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있는 놀이터를 지나올 때, 한 번씩 어떤 초등학생을 본다. 그는 매번 긴 벤치를 책상으로 삼

고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수학 문제지를 풀고 있다. 아마 학원에 가기 전, 급하게 숙제를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불편한 곳에서 공부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오늘도 지나다가 그 학생을 봤는데, 그는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계산기를 사용하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초,,고에서 계산기를 사용하는 수학 문제 풀이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계산기를 사용하는 그 초등학생의 수학공부는 완전한 것이 못되는 것일까? 어른이 되면 수학이란 학문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지금 왜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불평하는 학생도 많다. 어른이 되면 우리는 수학을 하지 않을까?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접하는 통계나 수치가 계산기를 사용한 정확한 값보다는 추정값이나 어림값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어림짐작한 근삿값이 정확한 참값보다 훨씬 쓸모 있고, 더욱 믿을 만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한다.

 

계산이 필요할 때 우리는 무심결에 계산기에 의존하지만, 영업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순간적인 어림 계산 능력이 훨씬 더 성공으로 가는 길을 보장해 줄 지도 모른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굴지의 회사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에게 엉뚱한 수학 문제를 낼 때가 많다. 그럴 때 역시 추정과 어림의 능력은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좋다. 그 능력은 자신의 두뇌가 뛰어나고 창의적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림 계산법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삶의 지혜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장점은 아니다. 어림 계산법은 그 자체로 두뇌를 자극하는, 예리하고 흥미로운 훈련이다.(p10)

 

 

어림 계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산술 능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산출이란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양이나 비율등을 계산해내는 것(좁은 의미)인데, 단순한 계산이란 측면에서 수학이란 학문에 비해 폄하되기가 쉽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산술 능력을 위한 공부 역시 상당히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고, 두뇌 회전과 정확성, 논리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수학과 산술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수많은 산술적 기법과 지름길은 깊은 수학적 사고로 연결되며, 학교를 떠날 때까지 공부하는 수학에는 대부분 산술이 필요하다.(p50)

 

 

이처럼 한국에서도 고등학교까지는 산술능력이 바탕이 되는 수학을 하기 때문에 놀이터 벤치에서 계산기를 사용해 수학 공부를 했던 학생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사용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나중에 학교 정규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 것이다. 또한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도 기를 수 없다.

 

그러면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본인은 나중에 수학이 필요없는 일을 하겠다고....소위 말하는 일머리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단순한 노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생각을 요구한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노동은 자신에게 유용할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수학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되는 사고력과 정확성은 스스로 해낸 수학공부에서 길러진다.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 세상이 돌아가는 추세를 알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산술 능력과 수학적인 사고는 필요하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몸풀기 연산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나와 있다. 마지막 장에는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의 추정법을 소개한다. 충분한 데이터 없이 수행하는 계산을 페르미 문제하고 한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상당히 귀찮고 피곤하지만,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 수학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쉽게 살기 위해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재산이나 주식 시세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정부의 정책이나 실업률, 빈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수학에는 눈감아버리는 어른은 아닌지....

 

살다 보면 수학머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온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위해 쓰였다.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숫자에는 함정이 있고 우리는 올바른 숫자를 찾아 답을 빨리 구해야 한다. 마트에 나열된 물건값을 비교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1억을 모을 수 있을지, 뉴스가 말하는 취업률 수치가 정말인지 알고 싶을 때 말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일상의 수학이 필요하다.-책의 뒷표지에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2-28 1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졸업 전에는 그렇게 싫던 수학, 쓸모없게만 여겨지던 수학이 여러모로 유용하고 은근히 많이 활용되는구나 느껴요. 가끔 재..재미도 좀 있구요ㅋㅋ😳👉👈

페넬로페 2021-02-28 20:56   좋아요 1 | URL
네, 사실 수학을 시간내서 열심히 하면 재미있는 학문이거든요~~
활용도 많이 되구요^^

scott 2021-02-28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페넬로페님 살다보면 수학머리가 꼭 필요한 순간이 와요.

