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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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그 비밀의 문을 열어 세상에 존재를 알린 것은 불과 115년 전의 일이다.

그전까지 북극은 에스키모의 나라였고 북극곰의 나라였으며 일각고래와 사양소의 나라였다.

인간은 늘 열지 못한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득했으며 덕분에 문명을 일군 역사는 무궁무진하다. 피어리가 북극점에 성조기를 꽂기 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극의 문을 열려고 도전했을 것이다.


불모의 땅처럼 느껴지는 그 척박한 곳을 왜 인간을 굳이 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기후위기의 지구를 대표하는 땅이 되고 말았다. 이미 북극의 빙하 상당수가 녹아내렸고 추위에 생존하게 진화했던 북극곰들이 죽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토의 땅이 녹으면서 그 안에 숨어있던 끔찍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속속 세상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인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가 들려주는 북극의 이야기는 닿지 못한 세상에 대한 보고서이고 신비한 세상에 대한 동화이고 모든 상상이 깃든 추상화이다.

아마도 숨져가는 북극이 그를 통해 자신의 역사와 삶에 대해 고백한 것은 아니었을까.


배리가 바라본 북극은 고요했지만 생동감 있고 추웠지만 뜨거웠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극한의 추위에서도 인간은 살아왔고 동물들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제 그 생명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제 다시 문을 걸어 잠근다해도 도저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살이 빠진 북극곰이 먹이를 찾기위해 인간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와 서성거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탐욕이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극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자연주의자가 본 북극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신비스럽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에 충분했다.

평범한 인간은 볼 수 없는 북극만의 내밀한 모습과 은밀한 속삭임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긴 글로 쓴 詩라고나 할까.

아마도 이 놀라운 책은 북극과 인간이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인류의 역사서로 남을 것이다.

수줍었던 북극의 시간들이 더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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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내게 안아봐도 되냐고 물었다 - 찬란하고 고통스럽게 흩어진 언니의 삶 그리고 조현병
카일리 레디 지음, 이윤정 옮김 / 까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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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은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기도 하지만 오랜시간, 살아가는 모든 순간 그 기억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여섯살 차이가 나는 언니를 떠나보낸 카일리도 그랬다. 더구나 스스로 사라져버린 언니라니.


다소 소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았던 카일리와는 다르게 언니 케이티는 고집도 세고 언제나 리더처럼 누군가를 이끌었고 외모도 매력적인데다 제발 동생을 낳아달라고 부모님을 졸라 결국 소원을 이루어낸 멋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케이티의 동생, 카일리가 태어났고 언니는 소중한 보물처럼 카일리를 보살폈고 사랑했다.


언니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걸 느꼈지만 단순히 사춘기의 변화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불행을 막지 못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자주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어가는데도 부모님은 물론 카일리조차 언니가 조현병일 거란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조현병은 유전일까. 아니면 언니가 몇 번의 뇌진탕을 겪으면서 후천적으로 온것일까. 카일리는 언니가 사라진 이후 이 문제를 곱씹어 보곤 한다.


무심했던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언니의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시키려 노력했었다.

언니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생기면서 카일리도 언니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 딸의 병을, 언니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벽이 되었다.

조현병을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심리치료도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약물치료는 외모를 급격하게 변화시킬만큼 살을 찌우게 했고 무기력을 가져왔다.

이제 언니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나. 선택하는 일을 할 수는 있을 정도로 분별력이 남아있었을까.


열 일곱 생일파티를 3일 앞둔 어느 날, 언니는 사라졌고 남겨진 카일리의 가슴에는 주홍글씨처럼 상처가 남는다. 심리치료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령술사들을 찾아가 사라진 언니를 만나고 싶어했다.

대부분 사기꾼이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만난 심령술사는 숫자 11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건 언니와 카일리만 알던 숫자였다.

