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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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따뜻한 신념으로 일군 작은 기적, 천종호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

  저자 - 천종호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물론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멀쩡히 자기가 하는 일이 범죄라는 걸 알고 저지르는 사람을 왜 용서해야 하지? 자기가 한 일에 어떤 결과가 뒤따를 지 뻔히 알고 했다는 건, 그 뒤에 오는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거잖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하지만 예외는 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이 그 예다. 막말로 부모가 집에서 가르친 게 때리고 욕하고 훔치는 것이라면, 그 애들은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짓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지 잘 모르기에, 자기가 하는 일이 범죄라는 것을 모르기에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모 방송국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열이면 열 다 부모가 문제가 있는 경우였다. 부모가 애를 그따위로 길러놓고는, 아이 탓을 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애한테 대놓고 욕을 하고 무시하고 폭력을 보여주고는, 애가 욕을 하고 폭력적이라고 고민이라고 한다.


  뭐가 정의고 뭐가 불의인지 가르쳐야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가정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가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바로 집이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성을 기르고, 기본 예의를 가르치고, 올바른 선과 악의 구별을 익히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집이다. 그런 것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선생이 아니라, 부모이다.


  하지만 가정이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가해자들, 특히 학교 폭력에 가담한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들이 하는 일이 그렇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일이 허다했다. 왜 그것이 나쁜 일인지, 남들도 다 하는 건데 왜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 역시 비슷한 시선이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왜 남의 집 아이 앞길을 망치려 하냐는 식이었다. 자기 아이가 처벌을 받을 것 같으니 달려가서 피해자를 협박도 하고 빌기도 하다가, 선처를 베푸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부모들의 얘기가 책에 있었다. 읽으면서 완전 어이없었다. ‘뭐 이런 싸가지 없는!’이라는 말과 함께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학교는 자기들의 체면 유지와 교장이나 교감, 교사들의 평가를 위해 쉬쉬하고, 부모는 자기 자식만 잘 되면 장땡이라는 주의인 세상에서 과연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울 수 있을까? 가해자는 떳떳하게 학교를 다니고, 피해자는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해야 하는 이 불편한 현실에서 뭐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당한 놈이 멍청한 거다? 당하는 애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누군가 그들보다 힘이 센 사람이 나타나서 괴롭히면, 뭐라고 할 것인가? 내가 멍청하고 이유가 있어서 당하는 거라고 포기하고 말 텐가?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지독히 이기적인 생각이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학교에 득실댄다는 것이다.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고 부모들은 말하는데, 자기 아이가 바로 그 잘못 사귄 나쁜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이러니 학교 폭력으로 처벌받는 아이 카카오 스토리에다가 ‘남자라면 교도소 한 번 다녀올 수 있는 거지.’라는 격려 댓글을 다는 아이들이 나오는 거다.


  문제는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정도 문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집에서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한다거나 도둑질을 해야 한다.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건 가정이 앞장서서 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대개 가정은 아이들이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인도해야하는데 말이다.


  소가 낳은 것은 소 새끼이고, 개가 낳은 것은 개 새끼라고 한다. 그리고 개나 소는 끼리끼리 뭉치면서 살아가고, 소나 개가 갖춰야할 덕목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세대를 내려가며 학습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사회에는 겉은 인간인데 속은 개만도 못한 것이 들어찬 존재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인간으로 배워야 할 덕목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서, 인간도 못한 것이 몸을 강탈한 모양이다. 영화 ‘신체 강탈자’처럼 말이다.


  이건 어른들이 후대에 사죄해야 할 일이다. 지금 잘못 가르친 행동 하나가, 알려주지 않은 사회성과 예의범절 하나가 후대에까지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사회를 더욱 더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미래를 다룬 SF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무법천지의 미래 사회는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야 늙어서 죽으면 끝이지만, 후손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책에서 보면 어떤 아이들은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면,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다.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면 그건 그 아이들을 죽이는 일이 된다.


