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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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생각이 많이 떠올랐던 소설이다. 그래도 나는 예전사람인지라 결혼하면 직장은 그만두고 아이키우고 살림하는 일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시절을 살았다.

하지만 결혼도 출산도 전세계 꼴찌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여성의 교육과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회에서의 입지가 뚜렷해지리라 기대했던 세계 모든 여성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둔 마음이 된다.


석사학위를 두개나 얻었지만 제대로 된 예술가가 되기도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여자는 점차 자존감을 잃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개가 되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남편은 그저 여자의 상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자는 몸에서 털이 자라고 송곳니가 뾰족해지는 현상을 느낀다. 그저 상상인걸까. 여자가 육아에 지치고 존재감이 떨어질 수록 개가 되는 상상은 더 짙어지기만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자존감은 떨어질까.

아이를 돌보는 일은 워킹맘보다 더한 중노동이다. 왜 워킹대디는 없는 것일까.

그러다 여자는 정말 개가 되어 자유로운 들판으로 뛰어나간다. 상상이 아니다.


개들은 일할 필요가 없다.-맞다 강아지를 키우는 나는 가끔 응아 잘하고 잘 먹기만 해도 제 역할을 다했다고 믿고 강아지 궁둥이를 토닥인다-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본능에만 충실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여자는 개가 된다는 생각이 좋았다. 그럴법하다. 오죽하면.

남편은, 남자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출산과 육아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면 개가 되어도 좋았다.


나이트비치 프로젝트는 비밀스러워야 했다. 가끔 아들에게 들키기도 했지만.

남편도 가끔은 낯선 나이트비치를 만났다. 그 나이트비치가 아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채.

이 소설은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저자 자신의 자전석 스토리라는게 더 와닿는다. 엄마가 된다는 일은 기적이지만 여성으로서 정체성, 특히 전적으로 육아를 홀로 담당해야 하는 엄마가 겪는 우울감과 절망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도 이렇게 우화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여자라면

희망이라도 건질텐데. 공감하면서 또한 부러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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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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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할 소설이다. 발신인 표시도 없는 붉은 상자가 배달되면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신호다.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이미 붉은 상자를 받은 것과 같은 것이다.


27살 최도익은 경찰시험을 치뤄야 하는 날 붉은 상자를 받는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와 절대로 대화하지 말 것' 절친인 영운이 장난이려거니 무시했지만 정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남보빌딩이 어디냐고 물었고 무심하게 빌딩을 가르쳐줬는데 얼마후 남자는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역시 붉은 상자를 받았던 여자가 메시지에 적힌대로 '잠시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라는 말처럼 하늘을 보다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던 남자와 충돌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만다. 도익이 경찰시험에 합격하기는 충격이 너무 심했다.


붉은 상자를 받은 사람들은 상자안에 들은 메시지대로 벌어지는 사건들과 접하게 되고 심지어 죽음을 맞기도 한다. 도익은 점차 붉은 상자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되고 국밥집 아주머니나 다리를 저는 소녀 정희, 그리고 정체를 알 수없는 실미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얼굴에 화상흉터가 있는 남자, 알콜중독자인 정남. 도대체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헷갈린다.


이 붉은 상자는 예언의 메시지였고 정체를 아는 수상한 남자들의 쫓고 쫓기는 상황이 이어진다.

도익은 예언대로 서해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운명이었지만 붉은 가위로 잘리면 예언은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일반 가위는 아니다. 이 붉은 가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국정원 정보원이었던 도익의 아버지가 남긴 손목시계 역시 비밀의 열쇠였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키를 쥔 남보 코퍼레이션. 그 곳에 어떤 비밀이 있고 붉은 상자의 저주는 풀 수 있을까.

