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중동을 비롯한 유사언론사의 신문은 우연한 기회에라도 보지 않는다.  하다못해 포탈뉴스에서조차 이들을 거부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어쨌든, 조중동이 만들어내는 소설은 그리 재미가 없고 문학적인 가치도 없기에 그렇다.  그나마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 같이 그래도 덜 이상한 신문은 아이폰 앱으로 중간중간 보는 정도.  그런 내가 보는 뉴스매체는 이곳의 지역신문과 CNN 그리고 딴지일보 정도라로 하겠다.  딴지일보가 과연 뉴스매체인가 하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최근의 홍석동씨 납치사건, 또 필리핀에 억류중인 한국인 선장, 더 멀게는 외국 어디에선가 살인 용의자로 몰려 오랜 수감/재판 끝에 풀려난 유학생까지 굵직한, 그러나 정부와 조중동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의 해결의 중추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딴지일보는 나에게는 뉴스매체이고 사회활동과 참여가 어우러진 참 언론사이다.  일단 여기까지.

 

한국의 전 국토가 시멘트로 덮혀가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아파트 외의 다른 주거형태를 생각하기 어려웠고, 잊을만 하면 터지던 단독주택에서의 범죄사건을 보면서, 아파트는 그래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동굴처럼 앞문만 제대로 막고 수비하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의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는 안전하기는 하다.  너무 안전해서 이웃과의 소통도 필요없고, 외부와도 철저하게 차단된 구조라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점 진화해가는 아파트 건축기술, 특히 아파트가 집단거주시설임이 무색할 만큼, 구조적으로도 비교적 독립을 보장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다른 입주자와 이웃하거나 마주보는 대문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미 실수요를 따져보면 3:1로 공급이 넘친다는 선대인 소장의 말도 있듯이 이 아파트 열풍은 너무 심한 정도는 넘어선지 오래인 듯 하다.  땅이 좁고, 수도권에 인구의 30%이상이 몰려있다는 것을 가정해도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아파트 건축붐은 심한데가 있다. 

 

그래서 그랬나?  작년에 이런 저런 일로 한국을 드나들면서 그전까지는 덜 다니던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인천공항을 오가던 나는 종종 가벼운 멀미에 시달렸었다.  내가 원래 그런 체질이라면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나는 멀미가 없는 사람이다.  8시간이든 16시간이든 차, 비행기, 배, 어떤 것을 타더라도 멀미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멀미를 할 턱이 없다. 

 

내가 가볍게나마 멀미를, 어쩌면 더 정확하게는 일종의 조급증/답답증을 느낀 이유는 다름아닌 이것들...

 

 

사진으로 보고만 있어도 눈이 가물가물하고 토가 나올 것 같은 이 풍경들 때문이었다. 

 

내가 태어나 오래 살았던 인천은 바다에 면한, 산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약산, 문학산, 청계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과 언덕이 꽤 많이 있었던 도시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과 rebate열풍, 그리고 가카의 치세로 이어진 분양 first 건축 second 입중 whatever whenever정책에 힘입어 지금 인천에는 산이란 산은 거의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산 중턱에 건축을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얕은 산은 다 깎아내버리는 공법을 통해 평지로 만들어진 곳에 20층이 넘는 아파트들을 지어댔기 때문이다.  아마도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자재이익은 땅주인에게 환원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고.  사진의 저런 풍경은 수도권 어디에든지 눈을 돌리면 보이는 지금의 한국 거주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혀가면 자기가 삶아지고 있는것을 모르고 cook되는 솥단지안의 개구리처럼 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런 것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펄펄 끓는 물속으로 던져진 개구리 같았던 모양이다. 

