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발이같은 놈들이 수 십명씩 사면되었다.  바로 그 자들과 같이 국립호텔에서 지내야 마땅할 쥐새끼에 의해서 말이다.  쥐새끼를 이을 닭의 진영에서는 이를 욕하는 모양이다.  그래봐야,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을.  내가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나는 닭이 쥐를 비난하는 것에 영 적응하기가 힘들다.  불과 두어달전에 그들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로서 뭉치지 않았는가?  지난 5년간 쥐의 만사에 닭이 한번이라도 울었던 적이 있던가.  그런 주제에, 이제는 쥐가 사면발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한번 꼬꼬댁이란다. 

 

내가 보는 것은 오직, 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기 사면발이들을 챙겨주는 쥐의 모습과, 이를 실질적으로는 방조하면서, 그저 구색맞추기로 한번 꼬꼬댁하는 닭의 훈훈한 모습뿐이다.  어린이 동화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쥐와 닭의 끈끈한 우정을 주제로하여, 어떻게 이들이 십년간 호랑이의 강토와 백성의 간을 파먹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꼬였다고 마라.  나는 꼬인 것이 아니다.  그저 행간을 짚어 현실을 직시하고자 함이다.  명색이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이렇게 가끔씩 떠들기라도 해야겠다.  

 

그나저나 닭은 좋겠다.  사람들이 닭을 잡자고, '닥쳐라!'하고 달려들때마다 '꼬꼬댁'하면서 시선을 돌리기에 좋은 구명절초가 여러 개 남아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가 그랬더랬다.  BBK는 닭이 떨어져도, 올라가도 파헤쳐질 것이라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닭은 떠오르는 태양인데, 쥐와의 약속이 사실 무에 그리 중요할까?  닭이 살기위해서라도 쥐부터 잡고 볼 일이다.  그러니 쥐와 닭의 밀월도 얼마 남지 않았을게다.  그런거지 뭐.

 

국민 대다수의 행복지수와는 무관하게 경제대국인데다가 정치선진국이기까지 한 조국이 눈물겹게 자랑스러운 날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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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던 몇 권의 책들을 마무리했다.  바쁜 지난 3주간이었는데, 이번 주말까지의 일로써 모두 끝났다.  이번 주는 조금 숨을 돌리고, 청소도 하면서, 그간 좀 마구 다룬 내 몸을 아껴주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해줘도, 먹는 것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마구 부어버린다.  역시, 이제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다른 부분의 생활도 더 신경을 써야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젊게 생각하고 사는 것은 물론 신체적인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를 안 먹는 것은 아닌 것이다. 

 

1차대전이 조금 지난 후, 스페인 명가의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 뤼팽은, 그러나 그를 유명하게 해준 괴도행각 대신, 무려 정의를 위해 유산상속에 얽힌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영국인답게 냉철한 추리와 신속한 행동, 그리고 기계같은 감정조절로 실수가 거의 없는 홈즈와는 달리, 역시 프랑스인다운 감성과 흥분하기 쉬운 열정으로 뤼팽은 종종 실수를 하고, 심지어는 죽을고비도 수 차례 넘기지만, 결국에는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답게, 사건을 해결하고 사랑을 손에 넣는다.  물론 그 댓가로 2억프랑의 유산상속은 포기하겠지만...

 

한 가지 웃긴 것은, 작가서문인데, 이 시기의 모리스 르블랑에 따르면 뤼팽은 극우에 보수주의자, 다시 말해, 완벽한 자본주의자라고 한다.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말이다.  괴도 뤼팽이 극우에 보수주의자라니...