졸업하고 나면 수학 끝인 줄 알았는데 정말 면접 때 통계수치 내놓고 ppt해야하고,,,
일상생활이 전부 숫자,,,,
성적이 아닌 숫자가 아닌 일상의 수학적 언어 사고가 정말 정말 필요합니다.


페넬로페 2021-02-28 20:57   좋아요 2 | URL
심지어 수학머리는 집안 살림에도 필요해요 ㅋㅋ
수학을 공부하는것이 성적에도 중요하지만 논리적 사고를 갖게 하는것이 더 큰것 같아요**

파이버 2021-03-01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급하게 수학숙제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네요ㅎㅎㅎ 페넬로페님 말씀대로 수학적논리적 사고를 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다만 어릴땐 그걸 깨닫기 어려운 것 같아요ㅜㅜ

페넬로페 2021-03-01 00:4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학생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더라구요~~
파이버님 말씀대로 고등학교까지 배운 것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지식들의 거의 모든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그걸 학창시절에는 깨닫기가 어려운것 같아요^^

라로 2021-03-01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제 유전자 때문인지 애들이 다 수학못알못(이라고 하나요?ㅎㅎ)입니다.ㅠㅠ

페넬로페 2021-03-01 09:27   좋아요 0 | URL
수학공부가 사실 쉽지 않죠~~공부할 양도 많고 계단식으로 쌓여야 그 다음개념을 받아들일수 있으니 ㅜㅜ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예요

psyche 2021-03-01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는 무슨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중학교 정도부터 계산기를 사용하고요 고등학교때는 공학용계산기를 써요. SAT 시험 같은 대학입시시험때도 계산기를 가지고 들어간답니다. 물론 시험에 따라 허용이 되는 계산기와 안되는 계산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계산기를 쓴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처음에 미국와서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쓰는 걸 보고 이래서 미국애들이 산수를 못하는구나 했었네요.ㅎㅎ
근데 학창시절에는 수학 좀 했던 저... 지금은 계산기 없으면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못해요. ㅜㅜ

페넬로페 2021-03-01 10:27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이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도 계산기와 병행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단 어려운 수학에 있어서요.
계산기 병행을 해야하는데 우리가 계산기를 사용하는 순간 간단한 것도 계산기에 의존하게 되는게 문제인것 같아요.^^
 
라이프 트렌드 2021 : Fight or Flight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란 항상 변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느 정도의 예상도 한다. 물론 그 예상이 빗나가기도 하고, 어떤 변수에 의해 번복되기도 하지만, 2020년 한 해는 특히 우리에게 급변의 상황을 주었다.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위기에 당황하고, 그 대처방안에 우왕좌왕했지만, 사실 이것이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던 것의 결과물일지도 몰라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해가 바뀌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벼랑에 몰린 우리는 스스로 살아 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를 믿고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절박하다.

 

대개의 계획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되는 흐름에 기초하는데, 2021년을 앞두고는 계획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가 유독 많다. 우리가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격리와 봉쇄 속에서, 일상의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2020년을 살았기 때문이다.-p4

 

라이프 트렌드 2021에도 팬데믹이 그 중심에 있다. 저자는 2021년을 관통할 트렌드 코드로 ‘Fight or Flight(맞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를 제시한다. 상황이 급변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난무한 이 때에 치열하게 맞서 싸우거나, 과감히 회피하여 도망가라고 한다. 여기서의 회피는 비겁하거나 무능한 것이 아니라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작전상 후퇴이다.

또한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First), 뉴 프레퍼(New Prepper), 팬데믹 세대(Pandemic Generation), 욜리(YOLY), 피시(FISH), 로컬(Local), 메타버스(Metaverse)등의 단어를 제시하며 올해의 트렌드를 예상한다.