 

수도권 곳곳에 이제는 일년 내내 볕이 들지 않는 구간이 많이 있다.  기존에 5층 단지가 들어서 있던 곳을 20층 이상의 단지, 그것도 훨씬 더 빽빽한 구조로 조성된 고층 빌딩단지 덕분이다.  무리하게 건설사를 먹여살리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정치를 장악한 건설토호들의 분탕질에 국토의 시멘트화는 적어도 당분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4대강을 시멘트로 덮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예산을 사이좋게 나눠먹은 가카새끼 일당도 모자라서, 이제는 지류를 시멘트로 덮겠다고 나서는 3050을 보면서 내가 알던 한국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까 착잡하다. 

 

지방도시, 아니면 현지인들이 외면하는, 개발을 빙자한 파괴의 손길을 피해서 살아남은 곳들만이 내가 추억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개발 그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 대다수와는 관련이 없는 미친 파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개발만이 경기부양의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construction이 아닌 restoration, 친환경, 친사람, software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더 많은 고용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효과는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애써 무시하는 21세기 한국의, 변기모양을 로고로 삼는 신빨갱이들이 참 밉다. 

 

*사진은 딴지일보에서 퍼온 것으로써, copyright에 문제가 된다면, 당장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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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4-18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는 '산'이 999개 있었다는 이야기 있어요. 높지는 않아도 골고루 오르내리는 조그마한 마을이었겠지요. 그 모든 마을 다 판판하게 깎아 저렇게 '서울 곁 잠집(베드타운)' 만들었지요...

transient-guest 2013-04-18 08:25   좋아요 0 | URL
부평에서 인천공항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가 어딘지 이제는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더군요. 예전에는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었는데 말이죠. 먼지도 많고, 칼바람도 많고, 고층으로 꽉 찬 다 거기서 거기인 풍경들 뿐이죠.

야클 2013-04-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신경 써야하는게 아파트 보나는 많지만 저도 단독주택이 좋아요. 마음대로 뛰어다녀도 층간소음 신경 안써도 되는... ^^

transient-guest 2013-04-19 00: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한국에 산다면 아파트보다는 차라리 다세대 주택을 사서 주거공간, 서재공간 나눠서 쓰고 싶네요. 물론 현실은 쉽지 않겠지만요..ㅎㅎ

댈러웨이 2013-04-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로 인천공항 진입할 때 아파트밖에 안 보이잖아요. 기내에서 외국인들은 진풍경이라고 감탄하고. 하긴 저에게도 늘 진풍경이긴 해요. --; 사진 보니까 눈이 팽글팽글 도네요. 요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서로 현관이 마주보게 안 짓나봐요? 미드 간혹 보면 자기 집 앞에서 열리는 것처럼 그런건가요?

transient-guest 2013-04-19 00:49   좋아요 0 | URL
요즘 구조는 그렇더라구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한 unit씩 있는 구조를 봤습니다. 대문이 양 끝으로 복도를 바라보면서 한 구간에 두 unit이 있는거에요.

댈러웨이 2013-04-19 06:02   좋아요 0 | URL
어떤 구조인지 알겠어요. 그리고 이거 인천공항이 아니라 김포공항인가봐요. 그렇게 다녔으면서도 인천이 어땠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괜히 아는척했다. --; 오늘도 날씨 쌀쌀해요? 코끝 매운 아침공기 좋으네요. :)

transient-guest 2013-04-19 06:23   좋아요 0 | URL
김포공항은 인천공항 생기고나서는 안 가봤네요. 아마 심할듯. 아침 저녁으로는 춥구요, 낮에는 해가 뜨거워서 더운 편이네요. 인천공항 위치가 영종도라서 착륙할 때 진입방향때문에 좀 덜해보여요. 하지만, 내려서 고속도로에 올라오면 장난 아니죠...
 

박한철 헌재소장 후보를 보면서:

이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  공안검사 출신에 이런 저런 부정축재 의혹도 모자란 그의 '개념'있는 발언을 보니 윤진숙이라는 듣보잡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를 능가하는 인선신공을 보여주는 듯.  미네르바 사건이 정당한 검찰의 수사였다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그의 전관예우추정대우가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런 사람이 헌재소장, 아니 그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박근혜를 둘러싼 가신단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고방식과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윤진숙 후보:

무슨 말이 필요할까?