 

 

 

 

 

 

 

 

 

 

 

 

 

 

양귀자라는 작가는 사실 다른 작품 - 아마도 영화화 되었던 그 책 - 을 통해서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유명한 작품 '원미동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군사정권의 막바지인 1986년을 전후해서, 이미 서울의 bed town으로 전락하던 부천의 원미동, 한 구석의 그저 그런 여러 이웃들의 삶을 통해 때론 즐겁고, 때론 행복하지만, 대체로 많이 고단하던 서민들의 삶을 이웃과의 interaction을 통해 조명한 작품같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들 상당부분이 딱 이 정도,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 그 만큼의 모습이라서, 요즘의 도심을 무대로 하는 소설들보다 훨씬 더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졌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바뀐지 오래인 그 동네의 모습에서 작품이 쓰여지던 당시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다.  지금도 기억하는 부천의 모습은 중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편으로 끝없이 펼쳐져있던 20층 아파트들의 공사모습인데, 아피아 가도 양옆으로 매달려 있었다던 스파르타쿠스와 검투사노예들의 처형모습이 떠올랐더랬다.  철골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형틀이 끝없이 서있던 그 모습이, 어쩌면 서울을 둘러싼 대다수의 도시서민들의 삶의 모습일런지도.

 

내가 기억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기본구조는 같으나, 원작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명작만화버전으로 보았던 스토리는 훨씬 더 elaborate해서 스토리를 펼쳐놓았던 것 같은데, 원작은 사실 매우 빨리 움직인다.  주로 주디의 편지를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보는데, 예를 들면,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당시, 그리고 소설의 무대가 유럽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도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명작동화의 무대는 유럽이었으니까.

 

요즘의 눈으로 보면 조금 웃긴 것이 사실, "키워서 데려가는" 뭐랄까, 미연시나 라이트 노벨류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데, 시대적인 부분을 감안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작가는 아쉽게도 속편까지만 쓰고 서른이 채 안된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작품들은 이렇게 남아서 많은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의 마음속에 꿈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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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2-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부천은 소사라고 했는데 복숭아가 유명했지요.요즘은 복숭아 과수원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2-02 00:41   좋아요 0 | URL
송내, 소사, 부천 일대는 다 아파트촌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근방에서 산이나 들판을 본 지도 꽤 오래전의 일인 듯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민게임이라고 할 만큼 널리 퍼진 게임이다.  특히 전작인 StarCraft와 StarCraft: Brood War은 거의 십 여년 이상이나 한국의 게임 및 기간산업 - PC방, PC, 중계 - 을 키웠다고까지 회자되는데, StarCraft 2는 그 정도의 impact는 없지만, 여전히 프로리그의 게임시합이 이루어지고 중계되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게임도 좋아하지만, 그 보다는 책을 더 좋아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없어지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은 매우 줄어들어, 거의 play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책읽기는 보다 더 간편한점도 있고, 휴대성도 좋아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StarCarft는 게임만큼이나 소설도 재미있는데, 그간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게임속의 에피소드들이 그들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바 있다.  

 

이번의 StarCraft 2: Flashpoint에서는 - 실제 게임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전작 초반 Terran미션에서 Mengsk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Zerg의 Queen으로 다시 태어났던 캐리건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직후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게임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Zerg와 Protoss를 만든 고대인, Xel'Naga라는 종족이 있는데, 이들은 뛰어난 과학력을 가졌던, Protoss에게는 신과도 같은 신비의 종족이다.  관련소설에서는 항상 그들의 유물과 유적은 신비의 대상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서는 이 유물이 캐리건을 다시 인간으로 만든 것으로 설정되었다. 

 

사실 이런 소설들의 내용은 그저 joyful하게 읽기에 좋은 것이고, 어떤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임속에서 본 인물들이 보다 더 생생하게 구현되는 것, 그리고 게임상의 간략한 에피소드들이 작가의 상상에 의해 재구성되어 훨씬 더 흥미로운, 복잡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재미라고 생각된다.  얼마나 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는지 모르겠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런지도 모르겠지만 - 사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들이다.

 

 

 

 

 

 

 

 

 

 

 

 

 

 

 

 

 

 

 

 

 

 

 

 

 

 

 

그리 많은 작품이 눈이 띄지는 않는다.  그래도 위의 archive에는 4권의 책이 합본으로 나와있는데, 늘 말하지만, 이 책들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초급수준이라서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겠다.