 

위기는 이미 누구에게나 다가왔고, 과거에 구축한 사회 체계와 관점으로는 풀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이지만 오히려 거대담론을 논의하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절체절명의 화두이다. 복지에 대한 방향, 기본 소득, 인구 절벽에 대한 대처 방안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담론으로 본다.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서바이벌 콘도(Survival Condo)는 아주 비싼 호화 벙커다. 1960년대 초에 건설된 이곳은 원래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보관하던 지하 격납고였다. 이를 부동산 개발업자가 매입해서 부자들을 위한 피난처로 개조해 2012년에 분양했는데 100평 규모의 아파트가 450만 달러였지만 분양하자마자 다 팔렸다-p93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부자들은 위기에 더 많은 돈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다. 비대면 경제시대에 가진 자가 훨씬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 격차는 더 가속화되고 설국열차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 그 원인을 찾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나로서는 역부족이지만 어쨌든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논의는 분명 있어야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각종 공해와 쓰레기가 이러한 팬데믹을 가져왔지만, 우리는 지금 살기 위해 일회용품을 무한정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의 의미를 새기고, 공존을 위한 삶은 필수이다.

 

팬데믹 시대를 맞이해 그것에 관련된 책이 쏟아져나오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하며 그것은 무척 어렵다. 다만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과 그 물결의 흐름을 아는데는 이러한 책들이 도움이 된다. 귀찮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세이프티 퍼스트
우리는 확실하게 경험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지난 수십 년간의 어떤 시도보다, 한 번의 강력한 팬데믹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손 씻기와 개인위생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안전민감증으로 우리는 좀 더 안전할 수 있게 되었고, 안전과 위생은 우리의 중요한 욕망으로 부상했다. - P35

뉴 프레퍼
프레퍼란 재난과 사고가 닥칠 것을 우려해 일상생활 중에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대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 P80

팬데믹 세대
팬데믹 세대는 나이도 어리고 지위와 돈도 없지만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강력하다...그들의 세력화는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고, 미닝 아웃을 통한 적극적인 소비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 P173

욜리(You Only Live for Yourself)
한 번뿐인 인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인생은 자기 힘으로 살자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며 살기보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 자신이 편한 관점에서 살자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95

피시(Financial Independence Sustainable Hobby)
경제적 독립을 이루려면 돈도 잘 벌고, 투자도 잘하면서 잘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이렇게 확보한 경제적 기반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과 취미를 지속적으로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 P196

메타버스
3억 5000만 명이 존재하는 메타버스 공간은 그 어떤 플랫폼보다 강력하다. 오죽하면 넷플릭스의 CEO가 넷플릭스의 라이벌은 디즈니가 아니라 포트나이트라고 했을까. 강력한 소셜 플랫폼은 좋은 콘텐츠만큼 중요한 무기다. - P290

서스테이너블 라이프(Sustainable Life)-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서스테이너블 라이프는 우리의 일상과 소비에서 중요한 요소로서 삶의 관점과 태도가 되었다. 그리고 비즈니스에서도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는 필수 경쟁력이 되었다.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바로 공존 때문이다. ...많은 이가 전염병의 실체와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문제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P316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2-24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각자도생이지만 거대담론을 논해야할 때라는것에 공감해요. 뽑아주신 명칭들 두 개 빼고 다 완전 낯설어 궁금ㅋㅋ🙄 욜로아니고 이제 욜리네요!

페넬로페 2021-02-24 22:57   좋아요 2 | URL
네, 우리 모두 공존하기위해 노력해야 할 듯해요^^이 책에 나오는 새로운 용어들을 알아가는게 재밌어요.
뭔가 트렌드를 좀 아는 느낌!

scott 2021-02-24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네요 요즘 뉴노멀,뉴노멀이라고 전부들 한마디씩 하는데 페넬로페님이 적어주신 트렌드 용어 입에 착착 감기게 외워야쥥 근데 전 태생적으로 욜리 같이 살아서 솔직히 요즘 넘 편해여 ^.~

페넬로페 2021-02-25 00:41   좋아요 2 | URL
저는 전에는 트리플 A형처럼 살았는데 많이 바뀌었어요.요즘은 맘편히 살려고해요~~욜리에 가깝게요^^
 