정신차리고 읽어도 정신이 없다. 반복되는 과거로의 회귀로 사건을 되돌리려 하지만 마치 윤회의 사슬에 갇힌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그리고 과거로 회귀할 때 마다 도익의 뇌는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도익은 붉은 상자의 저주를 푸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저자는 야멸차게 마지막으로 외친다. '붉은 상자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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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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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단편이면 장편에 비해 마음 편하게 읽힐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읽은 단편들에

대한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였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긴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보다 짧은 소설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짧은 단편속에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넣는 일이 더 힘들것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갔을까'를 보면 마법사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곁에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마법사로 태어났다기 보다는 심성착한 소녀가 선택되어 마법사가 되는 소설이다. 마법사가 되면 그 능력으로 세상도 구하겠지만 자신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란 편견이 깨진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을 들을 확률이 있는 콜센터 근무라니. 말하자면 비정규직 마법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있다는 얘긴데...뭔가 신비로운 그 세상에 인간세상에서 규정해놓은 규칙 같은건 좀 패싱해도 좋지 않을까.



인형에 영혼이 깃든다는 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얘기다. 실제 국밥집에 살았던 소녀가 사라지고 부모는 등산을 끝내고 오는 손님들을 살해하고 돈을 훔쳤다는 설정이 오싹하다.

그보다 더 오싹한 것은 인형에 깃든 악의 실체랄까. 함부로 인형을 집에 들이거나 특히 버려진 인형은 절대 집에 들이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역시 인형의 세계에서도 인간들처럼 좋은 인형, 나쁜 인형이 있다는 것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지방 어디에선가 축제노래공모에 AI가 만든 노래가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래뿐이랴. 그림부터, 소설까지 그야말로 AI의 활약은 날이갈수록 범위부터 질까지 급상승중이다.

그런 보도를 접할때마다 나는 영화 '터미네이터'가 떠오른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나 가상의 어떤 존재들이 인간을 잠식하다 못해 멸망시키는 그런 상상들.

이게 상상만으로 끝날 수 있을까. 내가 살지 않을 어떤 미래가 무척이나 두렵다.


마법사에 좀비에 심지어 도박중독자로 죽은 아버지가 슬롯머신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정말이지 작가들의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다.

조금쯤은 무섭고 두려운 상상들속에서 잠시 현실을 잊어 보는 시간은 좋았다.

어쨋든 소설은, 잠시 나를 상상의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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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독소 쇼크
박명규.김아름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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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건강에 예민하다. 몸에 좋다는 것만 찾아먹고 운동은 또 얼마나 열심히 나는지.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나처럼 쇼크에 빠질지도 모를일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당이 몸에 안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또한 과도한 제한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적당한 섭취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난 그저 모든 음식을 고루고루 먹어야 한다는 주의여서 '당독소'라는 말 자체를 알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이렇게 우리몸에 적군일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당독소가 만명의 근원이고 노화의 원인이며 우울증이나 염증, 심지어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독소는 우리와 어떤 거리에 있는 물질인걸까.

놀랍게도 바로 우리집 식탁에 가득했다.

흔히 당이 들어가니 설탕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정말 큰 쇼크가 밀려올 것이다.

유제품부터 과일, 밀가루음식으로 만든 빵이나 구운 고기에 매실이나 효소까지 당독소가 있다고?

믿어지는가? 그러고 보면 매년 효소를 담그고 매실액을 담가 건강을 지키려고 했던 일들이 독을 키우는 일이었다니 어찌 쇼크가 아니겠는가.


암이야 이제 너무 흔해서 도대체 어떤걸 먹어야 예방이 되거나 치료가 되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당독소가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는 어이가 없어진다.

그것도 우리가 늘 먹고 있는 수많은 식음료들이 그 원이이 될 수 있다니. 믿고 싶지 않은 주장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믿어지지 않아 도대체 '당독소'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목차를 다시 펼쳐보았다. 생리통 증가의 원인, 염증, 열증, 탈모의 원인, 척추관협착증의 원인.

눈과 치과 질환의 원인,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골다공증과 당뇨의 원인. 치매의 원인까지

정말 쇼크 그 자체가 아닌가.

그래도 처방이 있어 다행스럽다. 저자들이 권하는 일차적 방법은 식단을 개선하라는 것이었다.

배추와 무우같은 채소가 들어간 요리를 먹고(그것도 가능하면 물에 데치거나 생으로)

우유가 들어간 음식을 제한하고 갓지은 쌀밥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이제 식은밥을 먹어야

당독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흠 먹는 즐거움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가능하겠다.

저자들은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행운아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정말 맞는 말이다.

마트에 가면 널린 많은 식자재들 상당수가 우리몸에는 적이었으니 말이다.

