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이가 임신을 했어요 서울대학교동물병원 Health+ 시리즈 2
장구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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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때로 어떤 동물은 사람보다도 더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이 책은 가족인 반려견이 언제
새끼를 가져야 하고 관리를 해야하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어려서 개에 물렸던 기억을 가진 내가 지금 집안에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라운데 우리나라 가구의 4분의 1일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퍽이나 놀랍다.
이제 반려견은 우리와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처음 우리가족이 되었을 때는 그저 사료만 주면 되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소중한 생명이고 가족이니 아기를 돌보는 것처럼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아주 오래전 첫 아이를 낳고 예방접종표에 따라 보건소를 오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나라도 놓치면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열심히 예방접종을 했었는데 처음 우리집에 온 막둥이는
광견병 예방주사와 기생충약을 먹이고는 그 사이 따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제 처음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은 사람들에게 퍽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을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려견의 나이는 사람과는 사뭇 달라 생후 1년이면 어느 새 부모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중성화수술에 관한 것이었다.
한 마리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신경쓸일이 많아 힘들었던 나로서는 새끼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은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막둥이는 늦었고 얼마전 가족이 된 토리는 약 4개월 후면 가능 할 것이다.

      



막뚱이는 6년차가 되었으니 아마 내년 이후에는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처럼 늦은 임신은 출산율도 떨어지고 유산의 위험이 있으며 태아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개 역시 상상임신도 하고 출산후 우울증에도 걸릴 수 있다고 하니 사람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동안 동물이라는 이유로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예방접종을 하고 배란기를 측정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모든 과정이 꼼꼼하게 씌여있어 너무 든든한 책이다. 국내 최고의 수의과 대학 교수의 집필이니 얼마나 믿을만한가 말이다.



책을 읽는내내 너무도 흔한 반려견들이라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시기에 출산을 하고 출산이 끝나면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생식기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안데 들어온 두 녀석의 건강도 더욱 챙겨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작지만 알찬 지침서여서 감사한 마음이다.