마음에 새기자^^

지극하구나.
곧고도 오만하지 않고
굽은 듯해도 복종하지 않으며,
가까이하되 너무 핍박하지는 않고
먼 듯해도 마음은 배반하지 않으며,
변해도 음란하지 않고
반복하나 싫증나지 않고,
구슬프나 근심하지는 않고
즐거우나 방종하지 않으며,
쓰기는 해도 모자라지 않고
넓어도 드러나지 않고,
베풀어도 낭비하지 않고
구하더라도 탐욕스럽지 않으며,
머물더라도 막혀 있지는 않고
나아가더라도 떠다니지는 않는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번씩 소설을 읽을 때, 그 내용보다 작가의 문장에 빠질 때가 있다. 주인공의 생각과 말에 얹힌 그 문장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상황을 똑바로 보게 한다. 니클의 소년들은 작가의 좋은 문장으로 인해, 인종 차별을 받는 흑인들의 불행함을 넘어,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직시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당연히 이 책의 내용도 좋다. 복선과 반전도 절묘해 소설을 읽는 재미도 있다. 오래간만에 스토리와 문장, 작가의 개입이 잘 짜여진 훌륭한 소설을 만났다.

 

짐 크로법이 이미 효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인종 차별이 심하게 존재하는 남부의 탤러해시에 누구 못지않게 착하고 반듯한 흑인 소년, ‘엘우드 커티스가 산다. 그는 마틴 루터 킹목사의 연설을 들으며 흑인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불의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품위를 갉아먹는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나서며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년이다.

 

엘우드는 하나의 원칙에 마음이 기울었다. 킹 목사가 그 원칙에 형태와 소리와 의미를 주었다.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 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p39

 

그런, 누구 못지않게 착한 엘우드는 생각지도 않게 누명을 쓰고 악명 높은 니클 소년 아카데미라는 감화원으로 가게 된다. 니클 안에서 자행되는 만행은 뻔하다. 원칙 없음. 가차없는 폭행과 살인. 강제적 데이트라 불리어지는 어른에 의한 강간. 노동. 주정부에서 지급되는 물품들을 뒤로 빼돌려 이익을 챙기는 윗대가리들.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착한 척 하지만 니클에서만은 가식을 떨지 않는 어른들. 언제나 오트밀을 먹는 망가진 소년들.......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니클에서도 엘우드는 고민한다. 삶의 방향을 어디로 정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조용히 모든 것에 눈 감고 침묵해서 그곳에서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죽을 지도 모르지만 장애물을 정면으로 통과해 니클의 실상을 알릴지에 대해 엘우드는 갈등한다. 그리고 엘우드는 선택한다.

 

이렇게 정의의 메커니즘이 움직이게 된 것은 버스에서 앉으면 안 되는 자리에 앉은 여자, 금지된 식당에 들어가 호밀빵에 햄을 얹은 샌드위치를 주문한 남자 덕분이었다. 이번에는 증거를 담은 편지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p226

 

지금 현재 겪는 불행이 무서운 건, 그것이 현재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과 차별에 의해 남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지 못한다.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 없고, 경주가 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니클이 폐쇄되고 인종 차별이 없어져도 니클의 소년들은 여전히 니클에서 산다. 애써 막아놓고 일상을 살아가지만 어두운 곳에서 언제나 니클은 그들을 지배한다. 불행은 여전히 불행을 가져온다.

 

착하고 굳건한 소년, 엘우드가 혼자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인식과 관심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마냥 기다리면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는 마틴 루터 킹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사랑해야만 한다는 목사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니클의 소년들은 스토리의 전개와 거기에 스며든 문장들이 잘 짜여진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폭력에 놓여진 소년들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 시대에서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에게 가해지는 여러 종류의 폭력은 여전하다. 그 폭력을 보는 것이 힘들어 많은 것에 눈 감는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그것에 대항해 싸워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하며 슬그머니 빠지는 나 자신을 본다. 니클에서 혼자 저항하지 않고 같이 싸웠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무력감도 있다. 모든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라서 내가 개입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상대라는 두려움도 있다. 나를 지키고자 선택한 침묵이 분명 이 세상의 수많은 엘우드를 외롭고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하다. 부끄럽다, 세상을 살아가기에.

