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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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는 일전에 그의 신작, '제노사이드'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의 신선함이나 아이디어, 그 이상 뛰어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과 함께, 소설을 통해서나마 필요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장본인들의 응징을 보는 것에 대한 통쾌함이 생각난다.  이 책은 2001년 경의 작품인데, 무려 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의 근대 추리소설의 선구자 같은 사람인데, 에드거 앨런 포우를 존경한 나머지 이를 필명으로 사용했던 유명한 작가이고, 나 역시 최근 번역판을 통해 다양한 그의 괴작과 기작을 즐긴 바 있다.  그러니 이 상은 추리소설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증명이 된다.  이런 권위있는 상을 '돌아가면서' 혹은 '특정 원로작가계파'에 따라 분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바램이 깃든 믿음이 있기에 그런 것이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그저 간단하 플롯을 소개한다면, 어느 사람이 곧 사형되는데, 그가 무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섭외하여 이를 통해 재조사를 벌인다는 것이 기본설정.  물론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건, 현대의 추리소설이란 워낙에 독자들의 눈이 밝아진 탓에, 그리고 이미 수많은 트릭이 사용되었기에, 한 두 가지 플롯이나 맹점을 이용한 트릭은 금방 밝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소설가는 이중삼중의 트릭을 뒤섞고 트리플 반전 정도는 시전해야 작품이 끝까지 흥미있게 읽힐 수 밖에 없다는 고민을 떠안고 소설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 

 

물론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든 소설이라면 간단하게 서술형으로 구성할 수 있겠지만, 뛰어난 추리소설의 묘미를 살리려면 그만큼 서스펜스를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사회이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 테제자체가 메시지를 떠나 소설의 배경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읽는이의 마음에 질문을 던져야 하기에, 더더욱 작품을 제대로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심사위원장인 미미여사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은 이 작품은 그야말로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과 한국에서 100만부가 팔리고 2002년에 영화화 된 적이 있다고 하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걸출한 신예의 등장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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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3-02-2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리소설을오랫동안 떠나있었더니 언제부턴가 '사회파'라는 말이 생겼더군요.
근데, 이 사회파란게 단지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게 아닌가봐요.
정확히 사회파에서 다루는 이슈들이 뭘까요?

제노사이드와 이 책, 어떤 것이 더 좋으셨어요?
제노사이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은데..

transient-guest 2013-02-28 01:46   좋아요 0 | URL
재미로는 제노사이드, 사회이슈로는 13계단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정확한 사회파의 정의는 모르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사건들을 작품에 반영하는 어떤 '의식'이 배여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ㅎㅎ-_-:
 

엊그제로써, 드디어 21권으로 나온 '황금가지'사의 괴도신사 뤼팽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처음에는 어릴 때의 단편적인 기억들과 이런저런 기대와 맞물려 조금 낯설기도 하고, 다른 패턴과 전 시대적인 구성 때문인지 몰입이 조금 어려웠으나, 읽어갈수록, 현대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낭만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뤼팽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르블랑이라는 작가에 익숙해지면서 작품의 모든 요소들을 하나씩 음미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를 다 읽으면 어릴 때 읽었던 뤼팽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가령 그의 시작, 그리고 작품 이곳저곳에서 언급되는 번외의 모험들에 대한 것도 다 볼 수 있다.  기념비적인 작품이면서 후대 의도 캐릭터의 원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만큼, 추리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장서가라면 꼭 한질을 구입해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런 뻔뻔스러운 트릭은 처음이다.  같은 사람이 다른 액션을 취하고, 조금 전의 일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듯 행동하는 셋팅이라면, 현대의 작품에서는 바로 다중인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다시 설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르블랑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두 미소의 여인'이라는 제목은 아리송하고, 의도된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임에 분명하다.  후기작으로 가면 뤼팽이 사건에 개입하는 계기는 본인과 그리 관련이 없는 일에 우연히 끼어들면서, 돈냄새를 맡고, 나아가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서 그야말로 '회'가 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깊숙히 사건의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뤼팽은 그 나이에도 여전히 정열적이고 급한 성미를 보인다.  이 즈음해서는 뤼팽은 확실한 의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본다.

 

뤼팽은 그의 일생을 통해서 도둑 말고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데, 사랑을 잃고 자원입대하는 외인부대원, 일차대전 참전용사, 모험가를 제외하고도 숱한 공직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20권은 그런 활동의 한 때였던 마약 수사관으로서의 활약을 그린 작품.

 