 

류현진 MLB 데뷔승:

잘 했다.  하지만, SF Giants와 붙을때는 지난 번 첫 게임처럼 좀 져주기를.  민족과 국가에게 부끄럽지만 내 지역 연고팀이 잘 하는게 더 좋다.

 

부정선거: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낸 금번 선거는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수사를 해서 배후를 밝히는 것, 재판, 이딴걸 넘어서 말이다.  박근혜씨는 하야해야 한다는게 내 기본적인 생각.  옛날 옛적.  Star Wars의 표현을 빌리자면 more civilized time이었다면 만백성이 들고 일어났을 만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관권선거 및 조작으로 간신히 2%를 넘긴 것.  멘붕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단순히 data상으로 이길 선거를 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  문재인이 당선되면 망할 조직과 인간들이 똥과 버무린 구더기처럼 뭉쳐서 치뤄낸 부.정.선.거.

 

로맹 가리:

그의 자서전을 보고 있는데, 참으로 이룬 것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인생이 과연 자기의 인생이었는지 의문스럽다.  다 읽어야 결론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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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님을 다저스 커뮤니티와 우리나라 엠엘비파크 게시판에다 고발해야겠어요 ㅋ

transient-guest 2013-04-11 01:20   좋아요 0 | URL
핫!! 제가 야구를 잘 안보던 시절에는 박찬호만 응원했었습니다...최근 2-3년간 Giants가 World Series를 두 번이나 석권하면서 팬이 됐지요. 보니까, 야구는 덜 집중하면서 TV틀어놓고 딴짓하기 딱 좋은 스포츠더군요. ㅎㅎㅎ

saint236 2013-04-1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현진이 국대로 뛰는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KBL에서도 우리 선수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팀 외국인 선수를 응원하잖아요. 같은 이치가 아닌가요? 미안해 하지 마시길...

transient-guest 2013-04-11 01: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류현진이라는 한 선수이상, 풀뿌리 스포츠가 거의 없고, 엘리트 체육으로 겨우 유지되는 다소 척박한 환경에서 MLB까지 왔으니까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사실 데뷔전을 보는데, 잘 던져도 좋고, 못 던지면 Giants때문에 좋더라구요..ㅎㅎ
 

일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아니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무엇인가 잘 안되고, 하기 싫어지거나 막힌다는, 즉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주로 앉아서 고민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2-3일 정도를 낭비하기가 일쑤다.  하지만, 경험상, 이럴때에는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quality에 대한 생각도, 효율에 대한 생각도 말고, 그저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grind out같은 것인데, 다른 때에 한 시간에 5페이지가 나올 것을 반 페이지밖에 못 쓰더라도, 일단은 계속 줄기차게, 끈기있게, 달려들어서 하나씩 메꾸어 가다보면, 무엇인가 그 action자체에서 나오는 힘이랄까, 의지랄까 하는 것들이 작용하여 종내에는 원하던 목적에 가까이 가게된다.  창의적인, 혹은 점수를 받기위한 일들은 이렇게만 해서는 물론 곤란하고, 어느 정도 다시 탈고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고 본다.

 

지난 주에 시간을 충분이 두고 어느 정도 진행이 가능했을 현재의 케이스를 미루기만 하다가 주말의 다른 일들에 치여서 결국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을 더 읽었거나 후기를 남긴 것도 아니라서, 일찍 엄마을 잃은 - 내 사촌 여동생 - 육촌 조카와 함께 몬테레이에 있는 수족관에 다녀온 것이 그나마 다행인 한 주의 마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적거리다보니 월요일인 오늘까지도 그저 그런 페이스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슬슬 몰려온다.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려고 다시 알라딘에 접속하여 되지도 않는 글이나마 끼적이면서 무엇인가 inspiration을 구하고 있는 나의 결과물이, 오늘의 글 되겠다.