 

어렸을 때 그는 리치먼드 호텔의 식당을 지켜보았다. 그의 종족에게는 금지된 장소였지만 언젠가 그 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두운 감방에서 그는 자신의 기다림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는 어두운 피부색을 초월해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 동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를 동지로 불러줄 사람, 똑같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사람,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뒷골목과 신선한 나날로 점철된 그 미래 앞에서 손으로 쓴 항의의 팻말과 연설에 장단을 맞추는 사람. 커다란 레버에 체중을 실어 세상을 움직일 준비가 된 사람.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그 식당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p24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2-21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회에서는 죽어서도 골치덩어리라고 ㅜ.ㅜ
‘자신의 영혼을 믿고 자부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루터킹 목사의 말도 전혀 믿지 못하는 사회 ㅜ.ㅜ


페넬로페 2021-02-21 00:41   좋아요 5 | URL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 궁극적으로는 맞는 말일까요?
이 책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네요^^

scott 2021-03-05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추카~
행운의 福🐸개굴
놓고 가여 ^0^

페넬로페 2021-03-05 16:28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scott님도 축하드려요**
 

 

 

 

 

 

 

 

 

 

 

 

 

'책 좀 빌려줄래?’의 내용 중에 내 책장의 책들이란 제목의 글과 일러스트가 있다. 여기엔 그동안 만나온 책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여러 질문이 나와 있다, 그 유형을 재미있게 읽다가,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떤 책을 떠올릴까?’를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거의 최근에 읽은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저 재미삼아 한 번 적어 본다.

 

작가의 말을 빌어,

한 가지만 부탁할게.

이 책들을 보고 날 판단하지 말아줘. 어쨌든 난 책 읽느라 바쁘고, 진정한 독서가이니까

 

1,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던 책-너무 많은데.....

‘7년의 밤’-책을 펼쳐들고 마음 졸이며, 무서워하면서 쉬지 않고 끝까지 완독했다.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의 스토리도 좋았지만 주인공 현수에 마음을 주면서 읽었다. 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책임감있게 아이를 잘 키워내야한다는 강박이 심했다. 아이의 어린시절부터 초등학교까지 내가 보고 느낀것들은 거의 모두 아이와 연관된 것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며 사는 현수가 안타까웠고, 내 자식에게는 저런 트라우마를 안기지 말아야겠다는 약간의 교훈적이고 신파적인 결심을 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키다리 아저씨’-어릴 때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읽은 책이 많다. ‘키다리 아저씨뿐만 아니라 소공녀’ ‘빨간 머리 앤’ ‘15소년 표류기등 소년소녀명작동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교육열이 높으셨던 엄마가 언니, 오빠의 입시에 온통 신경을 쓰는 바람에 난 늘 외톨이였다. 그런 내가 선택한 것이 책이었고, 책을 읽으며 마구 상상했다. 반드시 나의 친엄마가 나타날거야, 또는 나에게 키다리아저씨가 있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니, 오빠의 입시가 끝나자 엄마는 막내인 나의 공부와 입시로 눈을 돌리셨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를 원하는 친엄마가 나타났다.

 

 

 

 

 

 

 

 

 

 

 

 

 

 

 

 

2,펴볼 엄두가 안 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민음사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0권을 사모으는 중이고, 1권을 몇 번이나 읽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덮어버렸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동명왕의 노래’-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나 역시 그때 교육열이 높은 엄마여서 그 책을 읽었고, 거기서 소개된 책을 거의 다 사놓았다. 아이는 아마 그 중 한 두 권 정도는 읽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지금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져있다. 언젠가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이다.(아이에 대한 나의 교육열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간 시점에 끝났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까지 힘을 쏟고 싶지 않아 둘이 합의해 내가 손을 놓고 아이는 자유를 얻었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아이는 선택했고, 대학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한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지금까지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다. 아이가 고 3이었을 때 난 오히려 시간이 많아 책을 제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3,친구가 준 책

에우리피데스 비극’-고전 읽기를 시작한 나에게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이다.

 

반지의 제왕’-이미 절판된 황금가지의 6권세트이다. 이 책은 아이 친구 엄마에게 빌렸다. 책을 빌린 지 거의 5년이 넘었고 그 사이 그녀는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이 두 책 다 아직 읽지 못했다. 역시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4,읽으려고 무진 애썼던 책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사기열전’-,서양의 고전을 대표하는 책들 중의 하나이다. 이 책들을 읽는데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독했다. 이 고전들은 그 내용을 떠나, 읽고 나면 굉장히 유용하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후세대의 많은 작가들이 무수히 인용했다. 똑같은 내용을 다른 버전으로 읽는 것이 재미있고, 각자 만들어내는 고전의 재해석이 흥미롭다. 읽기는 힘들지만, 읽어내면 다른 책을 읽기에 편하다.

