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비친 풍경 때문에 사진이 그림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글쓰기의 장점에 대하여.

 

 

글쓰기는 취미로 좋은 것 같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되니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고 또 요즘은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는 집이 많아서 컴퓨터를 사용해서 글을 쓰면 되니까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악기 연주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내가 만약 기타를 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기타를 사야 하니 비용이 들고 기타 소리가 나니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에 비해 글쓰기는 장점이 있는 취미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글쓰기의 무익함에 대하여.

 

 

글을 쓰는 데 내가 투입한 노동력과 시간을 다른 무엇으로 보상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원고료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일한 만큼 대가가 돌아온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글을 쓴다고 해서 사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쓰면서 배우는 게 많은 건 사실이나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무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시간에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여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을 써 봤다.

 

 

다음 글은 김봉곤 작가가 쓴 글인데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아 옮겨 본다.

 

 

...............
몇 년간 같이 습작을 해온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예술이랍시고 하는 거, 면봉이나 이쑤시개 만드는 것보다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일일지도 몰라.” 나는 맞아 맞아 맞창구를 쳤고,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내팽개치고 우리를 더 불행한 사람으로 포장할 것들을 끌어왔다. 그러나 그 친구도 나도 안다. 우리가 모든 기회비용을 내팽개치고 몰두한 비생산적인 공부와 창작활동이 무엇보다 좋은 것이라는 걸. 그것을 세상에 내어놓지도 못하고, 내어놓은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고 만들고, 글을 쓰는 행위가 이제는 삶을 살아가는 한 수행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아주 저렴한 비용에 행복해질 방법을 아는 사람일
지도.(‘Auto’, 208쪽)

 

- 김봉곤, <여름, 스피드>에서.
...............

 

 


나 아니어도 글을 쓰는 작가들은 많을 테니, 글을 쓰는 시간에 차라리 삶에 더 유익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특히 글이 안 써져서 글을 쓰기 싫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 공감할 사람이 많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입담 좋은 작가의 소설집으로
동성애자인 남자들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
별점은 5점 만점에 4점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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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5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19-03-15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되는 내용이 많네요. 특히 글 잘쓰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내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때가 많아요 하하하

페크pek0501 2019-03-15 16:10   좋아요 1 | URL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것 같아요. 작가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수가 엄청 많아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글 쓰는 행복을 포기할 수가 없죠. 결국 타인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거지만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쓰는 셈이다, 라고 정리가 됩니다.

물감 님이 올리시는 리뷰를 보면 어떻게 후딱(물론 후딱은 아닐 테지만...) 그렇게 리뷰를 써서 올리실 수 있는지 존경스럽습니다. 하하하~~~

2019-03-15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5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3-15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봉곤의 말이 맞긴 한데 정말 언제 글 써서 돈을 버나?
이건 돈 버는 것과 상관없는 유희로 봐야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ㅠ

저도 저 책은 아니지만 김봉곤의 단편을 얼마전 읽었는데
생각 보다 딱히 재밌진 않더군요.
자기 얘기를 마치 일기를 소설처럼 쓰는 것 같은데
정지돈도 그렇고 앞으로 젊은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겠구나
싶더군요.

페크pek0501 2019-03-15 23:08   좋아요 1 | URL
바쁘신 스텔라 님이 오셨네요. 이메일로 님의 글을 잘 받고 있습니다. 저로선 할 수 없는 일을 하십니다. 스텔라 님은 능. 력. 자. ㅋ

김봉곤의 소설집에 6편이 실렸는데 2편의 단편이 별로였고 4편은 괜찮았어요. 정말 일기를 소설처럼 소설을 일기처럼 쓰더군요. 생각 조각들을 이어붙인 것도 같고 마구 편하게 낙서하듯 쓴 것도 같고 그래요. 그래서인지 젊음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어떤 글은 꽤 잘 썼어요. 이런 글쓰기도 유행이 될 수 있겠지만 독자들이 선호할 것 같진 않습니다. 노래로 말하면 랩, 정도가 되려나요...

