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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 교수는 현대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범주에 드는 몇 안되는 천재들 중 하나이다. 이십대 후반인가 삼십대 초에 영국 최고의 명문사학에의 교수가 된 이래 총 14권의 책을 펴냈고, 이들은 모두 각각 일년 이상의 peer review를 거쳐 출판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경제학 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이채로운 것은 한국인으로서 1세대인 그가 책은 모두 영어로 썼다는 것이고, 한국에 출판된 국문판은 무려 '번역'이 되어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조중동이나 수구에서 원하는 이론가로서 이런 이력을 지녔다면 벌써 지금보더 훨씬 더 큰 유명세를 타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가 '쥐쥐'하는 정책 운운하면서 말이다. 월등한 그의 지능과 탁월한 커리어 이상 그의 정신이 정직하게 깨어있다는 것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조용헌이 쓴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에도 선정되어 취재되었을만큼 대단히 뼈대있는 집안의 자손인 그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즐겼다고 하는데, 우리 독서인들에게는 역시 매우 반갑고 encouraging한 정보이다.
장하준 교수에 의하면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 내세우는 이론이란 결국 이미 판을 다 차지한 자들 - 작게는 부자, 크게는 부자국가 - 들이 그보다 못한 사람/국가들의 진입장벽을 높히고, 그들의 삶 또는 경제를 자기들의 목적과 필요에 맞게 종속시키기위함인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목적 자체가 그런 inherent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 내 느낌으로는 cause와 correlation을 적당히 섞어 혼동한 - theory라는 것이다. 예컨데 이런 식이다.
- 플로리다 주에서 조사한 결과 아이스크림의 판매가 늘어나면 해수욕장에서의 상어상해도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 아이스크림과 판매증가와 상어상해의 증가는 직접적인 원인-결과가 될 수 없는 correlated 된 사실인, 서로에게 있어 cause가 될 수 없는 독립적인 fact일 뿐이다. 이것을 혼동하면 대략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릴수록 상어상해사건이 빈번해진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장하준 교수에 따른 상당히 많은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이론의 문제는 특정 인과관계의 사실/사건을 분석할 때 결과와 원인을 혼동하거나 의도적으로 섞어 취급하는 것이다. 즉 '경제발전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수많은 행동특성들은 경제 발전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경제 발전으로 따라올 것'인 것을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더구나 많은 것들은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을 보면 특히 신자유주의 학파의 흑백논리는 맹점이 많은, 일종의 self-serving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이런 이론을 다양한 역사적/산술적 수치와 비유로 뒷받침하는데, 매우 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장하준 교수의 다른 책들도 역시 구해서 읽어보아야 우리 시대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학파 내지는 신봉자들, 근본적으로 보수난 수구 (예를 들면 한나라당이나 미국의 공화당 및 tea party추종자들)와의 논쟁을 위한 이론적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그의 한 마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엄청난 물질적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문득 자신의 삶과 견주어 사색해볼만한 경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