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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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고수들의 책리뷰를 접할 때마다 느끼지만 나에게 부족한 reading의 기술은 분석적인 읽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알라딘에 써내려가는 졸속한 글연습이 떠올라 매우 부끄러워지고, 부러워지기도 한다.  요즘 연달아 읽은 고수들의 '책읽기'책들을 보면서 특히 그들과 장정일과의 차별성를 보기도 하는데, 정말이지 used book으로라도 장정일의 이전 독서일기들 1-5까지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워낙 여러 책들을 각각 또는 비교리뷰하였기에, 그리고 매우 솔직하고 대담한 글을 써놓았기에 특별히 한 책에 대한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글에 밑줄친 것들을 옮기는 것으로 내 느낌을 남긴다. 

1. 기현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인문학과 고전 읽기가 유행이다...하나는 대학이 죽었다는 것...점수 벌레로 사육되면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삭제된 교육을 받았던 것...예컨대, 고전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그 책이나 지은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세계'가 어떤 것이었나를 파악하고, 다른 책이나 지은이들의 이상 세계와 비교하는 것이다. 

2. 이제 그만 하자!  못난 놈들끼리 서로 벌점을 주는 사회, 친절이라는 일망 감시 속에서 서로 감시꾼이 되는 사회, 친절이 스펙이 되고 경쟁력이 되는 사회는 우리가 진실로 친절해질 수 없는 사회, 곧 만인 대 만인의 결투장일 뿐이다. 

3. 선택적이고 도구적인 북한 인권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 

4. 좌우를 막론한 여느 당이나 권력은, 자신들의 추종세력이나 민중들에게 '자치'나 '자율'을 주려 하지 않는다...'조직'없는 '운동'만으로는 결코 '체제'를 바꾸지 못 한다. 

5. 노동운동과 경제적-정치적으로 연합하지 못하는 교수들은 특정계급의 구성원이 되기보다는 어정쩡한 '권력의 기회주의적 하인'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6. 선구자란 후세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과거를 다시 구성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것이다. 

반의 반도 채 옮겨적지 못했는데 벌써 팔이 아프다.  책 한권마다의 결론에서 장정일의 촌철살인적인 comment를 본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소화해서 출판해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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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외 지음, 박지향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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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에 관심이 생겨 두 번째로 구해 읽은 그의 책인데, 정확히는 그를 필두로 하여 다른 역사학자들의 글을 모은 compilation이다.  물론 테제는 모두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것인데, 각 단원에서 다음의 전통들이 익히 알려진 것처럼 고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근세에 들어 특정 조직이나 국가 내지는 정부의 필요에 따라 '발굴'되어 'reconstruct'된 것이라는 것을 다양한 자료의 내용을 근거로하여 논증한다. 

1. 스코트랜드 고지대 (highland)의 전통 - 스코트랜드 고지대 하면 아마도 Braveheart나 Highlander같은 것을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퀼트를 입은 남자들이 백파이프에 맞춰 행진하는 모습이라면 많은 사람들은 스코트랜드의 전통을 떠올리게 되는데, 트레버-로퍼에 의하면...모두 구라라는 것.  출처를 알 수 없는 문헌들을 기반으로 누군가 '조사'하고 '발굴'한 내용이 책으로 저술이 되고 퍼지다보면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문헌이나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체가 '전통'을 뒷받침하는 일차사료로 둔갑하는 것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아는 스코트랜드 고지대의 전통은 뻥이라는 것. 

2. 웨일스의  전통 - 주의깊게 읽지 않아 내용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으나 없었던 전통을 '낭만주의'적으로 부활시켰다는 것.  지금도 엄청 시골로 알고 있는 이 지역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3. 영국 군주정 전통 - 화려한 영국 국왕의 대관식, 결혼식, 각종 행사, 역시 모두 뻥.  지난 시대에서 넘어온 것은 거의 없고, 모두 근세에 와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우리가 생각하는 근엄하고 무엇인가 추억되는 낭만적인 영국 왕실의 행사/형식은 개발되고 연습되어 퍼졌다는 것.  그 증거로 이 '전통'이 시작되는 시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 

4. 인도 - 수많은 토호들의 전통 및 의례가 결국 영국왕실의 식민지정책의 필요에 따라 유럽인의 관점에서 보는 '전통'으로 탈바꿈되고 확대-재생산 되었다는 것. 

5. 아프리카 - 4와 마찬가지. 

6. 1870-1914년 유럽의 전통 - 역시 군국주의와 근대국가의 대두에 맞춰 고대의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발견하여 생산하였다는 것.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를 예로 들어 논증함. 

