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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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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접한 것 이상을 알지 못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주민등록증을 위조하여 위장취업을 했다는 죄로 벌을 받았다는 사실,노동인권회관을 설립했다는 것과 결혼을 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조영래 변호사 추모선집에서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고마움을 절절하게 나타낸 그녀의 글을 읽었다는 기억정도..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떠올릴때마다 군사독재정권의 야수같은 폭력성을 연상하게 된다.(문귀동이라는 이름을 부를때마다 그 이름뒤에는 개새끼라는 욕설을 항상 붙였다)
국가가 행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폭력의 극악성이 나름대로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저 정도일까하는 심정에서 더욱 치를 떨었던 것이다.
그후로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그녀는 우리 앞에 한권의 책을 내놓았다.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그녀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그녀 자신에게,자신의 딸에게,우리에게 하고 있었다. 미국유학,이혼문제,노동인권회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솔직한 이야기,여성학,부모님 이야기,미국의 교육과 인종차별문제('바나나'라고 비아냥 거렸던 동료 학생에 대한 다른 학생들의 격렬한 비판은 사실 납득하기 힘들었는데,우리는 그나마 인종차별만큼은 생래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나라에 살기 때문에 느끼는 둔감함이 아닐까 싶다..그러나 우리가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 하는 짓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딴지일보의 김어준에 대한 이야기 등등..
80년대의 강건한 투사가 아닌 한명의 생활인으로서 고난과 좌절을 겪으면서 성장한 그녀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성학자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의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