* 이 책은 리뷰어스 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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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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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주인은 과연 인간일까?
지구의 시간이 시작된 이래 인류가 나타나기 전까지 지구의 주인은 끊임없이 바뀌었을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잠시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가 소멸된 종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후발종인 인류가 지구를 장악한 것은 고등한 지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재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지구를 장악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인간의 것일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그만 풀꽃하나, 개미 한마리의 존재도
인간에게는 모두 소중한 의미가 있고 그런 점에서 인간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공존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공존해야 할 자리마저 내주지 않은 채 갑질을 계속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래전 고양이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안착했고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멸시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이 길냥이라니 서글픈 현실이다.
나 역시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길냥이를 보면 왜 저런 동물을 없애기 않고 방치하는지
화가 나곤 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놀라기도 하고 뜯겨진 쓰레기 봉투가 볼썽 사나웠다.
몇 년전 정착한 섬에서도 고양이 문제는 심각하다.
10여년 전 시청에서 들어와 한번 TNR(중성화수술)을 해서 잠시 길냥이 개체가 줄어들긴 했다는데 지금은 길가에 넘치는 것이 냥이들이다. 여기저기 널어놓은 생선을 몰래 훔쳐가는 일이 다반사고 발정기가 되면 특이한 울음소리에 진저리가 날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먼 섬까지 들어와 문제를 해결하는 곳은 아무도 없다. 그냥 방치상태이다보니 가끔
로드킬 당한 사체가 보이기도 하고 생선을 말려 파는 가게에서는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사진에서 보이는 고양이의 종류가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새끼의 모습으로 다니는 것 같았던 고양이가 배가 불룩해진 것을 보고 고양이가 이렇게 빨리 새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불과 6개월여가 되면 임신이 가능하고 임신기간이 짧아 1년에 2~3번 임신이 가능하다니 폭발적인 개체수의 증가가 놀랄일도 아니었다.  길냥이의 개체를 줄이고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성화수술이 최선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고양이의 꼬리언어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냥이를 유심히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이르는 계단에 오르는 길목에서 수없이 만나는 냥이들은 그동안 내게 많은 말을 건넸을텐데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여겨 들어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뒷걸음질 치는 녀석들에게 '고만 좀 울어라'고 야단만 쳤던 것 같다.
얼마 전에도 텃밭을 파헤쳐 놓아서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개를 키우는 집이라 여간해서는 울안에
들어오지 않는데 어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냥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기저기 배설물을 싸놓거나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거나 밤새 울어대는 소리때문이다. 물론 귀하게 널어놓은 생선이 반토막 나거나 없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적당한 곳에 사료와 물을 주고 돌봤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다.
이 땅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당연시하다보니 냥이는 그저 귀찮은 이방인이고 더러운 노숙자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엾다는 이유로 집안에 들이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하니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길냥이로 살았던 냥이들은 집고양이가 되기에 어려움도 많은데다 일시적인 동정으로
집안에 들였다가 다시 유기되는 경우도 허다해서 입양전 정말 숙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고양이는 15년정도를 사는데 길냥이의 수명은 고작 3년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길에서의 삶은 고단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냥이를 돌보는 캣맘, 혹은 캣대디를 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공존하는 삶을 위해 자신의 시간이나 돈, 정성을 다하는 그들이 있어 그나마 인간의 부끄러운 실상이 조금쯤은 희석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음을 유기견을 키우는 나로서는 백번 공감하게 된다.
옛날처럼 사람이 먹고 남은 밥으로 흔히 키우던 시절도 아니고 사료며 예방주사에 놀잇감까지
돌보는데 드는 정성과 재정은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길가에서 죽어가는 냥이들을 모른 척 하는 것은 고사하고 쥐약을 놓거나 심지어 총까지
쏘는 사람들이 있다니 경악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이렇게 멸시당하는 냥이들을 도와주는 단체도 있고 캣맘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무심히 스쳐갔던 냥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같이 좀 살자고 애틋하게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제발 돌을 던지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아랫집 텃밭과 돌담을 바라보게 된다.
유독 동물을 좋아하는 아랫집 주인들이 가끔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때문인지 아랫집은 길냥이들의 무료급식소가 되어 언제나 몇 마리씩 어슬렁 거리곤 하는데 추워서인지 오늘은 조용하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공존의 길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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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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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시장이 뜨겁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돈이 등장했다니 조폐국에서는
난리가 날 판이다. 언젠가는 종이돈이나 동전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미 카드가 보편화되었고 휴대폰결제가 등장하고 있으니 시간이 문제지 만지는 돈은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아직 돈의 위력은 존재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돈의 힘은 절대 굴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이 왕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돈을 위해 뛰고 돈을 위해 범죄도
저지른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어왔다.
그렇다면 그렇게나 힘이 강력한 돈이 많아진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분명 없는 것보다 행복할 수
있는 요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을 휘두르는 돈의 존재에 대해
아주 실질적으로 풀어놓았다.  인간이 돈을 쫓는 이유와 목적은 물론 돈의 위력과 폐해까지 저자가 실제로 경험한 일들을 대비해 리얼하게 펼쳐놓았다.

      


