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 1:
이젠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겨울이 되면 반마다 나무난로를 설치하고 주번이 아침에 일찍 나와서 양동이에 땔감을 받아와서 불씨를 만들어서 난로를 땠었다. 그 나무는 어디선가 트럭 하나에 왕창 싣고와서 학교에서 이때마다 야적장으로 쓰는 공간에 아무렇게나 부려놓고서 가면, 이를 다시 고학년 남자애들이 반별로 체육시간을 이용해서 정리하도록 했었다. 이런 방식은 중학교에 가서도 비슷하게 이어졌었는데, 지역별로 차이는 있었겠지만, 아마도 대동소이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일화 2:
이 역시 옛날이야기 (였으면 한다). 신생학교를 가는 것은 (1) 선생님들의 낮은 질적수준, (2) 신개발지역이라는 특성상 다소 공포(?)스러운 구성원, 그리고 (3) 3년 내내 예상되는 이사와 노가다 때문에 부모님들의 기피대상이 되곤 했었다. 나는 다행히도 이런 경험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대로 이야기가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 1회로 입학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첫날 학교에 가니 건물이 한채 덩그러니 서있더란다, 운동장이라고는 아무리 화장을 해도 말할 수 없는 그런 들판같은 자리에 말이다. 1학년 개교와 동시에 학교는 2학년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학생들의 체육시간은 운동장 자리를 고르는 노동과 건축 노가다에 고스란히 사용되었고, 그렇게 3년을 다녀 학교를 짓고 졸업했다고 한다.
일화 3:
외국에서는 보통 사립학교라고 하면, 말썽쟁이들을 수용하는 military school계통의 기숙학교가 아닌 다음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다니는 좋은 학교를 말한다. 역시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왜 그런지 이 사립학교가 한국에서는 종종 더 못한 학교를 의미했었다. 겉모양은 번드르르하고, 지역에 따라 좀 사는 사람들의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때만해도 참 거지같던 것이 사립학교였다. 뭐든지 공립보다 더 받아가고, 더 원하고, 더 내는데, 시설은 공립만 못한 것이 사립학교였는데, 선생들의 수준은 말로 할 수 없을만큼 저열하고 저급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대놓고 촌지와 선물을 요구하던 교사부터, 생활이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따로 관리를 하면서 학부모를 만나서 이런저런 청탁을 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중간고사나 기말시험을 보면 짧아진 하루의 스케줄 덕분이었는지, 학교가 파하기 전에 술을 마시던 교사도 있었다. 거기에다 애들을 패면 진짜 지금 생각하면 죽을까봐 걱정될 정도로 두들겨 패는 교사에, 요즘 같았으면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수준의 장난(?)을 학생들에게 치는 선생도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한국의 교육과정에 좋은 기억을 같고 있지 않은 나이기에 물론 왜곡도,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는, 그러니까 온전히 객관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난 사립학교를 생각하면 그런 기억밖에 갖고있지 못하다. 사학재단의 폐혜는 이제 전국구적인 이야기고, 개혁을 반대하는 집단은 재단의 당사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또는 그들에게 속고있는 교단사람들이니, 나의 어린 시절과는 조금이나마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젊은이도 아니고, 이런 저런 곳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나이가 되어있다. 위치에 따라 갑을관계를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우리들의 교육은 그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고, 역시 교육에 따라 너무도 당연하게 이곳저곳에서 삥을 뜯거나 돈을 해먹는 관행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되었다. 일화 1, 2에서 그 비용이 과연 처음부터 책정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아주 낮게는 학교의 일개 선생에서 높게는 교육구나 그 상위기관까지 누군가는 그 돈을 해먹고, 이 때문에 부족해진 부분은 학생들이 고스란이 떠맡았을 것이다. 사학재단개혁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물건너간 이야기니까 3은 말할 가치도 없겠다.
사회곳곳에서 발견되는 부조리와 비법, 불법, 폭력의 근저에는 이런 교육과정이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회사에서 쫓겨나면 바로 자영업자가 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의 명함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미래이기도 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겁박하는 갑질행태, 소위 노른자위 보직에 앉으면 어떻게 하든 한탕 해먹으려는 행태는 이렇게 어릴때부터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속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미군철수를 원하고, 작전권환수를 원하는 마음은 분명히 주체적인 대한민국을 원하는 마음일것이다 (적어도 대다수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대한민국의 군대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북한만을 주적으로 상정하더라도 아마 전면전을 벌이면 대한민국 군대는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계마다 붙어서 해먹는 군납비리, 방산비리를 보면 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오늘 당장 전쟁이 나고 전투가 벌어지면, 보병은 군수품 부족으로, 탱크, 전투기, 함정을 비롯한 기계를 운용하는 병단은 기름이 없어서, 정비가 안되어서, 개발이 되지 않아서, 부품이 가짜라서, 또는 개발했다는 무기가 아예 개발조차 되지 않아서 아마도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씨를 위시한 좌우여야의 대다수는 이승만처럼 국민총력전을 외치면서 나라를 떠날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역사교육, 특히 한국사교육의 부실은 더 말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데, 이건 여기서 다루기에는 할 말이 좀 많다.
아주 어린 시절의 교육은 이렇게 중요하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결국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개판이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 박근혜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다 죽어 없어져도 그 행태는 이 새로운 세대로 고스란히 전승되어 새로운 '그들'을 만들것이다.
일베가 어떤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던 때가 잠깐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이 또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잘난 한국의 교육 시스템 (또는 부재)도 최소한 일부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