발효음식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도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 TV를 보면 100세에 이른 어르신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마 몇 십년후면 150세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사는동안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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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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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한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 부터가 잘못이었다.

호수에 뜬 달빛에 취해 사랑스러운 남자 스코티의 눈빛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랬을까.

이제 6개월의 사랑을 시작한 두 커플, 스코티와 케나는 멋진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스코티가 미트로프가 먹고 싶다고 우겼을 때 케나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속도도 빨랐고 그렇게 급격하게 길이 꺽여있을 줄 몰랐어. 결국 차는 전복되었고 케나는 안전띠를 풀로 차밖으로 기어 나왔지만 스코티는 정신을 잃었고 케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를 꺼낼 수가 없었다.

케나가 스코티의 손을 잡았을 때 이미 맥박은 멈춰있었어. 케나는 스코티가 죽었다고 생각했지.

기다시피해서 큰길로 나왔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고 가끔 지나가는 차들도 케나를 도와주지 않았어.

피범먹이 된 채 아파트에 도착한 케나는 경찰이 그녀를 찾아올 때까지 잠이 든 것이 아니고 기절을 한거였어. 그렇게 케나는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어.


스코티는 따뜻했고 예의바르고 사랑스런 아들이었어. 어렵게 아들을 얻는 늙은 부모는 충격에 빠졌고 재판당시에는 임신인줄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된 케나가 출산을 하자 딸을 데리고 가버렸다. 혹시라도 케나가 딸인 디엠을 키우게 될까봐 모든 양육권까지 챙겨서.

케나는 5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딸인 디엠이 사는, 사랑하는 스코티와 그의 부모가 사는 동네로 찾아와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수감이 끝난후 어렵게 마련한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

이제 고작 스물 여섯이 된 케나는 수감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취직이 거의 불가능할 터였다.


그래도 올수밖에 없었다. 스코티와의 결실인 딸 디엠을 보기 위해서. 양육권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볼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스코티와 즐겨찾았던 서점은 이제 바가 되었어. 워즈라는 이름으로.

바에 들어선 케나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고 바의 주인인 렛저는 이 이상한 여자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메뉴에도 없던 커피를 만들어 그녀에게 전한다.

그렇게 첫만남이 이루어졌다. 사실 렛저는 스코티의 절친이었다. 일정을 맞출 수 없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렛저 역시 케나라는 여자가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절친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코티와 렛저의 집은 바로 이웃이었고 스코티의 부모가 데려온 아기 디엠은 이제 렛저에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어렵게 마켓에서 일자리를 구한 케나는 디엠을 만나보려 하지만 케나에게 끌린 렛저는 오히려 만나는걸 방해한다. 그동안 스코티를 대신해서 스코티의 부모와 딸인 디엠을 살뜰히 보살폈기에

혹시 케나의 등장으로 그들이 고통받을까봐 두려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꾸만 케나에게 끌리는 렛저. 그리고 스코티가 죽던 날밤의 진실에 대해 듣게 된다.

렛저는 접근금지처분을 얻어낸 스코티의 부모들에게 그 날의 진실을 전해야 한다.

그게 사랑하는 여자 케나와 스코티의 부모가 화해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운명같은 사랑이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절친의 여자였던 케나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 렛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절친을 죽인 살인자.

스코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케나의 등장을 거부하고 멀리하려고 한다.

케나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을 할 수없는 살인자이지만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바로 케나라는걸 렛저는 알게된다. 절친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 렛저는 케나의 아픔을 덜어주고 딸과의 만남을 이어줄 수 있을까.

너무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스토리이다. 5년의 수감생활조차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만큼 스스로를 큰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여자 케나. 하지만 딸에 대한 사랑만큼은 어쩔 수 없는 엄마였다.

그런 그녀에게 모두 돌을 던지지만 오직 한 사람, 렛저만은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를 껴안는다.

그동안 케나가 스코티에게 써왔던 편지를 스코티의 부모가 읽고 케나를 만나러 오는 장면부터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케나의 그 말, 이제 나는 나를 용서한다.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는 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사랑만이, 용서만이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준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여전히 사랑이 위대함을, 혹은 사랑의 위대함을 믿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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