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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작은 미술관
나카가와 모토코 지음, 신명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모임을 통해 신문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을 찾는다며 회원들이 나를 추천했었다. 그래서 결국 인터뷰를 했던 것이고. 그쪽에서 이야기하길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어른이 더 좋아하게 된 사례를 찾는다는 말을 듣고 어쩜 딱 내 얘기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 내가 처음부터 그림책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을 드나들며 연령에 맞는 책이 그림책인지라 많이 보다보니 나중에는 내가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실은 지금도 그림책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대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림책을 구입하지 않는다는데 난 아직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고 만다. 그러면서 때로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감탄하며 보고 또 보곤 한다. 또 좋은 그림책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여간해서는 그림책을 집어들지 않는다. 그림책이라고 꼭 유아들만 보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간혹 어떤 출판사에서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림책을 펴내지만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부모들도 그림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안겨주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만약 이 책을 본다면 그런 생각을 조금은 바꾸지 않을까.
그림책 이론서가 꽤 있지만 이 책은 그동안 보아왔던 책과는 약간 다르다. 특히 꼭 들어가는, 그림책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가의 작품들부터 일률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위주로 보되 주제도 함께 생각하며, 또한 최근의 작품들을 주로 다룬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에서 당연히 보았던 책을 '또' 보게 되는 일은 없다.
그림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읽어야 한다. 또 줄글에서 행간을 읽듯이 그림과 그림 사이의 의미도 읽어야 한다. 그래서 그림책을 볼 때는 겉표지부터 마지막 뒤표지까지 한 장도 빼놓지 말고 읽어야만 한다. 그래야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속표지는 그냥 책을 만들 때 으레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림책에서는 예외다. 때로는 거기에 아주 큰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여기서는 피터 시스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들고 있다.
또한 뒤표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겉표지와 뒤표지를 쫙 펴서 보여준다. 간혹 그 두 면이 연결되어 어떤 암시를 주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내 경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에서 뒤표지에 야모의 가족이 바할을 데리고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전쟁을 피해 어딘가로 떠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나마 그 그림으로 안도했다고나 할까. 마지막 문장에 "그 해 겨울, 마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라는 암울한 메시지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아마도 도서전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시골을 생각하며 서서 읽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이 주는 충격이 대단했다.)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단 한 문장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게다가 그림이 하나도 없는 바탕에 덜렁 글만 있었으니...
여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있어서 그 책들이 무척 궁금하다. 그 외에는 모두 본 책들이라 다시금 그림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찌보면 그림책의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 그것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림책 한 권을 세세하게 뜯어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직관을 이용해서 본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림책을 작은 미술관이라고 표현했나 보다.
저자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공감되기에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가 학부모들로부터 어린이에게 어떤 그림책을 보여주면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회피한다고 하듯이 책 내용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어차피 느낌이라는 것은 모두 다르고 심지어는 한 개인이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른 법이니까. 이제 막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거나 그림책의 매력에 빠질 듯 말 듯한 사람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