대략 이렇게 정리하였는데, 학술적으로는 흥미로왔지만 내용자체는 꽤난 지루한 편이었다.  사실 홉스봄의 책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진지하고 구체적인 톤으로 좋은 주제들을 다루지만 글 자체는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좌파역사가로서 유명한 사람이기에 그의 관점을 다룬 글들은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재발견'과 '확대-재생산'을 떠올렸다.  가깝게는 구국의 영웅 충무공부터 세종대왕의 부각 (그분들은 물론 매우 훌륭한 분들이지만)이 박과 전으로 25년간 이어졌던 군부독재의 산물이라는 것.  조금 멀게는 이승만과 김일성의 독립운동신화.  둘 다 자기들이 선전하는 대단한 투사들이 아니었다는 것.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한국 고대사의 논쟁.  어쩌면 '솔직한' 역사와 '전통'이란 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끊임없이 묻고 따지고 분석하는 삶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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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igators (Hardcover)
Grisham, John / doubleday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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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light한 내용과 전개만큼이나 그리샴의 소설에서 쓰이는 영어도 매우 쉽다.  예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 있었는데 "Street Lawyer"과 "King of Torts"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작품인 "The Litigator"은 앞서의 두 작품을 적당히 섞은 느낌. 

주인공인 David Zinc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연봉 30만불과 연 4,000시간의 billing의 대형로펌의 변호사이다.  미국의 법률업계에서는 client fee를 받는 시스템이 두 가지가 있는데, 보통의 경우 시간당 charge이고 대형회사일수록 일년간 각 변호사에게 부과되는 의무 billing 시간은 길어지는데 - 내부 conference와 미팅을 제외한 순수하게 client의 일을 한 시간 -  보통 연 2,200시간에서 2,500시간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일년 52주간 하루 8시간씩 휴가없이 일을 하면 2,080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자체도 매우 unrealistic하거니와 연 2,500시간 이상의 billing을 한다면 쉽게 생각해서 휴가와 주말이 거의 없이 매일 4-5시간만 자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이 엄청난 연봉과 함께 일지옥을 떠나 대형로펌과 대형사건의 대착점에 있는 small practice law office에 갑자기 취업을 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typical한 그리샴의 소설이 전개된다.  대략 시간을 죽이기엔 매우 좋았던 책 같다.  특별히 배울 것도 남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주인공에 있어 happy ending으로 마무리되는 점이 solo practice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매우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나로서는 그나마 보기 좋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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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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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공선'이라는 책에 대한 언급은 이런 저런 도서 리뷰 책들에서 많이 보았었으나, 정작 게공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읽게 된 계기는 최근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나서이다.  '게공선'은 결국 게잡이 공장-배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게를 잡고 그 자리에서 가공을 마치는 배의, 아마도 일본식 표현인 것 같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구조임을 암시하는 것은 이 게공선이란 물건이 '공장'도 아니고 '배'도 아니라서 공장법에 걸리지 않고, 선박법에도 걸리지 않는 다는, 일종의 회색지대인데,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재벌의 법망 피하기 수법의 원조격인 셈이다.  이 회색지대는 고용주에겐 손쉬운 돈벌이를, 고용인들에게는 지옥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회색'지대인 셈. 

이 작가가 현대에도, 특히 우리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 시대에도 버젓이 이어지는 고용주들의 탐욕과 이를 위하여서는 생명도 하찮게 여기는 행태, 그리고 중간지점에서 '마름'처럼 이용당하면서도, 자기의 위치를 고용주와 동일시하는 관리직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분열, 군림, 그리고 abuse.  나만 이 이야기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노동자들을 떠올리는 건 아닐듯.   

한가지 특이한 것은 책 중간에 잠깐 재일 조선노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노동자들의 비참함을 '식민지'에 비유하면서, 그들 중에서도 조선인들은 다시 '일인'노동자들에게도 짓밟히는 존재임을 묘사하는데, 일본이 존경해마지않는 소세키, 반전문학의 탈을 입힌 수많은 다른 이 시대의 작가들이 한결같이 '식민지 조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비해 놀라운 일이다.  알고보니 저자는 사상운동때문에 투옥당하여 고문끝에 30대의 나이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이나 외국이나 이런 사람들의 상징성은 철저하게 무시당하는걸 보면, 권력이란, 그리고 기관이란 결국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것을 제일 원칙으로 삼는가보다. 

책이 매우 짧고, 문체도 간결하여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꼭 읽어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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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6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6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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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읽고부터 그의 독서세계와 리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동 시리즈 2권을 지금 읽고 있고, 그 전 시리즈들 중 구할 수 있었던 7을 읽은 후 최근에야 6권을 읽을 수 있었다.  다른 것 보다 확실한 것은 독서일기 시리즈는 빌-산-버 시리즈의 준비과정이었다는 나의 느낌인데, 굳이 이야기하면 독서일기 시리즈는 말 그대로의 독후감 일기이고, 빌-산-버 시리즈는 그간 읽은 책들과 독후감을 토대로하여 새롭게 읽은 책들의 비교분석 내지는 추천이라는 것에서 그렇다.  그렇게 보면 빌-산-책 시리즈가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고수들의 독서편력을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읽는 방법, 독서론, 독후감 작성, 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은, 좋은 contents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등단 수단으로 출판된 책들 말고) 꾸준히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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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11-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첫번째, 두번재 시집을 아주 좋아합니다.
장정일은 내적 진화를 이룬 몇 안되는 學人.

transient-guest 2011-11-19 12:53   좋아요 0 | URL
작가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이분의 다른 책들은 아직 못 읽어봤구요, 독서일기 6과 7, 빌-산-버 1권, 그리고 지금 2권을 읽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