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LP로 재즈와 클래식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꿈을 꾼다. 가격도 너무 올랐고 무엇보다 LP와 제대로 된 턴테이블, 엠프와 스피커를 둘 공간이 없으니 지금은 실행하기 어려운 꿈이지만. 아주 옛날에 중고로 구입한 아날로그 턴테이블, 엠프, 그리고 제법 사이즈가 나오는 낡은 스피커를 사무실 한켠에 대충 쌓아둔채 보관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도 이번에 새로 이사를 오면서 서재겸 홈오피스로 사용할 넓은 방이 생기고 나니 가까우 두고 읽으려고 집에 보관하고 있는 문학전집과 재즈/클래식 CD를 한쪽 벽을 채운 4단짜리 책장 네 개에 펼쳐놓고 보니 기분이 좋다.
항상 말하지만 난 돈벌이가 늦은 편이다. 30이 다 되어서야 사회에 나갔고 그후 5년은 고용변호사로 일하면서 재주만 넘다가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서 자영업자로 나선 것이 36이었고 이후 2년은 정말 hand to mouth로 살았으며 그나마 조금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 2014년이었다.
조금 될만하니 이런 저런 은퇴연금에 투자에 조금씩 벌이를 분산하니 또 손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트럼프시절을 맞아서 2018년엔 꽤 고전을 했었다. 조금 나아질만하니 2020년의 코로나로 다시 한 해를 정말 힘겹게 보낸 후 2021년부터는 뭔가 운이 풀려서 지금까지는 회사운영이 잘 되고 있다.
늦게 시작한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큰 편이고 일만 하다 죽는 건 싫어서 이런 저런 경로로 투자를 늘렸기에 항상 버는 것보다 한두 단계 정도는 낮게 사는 편이다. 고로 지금 이사온 곳은 아마 4-5년 전에 이미 afford할 수 있었을 곳인데 이제서야 옮긴 것이다. 아이가 없어서 전에 살던 곳도 큰 불편은 없었지만 문을 닫으면 바깥과 단절이 되는 방이 따로 있으니 재택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차도 한 대로 유지하는데 8년째 작은 차를 타고 있으니 그간 오른 기름값, 보험, 등록세까지 생각하면, 거기에 새차를 사게 되면 부담할 원금 + 이자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많이 타면 4-50분, 적게 타면 2-30분을 탄다고 하면 굳이 남들 눈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대로 잘 해준다면 2-3년마다 상황을 assess하면서 조금씩 맘을 더 편하게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니 아마 여행도 좀 하고 심적인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은퇴연금부터 이런 저런 투자를 두 사람 몫을 꼬박 하면서 먹고 사니 맘이 늘 급한 것 같다.
금년 들어서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하는 운동이 맘과는 반대로 힘에 부치는 것 같다. 그래도 이틀 하고 하루를 쉬고 다시 이틀이나 사흘을 하더라도 그저 꾸준히 하자는 마음을 이어가려고 한다. 어깨가 아프고 엉치뼈가 아프다. 아마 계속 같은 자세로 일을 해왔으니 몸이 틀어져있는 탓에 그런 것 같다. 이건 침도 뭣도 아니고 요가나 필라테스로 꾸준히 교정을 해야하는 건데 시간도 그렇고 맘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내일은 집에서 일할 예정이라서 마음이 넉넉하다. 일할 것들은 다 들고 왔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일을 처리하고 오후의 미팅을 마치면 즐거운 자리가 기다리고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