바쁘실 텐데, 댓글 감사합니다.

2019-03-16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8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15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 두 권 정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원고료나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말 열심히 글을 쓸 것입니다. 저는 글이 생산성과 무관하다고 해도 계속 쓸 것입니다. 글을 쓰는 가장 원초적인 목적이 ‘앎에 대한 표현’이니까요. 글을 통해 내가 무엇을 안다고 표현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죠. ^^

페크pek0501 2019-03-15 23:16   좋아요 0 | URL
님은 이달의 당선작의 단골이시니까 책 한두 권은 사시지 않습니까? 하하~~
그런데 돈으로 받는 건 기분이 다르겠지요? 예전 2005년도인가 조선일보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짧은 글인데도 주 1회 원고료를 20만원 주더군요. 한 달이면 4주니까 80만원을 받게 되지요. 제가 리포터가 아니라 유명인사였다면 더 많이 주었겠지만... 그 정도라도 황송합니다, 이지요.
님처럼 꾸준히 쓰시면 앞으로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도 꾸준히, 라는 무기를 가지고 삽니다. 좋은 금욜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맑은 하늘이 있던 날에 찍은 사진.

 

 

 

1.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도, 집에서도 편치 않았던 우리들.

 

“그동안 나쁜 공기를 견디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현재 서울은 미세먼지가 많이 걷힌 것 같고, “오후에는 바람이 불어 대기 정체가 해소되면서 대부분 지역이 '보통'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라는 뉴스를 접하니 기분이 좋다. 그래서 맑은 하늘 사진을 올린다.

 

 

 

 

 

 

2.
맑은 공기가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마치 무슨 큰 선물이라도 받은 양 맑은 공기를 내준 날씨가 고맙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당연하다는 이유로 고마움을 모르는 법. 이젠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 감사하게 되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자연환경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죗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 같다.

 

 

 

 

 

 

3.
아무리 나쁜 일이라 할지라도 장점을 찾아보려고 하면 장점이 하나라도 있다. 미세먼지가 출현한 것의 장점은 우리가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점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자고 크게 소리치는 이가 있어도, 자연 보호 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있어도 공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젠 공감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앞으로 산소를 공급해 주고 대기의 오염 물질을 흡수해 주는 나무를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미세먼지가 주는 교훈이다.

 

 

 

 

 

 

4.
우리 모두 환경 보호에 힘써야 하리.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서 앞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보다 더 편리하고 신기한 무엇이 대중화되는 세상을 산다고 할지라도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5.

우리나라 공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이 공기 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나라가 되길 소망하며...

 

 

 

 

 

 

6.

오늘 오후부터 전국이 공기가 좋아진다고 하니 미세먼지가 많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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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3-07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밖에 바람이 불어요. 공기도 조금 차가워졌고요.
페크님,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3-08 07:43   좋아요 1 | URL
예전엔 바람 부는 날이면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헝클어져서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젠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는 바람이 반갑습니다. 차가운 날씨도 반가운 건 이런 날이면 미세먼지가 없어서요.
오늘도 미세먼지가 없는 날 같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알 수 있죠.
서니데이 님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 댓글,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03-07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 하늘만큼은 아니지만, 맑은 하늘이 좋네요. 페크님 상쾌한 히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3-08 07:44   좋아요 1 | URL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가 없으려나요? 더운 건 싫은데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더 싫으네요.
겨울호랑이 님도 상쾌한 하루가 되십시오. 댓글,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9-03-07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곳은 봄비가 내렸어요. 많이 오진 않고 그쳤지만 공기가 조금 좋아진 느낌이에요.
거리에 시커먼 마스크 쓴 사람들이 많아 가끔 훅하고 놀랍니다. 무서워라~