 

리뷰를 남겼는지 가물가물하여 다시 써본다.  

동화란 것은 본디 좀 슬프고 잔혹한 면이 없지는 않다.  교훈을 주기위한 우화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어쨌든 동화의 원형을 보면 상당히 슬프고 가혹한 당시의 현실이 묻어나온다.  굳이 한때 유행했던 잔혹동화류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림형제의 동화집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거칠고 어렵던 당시 서민층의 생활상이 그대로 나오는데, 버려지는 아이들, 먹을게 없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의 생활고, 이런 것들이 주된 모티브가 된다.  

 

이런 전통(?)을 충실히 잇는다고 보이는 이 작품은 보는이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환상을, 특히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몽환적이고 우주적인 풍경을 볼 수는 있겠다만, 사실 이 자체가 매우 슬픈 이야기가 된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가난하고 소외받는 주인공이 한 순간 함께 시공간을 거슬러 아름다운 꿈속의 여행을 하게 되지만, 그 아름다운 여행이 기실 주인공의 꿈속에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된 친구와의 마지막을 나우는 것임을 알게 되는 결말에서, 다시 주인공이 처한 가혹한 현실과 슬픔을 보았다면 내가 잘못 읽은 것일까?  낭만적인 주제와 테마에 비해, 플랜더스의 개처럼 더없이 우울한 결말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표지 일러스트는 은하철도 999의 영향인지도.

 

고리오 영감 이래 이어지고 있는 발자크 전작.  

루이 랑베르라는 한 천재의 삶과 죽음을 통해 천재성의 끝을 절대광기로 맺음한 발자크의 또다른 한 부분의 모습을 본다.  세상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한 랑베르의 삶은 발자크가 생각한 자신의 한 부분을 극화시켰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발자크가 꿈꾼 아름다운, 그리고 부유한 귀부인, 미망인, 혹은 귀족영양과의 사랑, 지원 같은 테마가 이 짧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말하고자 한 주된 테마를 잡아내는 것에는 실패.  내 독서가 요즘 많이 산만하여 그렇다.  에세이류는 그나마 좀 잘 읽히지만, 진지한 문학을 읽기 위한 심적 환경이 좋지는 못하다.  매사 up and down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니까, 일도, 책도, 그렇게 좋을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사이를 무한반복하는 사이, 나의 인생도 지나갈 것이다.  

 

'일대종사'에서 엽문의 회고를 보면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지금와서 보니 40대까지는 모두 봄이었던 것 같다'라는 말이 문득 서글퍼지는 건 왜일까.  그 말대로라면, 난 아직 봄이 한창인데.  

 

머리의 모드를 좀 바꾸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을 좀 마무리해야 가능할 것 같다.  책을 꾸준히 읽는 것만큼이나 현실의 생활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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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정체된 것 처럼 보이지 않는 좋은 글인데요. 폭풍공감합니다. 저도 요즘 발자크의 나귀가죽을 읽는 중인데, 요즘이라기엔 너무 한달을 넘게 붙잡고 있는 ㅡㅡ; 속세의 수렁에 빠져서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자꾸 뭔가를 잊고사는 것만 같아서 씁쓸해요.

transient-guest 2013-04-10 00:12   좋아요 0 | URL
아이구...감사해요. ㅎ 일이 많아지면 신경도 다른곳에 쏠리고, 그러다보니 책을 음미하기가 어려울때가 있네요. 끝이 없는 하나의 과정같아요, 우리의 독서도, 다른 그 무엇들도..

