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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바늘 -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
김경임 지음 / 홍익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외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때론 화가 나지만 지금으로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특히 가장 오래된 인쇄물이라고 하는 직지심경마저도 불법 유출된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구매해 간 것이기 때문에 그저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을 탓할 뿐이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를 거쳤기 때문에 약탈 문화재가 많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어느 정도는 체념한다. 게다가 한일협정에서 이미 문화재 반환에 대한 합의는 종결지었으므로 국가 대 국가로는 방법이 없다고도 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역사라고 위안을 할 수밖에. 하긴 후세에 지금을 돌이켜볼 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일례로 종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지 않은가.
그런데 이러한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가 비단 우리의 문제 만이 아니다. 당연한 일일테지만 미처 다른 나라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 게다. 인류는 지금까지 계속 전쟁을 했으므로 전쟁 중에 문화재를 파괴하고 약탈하는 일이 지속되었음은 당연하다. 특히 제국주의가 한창이던 때 유럽 열강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시아 일부와 아프리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문화재 약탈에 대한 다른 나라의 상황은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질 계기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던 차에 이 책을 보니 새로운 관심 분야를 발견한 듯하다.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시대를 망라해 중요한 문화재의 약탈사를 다루고 있는 정보의 집합체다. 게다가 단순히 문화재에 대한 정보만 서술한 것이 아니라 그 문화재와 연결된 역사까지 다루고 있어 세계사를 읽는 듯하다. 그것도 기원전부터 근현대사까지 시대를 막론하기에 처음에는 고대란 내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대였는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고대도 (내가 생각하는)역사의 범주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화재 약탈을 다루면서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과 같은 약탈 문화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문화재란 인류 보편의 자산이라고 이야기하면서(그래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문화재가 다른 나라에 있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행태를 보면 화가 난다. 그야말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하지만 이렇게 화만 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약탈되었거나 유출 경로가 정확하지 않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를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국가에서 직접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외국에서 반환이 이루어진 사례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을 토대로 우리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간혹 정리가 안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세계의 문화재 약탈에 대한 자료와 사례를 보여주고 우리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