 

 

 

 

 

 

 

 

 

 

 

 

 

 

 

 

5,어째서인지 두 권이 있는 책(본 책에는 세 권)

댈러웨이 부인’ ‘어린 왕자’-정말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명백하다. ‘댈러웨이 부인은 집에 있는지 몰랐고, ‘어린 왕자는 표지가 예뻐서 딸아이가 다시 구입했다.

 

 

 

 

 

 

 

 

 

 

 

 

 

 

 

 

 

 

 

 

 

 

 

 

 

 

 

 

 

 

6, 내 생명을 구해준 책

쇼코의 미소미카엘라’-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낀 시기가 있었다.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고, 남편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나 혼자 남편과의 갈등이 심했다. 그때 미카엘라가 나에게 왔다. 그 단편소설을 읽으며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 느꼈다. 남편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모습을 그 소설이 고쳐주었다. 이기적이고 아집에 차 있었던 나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었고,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한 생각의 전환으로 내 마음이 편해졌고 풍부해졌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이 책은 내 생명을 구해주었다. 남편은 책을 거의 읽지 않지만 나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이다. 나는 남편을 보면서 한 번 씩 책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아도 남편은 항상 생각이 깊고, 행동이 신중하며, 나를 웃게 한다. 그런 반면 책읽는 나는 언제나 미숙하고, 감정적이고, 직선적이다. 그래도 그 미숙함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것이 책 때문인지, 남편의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만큼 지행합일하며 사는 것이 내 목표인데 아직까지 잘 지켜지지 않아 고민이다.

 

 

 

 

 

 

 

 

 

 

 

 

 

 

 

7,친구에게 빌려준 책

증언들’-책을 배송받자마자 바로 빌려주었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친구야, 좀 돌려줄래?

친구는 나에게

내가 빌려준 그래도 우리의 나날을 먼저 돌려줄래?

미안해...

 

 

 

 

 

 

 

 

 

 

 

 

 

 

 

 

8,매일 밤 읽다가 잠드는 책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요즘 눈이 너무 안좋아져 밤늦게 책을 읽기 힘들다. 그래서 가끔식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유튜브의 오디오북을 듣는다. ‘노인과 바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읽다가 잠드는 책이 아니라 듣다가 잠드는 책이다.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면, 여전히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쯤 그것을 끄고 잠을 청하면 또다시 깊게 잠든다. 이 두 책은 내 머리 속에 그 내용이 조각조각 들어 있다.

 

 

 

 

 

 

 

 

 

 

 

 

 

 

 

 

 

 

9,내가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홍승은 작가의 이 책을 좋게 읽었는데 도무지 어떤 글로 리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를 쥐어짜도 적당한 단어가 튀어나오지 않는다. 이미 알라딘친구인 ‘syo'님의 훌륭한 리뷰도 있고 해서 아마 난 이 책에 대해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설겆이하다 실마리를 풀어 줄 단어 하나가 떠오를 수도 있기에 포기하지는 말고 유보해두기로 하자.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하며...

 

 

 

 

 

 

 

 

 

 

 

 

 

 

 

 

10,내 인생을 바꾼 모든 책-너무 많지만 딱 한 권만 정하자

죄와 벌’-중학교 시절, 집에 있는 책장을 보다가 그냥 꺼내 읽은 책이다.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누군가가 권유한 것도 아닌 내가 운명처럼 선택해서 읽은 책이다. 몰입해서 책을 읽으며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 사회의 악을 제거해야한다는 주장에 넘어가버렸고 그때의 생각과 느낌이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 박혀있었다. ‘죄와 벌을 읽고 나의 성향은 반골적이 되었고, 세상을 쉽게 살아내지 못했다. 작년에 다시 재독한 죄와 벌은 중학교때 읽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 읽은 건 완역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내용들이 많았다. 이번엔 라스콜니코프의 광기에 대해 더 주목했고, 사회악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폭력적이어서는 안되며, 그 누구도 그것을 행하도록 허락된 적은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너무 나의 생각이 도덕적으로 변한 것인가?