  그들을 범죄의 길로 내몬 것이 어른들이라면, 역시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것도 어른들이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상황을 똑바로 인정하고 자기들의 잘못을 깨닫고 머리를 모아야 한다. 무조건 남의 탓만 해서는 절대로 아이들을 바로잡을 수가 없다.


  내 아이는 문제가 없다고, 내 아이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강 건너 불 보듯이 할 일이 아니다. 폭력이라는 건, 이미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으니까.


  그런 의미로 부모들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 부모가 문제 아이를 만드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런 교육을 누가 담당해야 할 지……. 이 사회의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 중에 모범이 될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라면이 너무 짜다고 비행기 승무원을 폭행하는 어른이 될 수도 있으니까.


  생각해보니 이 나라는 참 골고루 문제가 많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나처럼 구석에서 해결책은 내놓지도 않고 무조건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고. 반성한다. 혹시 조카들에게 나도 모르게 폭력적인 태도라든지 욕설을 가르치지는 않았는지, 직업상 만나는 아이들에게 불의와 정의를 제대로 구별해줬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5천만 국민들이 나부터, 나 하나라도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생각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 막내 조카를 만나면 사랑한다고 꼭 안아줘야겠다. 이제 열한 살이 되었다고 고모가 안아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런 거는 고모의 위엄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의 범죄를 다 용서해주자는 건 아니다. 상습적이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건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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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잘나가는 여자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신지원 옮김 / 이지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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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산전수전 다 겪은 언니의 “지금부터 잘나가는 여자의 비밀”

  저자 - 아리카와 마유미



  이 책은 무수한 직업을 거쳤던 한 사람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내지는 과연 이게 나에게 맞는 직업인가하고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47개의 직업을 가졌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엔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판단 착오와 실수가 있었을 것이고,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거기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이런 방법은 어떻겠냐고 부드럽게 말하고 있다. 강한 어조로 이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까 이런 변화가 있었어라는 식이다.


  또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소제목으로 달고, 글 후반에 행운의 열쇠라는 이름하에 그것에 대한 단상을 곁들였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을 휴대전화 화면이나 트위터나 카카오톡 같은 온라인에 적어둘 수도 있었다. 그러면 언제나 잊지 않고 자신을 격려하고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고, 마지막 마무리 문장을 통해 여운도 남기고 있다. 한 자리에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끝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삶이 불안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기에 달리 생각하면 기회라는 발상의 전환을 주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경제 상황이 다르니 저자와 같은 상황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거 다 따진다는 것 자체가 핑계일 수도 있다. 비겁한 변명도 되고. 거를 것은 거르고, 필요한 것만 배우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생각한다. 난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지금은 그것을 위한 준비 중이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생각할 때마다 행동은 제한되어버립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만든 '정해져 있는 것들'이 늘어갈 때마다 그것들은 우리의 굴레가 되어버립니다. -p.203

확실하지 않은 일은 환영하세요. 무리하게 선을 긋고 스스로를 자신이 만든 틀에 밀어 넣어서는 안 돼요. -p.189


  결과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호의는 감동을 줍니다.

사람은 마음이 움직여야 상대방을 위해서 움직이게 됩니다. -p.165


  운이 좋아서 좋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선택을 하면 운도 따라옵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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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기로 했다 - 사회 생활에 지친 당신을 위한 선배의 코칭
허은아 지음 / 이지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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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사회생활에 지친 당신을 위한 선배의 코칭

  저자 - 허은아



  예전과 달리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이나 학력은 높아졌지만, 그 능력을 적절히 사용하는 회사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여성은 결혼임신육아가 쓰리 콤보로 이어지기에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거나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런 기본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 힌트를 주는 거라고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이 책은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각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매너리즘이나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힌트와 각 직위에 걸맞은 기본적인 행동 지침서였다. 예측이 빗나가긴 했지만, 꽤나 유익했다.