 

게임도 재미있고, 책도 재미있지만, 어쩌면 현실은 더욱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이 게임 덕분에 일세대 신주영이나 쌈장 이기석을 필두로 수많은 프로게이머가 나왔고, PC보급율도 높아졌고, 인터넷도 더 활성화 되었지만, 진짜 드라마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테란의 황제 임요환.  다른 유명한, 일세를 주름잡았던 게이머들도 많고, 나름대로 한 시기를 주름잡은 홍진호, 강민 같은 선수들도 있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주목받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일세대 신주영처럼 게임때문에 흥했다가 게임때문에 망한 경우, 더 심하면 M모 게이머처럼 도박에 연루된 승부조작때문에 형사법 처벌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임요환은 그러나, 잘 살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때까지 운동도 공부도 뭐에도 재능을 보이지 않던 한 소년이, 이 게임을 접하면서 인생이 바뀐 것인데, 천재라면 천재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동안 종족간의 상성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던 테란 종족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당시만해도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과 dropship의 활용으로 한때 황제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멋진 플레이를 보인 그는, 군대도 잘 다녀오고, 탤런트도 만나고,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탤런트를 만나고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굳이 StarCraft 2 리그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것 같고, 적당한 때 잘 물러나서 - 군대를 다녀온 후 실력이 좀 떨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경쟁도 심해졌었고 - 사는 것을 보면서, 정말이지 게임보다, 소설보다도 재미있는 것이 우리들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마침 바쁜 케이스도 그럭저럭 마무리되어 가는데, 이번 주말에는 간만에 스타나 한판 때려(여기서는 이 표현이 딱 맞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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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역시 샌님들이 많아서 게임에 관한 글에 댓글이 없군요.하하하...

토요일 케이비에스 프로그램인 '두드림'에 게임 고수인 작가 이인화 씨가 나와서 이야기하던데 재밌었어요.개그맨 양세형과 아주 죽이 잘 맞더군요.

소설을 게임으로 만든 것으로는 톰 클랜시 <레인보우식스>가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1-28 23: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2004년인가에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재방송을 보았어요. 정말 대단하더군요. 은근히 재미도 있고. 그러면서 소설도 더 읽어보고. 아무래도 게임세계를 소설로 구현한것을 보고나면 무엇인가 더 생동감있게 전달이 되더라구요.
레인보우식스도 말씀보니 생각이 나네요. 톰 클랜시는 참 다작이죠. 이 사람도 초기작들이 더 재미있어요. Patriot Game이나 Clear and Present Danger같은거요. ㅎㅎ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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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한창 뜨겁게 스크린과 포탈뉴스를 달구었었다.  그들의 초점은 거의 한결같이 늙은이의 미성년 십대소녀에 대한 욕망, 신인배우의 올누드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영화를 보았을때, 내가 본 것은 역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에로티시즘이었다.  영화의 매 순간, 다른 장면은 크게 기억나지 않고, 박해일의 연기도, 김고은의 투혼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남는 것은 십대소녀로 분한 김고은과 젊어진 이적요 시인, 박해일의 비뚤어진 듯한, 그리고 욕구와 욕망이 활활 불타는 이젹요 시인의 상상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정사장면 뿐이었다.  정말이지, 그리고 한 동안, 살짝 욕지기가 나오곤 했었다.  "미친 영감탱이.  늙어서 남은건 여고생 패티시인가?  그리고 그걸 교묘하게 catch해서, 어린 신인 여배우를 벗겨 그럴듯하게 포장한 한국 영화계는 역시, 그렇구나" 이런 말이 나올만큼 말이다.  대단한 영화평론가도, 팬도 아닌, 그저 그런 한 사람이면서...

 

그리고, 2012년 11월 경의 한국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호기심 반, 확인차 박법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사들고 돌아왔더랬다. 

 

그러나, 나는 이후 오랫동안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영화의 장면들과 오버랩되는 늙은이의 엇나간 욕망에 대한 장면이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13년 1월 나는 '은교'를 읽었다. 

 

책을 집어들고 한번도 내려놓지 못하고 숨가쁘게 그러나 매우 편안하게 한숨에 내려 읽어갔다. 