우리가 태어날 때 대부분 일정한 수명을 부여받고 나온다고 한다. 물론 타고난 수명만큼 누리기 위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그렇듯이 인간에게는 돈을 품을 그릇을 타고 난다고 한다.
말하자면 돈복을 타고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 복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전혀 노력하지 않아도 돈이 마구 쌓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돈을 거저 얻어도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지킬 운이 없는 사람은
겨우 얻었던 돈뿐만 아니라 돈을 얻기 전보다 더 나쁜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돈이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게 해주는 좋은 점 이외에도 욕망에 굴복하여
죄를 저지르게 하거나 불운한 운명을 부르는 악의 모습도 갖고 있다.
자신의 그릇보다 넘치는 돈이 들어오면 돈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지는 것은 이미 각인된 운명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지킬 힘이 없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선대로 부터 돈을 다양하게 쓰는 모습을 보고 성장했고 실제로 엄청난 부를 누려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돈의 힘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양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재앙이고 그 돈을 지키기위해 또다른 걱정거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우리처럼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열을 가진 사람은 걱정도 열이란 속담이 맞는 모양이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이 길에서 살아가는 노숙자들이 걱정거리는 더 없을 것도 같다. 지켜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돈의 유무가 살아가는데 삶의 질의 등급을 결정짓는 경우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돈에 휘둘리게 되면 인생은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결국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써야할지를 조목조목 알려주기에 오히려 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그저 많이 벌기만 하면 다인줄 알았던 돈이지만 버는 것보다 쓰는 것,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똑같은 단위의 돈이 들어와도 누군가는 천금처럼 누군가는 푼돈처럼 가치가 정해지는 돈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 남은 인생은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돈에 대해 큰 공부가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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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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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이름때문에 꽤나 마음앓이를 했단다.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사람 혹은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지닌 이름이니 놀림을 얼마나 당했을까.
더구나 얼굴마저도 서민스러워서 평생 핸디캡이었단다.
하긴 가끔 TV에서 만나는 그의 얼굴은 참으로 '서민'스럽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기생충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결코 서민스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그 좋다는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서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기생충학을 선택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이런 학자가 있어야 미래가 있겠구나 싶어 그를 기생충학으로 이끈 스승이 존경스럽다.

      


사실 '기생충'이란 말만 들어도 뭔가 몸이 근질거리고 어디선가 화장실 냄새가 폴폴 풍겨오는 것만 같아 기분이 별로이긴 하다. 기생충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니 이런 냄새쯤은 기본이겠구나 싶은 선입견도 있다. 하지만 기생충과 사랑에 빠진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기생충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과거 인분을 비료로 쓰던 시절에 자란 나로서는 때마다 대변검사를 하기 위해 채변을 했던 귀찮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검사를 통해 기생충이 발견되면 알약을 꽤 많이 먹게되는 그런 기억들.
난 다행스럽게 그 알약을 거의 먹은 것 같지 않다. 후에 편리한 기생충약이 나오면서 해마다 가족들과 먹고 있긴하다. 회를 좋아하다보니 이렇게라도 챙길 수밖에 없다.
소간을 즐기거나 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충제를 복용해야만 한단다.
구충은 해야하지만 사실 기생충이 우리몸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숙주인 사람에게 들키면 바로 죽음에 이를 수 있으니 알아서 몸조심을 해야하는 기생충 입장에서 보면 그저 조금 영양분을 함께 공유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영양과잉시대이다보니 조금 나누어준들 무슨 대수랴 싶긴하다. 혹시 비만이 치료 될런지도.

      


그래도 일단 기생충의 모습은 별로 예쁘게 다가오지 않는다. 구충제의 보급으로 기생충이 많이 사라진 요즘에는 기생충 발견이 기쁘기만 한 저자하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몸안에 징그러운 기생충이 공생한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몸길이가 5m에 달한다는 광절열두조충이라니....그 긴것이 어찌 좁은 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기생충의 생명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인간과는 달리 주협흡충은 나름 자기 짝에만 열중하는 예의가 있고 필요이상 먹이를 탐하지 않는 절조가 있단다.
오히려 남을 해치는 인간충에 비해 훨씬 선하다는 주장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기생충 이름이 조금 어렵긴하다. 발견한 사람이나 장소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는데 저자가 기생충을 발견하고 장소를 붙였다는데 언젠가 '서민흡혈충'같은 이름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한번 뿐이므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돈을 위해 가야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 자신이 걷는 길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선택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기도 없고 고독한 길이지만 그의 선택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앞으로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기생충박사이다보니 기생충 이야기만 실려있다고 오해하지 말자.
젊은 시절 소설까지 냈다는 그의 글솜씨는 이렇게 책으로 나올만큼 매끈하다.
그가 글쓰기에 대해 조언하는 장면은 기생충박사가 아니고 작가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요모조모 예시글을 들어가면서 그가 전하는 '글 잘쓰는 법'에는 쓰기 전에 많이 읽으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어온다.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읽어라.

