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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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먼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목록을 살펴봤다. 원래 이런 책은 목차부터 보곤 했으니 특이하다고 볼 건 없다. 다만 이 중에서 내가 아는 인물이 얼마나 되나를 속으로 열심히 세어 보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실존 인물도 있고 소설속 인물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내 경우는 실존 인물에 더 관심이 갔다. 다행히 실존 인물이 훨씬 많다. 그리고 단순히 여자로 얌전하게 산 사람보다는 시대를 앞서 살았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건 남자를 대상으로 한다 해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조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많이) 앞서가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한다. 그래서 당대엔 인정받지 못하다가 후대에 유명해지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 

이 책 한 권에서 30여 명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각 인물에 대한 내용이 길지는 않다.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한 인물을 제대로 분석해 놓은 글이었다면 나 같은 일반 독자는 지루해하지 않았을까. 이미 알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조각을 맞춰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아예 모르는 인물의 경우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물론 가끔은 역사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작가 개인적인 감정을 인물에 투영해서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은 시비를 가릴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간혹 어떤 인물은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워낙 예술에는 문외한이라 그런지(게다가 세계사도 어둡다.) 마라가 암살을 당한 모습을 그린 그림을 알지만 정작 암살한 사람은 누군지 몰랐었다. 다만 마라와 잘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 그런데 그 암살자가 샤를로트 코르데였단다.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프랑스 혁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가면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너무 자세하지 않으면서도 상황파악이 가능할 만큼 설명해주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또한 공산주의라면 입 밖에 내서도 안 될 것 같은 시대에 살았기에 그쪽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여러 인물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 밖에도 문화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달리에 대한 책을 읽으며 갈라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잠깐 언급된다. 그리고 백장미(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그림책도 있다.)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 결국 죽은 조피 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책을 다 읽을 즈음 문득 신문의 사설을 읽는 듯한 느낌과 함께 문체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이력에서 논설위원실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일 거라며 넘겼다. 그러다 며칠 후에 어느 주간지에서 작가의 글을 봤다. 아, 이 사람과 동일인이었구나, 어쩐지 낯익다 했다. 지금까지(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기적으로 '그'의 글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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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2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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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띠지가 참 예쁘다. 버리기 정말 아까웠다. 책 크기도 아담해서 간단하게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원래 난 겉표지를 씌운 상태로 읽고 그대로 보관하기 때문에 그 안이 어떤 모양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우연히 안쪽을 보았는데 너무 예쁘다. 마치 무슨 다이어리 같다. 책 등에만 제목이 있고 앞면에는 제목도 없어서 더욱 더. 

잔잔한 이야기 속에 커다란 울림이 있는 이야기도 있고 뜨끔할 법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으며 가끔, 아주 가끔은 유머러스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인생을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생각해 본다. 때로는 권력의 부당함에 화를 내기도 하고 현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깨닫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찾는 자'가 만난 곳에서 '삶'의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래, 진짜 삶은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처음엔 행복했던 것도 어느 정도 지속되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행복이 더욱 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삶의 원동력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혜를 알려주는 듯한 이런 이야기에서 점점 멀어진다. 어찌보면 대단한 진리가 있는 것도 아닌 이런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까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위험하며 오만한 것이다. 역시 읽으면 느끼는 것이 있다. 이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외국 문학이라고 하면 대개가 영미권과 일본권이다. 그런 현상은 결국 그 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낯설게 만든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문학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자 이런 아르헨티나의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지금도 영미권의 이름이 나오면 그런대로 헷갈리지 않으며 읽는데 자주 접하지 못한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명도 낯설고 이름도 헷갈려서 자꾸 앞부분을 본게 된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보다 의도에 더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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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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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나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책을 기피한다. 그래서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나중에는 스테디셀러가 된다면 살짝 눈을 돌리긴 한다. 그러나 그 전이라면 그냥 지나친다. 

그래서 한비야를 그렇게 외쳐대는데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녀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은근한 질투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현실에서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데 누구는 훨훨 여행을 다니질 않나, 나도 어렵고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마음만 있지만 누구는 그것을 실천하니 어찌 안 그랬겠나. 역시 나의 이 좁은 속은 비야 언니를 쫓아가기에 아직 멀었다. 