 

 

 

 

 

 

 

 

 

 

 

 

 

 

 

 

시간이 많이 지나 내가 70살쯤 되었을 때, 나의 독서리스트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그때쯤되면 난 새 책을 거의 읽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좋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며 그 느낌과 생각의 변화를 적을 것이다. 좋지 않게 평가했던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바뀌어 그 책이 좋아질수도 있고, 내 인생 최고의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변에 가져갔던 책내가 모자로 착각한 책은 다음 기회에 적겠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1-02-14 17:4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도 재미있게 리스트를 만들수 있네요!ㅎ 즐거운 저녁시간 되십시요!

페넬로페 2021-02-14 20:39   좋아요 4 | URL
‘책 좀 빌려줄래‘ 이 책이 재미있고 기발해요~
막시무스님!
건강하고 행복한 연휴의 마지막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1-02-14 19:44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있는 줄 모르고 구입해서 두권 있는 책. 완전 제 얘기! ^^
‘그래도 우리의 나날‘ 발췌해놓은 독서기록 보고 좋았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 구매했습니다.
내일 도착!
제 주위에 두고 바라만 봐도 좋을 책이 너무 많아서 걱정! 장서가들의 고민을 보면 100퍼센트 공감하게 돼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

페넬로페 2021-02-14 20:42   좋아요 4 | URL
‘그래도 우리의 나날‘ 은 약간 호불호가 나뉘는 책 같아요~~
그레이스님은 장서가이니 당연히 두 권 구입한 책이 더 많을 듯 해요^^

미미 2021-02-14 18:2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흥미롭고 즐겁게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님 저도 인생책 한권 고르라면 <죄와벌 >이고요, 유튭으로 요즘 해리포터 듣고있는데 영국발음 어렵고 빨라 눈동자 넘 아파요. 그리고 <잃시찾>은 다 구입하셨으면 10권을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당!(어색하지 않아요) 헤헷

페넬로페 2021-02-14 20:45   좋아요 4 | URL
네 안그래도 미미님 말씀처럼 잃사찾 10권을 먼저 읽어보려구요~~
미미님의 인생책도 ‘죄와벌‘ 이라 반가워요^^이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들이 꽤 많을것 같아요**

초딩 2021-02-14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펴볼 엄두, 두 권, 준 책 ㅎㅎㅎㅎ
저도 리스트를 막 추가하고 싶네요 :-)
소크라테스 제 인생의 책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2-14 20:46   좋아요 3 | URL
초딩님의 리스트 너무 궁금해요~~
기회되시면 빨리 들려주세요**
저는 아직 소크라테스는 시작하지 못했는데 초딩님의 인생책이라 용기내서 도전해보겠습니다**

Falstaff 2021-02-14 18: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참 잘 읽었습니다. 세월이 다 그런가 봐요.
페이퍼 읽고 한 권 선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1-02-14 20:48   좋아요 4 | URL
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책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언제나 좋은 리뷰 올려주시니 조만간 읽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붕붕툐툐 2021-02-14 1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너무 좋은 시도예요~ 페넬로페님의 인생과 책이 고스라니 들어있는 페이퍼네영~ 즐겁게 읽었어용~👍😍😊

페넬로페 2021-02-14 20:49   좋아요 3 | URL
이 모든게 붕붕님으로부터~~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이 페이퍼까지 작성했어요^^
감사드려요♡♡

scott 2021-02-14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이페이퍼는 아끼면서 읽어야함
페넬로페님 책장에 꼽아둔 책들에 얽힌 에피소드 넘 감동~*

전 ,책장 앞에 서면 햄릿이 되어버리는데 ㅋㅋㅋ
[ 언제나 미숙하고, 감정적이고, 직선적인]
이거슨 나!!

연휴 마지막날에 멋진 페이퍼 써주신 페넬로페님
진정한 독서人!