기생충과 인생을 교차하면서 풀어놓은 사는 이야기가 참 감칠나고 책의 말미에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참 진솔하게 다가온다. 한 번의 실패가 있었던 것도 몰랐고 지금의 아내와 만난 사연도 너무 행복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그런 실패쯤은 있기 마련이고 늦게라도 다시만난 인연이 남은 생의 행복한 동반자가 되리라.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나는 기생충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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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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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순례코스가 전세계인들의 트렌드가 된 적이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의 걷기코스가 되어 가보지 못한 사람도
산티아고를 걷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순례길로 향하는 것일까.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순교자들의 삶은 교훈이고 따라가고 싶은 모델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영국의 캔터베리 성당으로 향하는 순례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1300년대 중반에 발행되었지만 현대에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당시의 사회성을 제대로 담아놓았다는 것이다.

      


저자인 제프리 초서는 근대 영문학의 창시자로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이런 명성을 얻을 정도로 문장에 능했다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알게 되었다.
캔터베리로 향하는 인물들의 묘사도 생생하고 그들이 말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성이나 역사, 설화를 망라하고 있다.
순례자들이 묵는 여관의 주인은 이 책에 등장하는 기사, 방앗간주인, 장원청지기, 요리사, 변호사, 탁발수사, 소환리, 옥스퍼드서생, 상인, 수습기사, 소지주, 의사, 면죄사, 선장, 수녀원장, 식료품조달원등이 등장한다. 당시 영국의 다양한 직업군들이 거의 다 등장한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소환장을 전달하는 소환리나 죄를 면해주는 면죄사들이 있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

      

특히 더 흥미로운 것은 등장인물의 삽화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계급에 따른 옷차림이나
장식들은 직업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있고 인물들의 성격 또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중세 영국의 순례자들은 4월이면 '그들이 병들어 고생할 때 도와준 복되며 성스러운 순교자'인
캔터베리 성인 토마스 대주교를 찾아가곤 했다.
중세에 종교는 당시 사람들의 주된 생활철학이며 삶 그자체였기에 고된 순례길을 마다하지 않고
캔터베리로 향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여관의 주인은 순례길이 짧게 느껴지도록 각자
두 개씩의 이야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모두가 돈을
내서 큰 축제를 벌여주자고 한다. 자신도 이 순례길에 안내자가 되어 공정한 심판을 하겠노라고
자청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순례길의 이야기는 마치 천일야화의 이야기처럼 너무도 흥미진진해서 두툼한
두께조차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당시에는 현대와는 다르게 도덕성이 다소 문란했던 것 같다.
남자들은 너나없이 아내가 정절을 유지하는지 감시하느라 바빴고 심지어 신부라는 사람도
연인을 두어 사생아를 낳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장원청지기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바로 이런 사생아였는데 신부는 심술궂은 방앗간주인에게 지참금까지 두둑하게 주어서 시집을
보낸다. 사기근성이 있던 방앗간주인은 곡식을 몰래 빼돌리는 일이 허다했고 이런 사실을 아는
학생 두 명이 곡식을 지키기 위해 방앗간을 찾으면서 한 편의 코미디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 학생들의 의도를 눈치 챈 방앗간 주인은 학생들이 타고 온 말의 고삐를 풀어 달아나게 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허둥지둥 말의 뒤를 쫒느라 곡식을 지키지 못한다.
방앗간 주인에게 당한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항복을 하고 하룻밤 묵기를 청했고 욕심많은
방앗간 주인은 큰돈을 받고 그들을 하룻밤 묵게한다.
맥주를 실컷먹은 방앗간주인과 아내는 정신없이 잠에 빠지고 학생들은 아내와 딸을 덮치고 만다.
학생들은 방앗간주인이 빼앗은 곡식까지 챙겨 도망가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방앗간 주인과
아내는 '행한대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우습게 되고 만 것이다.
침대를 바꿔 아내와 딸을 농락하는 장면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뒤늦게 몽둥이를 들고 허둥대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하다.
이렇게 위트있는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한 편 한 편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실 초서의 이야기가 아닌가.
초서가 이 책을 쓴 것은 성서의 경건한 교훈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세익스피어는 제프리 초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인간사회의 축소판을 제대로 보여준 '캔터메리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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