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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약속했듯이,
레삭매냐님의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라는 지령까지 받아
콘칲과 맥주를 앞에 두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다음주 화요일, 도서관 ‘클래식‘ 동아리의 지정도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인데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기에 민음사판을 다 읽고 이해가 안되어 다시 열린책들판을 집어든다.
그렇게 조금 읽다가 그래도 오늘은 우리 책쟁이들이 가장 축하하고 기념할 중요한 날인 관계로 ‘등대로‘를 집어 던지고 니콜 크라우스 소설 ‘사랑의 역사‘를 그냥 읽기로 한다.
좋고 중요한 날이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람을 울컥하게 하네.

아마도 이렇게 가려나보다, 발작적으로 웃다가. 더 나은 길이 뭐가 있을까, 웃으며 울고, 웃으며 노래하고, 웃으며 혼자라는 사실을, 인생이 끝났다는 사실을, 죽음이 문밖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는 것보다. p16

나의 맞은편에서 딸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다.
창작적인 글을 7편이나 써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유대인의 얘기를 해주며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준다.

다시 일어섰을 때는, 삶의 가장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 나의 마음 한구석이 이미 떨어져나간 후였다.ㅡp18

이 구절을 읽어주며 난 너무 슬프지 않냐고 했고,
딸아이는 수긍하며 이런 말을 한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강의에서 보여주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상이 참 마음 아프지만
엄마, 그래도 난 한국 사람인가봐.
유대인들보단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훨씬 더 마음이 안좋았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아하게 책만 보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책을 읽는다는 건 우아한 것이 아닌데.
더 많이 현실을 보며
가슴 아파야하고,
마음 먹먹해야 하고
더 울어야 하는건데.

‘사랑의 역사‘
그 다음 부분이 궁금하지만 좀 아껴두고 싶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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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4 00: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콘칲과 책은 있었는데 아 맥주가 빠졌었군요. ㅎㅎ
따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페넬로페 2021-04-24 10:32   좋아요 1 | URL
제가 맥주를 좋아하거든요 ㅎㅎ
딸아이 말에 저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scott 2021-04-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예쁜 딸 !!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우리들 ㅎㅎ 페넬로페님 등대로 열린책들 판으로 돌아오신거 잘하신 선택 !!

페넬로페 2021-04-24 10:34   좋아요 3 | URL
책 읽을 때 정말 행복하죠, 세상 시름도 잊고 몰입하게 되요.
scott님 말씀대로 열린책들이 더 나은것 같아요^^

라로 2021-04-24 05: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7편이나 써야 한다니,,, 정말 쉬운 거 없는 세상.
저는 지난 번에 큰 실수 하고서 술 당분간 굿바이.ㅠㅠ
세월호 사건은 정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세월호 그 이전과 그 후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페넬로페 2021-04-24 10:36   좋아요 1 | URL
네, 애가 바짝 말라가요. 매일 집에서만 강의듣고 과제하고 ㅠㅠ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래요.

새파랑 2021-04-24 0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인데 술만 먹고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사랑의 역사˝ 이 책 완전 좋아하는 📚인데 ㅎㅎ 천천히 아껴 읽으세요^^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이 책 좋다고 하셔서 읽고 있어요. 좀 슬픈 내용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새파랑 2021-04-24 10:4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슬프지는 않아요 ㅎㅎ 읽고 계셔서 여기까지만^^

bookholic 2021-04-24 08: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은 책맥이죠~~~^^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3 | URL
아! 책맥이란 말 넘 좋아요^^

붕붕툐툐 2021-04-24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마음에 공감이 되네요~ 딸이랑 이런 대화 멋지네요!
책쟁이란 말 맘에 쏘옥 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21-04-24 10:39   좋아요 3 | URL
우리 모두 책쟁이들^^
딸아이와 서로 친할때 한번씩 이런말이 오고가요 ㅎㅎ

청아 2021-04-24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는 그야말로 피눈물이었죠~평생 그때만큼 무기력하고 동시에 비참했던 때가 없었던것 같아요.따님이 페넬로페님 닮았는지 어른스럽네요~♡ <사랑의 역사> 쓱 담아가요!

페넬로페 2021-04-24 10:41   좋아요 4 | URL
세월호만 생각하면~~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일것 같아요^^미미님 말씀처럼 무기력함과 비참함의 절정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4-27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at a good job !