21권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아들과 조우하게 되는 뤼팽을 보여준다.  복수심에 불타는 칼리오스트로 부인에게 20년전에 빼앗긴 아들, 그 후 복수를 위해 도둑으로 키워진 아들과 뤼팽의 조우는 그러나 이 시리즈의 finale답게, 유쾌한 happy ending을 끝난다.  역시 프랑스인답다고나 할까?  영국인이었다면 그렇게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이제 다음의 목표는 캐드펠과 크리스트 전집이다.  언제고 손에 들어오면 하나씩 읽어가면서 글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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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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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달이었던가, 김영하의 이름만 보고산 그의 첫 사진여행기에 살짝 실망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글이라고는 하이델베르크를 무대로 한 그의 단편 하나라서 좀더 김영하의 글로 이 도시와 그의 여행을 접하려던 기대에 비해 사진 위주로 꾸며진 구성이 이런 쪽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인지 그저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새 책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투의 표현을 했었는데, 내심 다시는 이 시리즈를 사 볼 필요까지는 없겠다 싶은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그러나 도둑이 제 버릇 남 못준다고, 또다시, 그러나 기대는 빼고, 그저 김영하의 책 한 권을 더 읽고 손에 넣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사서 보았는데, 이번에는 나의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알찬 구성으로 수정/보완(?)되어 있었다.  나온 시기를 보니 내 댓글이 영향을 주었을리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내용면에서 매우 향상된 구성을 보여주어 상당히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작은 역시 김영하의 단편들 중 하나로써, 일본인이 등장하는 것, 그리고 그와 나중에 도쿄에선가 조우하게 되는 것 빼고는 크게 일본과 관련이 없다고 느껴지는, 그리고 다른 단편모음집에서 이미 읽은 바 있는 이야기로 되어있고, 중간 중간에 김영하가 직접 찍은 사진들, 단상, 그리고 무려 여행기 비슷한 글로 꽉 차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과연 읽고나니 외국의 여행 가이드를 잘못 선택하면, 그야말로 백인들이 생각하는 -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덜 재미있게 느껴질 - 일본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로 된 책이라해도, 주안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도쿄는 '카페'로, '숍'으로, 또는 '장난감 가게'로 묘사되어 "부분적으로 옳고 전체적으로 틀'린 가이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여행이란 그의 말처럼 여행안내서 안을 돌아다니다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역시 공감하게 되는데, 한번으로 만족하지 말고, 좋은 곳은 여러 번 돌아다니면서 관광 이상의 그 무엇을 보는 것이 좋다는 것.  물론, 이는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일본은 워낙에 가까운 곳이라서, 이런 식의 구도를 잡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정 부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는 그렇게 갈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지만, 그 대신 땅이 넓으니까, 주변 도시부터 하나씩 이렇게 다니는 것으로 흉내는 낼 수 있겠다.

 

이런 구성이라면 다음 번의 책도 사서 보게 될 것이다.  일단 두 권까지 나온 것 같은데,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세 번째 이야기는 아직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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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어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선물이 도달했다.  처음에 왠 캐나다 주소로 발송되었다가 반송되었고, 이후 현재 사무실 주소를 알리딘 서재지기님께 알려드렸는데, 배송/반송과정에서 조금 지연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가만히 잊고 지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일인지라, 얼마 전 문의를 드렸는데, 바로 답을 주시고 2-3일이 지난 지금 DHL로 받았다.  front에서 패키지가 왔다는 인터폰을 받고 뭐가 왔을까 했는데...

 

구성은 카드, 다이어리, 머그컵, 그리고 2013년 달력인데,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오늘 하루는 새벽운동으로 시작하고, 이렇게 선물까지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다.  사실 글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개인적인 것들을 그냥 써놓은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댓가로 받은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겠다.  물론 꾸준히 주시는 thanks to도 있지만, 이렇게 '선정'되어 무엇을 받은건 정말이지 살면서 이번이 처음임이 확실하니까. 

 

신경써주신 알라딘 서재지기님,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선물도 그렇지만, 오늘 하루를 매우 즐겁게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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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2-2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움 두루두루 나누셔요~~ 축하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2-21 09: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

saint236 2013-02-2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물건이 거기까지 건너갔군요. 다이어리와 머그컵은 아내가 차지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transient-guest 2013-02-21 15: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네요. 이제 행복하게 자려고 합니다.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우연한 산보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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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와 같은 작가의 원작을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같은 만화가가 그려낸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광고를 보고 사게 된 책이다.  스토리는 '고독한 미식가'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그러나 음식 대신에 그야말로 우연히 도쿄의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면서 생기는 일상의 자잘한, 그리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구성과 모티브 모두 '고독한 미식가'를 그대로 빼다박은 듯한 책이지만, 주제가 '산보'라서 그런지, 우연히, 무계획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걸어다니는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시내의 구석구석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역시 사라져가는 도시속의 옛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조건적인 파괴에 다름아닌 개발에 대한 저자의 반감이 들어나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사라져버린 종로의 피맛골 (맞나?), 용산의 철거현장,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은 잘 알지만, 무분별한 파괴 덕분에 서울은 이제 오랜 것이 하나도 없는 도시로 외국에 알려져 있게 되었다.  개량과 개발, 그리고 보존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반백년의 한국 현대사가 너무 숨가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 국토가 시멘트 천국으로 변한데에는 일본에서 받은 일본식 개화교육, 그리고 이와 합쳐진 국가와 기업의 성장주의의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화뿐만 아니라, 책도 이렇게 화자가 일인칭으로 혼자 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인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살짝 고독함을 느끼게도 해주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래왔다.  쿠스미 마사유키와 타니구치 지로 협작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았지만, '고독한 미식가'와 이 책이 한국에 출판된 전부이다.  타니구치 지로의 다른 만화들은 몇 편 더 들어와 있다만, 내가 본 그의 작품은 쿠스미 마사유키와의 협작으로 지금은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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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2-2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하면서도 깊은 식견을 가지신 트란님 페이퍼는 늘 좋습니다.
1인칭 화자가 혼자 다니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저도 좋아해요.
이곳은 다소 흐리지만 좋은 아침이에요. 화사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3-02-20 10:22   좋아요 0 | URL
식견이라니요, 허접에 가깝죠..ㅎㅎ 프레이야님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네, 이런 화법은 고독이 고독이 아닌, 다른 깊은 재미를 유발하는 것 같네요. 이곳도 비가 막 와요. 덕분에 오후 스케줄은 다 날리고, 그냥 집에와서 와인을 홀짝이면서 'birth of the cool'을 듣고 있어요..ㅎ 남은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