  저자가 여자인지라, 특별히 여성을 중점적인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굳이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모든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개념 찬 신입사원의 행동 강령’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눈물을 보이거나 애교를 부린다고 세상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하지 말고, 여자라는 이유로 배려를 바라지 말고, 자신의 업무를 충분히 숙지하고 회사의 분위기를 익혀 적절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인사의 중요성, 시간 관리 그리고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어릴 적부터 배우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기는 유치원 때부터 배운다. 시간 관리는 중학생이 되면서 시험에 대비하여 시간표 관리를 하는 것으로 익힌다. 건강이야 당연히 관리해야하는 것이고 말이다. 하긴 요즘은 그 당연한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다시 익혀야할 것이다.


  신입딱지를 뗀 다음 단계, ‘열심히 일한 대리, 변해야 할 때다.’에서는 상사의 유형에 따라 어떤 점에 주목을 해야 하는지, 대외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의사 표현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 예로는 ‘no'대신 ’how'를 제시하라고 한다.


  그리고 중간 단계에 접어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과장에게 필요한 것’부분이 나온다. 이 정도 직책이면 어느 정도 나이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저자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엄마’가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시시콜콜 챙기지 말라는 것이고, 너무 집안일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뭐든지 적절한 게 중요하다. 회사에 너무 매달리면 가정에서, 가정에 매달리면 회사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여기서 저자는 여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감정적으로 문제에 대처하지 말길 충고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 유지하는 법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리고 ‘이직, 자충수와 터닝포인트 사이’가 나온다. 요즘은 한 회사에서 뼈를 묻는 일이 별로 없다. 저자는 효과적인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 지 얘기한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알아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꾸준히 자신을 닦고 연마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덧붙인다.


  다섯 번째로는 ‘팀장의 품격’을 말한다. 현대 사회는 팀제로 운용하는 회사가 많기에, 다양한 부처에서 뽑은 팀원들을 어떻게 통솔해야하는지 설명한다. 사이가 안 좋은 팀원끼리는 어떻게 중재를 하고, 칭찬과 비난을 적절하게 하는 방법과 회의를 주재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또한 어떠한 유머가 사람들의 사이를 완화시키고 냉각시키는지도 첨가한다.


  칭찬하는 법, 패션, 비판을 수용하는 법에서 유머까지……. 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보스의 특별한 포스’이다. 이 부분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분량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국에는 여자 CEO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하니, 결국 어릴 적부터 배운 기본을 제대로 하라 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여자라는 것을 너무 내세우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 회사는 여자가 다니는 곳이 아니라, 목표를 가진 한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 점을 잊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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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나 좀 구해줘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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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꼭 알아야 할 51가지 심리 법칙

  원제 - Psycho? Logisch! (2011년)

  작가 -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이 책은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51가지의 심리학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단어를 나열하면서, 설명만 잔뜩 늘어놓은 어려운 책은 아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엔 이런 심리학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제시를 하고, 선택은 독자가 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면접은 처음에 보는 것이 좋을까 나중에 보는 것이 좋을까라는 상황에서, 저자들은 각 상황의 장단점을 적어놓았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처음에 면접을 보고 나중에라도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도록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었던가?’하고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나온다. 갑자기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미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실용화시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리라.


  그런 생각으로 책을 읽으면 꽤 재미있다. 어디선가 읽어보거나 들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신선한 자극과 함께 발상의 전환을 할 계기를 주는 사례도 있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이건 이상하다싶은 곳도 있다. 이건 아마 저자와 책을 읽는 나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마음이 어딜 가나 다 똑같다고 할 수 없을 테니까.


  예를 들면 9번째 이야기인 ‘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걸까? 자기중심주의의 함정’편에 나오는 예가 그렇다. 거기서 병원에 대기자가 꽉 차있다는 말에 기다려보겠다는 대답을 하는데, 그냥 다른 병원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큰 병이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면, 그냥 근처 다른 병원으로 가지 않나? 외국은 꼭 지정된 병원에만 가야하나보다.