그나저나 읽다만 <사랑의 역사>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4-26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다말고 지금 숙제하는 중이예요~~

han22598 2021-04-2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책읽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7 00:21   좋아요 0 | URL
네, han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별로 알아주지 않는 책의 날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축하였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4-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따님이네요^^b

오늘은 콘칲을 꼭 먹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27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콘칲 맛있죠, ㅎㅎ

서니데이 2021-05-02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도서관에서 독서 동호회를 하고 계신가요.같은 책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간된 시기가 다르면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미세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는 듯 해요.
어제보다 따뜻한 오후예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2 21: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같은 책인데 좀 어려워 두 번을 꼬박 읽었어요~~
그래도 독서모임 지정도서라 끝까지 읽었네요 ㅎㅎ
 

엄마를 모시고 지리산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벚꽃이 지고 난 한국의 아름다운 길들은 연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언젠가부터 난 화려하게 핀 꽃보다 초록과 연초록이 어우러진 푸름이 좋다. 그 푸르고 연한 잎들이 만들어내는 싱그러움에 더 마음이 간다. 엄마도 연신 좋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산에 초록이 눈처럼 내려와 있다고....엄마는 시인이다.

 

엄마와 헤어질 때, 엄마가 막 우셨다. 나도 오면서 울었다. 나중에 어떻게 보내드릴지 막막하다. 집에 오니 딸아이가 격하게 나를 반긴다. 엄마가 없어서 너무 외로웠고 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를 위해 연어장덮밥도 해주어 감격했다. 그런 딸아이가 강의 듣는 노트북 앞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난 그녀의 등짝을 찰싹 때린다. 잠 깨고 정신 차려 강의 들으라고 잔소리를 시작한다. 완벽한 일상의 복귀다, .

 

 

 

 

 

 

 

 

 

 

 

 

 

 

 

하필 이번 여행에 가져간 책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이다. 울프의 문장은 그냥 대충 읽어서는 뭔 말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밑줄을 그으며 다시 집중해 읽는다. 울프의 글은 자기 만의 방을 읽고 소설은 처음 시작했다. 젊었을 때 읽지 않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지만 나이 든 지금 읽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문장들을 읽으며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등잔을 닦고 심지를 손질하고 손바닥만 한 뜰에서 갈퀴질을 하는 것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어 하루 종일 몹시 지루하게 앉아 있을 테니까......

한 주, 또 한 주가 지나도 늘 한결같이 부서지는 황량한 파도를 보라보고, 그러다가 거센 폭풍우가 물려와서 창문이 물보라에 뒤덮이고 새들이 등대에 부딪치고 등대가 흔들리고 바다로 휩쓸려 갈까 겁이 나서 문밖으로 얼굴도 내밀 수 없다면?-p11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이 문장은 내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한 번씩 책을 살 수 있는 비용이 지불되는 직장에 다니는 언니는 그 금액으로 항상 나에게 책을 사 준다. 이번에도 책을 고르라고 해서 알라딘 이웃님들이 포스팅한 글 중에서 체크한 것들 중에서 골랐다.

내 돈으로는 살 것 같지 않은 책으로 정했다.

 

 

 

 

 

 

 

 

 

 

 

 

 

 

 

 

 

 

 

 

 

 

 

 

 

 

 

 

 

 

그리고 지인에게 미리 받은 생일 선물,

 

      

 

 

 

 

 

 

 

 

 

 

 

 

 

 

 

 

 

 

 

쌓여있는 책무더기 속에서 행복하고 열심히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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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15 11: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 모든 산에 초록이 눈처럼 내려와 있다고....엄마는 시인이다.]
4월의 푸르름을 선물로 준 딸!
2021년 지리산의 봄 향기
어머니 마음속에 가득 담아 딸의 사랑을 품으셨을것 같습니다.(역쉬 딸이 쵝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신 페넬로페님
이토록 많은 책들 탑 처럼 쌓아놓고
즐거운 독서의 세계로~

올려주신 목록중에 읽은책 3권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넣은책 3권이 겹침 ~ㅎ

오늘 점심 메뉴는 연어장 덮밥!!찜!!

페넬로페 2021-04-15 12:30   좋아요 5 | URL
scott님! 잘 지내셨죠?
책무더기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ㅎㅎ
즐겁게 독서해야하는데 집안일도 산더미라 책을 언제 읽을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21-04-15 12: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가 여행이라니 너무 좋네요. 저도 5월쯤엔 엄마랑 바다 보러 갈까 생각중이에요. 엄마가 바다를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으시대요. 저는 바다보나는 페넬로페 님 말씀하신 것처럼 푸릇한 산이 더 좋아요.

