름신 바이러스가 온라인으로도 전염되는 걸 이번에 제대로 경험했습니다..ㅎㅎ 붉은돼지님이 이곳에 오신다면 같이 손잡고 정답게 Logos를 누빌 수도 있겠습니다만..ㅎ

붉은돼지 2016-09-01 11:24   좋아요 0 | URL
어머머머머.... 곰발님~ 이러시면 곤란해요 ㅎㅎㅎ
곰발님 때문에 구입한 책이 얼만데요...ㅎㅎㅎㅎ
같이 반성해요.... 호호호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그러면...


곰곰발은 반성하라, 곰곰발은 반성하라, 곰곰발은 반성하라 !

transient-guest 2016-09-01 12:06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반성합시다..ㅎ Let us all fall in love~~~

마립간 2016-09-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아름답네요.^^

transient-guest 2016-09-01 12:08   좋아요 0 | URL
Easton Press는 저 같은 보통사람의 수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장정입니다. 물론 돈많은 분들은 진짜 고서를 취급하는데, 아무리 저렴해도 수백 수천불이니 전 관심이 없구요..ㅎ Las Vegas에서 고서점엘 갔는데, 아주 매력적인 사서가 그러더군요, 기본이 그 정도라구..ㅎㅎ

붉은돼지 2016-09-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께 물려받은 영인본이 여러권 있는데요...서애전서니, 퇴계문집이니 학봉문집이니 하는 것들요....한문 역시 거의 까막눈인 제가 봐야 뭐, 애급 상형문자 더듬는 것이나 진배없는 수준이라....뒤적여 볼일은 거의 없지만요(그래서 이 영인본들은 옷장안에 차곡차곡 쌓아놓았습죠..ㅎㅎㅎ ) 이 영인본들을 저 책들처럼 가죽장정에 둘레에 번쩍번쩍 금박을 처바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가격이 엄청 올라가겠지요만은...옷장안에서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제가 미쿡에는 아직 한번도 가보질 못해서 언제 미쿡가게 되면 꼭 연락을 드리지요...소생이 워낙 낯가림이 심하지만...저런 책방찾아갈려면 t님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45   좋아요 0 | URL
하드커버로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청하면 저렇게 하드커버 정장본으로 만들어주더라고요.. 가격이 좀 쎔.. ㅎㅎ

transient-guest 2016-09-01 12:09   좋아요 0 | URL
영인본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 출간된 상태 그대로요.. 괜히 남의 손을 타다가 책이 망가질까 두렵습니다... 혹시 미국하고도 켈리포니아하고도 실리콘 밸리에 오실 경우 꼭 연락 주셔요.ㅎ

yamoo 2016-09-0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이 헌책방인가요? 와우! 저도 가 보고 싶네요.

헌데, 전 아마존에서 개인이 헌책 파는 사람들의 가격보고 놀랐습니다. 32만원 짜리 새책을 아무리 헌책이지만 3-4달러로 내놓는 개인들을 보니, 저 가격이 믿을 수 있는 가격인지 의심이 들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저 원서를 이태원가면 살 수 있을 듯합니다만, 아마도 가격은 2만원 부근일 듯합니다. 알라딘 외서 코너 하드커버 장정은 1만원을 가뿐히 넘으니....어쨌거나 저도 무척 가 보고 싶은 곳이네요~

transient-guest 2016-09-01 12:12   좋아요 0 | URL
Logos는 산타크루즈 인근에서는 서점으로서 last man standing입니다. 중간에 대형체인인 보더스가 들어와서 한 10년을 영업하다가 회사가 망해서 없어졌는데, 그 동안 작은 서점이 많이 없어졌거든요. 전형적인 히피타운에 대학타운이라서 그랬는지 Logos는 살아남아 저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요.ㅎ 아마존은 좀 겁나는데 그래도 rating system이 꽤 정확합니다. 저도 아마존을 통해서 윌리엄 샤이러가 쓴 다양한 3제국이나 2차대전에 관한 책을 개인들이나 온라인 판매를 하는 서점들에서 구했어요.

cyrus 2016-09-0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른 돼지보다 책이 배고픈 붉은 돼지님이 됩시다.˝ - John ˝Cyrus˝ Mill

transient-guest 2016-09-01 14:08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붉은 돼지님을 본받아 책탐을 실현합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