  그리고 45번째에서 나온 부인이 차와 커피 중에 뭘 마시겠냐고 물을 때, 섹스라고 대답할 남편이 이 나라엔 얼마나 될까? 신혼부부라면 몰라도……. 흐음, 부부끼리 둘만 있을 때는 나누는 걸까?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배우자와의 저런 은밀한 얘기는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아직 미혼인 나만 모르는 걸지도?


  뭐, 저런 예들은 걸러서 읽으면 해결될 일이다. 수만 건의 사례 중에서 공통적인 51가지의 이야기를 추려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보장은 없을 테니까.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이 있다. 열 사람이 있으면, 그 열 사람의 성격(性格)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사람의 성격이나 마음은 저마다 다르니까, 하나로 통일할 수 없다는 말인 것이다.


  나와 둘째 조카 그리고 막내 조카는 후라이드 치킨도 좋아하고 닭죽도 좋아하고 삼계탕도 좋아하지만, 내 동생은 오로지 후라이드 치킨만 좋아한다. 큰조카는 삼계탕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듯 피를 나누고 환경이 비슷한 가족도 취향이 천차만별인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이 책은 무조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이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마 저자들도 그렇게 하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다. (라고 내 마음대로 단정지어본다.) 혹시나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매번 하던 방식으로 하지 말고, 새로운 방식이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계기를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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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여자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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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여자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저자 - 최광현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남자를 버리고 싶다니, 왜일까? 부제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옆에 남자가 있어봐야 버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외칠 솔로들도 있을 것이다.


  즐겨가는 D포탈 카페에 고민 상담 게시판이 있다. 진학이나 취업 같은 고민상담도 많지만, 반 이상은 사랑이 차지한다. 특이하게도 남자가 여자 친구와의 문제로 상담을 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대개 여자가 올린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다. 또한 D포탈이나 N포탈에는 남녀 연애 상담을 해주는 블로그도 꽤 많이 있다. 그 정도로 이성간의 문제는 사람들 고민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성간, 특히 남자 친구나 남편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다. 저자가 10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받아온 고민들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러니까 제일 많이 질문을 받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대목이 많았다.


  나쁘면서 좋은 남자는 없다는 대목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에겐 나쁘지만 자기 여자에게만 좋은 남자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여자에게 좋은 남자는 남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소설이 사람을 많이 배려 놨다.


  또한 남자를 늑대라고 욕할 것이 아니라, 개 같은 남자와 늑대 같은 남자를 구별하라고 충고하는 부분에서는 ‘맞아!’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개는 주인에게 아양을 떨고 의존적이지만, 늑대는 자주적이다. 같은 개과라서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다름을 잘 파악하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에서는 저자가 나와 뭔가 통하는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는 친구나 사업 대상과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도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말이 없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어떤 일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초코파이를 먹을 때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초코파이를 먹을 때도 잘 모른다. 음, 내가 한 개 더 먹어야지라는 생각만 서로 한다는 걸알까?


  그래서 책에 나온 니체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결혼하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가?’ 결혼 생활의 다른 모든 것은 순간적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를 하게 된다. -p.62


  제목에 나오는 남자를 버린다는 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되찾으라는 말이다. 남자에 의존하는 습성을 버리고,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을 믿고,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의미이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남에게 헌신하다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헌신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 친구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하지만 그들이 나를 온전히 채워주고 완성시켜줄 수는 없다. 그들이 나는 아니니까.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있을 미래에 대한 양분으로 생각해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완벽한 인생이란 없기에, 실수와 실패, 노력과 감동 등이 삶에 감동을 더해준다고 말한다.


  그렇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이루어주지 않는다. 남자를 버리자. 솔로로 살다가 죽으라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 의존하는 삶을 버리자. 누군가의 삶에 덤으로 묻어가는 딸을 낳으려고 일억 분의 일 확률로 부모님의 난자와 정자가 결합을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딸을 기르려고 부모님이 그 고생을 해 돈을 벌어 공부시킨 것도 아니다.


  그러니…….


  힘내요, 여성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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