일상으로 완벽하게 복귀하신 부분 읽다가 웃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페넬로페님. 저는 동태찌개 먹으러 가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15 12:33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5월의 바다도 너무 좋을것 같아요^^
엄마랑 꼭 다녀오세요
넘 좋더라고요**
동태찌개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인데~~
점심 맛있게 드세요^^

청아 2021-04-15 12: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일 선물로 책 아주아주 탁월합니다~♡ 지리산 참 좋으셨겠어요! 어쩐지 며칠 뜸하셔서 궁금했었는데 부럽네요!
연어덮밥도 제가 사랑하는 메뉴(침 뚝뚝ㅋㅋ)페넬로페님 미리 생일 축하 드려용~! 🥳🍾🎂🌹🙆‍♀️

페넬로페 2021-04-15 12:34   좋아요 5 | URL
미미님!
보고 싶었어요^^
여전히 책과 함께 하시는 모습보고 계속 대단하시다 생각하고 있어요~~
미리 받는 생일 축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4-15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등짝 스매싱! ㅎㅎ
엄마와 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틋하죠!^^
저도 유다 사놨는데 언제 읽게 될지 ...
아모스 오즈 순서대로 읽어야 할것 같은 강박증이 또 제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04-15 12:37   좋아요 5 | URL
등짝 스매싱을 날려도 그럴때는 그냥 가만히 있더라고요^^
자신도 미안한줄 아나봐요 ㅎㅎ
북플에서 저는 영원한 하수라 그냥 막무가내로 읽기로 했어요.
자고 일어나면 제가 모르는 새로운 작가가 나와 따라가기도 벅차요 ㅠㅠ

새파랑 2021-04-15 16: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가 정말 시인이시군요, 초록이 눈처럼 내려왔다라니~! 완전 멋짐~!! 즐거운 여행이셨을거 같아요.
등대로 너무 읽고 싶은데 언제 살지 나 자신의 눈치를 보는중입니다^^ 생일선물 완전 최고의 모음이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15 19:39   좋아요 4 | URL
엄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그렇게 감탄을 하며 표현하시더라고요^^
등대로가 쉽게 읽히지는 않아요
다른분을 어떨지 모르는데 저는 느리게 읽고 있어요 ㅎㅎ

mini74 2021-04-15 18: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소녀세요. 너무 예쁜 소녀*^^*미리 생일축하도 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04-15 19:41   좋아요 6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소녀같은 엄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 그게 넘 안타까워요**

붕붕툐툐 2021-04-15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함께할 땐 너무 좋은데 헤어질 땐 슬프죠~ 페넬로페님 일상 복귀와 생일을 축하드려요~~ 한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밀린 집안일과 책읽기를 골고루 즐기시길~😍

페넬로페 2021-04-15 23:08   좋아요 0 | URL
붕붕님!
감사해요^^
그러게요~~부모님이랑 같은 도시에서 살면 좋은데 그게 안되니 헤어질때 항상 아쉬워 슬픈것 같아요^^

han22598 2021-04-21 0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때는 엄마가 보고싶다가, 막상 함께 지내면 막 싸우다가..또 다시 엄마랑 떨어질때 울고. 아...........그냥 그런 사이인가봐요. 엄마와 딸은 ㅋㅋ 스매싱 맞으러 등짝 내어드리러..다시 찾아가는 엄마 ㅋㅋ

페넬로페 2021-04-21 08:47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딸아이와 그런 관계가 될것 같아요. 좀 더 다정하고 마구마구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어이쿠, 하는 행동을 보면 또 제가 속이 썩어요 ㅠㅠ
 

외출했다 돌아온 딸아이가 나에게 책을 두 권 내밀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엄마에게 책선물 하고 싶어서 사왔다고 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을 받아 놀랐고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 알라딘이나 **24에서 책을 샀다면
할인도 받고 적립금도 챙길 수 있었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얘기하니 딸아이는
책이 많은 곳에서
ㅡ그것도 베스트셀러나 주력 상품이 있는 곳은
빨간 조명도 빵빵하게 비쳐주는 ㅡ
여기저기 다니며 책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계산대에서 직접 돈을 지불하는 기쁨을
몇천원 더 내고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건 너의 선택이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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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06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 따님처럼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교보니 그런 큰 서점에 가서 사곤 했어요. 인터넷으로 클릭해서 사면 마일리지등 혜택이 있지만 책에 둘러싸여 어떤책을 고를까 만져보고 살펴보고 하는 그 기쁨을 가끔은 느끼고 싶더라고요. 야무진 딸, 책 선택도 기특하네요. 👍❤️