 

영화가 추구했던, 아니 추구한 것으로 보였던 에로티시즘이 아닌,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저 순수한 하나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렇게 보였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겠지만, 누구나 손가락질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겠지만, 아니 비정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은교'는 분명히 - 그렇다. 나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 사랑이야기,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느낀다. 

 

이적요-은교-서지우, 은교의 눈으로는 은교-이적요-서지우라고 볼 수도 있는 이 구도, 그리고 성애, 이젹요와 서지우 - 길을 잘못 듯 문청의 시절부터 함께한 그들 - 의 이야기, Q변호사...이 모든 것들은 그저 사랑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장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애는 손녀 같았고, 어린 여자 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나 엄마 같았다'라는 이적요 시인의 말과 '하고 싶으시면요, 키스......하셔도 돼요......할......아부지가......나를요, 이렇게......갖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구요. 이까짓 게. 뭐라구요'라는 은교의 말에서, 나는 사랑을 보았다. 

 

나이, 아니 그밖의 많은 이유로, 현실화될 수 없는 사랑을 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간 후에 느끼는 은교의, 이적요 시인에 대한 아쉬움 - 으로 표현되는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사랑 - 을 보면서,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것임을 느낀다.  변태스럽다고, 패티시라고 해도, 이 얘기는 기실 노인과 십대 소녀라는 구도를 빼고 - 예컨데, 노인을 청년으로 바꾼다고 하자 - 보면, 연애소설인것이다. 

 

PS 소설에서 거슬리는 한 가지.  5.16.  그래 박정희.  본국명 다카키 마사오의 군사 쿠데타를 굳이 군사혁명이라고 표현하는 박범신 작가...아니면 그의 습관일지도 모르는 그 말이 너무 괴롭게 다가왔다.  쿠데타는 쿠데타인 것이다.  혁명과는 분명히 다른, 쿠.데.타.  2012년에 민주화의 venue를 빌어 다시금 일어난 쿠.데.타. 

 

PS2 뜬금없이 십여년전, 5월경. 로스쿨 1학년 연말시험을 준비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 당시 절친이던 한 녀석의 결혼소식. 그리고, 하루 venti 석잔과 콜라 2-3병으로 엉망이던 몸상태.  공부하면서 당시 활성화되던 youtube을 통해 보고 듣던 장나라의 4월이야기.  그 노래에 왜 그렇게 설레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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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미앤 2013-01-2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사랑인 거시다' 비뚤어진 철자법에서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란 걸 말씀하고자 하신 것인지.. 무엇이 십년전 이야기를 떠오르게하는 책이 되게 했을까.. 궁금하네요.

transient-guest 2013-01-25 02:55   좋아요 0 | URL
별 의미없이 쓴 말입니다. 십년전 이야기는 그야말로 random하게 떠오른 것이구요. 역시 본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또 첫 몇 작품들에 대한 느낌이 그저 그랬다고 해도, 모리스 르블랑이 대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출판된지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수 십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꾸준히 출판되고 구매된다는 점, 그리고 계속해서 다양한 만화와 영화 등의 모티브가 된다거나 하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문학적인 작품성, 완성도 같은 것들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일단, 첫 몇 권을 읽을 때에는 적응이 되기 전이어서 그랬는지, 번역상의 이슈였는지, 내가 생각하던 뤼팽의 느낌을 받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 이에 따라, 작품 및 작가에 대한 이미지 역시 그저 그렇게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50% 가량을 읽어내려간 지금, 스토리 자체의 완성미나, 캐릭터 구성 등에 있어 훨씬 더 안정된 감을 받고 있다.  상당히 만족하면서 읽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최근 1-2주간, 상당히 힘들었던 책읽기라는, 어쩌면 살짝 마른 펌프에 fresh한 물을 뽑아내기 위한 물붓기같은 독서를, 다행스럽게도, 뤼팽이라는 괴도를 통해 만끽할 수 있었고, 이는 다른 독서를 이어갈 양분이 되었기에 더욱 만족스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남은 시리즈를 읽고 있다.