노이에자이트 2013-04-0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절대미를 추구하면 무엇인가를 파괴해야 하죠.그 파괴대상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요.그래서 유미주의 계열의 소설은 자살, 파괴 등 등 결말이 파국적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4-10 00:13   좋아요 0 | URL
랑베르는 자기자신을 정신속에 가두어 놓은 상태로 죽은 것과 금각사에 불을 질러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군요. 그렇게 보니, 루이 랑베르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04-10 17:11   좋아요 0 | URL
금각사 외에 <달과 6펜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그런 예죠.

saint236 2013-04-10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자꾸 미루고, 고민한답시고 끄적거리는 것도 멈추고...

transient-guest 2013-04-10 07:50   좋아요 0 | URL
삶의 무게인지요?ㅎㅎ 바쁘면 쉬엄쉬엄 가야겠죠 뭐. 가다 말다 하면서 가는게 사람 삶인 듯 합니다.

프레이야 2013-04-1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곳에 쓰는 가벼운 글마저 쉽지않게 하는 모종의 마음작용이ㅠ 무조건 써보는 것도 페이스를 잃지않기 위한 방책일 수 있겠군요. 소개하신 발자크의 책 눈여겨 봅니다.^^

transient-guest 2013-04-12 21:47   좋아요 0 | URL
행위 자체에서 무엇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잘 안되면, 그냥 손놓고 있지않고, 생각을 내려놓고, 손에 맡겨서...은근히 효과가 있더라구요.
 

이상하게도, 책읽기와 다른 것들을 함께 꾸준히 즐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게임과 TV, 영화 같은 것들은 얼마든지 함께 꾸준하게 즐길 수는 있어도, 이것들 중 하나와 책읽기를 함께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요즘, 일도 바쁘게 돌아가고 (다행이다...), 스타 2-2가 나왔고, 팟캐스트에서 딴지 라디오의 이런 저런 방송을 듣고, 야구 시즌이 시작했고, 등등의 일들로 주의가 많이 분산되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책이 들어갈 공간이 머릿속에 잠시나마 부족했던지, 책읽기도 뜸했고, 리뷰도 뜸했다.  뇌의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compartmentize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버려야 한다는 홈즈의 말을 살짝 실감한다.

 

스타 2-2를 하기 위해서 2-1을 끝내려고 게임에 치중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때늦은 PS3의 tekken 6의 온라인 대전에 빠져, 하루는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을 온전히 다 보내버리기도 했으니, 그간의 책읽기는 운동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warming up시간, 그리고 매우 private한 몸을 비우는 시간에 주로 할 수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시리즈는 하루키가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살포사건을 접한 후 느낀 바 있어 르포 형식으로 남긴 글이다.  첫 권은 피해자를, 두 번쨰는 옴진리교 신도들을 인터뷰하고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인데, 인터뷰이를 잘 리드하며 말을 끌어내는 재주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그의 생각이 많이 나오는 것은 없다.  권말에 그의 감상, 그리고 하야오와의 대담을 통한 일종의 토론과 분석이 이어지는데, 이 역시 내 나라/민족의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지금으로써는 일본에 국한된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아니, 많은 것은 운명이나 카트마에 슬쩍 던져버리는, 일본인 특유의 사고가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집단 무의식에 녹아 있는 듯 하여 좀 역겹기까지 했다.  전쟁도 그런식으로 해석하는 국민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유형의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친일파들이 흔히 얘기하는 그땐 다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류의 변명과 통하는데가 있어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본 하루키의 글에서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  하루키는 우익이나 보수, 극우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말이다.

로맹 가리의 책을 먼저 읽고 그의 일대기를 읽으라던 김영하 작가의 말에 따르려고 했으나, 읽고 나니 오히려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 그의 일대기를 읽고 충분한 background, 즉 그의 작품이 되는 수 많은 스토리들의 모티브를 알고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버그의 자살은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로맹 가리는 자살히 확실한데, 왜 그랬을까?  전형적인 마더 콤플렉스로 평생을 살고, 많은 것을 이룬 그가, 세버그라는 여자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  그의 작품을 좀더 읽고나서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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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4-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덕분에 영화 잘 보고 올게요.^^

transient-guest 2013-04-03 03:44   좋아요 0 | URL
즐감하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