페넬로페 2020-12-06 11:37   좋아요 0 | URL
네 전에는 저도 그랬던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서점에 나가지를 않는것 같아요~~
코로나로 낭만이 사라지는 느낌이예요 ㅠㅠ

scott 2020-12-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딸,엄마사랑^.^

페넬로페 2020-12-06 11: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mini74 2020-12-0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저도 그래서 가끔 동네서점을 찾는답니다. 그 장소가 주는 기쁨이 있지요 ~

페넬로페 2020-12-06 11:41   좋아요 1 | URL
요즘은 거의 주변에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것 같아요~~
소소한 기쁨들이 사라지고 있네요^^

모모 2020-12-06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선물이군요, 전 책 선물 받을때가 제일 좋아요..
읽고 느낀점 올려주세요^^

페넬로페 2020-12-06 16: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책선물 받으면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고 글 쓸께요**

파이버 2020-12-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께서 재밌는 책만 쏙쏙 골라서 선물하신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저까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조금 일찍 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

페넬로페 2020-12-06 19:02   좋아요 2 | URL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가 무척 신선하게 들립니다^^
미리 인사드려요~~
메리 크리스마스, 파이버님!

서니데이 2020-12-06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건교사 안은영 재미있어요.
이번에 새로나온 표지가 더 예쁘더라고요.
따님이 좋은 선물 하셔서 좋으셨겠어요.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0-12-06 21:24   좋아요 1 | URL
책 두 권 다 좋다고 하더라구요~~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ㅎㅎ
서니데이님!
일욜의 남은 저녁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0-12-1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페넬로페 2020-12-10 22: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와~~
너무 기분 좋아요 ㅎㅎ
 

 

 

 

 

 

 

 

 

 

 

 

 

 

언제부터인지, 왜 그런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닭을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직접 공수되어온 닭은 덩치가 크고 위풍당당했다. 마당 한구석도 아니고 중간 쯤에 다리가 묶여 있던 닭이 흉물스러워 쳐다보지도 못하고 피해다녔다. 엄마는 닭이 도착하면 바로 요리를 하지 않고  몇 날 며칠씩 묶어 놓곤 했다. 마당에 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영 불편했다. 그런 닭이 싫어 닭 몸뚱이가 그대로 들어 있는 삼계탕을 먹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이 죽어 음식이 되는 과정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자라면서 한번도 아버지가 닭을 잡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살아있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고 끓는 물을 부어 닭의 털을 뽑아내고 내장을 제거해 엄마는 닭 요리를 했다. 아주 어린 소녀였을 엄마가, 처녀로 자라고, 시집 와 아기를 낳았을 엄마는 언제부터 닭 모가지를 비틀 수가 있었을까?

 

딸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책, '코스모스' 를 읽고 있다. 700여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문장의 힘이 대단하다. 읽는 동안 딴 곳으로 생각을 돌리지 못하게 코스모스의 문장은 쉽고 친절하다. 무구한 세월동안 서서히 이루어지는 이 광대한 우주의 변화 속에서 우리 지구는 정말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에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지긋지긋한 일상을 이어가야만 한다.

 

초복인 오늘, 난 집에서 삼계탕을 끓였다. 닭 모가지를 비틀지는 못하지만 마트에 포장되어 있는 닭을 사와서 손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해졌다. 여전히 닭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여서 고무장갑을 끼고 만질 수 밖에 없다. 내가 해 준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있는 식구들을 쳐다본다.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용감해진 나는 그대신 우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코스모스에 나오는 여러가지 신비하고 과학적인 단어들은 '내일은 뭐해서 먹일까?' 라는 문장에 묻혀버린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그렇게 용감하셨던 엄마는 40대 후반쯤에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때쯤은 누구나 마트나 시장에서 손질된 닭을 살 수 있었지만, 어쨌든 엄마는 종교의 영향으로 살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닭요리를 좋아하는 딸아이때문에 오히려 내가 살생되어져온 닭을 계속 살생한다.