페크pek0501 2019-03-08 07:4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오랜만의 댓글이십니다. 봄비가 내려서 좋았겠습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다 보니 비가 그립습니다.
하하~~ 저는 마스크는 흰색을 쓰고 있어요. 오늘은 마스크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좋습니다.
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9-03-19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나니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더 그런 걸까요.
평소에 소중하지 않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페크pek0501 2019-03-19 19:3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엔 맑은 공기, 맑은 하늘이 흔했는데 말이죠.
내일은 전국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대가 되더군요. 세상 먼지를 씻어 줄 비가 이렇게 소중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있는 것의 존재가 없어져 버린 뒤에나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제목 : 거짓말이 허용되는 조건

 

 

친정어머니가 혼자 살기에 적적할까 봐 친정에 자주 들른다. 내가 감기몸살에 걸렸다고 말하며 며칠 동안 가지 않으면 친정어머니는 음식을 만들어 우리집에 온다. 와서 아픈 나를 보고는 체중이 빠진 것 같다면서 마음에 그늘이 진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이젠 나에게 거짓말을 둘러대는 요령이 생겼다. 아프다는 말 대신 할일이 많아서 친정에 갈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거짓말은 친정어머니와 나, 두 사람 다 편하게 만든다.

 

 

우리 대부분은 진실만을 말해야 옳은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산다. 하지만 때때로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상대방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대체로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고 여겨질 때 거짓말을 할 것이다.

 

 

만약 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면 정신적으로 고단한 삶을 살게 될 듯싶다. 그래서 때로 거짓말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친구가 옷을 새로 사 입고 나와서 “이 옷 어떠니?”라고 묻는데 진실을 말한답시고 “별로 예쁘지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해 준다면 그 친구의 기분은 어떨까? 항상 진실만을 말해서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연히 어느 커피숍에서 친한 친구의 남편이 어떤 여자와 만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니 연인 관계로 보였다. 이때 이 얘기를 그 친구에게 해 줘야 할까 말까? 어떤 것이 그 친구를 위하는 일이 될까? 만약 이 얘기를 해 주지 않는다면 그 친구는 남편에게 속고 사는 바보가 되는 것이고, 불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감정이 점점 깊어져서 그 친구가 더 큰 불행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남편이 비밀리에 연애를 하다가 언젠가는 연인 관계를 정리할 것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굳이 그 말을 전해서 그 친구를 불행에 빠뜨릴 필요가 없다.

 

 

또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약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가 있는데 동생이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어머니가 충격과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이 사실을 숨겨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이것은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자신이 어머니라고 가정하고 어떤 답을 원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고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할까? 어떤 이는 어머니가 심적 고통을 받더라도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이는 어머니가 심적 고통을 받지 않도록 알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진실을 꼭 밝혀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당한 경우다. 가령 어느 축구 시합에서 누군가가 반칙을 했고 그 반칙을 공개하지 않으면 상대편 선수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또 죽어가는 암 환자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에 대해 의사나 가족이 말해 줘야 하는 이유는 그 진실이 암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고 할지라도 진실을 말해 주지 않으면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감옥에서 19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석방된다. 그런 장발장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은 미리엘 신부였다. 미리엘 신부는 장발장에게 하룻밤 잠자리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그런 신부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장발장은 성당의 은그릇을 훔쳐서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경관들에게 잡혀 성당으로 끌려온다. 장발장은 다시 도둑질을 한 죄인이 되고 만 것이다. 이때 장발장에 대해 화를 낼 줄 알았던 미리엘 신부는 뜻밖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 수고들 많소. 그런데 장발장이 아니시오? 당신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져가시라고 드린 물건 가운데 은그릇만 가져가셨기에 왜 은촛대는 안 가져가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는 벽난로 위에서 은촛대 두 개를 가지고 오더니 장발장에게 내밀었다. 장발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얼떨결에 은촛대를 받았다. 이 일에 감동한 장발장은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다.

 

 

미리엘 신부가 거짓말을 했던 것은 장발장의 잘못을 용서하는 마음이 그 가슴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거짓말은 장발장으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아름답고 훌륭한 거짓말이 되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길 때 미리엘 신부의 거짓말을 떠올려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거짓말도 잘하면 처세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다. 어느 누구에게나 불이익이 가지 않는다면 해로운 진실보다 이로운 거짓말이 낫고, 악의의 진실보다 선의의 거짓말이 낫다.