수필이 그렇듯 여기서도 저자는 개인적인 속내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구호 현장에서의 이야기 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책을 읽어보질 않았으니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모든 것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결혼을 안 했고, 아니 아직 인연을 못 만났고, 목소리가 크며 등산을 무척 좋아하는구나. 나이가 들었어도 글이나 사진에서 활기가 느껴지고 열정 또한 느껴진다. 

그러다 후반부로 갈수록 겪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구호팀장으로서의 경험을 여기서는 그다지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데도 그들을 위해서 뭔가 작은 일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다른 책을 읽으면 어떨까 싶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왜 그녀에게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려고 하는지 알겠다.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는 저자를 보며 내 모습을 돌아본다. 이 일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일은 저래서 안 된다고 기피했던 일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던가. 왜 나에게는 이런 용기가 없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자신감도 부족해서 그렇거니와 남에 대한 사랑도 훨씬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종교의 힘에 의지해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자의 순수한 의도를 알고, 남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신앙이란 이렇게 고귀한 힘을 갖게도 하는데 왜 어떤 이는 그것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것인지. 여하튼 저자가 도전하는 새로운 일을 발판삼아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그리고 여전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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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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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는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었다. 지금은 많이 읽지 않기 때문에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편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도무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사건을 보며 범인이 누구일까 추측하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은 초반에 범인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의 재미가 반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그 뒤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는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랬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어디선가 이 책을 소개하며 유머가 있다는 글귀를 읽은 기억이 있다. 추리소설에 웬 유머. 그런데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사건 현장에서 무슨 유머가 있을까 싶지만 웃지 않을 수 없다. 인물들의 대화가 똑똑 끊어지는 듯하고 서로 같은 선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 앞으로 먼저 간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 유머가 있다. 백치 미인인 아사코의 딸이 하는 말은 얼마나 웃기던지. 아니, 웃긴다기 보다 한편으론 무섭다. 그렇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어수룩한 모습으로 나오는 다이지로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 가도타 준조직원이라고해도 그냥 지나가는 인물의 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중요한 인물이다.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오히려 수줍음이 많고 마음이 여린 것처럼 느껴지기에 그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읽으니 쉽게 그려진다. 아주 착하고 영리했던 아이였는데 어쩌다 사고로 그렇게 되다니. 왜 내가 안타까워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마지막에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폭탄 버튼을 누르는 모습은, 아무런 방어하지 않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살 줄 알았던 것이다. '잘 살았습니다'는 아니더라도 그냥 '살게 되었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다. 

처음에는 따로 따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며 우연히 관람차를 타게 된 사람들을 묘사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연은 아무 것도 없었다.(딱 한 가지만 빼고.) 모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특히 멍한 역으로 나오는 아사코.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이 참 특이하다 싶긴 했다. 그런데 그녀가 자체로 엄청한 무기가 될 줄 누가 알았나. 평상시엔 가족밖에 모르는 주부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살인청부업자로 변신가능하다니.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묘하게 끌린다. 또한 긴지도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소매치기지만 이 소설 속에서 보자면 훌륭한 재주꾼이다. 오죽하면 그의 실력을 보고 감탄사가 나올까.(이래서 청소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보여주기가 겁난다.) 문학적인 평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이쪽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베스트셀러 작가일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아닐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에서 유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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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CEBREAK VISUAL VOCA 333 - Basic
영춘선생 지음, Icebreak Contents Lab 기획 / Watermelon(워터메론)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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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이제 필수가 아니라 기본이라고 한다. 꼭 어떤 목적(흔히 말하는 시험)이 있지 않더라도 영어를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은 누구가 갖는 생각이다. 나도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는 상상을 하며 시작을 했지만 꾸준히 유지하질 못하겠다. 

그러던 중에 만난 책이 바로 이 시리즈다. <English Restart>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사람은 쫄라맨처럼 되어 있고 기타 사물은 특징만 잡아서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보기는 훨씬 편하다.  

이 책은 단어를 설명하는 책인데 우리가 흔히 단어라고 하면 명사를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그림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은 명사 아닌가?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동사를 위주로(그렇다고 전부 동사는 아니다.) 설명한다. 그것도 그림으로. 그리고 그 옆에는 단어를 사용한 문장의 예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굳이 쓰고 외우고 할 필요없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어가 된단다. 게다가 사용된 단어가 자꾸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워진다는 것이다. 초보자를 중심으로 했다니 이번 방학 때 아이들도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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