 

이 드넓은 우주의 한 점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도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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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17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가 이렇게도 만나네요. 저도 결혼후에 그렇게나 좋아했던 닭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됐어요. 손질이 어렵더라구요. 요리되어 나올때는 몰랐던 세계가 있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0-07-17 12:05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와 닭모가지!
좀 황당하죠~~
그래도 어쨌든 우리와 닭은 우주의 질서속에서 살아가니까요^^
어제 백숙을 끓이며 머릿속으로
생각난 것들을 글로 옮기고 싶었어요^^

페크pek0501 2020-07-18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복에 삼계탕을 먹었어요. ㅋ 그러고 보면 인간들의 잔인성이 느껴져요.
저도 닭과 새를 무서워합니다.

페넬로페 2020-07-18 14:45   좋아요 1 | URL
복날에 왜 삼계탕을 먹어야하는지 그 유래가 궁금해지네요 ㅎㅎ
먹고 사는 문제가 참으로 중요한 인간으로서 삶이 주는 무게가 크게 느껴집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일상이 흐트러진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그 게을러진 일상이 진짜의 일상이 되고 있다. 나는 본래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라 그러한 세상의 단절에 영향을 덜 받을줄 알았다. 그러나 오리려 재택근무를 하기에 밖에서 받는 에너지가 나에게 무척 중요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일은 계속 하지만 무기력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책은 계속 읽는데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어떻게 이 책을 글로 표현할 지 막막하다. 일상의 무기력은 생각의 무기력으로 옮겨진 것 같다. 2주 전에 독서 동아리 모임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고, 알라딘에서도 '좋아요' 만 누르고 있다. 아예 글을 시작할 첫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를 전공하는 딸아이는 영화도 많이 보지만 뮤지컬덕후이기도 하다. 그런 딸아이에게 코로나는 중요하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서 공연을 보러 다닌다. 딸아이는 혼자서도 많이 다니는데 한번씩 나와 같이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모처럼 주말을 맞이해서 둘이서 대학로에 갔다. 마로니에공원은 목련꽃으로 가득했고 여전히 연인들이 많았고 또한 여전히 벤치에서 싸우고 있는, 여자가 울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봄이 완연한 길을 걷고 있으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났고 즐거웠다.

 

딸아이와 대학로의 번화가쪽이 아닌 주택가에 있는 카페거리에 갔다. 그곳에는 프렌차이즈가 아닌 조그만 카페가 많은데 그중에서 북카페가 있길래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둘이서 얘기를 나눴다. 대학들이 이제 싸강을 시작했기에 딸아이는 교양과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수업의 교수님이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하루동안의 의식의 흐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과제를 냈다고 했고,  나는 마침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소리와 분노'인데 그 책이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쓰여졌다고 얘기했다.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쓰여진 책이 읽기는 어렵지만 몰입을 하다보면 그 책에 더 흠뻑빠질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딸아이는 아무도 엄마글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냥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했다. 딸아이는 요즘 세대답게 나에게 나대로 살라고 계속 말해준다.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카페에 있는 책도 읽었다. 바깥이 어둑어둑해지는 틈에 우리는 집에 가려고 카페에서 나왔다.

 

카페에서 나오는데 카페 사장님이 우리를 따라 나오셨다. 조그마한 카페라서 우리가 하는 얘기가 들렸나보다. 책을 읽고 책얘기를 나누는 모녀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자기는 그러한 것을 좋아한다고 다음에 꼭 다시 찾아달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때, 카페 사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글이 써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한다는 그 말이 나를 향한 격려의 말처럼 들렸고 이상하게 나를 받아주는 넉넉한 마음 같았다.

일상을 다시 찾고 게으름을 물리치고, 그리고 글을 쓰자

 

봄빛이 완연하고 예쁘니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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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3-22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어려울 때일수록 주위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큰 힘이 됨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사태에서 얻은 작은 교훈이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페넬로페 2020-03-22 15:54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저도 작게나마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어야겠어요~~

클로드 2020-03-22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이 보고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공연장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지곤 하더라고요.

페넬로페 2020-03-22 17:06   좋아요 0 | URL
네,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클로드님, 감사합니다^^

모모 2020-08-05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따님이 한 말을 보고 살짝 웃음이 나오네요^^

페넬로페 2020-08-05 22:32   좋아요 1 | URL
딸아이 말에 용기내어 다시 열심히
쓰고 있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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