 

 

누구든 미리엘 신부를 ‘진실성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이 허용되는 조건’은 그처럼 ‘진실성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의 거짓말일 것 같다.

 

 

 

 

 

 

 


..............................................

이 글은 최근 파이낸스투데이에 게재된 글입니다.

 

(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는 칼럼 16번째의 글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는 중복 게재는 독자를 속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출처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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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나를 뺀 세상의 전부>를 구입했다. 이 책에는 재밌는 제목으로 쓴 글이 많다. 그 제목들 중 하나가 ‘내가 죽어라 반복하고 연습해서 얻은 것들’이다.

 

 

누구나 살면서 필요에 의해 ‘죽어라 반복하고 연습해서 얻은 것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 다음과 같이 열거해 본다.

 

 

 

 


내가 죽어라 반복하고 연습해서 얻은 것들 :

 

노트북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컴맹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노트북 자판을 보지 않고 빠르게 타자를 치는 것.


악보 보고 피아노 치기.


수영.

 
연필화.


자전거 타기.


글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여 드디어 완결된 글을 쓸 줄 알게 된 것.


책을 몇 번 재독하여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아는 것.(어떤 단편 소설은 일곱 번까지 읽어 봤다.)


(예전에) 오랫동안 ‘매일 한 시간씩 걷기’를 실천하여 (지금) 걷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


발레를 배워 실력이 향상되고 키가 커진 것.


다리찢기.(예전보다 다리와 다리 사이의 폭이 넓어졌다.)


나에게 상처를 준 친구를 미워하는 대신 연민을 느끼는 것.


일어나기 싫은 주말 아침에 세 끼를 다 먹기 위해 늦잠을 포기하는 것.(늦게 일어나면 두 끼밖에 못 먹어서 건강에 안 좋다.)


하기 싫은 설거지를 음악 들으며 즐겁게 하는 것.


책 구입할 때 절제하여 구입할 책의 수량을 줄이는 것.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하려다가 참는 것.


아파서 누워 있을 때 괴로워하지 않고 달콤한 휴식으로 생각하는 것.

 

 

 

 


최근 깨달은 것 :


열심히 하려는 것보다, 잘하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하려는 것.

 

 

 

 


아직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 :


매주 하루 정해서 빈둥거리는 날을 보내는 것.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
내가 죽어라 반복하고 연습해서 얻은 것들

 

 


손가락 딱소리 핑거스냅. 혀 위에 방울을 만드는 것. (...) 사진기 앞에서 자연스러운 피사체 되기. 피아노. 컴퓨터. 문방구에서 절제하는 것. 안면근육으로 환하게 웃는 법. 무서워 보이는 표정 짓기.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가볍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경쾌하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 문자에 하트 찍기. 이모티콘 쓰기. 웃으며 거절하는 것. 쓸데없는 물건 버리기. 할 말을 다음 박자에 하는 것. 잘난 척하는 법. (...) 밤공기에 콧구멍을 벌름대고 보도블록의 울퉁불퉁함에 엉덩이를 맡기고 바람의 보드라움에 거북이처럼 얼굴을 내놓는 것. 무의미한 것들의 유의미함을 몸소 실천하는 것.(126~127쪽)

 

-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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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위대함 :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면 이반 일리치가 죽기 직전의 시간에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독자는 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 즉 독자는 자신이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도 죽음에 직면한 자의 느낌을 알게 된다. 이런 게 소설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2. 긴장감과 궁금증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 :
악인을 죽여서 살인자가 되어 버린 한 남자가 있다. 비록 살인범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의 편에서 진실이 밝혀질까 봐 독자는 마음을 졸이며 소설을 읽게 된다. 나중엔 범인으로 밝혀질 걸 알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은 지금 밝혀지는 건 아니겠지, 하며 조마조마해진다. 팽팽한 긴장감과 궁금증 때문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이런 소설을 좋아한다. 꽤 두꺼운 이 소설을 오래전 금방 읽었던 걸 기억한다. 그만큼 독자를 끄는 흡인력이 있다.

