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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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를 통해서인데, 그 자체는 부끄러울 것이 없으나, 정황은 조금 그렇다.  초등학교 무렵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을 단 영화의 포스터인데, 당시 전두환이 밀려나고 노태후하에서 표면적이긴 하지만 '민주화'를 이뤘다는 것과 때맞춰 잘 맞아떨어진 제목을 본 것이 그것이고.  또하나는 고등학교 즈음에 한창 '그런쪽'으로 관심이 가던 시기에 뭔가 '에로틱'해 보이는 영화랍시고 비디오 가게에서 집었던 것이 이 영화였던 것인데, 줄리엣 비노슈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보니 이 책을 영화화한 것인데, 난 '야한'영화로 알고 보았다.  부끄럽게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말은 이전부터 우스갯소리로 많이 들었는데, 이 책의 제목이라는 것도 다른 분들의 서평과 책에서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평과 철학적인 고찰 등에 관심을 가지고 드디어 읽었다. 

무엇인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재미도 있고.  그런데, 다른 분들의 말씀과 같은 깊은 무엇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저항소설도 아닌것 같고, 에로도 아니고, 그냥 담담하게 overlap되는 등장인물의 이야기, 삶,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스토리라인, 이런 것들은 매우 신선하게 느꼈고, 책의 흥미을 더했지만서도 말이다.  난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한 듯.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이 무엇인지는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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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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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은 계속 되고 있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긴 하지만, 형편상, 위치상, 아직은 휴가도 엄두를 못내고 있느니까, 답답한 지금은 책이라도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다가, 도미하여 석사공부를 마쳤는데, 이 자전거 횡단은 그때 이루어진 것 같다.  일단 매우 긴 거리를, 외국인, 그것도 처자식이 딸린 사람이 맘먹는 다는게 꽤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인데, 저자는, 특별히 운동에 대단한 소질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해냈다.  여정 중간중간, 미국에 사는 사람들도 접하기 힘든, 산중 외진 마을, 외국인은 거의 볼 일이 없는 시골까지 두루두루 거쳤다.  겁도 났을 터인데, 장하게도 여행을 하면서 이를 사진과 기록하여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책으로 남겼다.   여기까지는 매우 굿! 

그런데, 저자의 제한된 시각이나 묘사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행 중간중간에 마주친 객들이나, 외국인, 동네,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shallow하다고 느낄때가 있었는데, 일부는 저자가 미국에서 잠깐, 그것도 미주리주 일대에서, 살다 가는 사람이기에 어쩔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더 객관적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지난 주 토요일은 자전거로 하는 미국 대륙 횡단에 대한 상상을 맘껏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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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10-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책..한국에서 출간되는 외국 자전거 여행책들이 대부분 폐지에 가까운 함량미달임에 반해 이 책은 사진과 글, 모두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shallow할수 밖에 없는 것이 가이드책이 아니니까요. 이 책 저자인 홍은택의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를 보시면 shallow란 표현을 수정하셔야 할지도.

transient-guest 2011-10-0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오래 산 제가 보기에 저자의 미국, 미국사람 등의 어떤 부분이 좀 겉돈다는 느낌을 "shallow"하다고 쓴 것입니다. 어떤 구성이나 내용의 치밀함, 또는 정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구요. 조만간 다시 정리해봐야겠습니다. 홍은택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근데 값차이가 많이나서 조금 있다가요.ㅎㅎ
 
자전거 여행 2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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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일상의 재미, 여행의 묘사, 이런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김훈의 스타일, '칼의 노래'이후 굳어진, 그의 글에 대한 이미지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진다.  그간 많이는 아니지만 '남한산성'과 '자전거 여행 1'을 읽으면서 느낀 것을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었다.  호불호를 떠나서, 또는 완성도를 떠나서 김훈의 글쓰기는 묵직하다.  아니, 어쩌면 조금 무겁다는 생각도 든다.   

'칼의 노래'의 임펙트가 워낙 강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니 가벼운 마음을 얻기 위해 읽은 책인데... 

수도권 일대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그가 느낀 삶, 토지, 나무, 자연,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김훈의 한국 문단에서의 위치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읽어보아야 할 책이긴 하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것은 단지 나의 마음탓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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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넘어 남미를 달린다 - 김문숙 에릭 베어하임의 남미자전거 여행
에릭 베어하임.김문숙 지음 / 나래울(한국방송출판)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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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하게 돌아가는 하루의 일상에 지칠때에는, 특히 다년간의 반복으로 인한 변화를 갈구하면서도 정체되어 있는 자신을 볼 때에는 보헤미안하거나 노매딕한 삶, 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긴 여행을 꿈꾸기도 하는데, 그런 목마름에 뒤적이다 구입한 책이다.  특별한 글의 재미나 재주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진과 함께 빽빽하게 채워진 글쟁이가 아닌 '비전문가'인 지은이의 여정을 읽는 것이 매우 좋았다.  떠날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이, 저자의 눈과 귀를 빌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자전거 여행이라는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그러나 그만큼 미지의 매혹이 느껴지는 것에 대한 판타지에 빠져 있을 수 있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때, 또는 진지하게 이런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험삼아서라도 읽어보면 좋겠다.  남미의 국가들은 사회, 문화, 경제, 치안 등이 일부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서구권'문화에 익숙한, 제도권의 삶에 익은 우리들에게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힘든 요즘을 이겨내는 좋은 책이 되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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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혼 - 로마에서 아시시까지, 강금실의 가슴으로 걷는 성지순례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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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전 판사/법무장관/서울시장후보는 천주교인이다.  모태신앙이 아닌 약 7년 정도된 '햇병아리' 신자이다.  그러나 이분의 구도행은, 나이들어서 시작하는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매우 치열하고 진지하다.  나이가 들기 전, 사고가 형성되기 전에 배우는 많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반면, 진지한 어떤 고찰은 시간이 많이 지난후에야 찾아오는데, 어떤 관념이 형성이 된 상태에서는 그 관념을 깨거나, 또는 관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념'으로 정립하기위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 특히 신앙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저자가 성지순례단의 일원으로 이탈리아 일대의 천주교 성지들을 순례하면서 느낀 매우 조용하고 잔잔한 내면의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로마의 명물부터 지방의 작은 성당까지, 그녀는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을까?  책에 쓰인 이야기들 말고, 진짜 내면의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2009년 노대통령의 '순교'같은 서거이후 같은 노선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예수라는 믿음의 선지자와 정치의 선지자의 동기화는 그녀로서는 필연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심지어는 제자들로부터까지 버림받은 사람이었다는 그녀의 독백에서 이를 보았다면 과장일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대필은 아닌 것 같다.  일단 강금실 변호사는 글을 쓸 줄 아는, 꽤나 잘 쓰는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고, 진지한 내용은 살짝 'dry'할때도 있을만큼, 흥미거리를 유발하는 유머나 구성, 이런 것들 하고는 거리가 멀기에 나는 그녀가 이 책을 직접 썼다고 믿는다.  

어제의 산란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잘 읽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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