페넬로페님 친구야 ! 어서 책좀 돌려주렴 ^.~

페넬로페 2021-02-14 21:35   좋아요 2 | URL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많이 아쉽네요^^
저도 사실 책장 앞에선 햄릿이예요 ㅎㅎ
친구한테 책 받기는 좀 틀렸고 다시 사야겠어요**

mini74 2021-02-14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너무 좋아요 ㅎㅎ 죄와 벌도. 이렇게 겹치는 책 보면 막 동지를 만난 기분 ㅎㅎ

페넬로페 2021-02-15 00:22   좋아요 4 | URL
책동지 너무 좋죠!
특히 같은책을 읽고 감명받는 느낌이 참 좋은것 같아요^^

다락방 2021-02-15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양질의 페이퍼가 아닙니까. 동시에 이 질문들 가져와서 고스란히 답해보고 싶어졌어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저도 해봐야겠어요. 그렇지만 ‘생명을 구해준 책‘은 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은 처음이에요...

페넬로페 2021-02-15 11:3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넘 궁금하네요^^
‘생명을 구해준 책‘은 각자의 해석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han22598 2021-02-18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같은 질문들로 답하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건, 빌려준 책들.....3명이 총 20권정도 빌려간 책들이 있는데......왜 안 주는건지 ㅠㅠ 어떻게 달라고 해야할지 고민인데. 빌려준 책들이 대부분 제가 아끼는 책들이라...잉 ㅠ 고민입니다.

페넬로페 2021-02-18 15:43   좋아요 0 | URL
책을 너무 많이 빌려주셨어요,han님!
그정도면 꼭 돌려받으세요~~
han님의 답도 꼭 알고 싶어요^^

라로 2021-02-19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페이퍼를 쓰셨네요!! 저도 언젠가 로님처럼 책을 많이 읽게 되면 해보고 싶네요. ^^

라로 2021-02-19 17:05   좋아요 1 | URL
앗! 우리 둘 다 닉네임에 ‘로‘가 들어가요!!!!>.<

페넬로페 2021-02-19 17:37   좋아요 0 | URL
에이 라로님이 저보다 책 더 많이 읽으시잖아요.
‘로‘란 이름 좋네요~~
요즘 애들 이름에 로자가 들어가는게 많더라구요^^

감은빛 2021-02-21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질문과 답변 너무 멋져요!
잘 읽었습니다!

고등학교에 간 이후 아이와 합의했다는 내용이 제게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거든요.
숙제를 안 했다고 울상을 짓는 아이에게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해서
잠을 포기하고 혼나지 않는 걸 선택하거나,
잠을 선택하고 선생님께 혼나는 걸 선택하거나 네가 좋을대로 알아서 하라고 말하곤 했어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90점을 받았다고 말해도, 30점을 받았다고 말해도
저는 그저 웃으며 시험이라는 평가잣대는 완벽하지 않아서
잘 받았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못 받았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요.
그저 시험 공부하느라 애썼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아요.

그런데 요즘은 글을 쓰고 싶다고 예고 문창과에 입학할 예정인 큰 아이가
써가지고 온 글들을 보고 자꾸만 잔소리를 하려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하네요.
한번은 아이가 쓴 시를 제가 마음대로 고쳐서 보여줬다가 곧바로 엄청난 후회를 했어요.
자꾸 아이에게 글 쓰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잔소리를 무한 반복하려고 해요.

페넬로페 2021-02-21 11:16   좋아요 0 | URL
부모로서 감은빛님의 잔소리는 너무 당연한것 같아요. 특히 아이의 진로와 관련된 것이니까 도와줄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진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갈수있어 자제분이 행복할것 같아요.
요즘에는 자신이 뭘해야좋을지 정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많이 안타까워요^^

noomy 2021-02-23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죄와 벌‘은 저에게도 인생의 책 중 하나고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여태 1권을 못 펼치고 있어요 ^^;; 책 많이 읽는 것과 인격은 정말 큰 연관이 없는 거 같아요. 제 주위에도 책은 별로 안 읽고 심지어 티비만 보는데도 많은 정보와 훌륭한 지혜를 가진 분도 있고요, 책 열심히 읽는데도 편협한 분도 많아요. 새길만한 이야긴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1-02-23 19:34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에 대한 경험은 각자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부분도 많은것 같아 기쁘네요.
다음에 noomy님의 책장의 책 얘기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