 

파타마 운하를 둘러싼 정계의 스캔들을 바탕으로 하여 썼다는 이 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협잡과 협박은 정치/경제의 element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홈즈와 마찬가지로, 뤼팽도 때로는 그를 능가하는 듯한 악당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흥분하기 쉬운 성향과 (프랑스인과 영국인의 차이를 보는 듯) 함께, 살인을 하지 않는 뤼팽 vs. 살인도 불사하는 그의 적들의 대결에서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점점 뤼팽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둑은 도둑인 법. 역시 뤼팽의 가장 큰 목적은 재물이다.  그 과정에서 물론, 악인들을 응징하게 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정의감의 발로이며 이를 위한 성취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byproduct으로써 말이다.

 

일종의 외전으로써, 장편으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은 일화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괴도로써, 아니 그 이상, 뤼팽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스토리들도 들어 있어, 매우 신선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뤼팽의 사랑이야기, 뤼팽을 좋아하게 된 적편의 여자덕으로 위기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이야기, 그리고 가장 압권인, 한 에피소드에서는 뤼팽이 비록 의뢰받은 재물을 모두 잧아냈으나, 뤼팽 자신보다 훨씬 더 욕심이 많는 의뢰인단 덕에 계약으로 보장 받았던 보석들을 포기하는, 다소 우스운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일차대전 (및 그 이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포탄파편'을 보면 일차대전 당시 프랑스인이 가지고 있던 독일인에 대한 이미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기실, 지금은 서방에 편입되어 있지만, 오랜 역사의 시간에서 독일은 동유럽인으로 야만시 되어왔었다.  마치 중원의 제국들이 진나라를 보듯. 

 

'황금 삼각형'은 전후, 금을 둘러싼 상이용사와 악인의 wife, 그리고 그들을 돕는 뤼팽의 이야기인데, 이 시절이면 유럽의  황금시대는 이미 지났고, 서서히 스윙과 재즈의,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의 (그리고 겟츠비의) 시대로 진입하려는 시기가 된다.  이 시기면 뤼팽의 나이는 약 오십대 전후로 추정되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시기를 배경으로 하려는지 궁금하다.

 

이 밖에, 주말에 드디어 소설 '은교'를 읽었다.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좀더 자세히 써보고 싶기에 일단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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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 통일 이전에도 프랑스에서는 프로이센을 아시아에서 온 훈족과 같은 침략근성의 나라로 보는 경향이 있었죠.1차대전 때는 연합국 인민들 사이에서 독일에 대한 공포가 더했다고 합니다.심지어는 식인을 한다든가 하는...그러다가 2차대전이 끝난 후 서독을 공산권에 맞서게 하려고 연합국들이 나치전범들을 석방하여 활용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더라고요.

transient-guest 2013-01-24 02:24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냉전시대 혹은 지금처럼 경제 bloc시대 전에는 자기들끼리 무지하게 싸웠죠? 그런데 또 웃긴것이 1차대전이 적어도 황실간에 볼때는 가족간의 전쟁이었다는 것이죠. 참전국의 황실이 서로 혼인관계로 피가 섞여있었잖아요. 2차대전 후의 그런 행위의 피해는 한국도 많이 입었죠 사실. 친일파의 대거활용, 일본의 경우는 1급 전범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배려해서 국가가 정상화 될 수 있게 했잖아요. 프랑스처럼 싹 쓸어버렸었더라면 하는 위험한 아쉬움이 좀 남네요.

노이에자이트 2013-01-2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유럽왕족들은 혼인으로 서로 얽혀있었고, 또 외국인 혈통이 많으니까요.영국 왕도 독일 혈통이고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와 친인척 관계죠.

일본과 서독의 전범석방엔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 강대국들의 암약이 있었죠.

아...그리고 프랑스도 친나치 잔당이 의외로 많이 살아남았어요.미테랑도 파시스트단체인 불의 십자가단에서 활약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죠.우리나라와는 달리 서구에서는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를 않아요.비시 정권 때 협조자가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1-25 08:47   좋아요 0 | URL
어릴때에는 드골이나 장개석같은 군인출신의 우파독재자들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배웠었죠. 지금도 드골이 비시부역자들을 잘 청산했다고 알려져있는데, 실상은 그와 다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