 

 

 

 

 

 

 

 

 

 

 

 

 

 

 

 

 

 

 

 

 

 

 

 

 

 

 

 

 

 

다른 이유로 긴장감과 궁금증을 느끼며 읽었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이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표제작인 ‘대성당’도 특별했지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여 의식이 없는 아이가 회복될 것인지 죽을 것인지 궁금하여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마음이 따뜻한 작가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소설 같아서,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게 만든 소설이라서 감탄, 감탄.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을 흥미롭게 읽었다. 어떤 소설은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몰라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이 점이 좋았다.

 

 

 

 

 


3. 내가 쓰고 싶은 글 :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글은 문학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글이 아니다. 정보와 지식이 돋보이는 글도 아니다. 대단한 주제를 다루는 글도 아니다. 깊은 사유로 깨달음을 주는 글을 읽고 싶은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4. 자신의 허물은 덮고 남의 허물은 크게 본다 :
내가 어느 서재에서 다음과 같이 댓글을 쓴 적이 있다.

 

 

“저는 비교적 바른 어린이로 컸어요. 맘에 걸리는 건 내 이득을 위해 비굴할 때가 몇 번인가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지우개로 지우고 싶죠. 때로는 재수 없는 아이였어요.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재수 없어 하는 아이, 였어요. 저도 여기까지 성장 소설을 써 봤습니다. 작위적인지 아닌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걸로... 역시 굿~ 밤~ ㅋㅋ”

 

 

과거 속의 나를 잘 살펴보면 남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하는 걸 느끼게 되면 나를 화나게 만들었던 누군가에 대해 관대해진다. 문제는 자신이 걸어 온 길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의 허물은 덮어둔 채 남의 허물만 크게 보게 된다. 

 

 

 

 

 

 


5. 어렵게 쓰는 필자, 쉽게 읽는 독자 :
칼럼 한 편을 완성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쓰고 나면 지친다. 잘 썼든 못 썼든 나로선 최선을 다했으므로 피로를 느낀다. 그런데 내 칼럼을 읽는 독자는 대충 읽을 것이다. 필자가 문단 구성을 어떻게 했는지,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등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난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나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내가 최선을 다한 글을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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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글 가운데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미워한다.(63쪽)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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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체처럼 게으름뱅이 독자를 미워하지 않는다. 내 글을 독자가 대충 읽어도 감지덕지할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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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3-03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글은 쓸 때보다 읽을 때 조금 더 빠르게 읽게 되니까요.
손보다 눈이 빠를거예요. 그리고 가끔은, 손보다 눈이 더 게으릅니다.
(뒤의 내용은 저희 외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라고 해요.)
쓰는 사람만큼 잘 알지는 못해도, 읽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즐겁게 읽을 수는 있어요.
가끔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음, 저는 읽는 사람이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9-03-04 19:10   좋아요 2 | URL
저도 남들의 글을 읽는 독자가 될 때가 많지요. 그런데 저 역시 꼼꼼하게 읽기보다 빠르게 읽으려고 합니다. 독자와 필자는 다를 수밖에 없나 봅니다. 그래서 니체는 독자를 게으름뱅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마스크를 써도 미세먼지를 먹고 살고 있는 것 같고 집 실내 공기도 좋지 않은 걸 느낍니다. 언제 끝날까요? 이럴 때 비가 내려 주면 참 고마울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기분으로 보내야 하겠지요... 저녁 먹고 책 읽으며 미세먼지를 잊어볼까 합니다.
굿 데이~~.


cyrus 2019-03-04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데, 의도하지 않게 남들을 가르치려는 듯한 글을 쓰게 돼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9-03-04 19: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요령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화살을 남에게 쏘지 말고 자신에게 쏘며 글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좋은 저녁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