'이제 언니의 실종이 자기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네 길을 가라'고 언니가 말했다는 말에 더 이상 심령술사를 찾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실제 언니의 영혼이 심령술사를 찾아와 정말 그렇게 메시지를 전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든 만나게 되는 숫자 11때문에 언니를 떠올리게 되고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에 한 줌의 희망이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무거움을 글로 하나씩 덜어냄으로써 카일리는 점차 보통의 일상을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이 책이 탄생되었다.

참 가슴아픈 스토리이다. 조현병의 발병원인부터 왜 하필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하는 마음부터 혹시 언니의 실종에 내 탓은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묻는 카일리의 모습에 가슴이 시렸다. "한번 안아봐도 돼? 카일스?"

언니와 가장 마지막으로 나눈 말과 그 날의 포옹이 늘 가슴에 고여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들이 카일리와 그녀의 부모님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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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도넛문고 8
이재문 지음 / 다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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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가면서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스토리에 감동이 밀려온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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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도넛문고 8
이재문 지음 / 다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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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말 마녀가 존재할까. 어쩌면 존재할지 모른다는게 내 생각이다.

과거에 마녀는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고 나쁜일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한 마녀도 존재할거라 믿는다.



은서는 피부가 하애지는 백반증으로 인해 우울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마녀이고 자신과 얽히는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믿고 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 사이에 '마녀 아틀리에'라고 하는 이상한 가게가 있고 그 가게주인은 마녀라고 믿어질 만큼 신비한 할머니이다.


마녀 아틀리에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전시되어있고 손님이 찾아올 곳 같지도 않다.

은서는 우연히 찾아든 마녀 아틀리에에서 알바를 시작하고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모두 자신을 멀리하고 흉을 보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줬던 서윤과도 멀어지게 되었다.

사실 서윤에게는 누구에게도 알려지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있었고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된 은서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큰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된 아빠를 부끄럽게 생각하던 하람은 자신을 괴롭히는 도준에게 잘 보이고 싶어 거의 하인처럼 도준을 떠받들게 되고 못된 짓까지 저지르게 된다.

도준 일당이 괴롭히고 있는 '가가 아저씨'가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된 하람은 우연히 마녀 아틀리에를 찾게되고 복수를 해준다는 티셔츠를 사게된다.


누구에게나 비밀 하나쯤은 있고 아픈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를 미워하는 은서와 쌍둥이 오빠를 하늘도 떠나보낸 서윤.

장애를 갖게 된 아빠를 부끄럽게 여기고 무시하던 하람.

비밀과 아픔을 갖게 된 아이들이 '마녀 아틀리에' 덕분에 하나 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이런 마녀라면 세상 어디에든 꼭 존재했으면 싶다.

비밀때문에 괴롭고 복수하고픈 마음때문에 힘든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이런 사람들의 저주를 풀어줄 '마녀 아틀리에'가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는데 발견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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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 슈퍼 전담 샘터어린이문고 77
박남희 지음, 최정인 그림 / 샘터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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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있는 아이다.

오복슈퍼집 아들인 오복이는 매일 과자를 가져와서 애들을 불러모으고 지가 주고 싶은 아이에게 과자를 주면서 뻐기는게 일과이다.


장우는 그런 오복이가 얄미워서 과자로 유혹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복슈퍼전담이란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장우의 할머니는 매일 폐휴지를 주우러 다니신다. 하루종일 주워도 천원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장우의 대학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오복이는 장우가 신하가 되어준다면 장우할머니에게 동네에서 제일 큰 슈퍼에서 나오는 폐휴지를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 것이다.

말하자면 오복슈퍼 폐휴지 전담 수집사가 되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몸이 아픈 할머니는 가뜩이나 폐휴지를 모으는 사람이 많아져 돈 모으기가 더 힘들어졌다.


장우는 일주일동안 오복이의 신하가 되기로 하고 오복 슈퍼의 폐휴지를 할머니께 주기로 약속을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신하생활! 아 정말 몇 번이고 때려치우고 싶었다.

오복이는 신하와 노예의 차이를 분명 모르는 아이다. 잘난척만 잘하니 친구도 없다.

할머니를 위해 마음을 다독이던 장우는 오복이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범생 장우가 오복이와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하나 둘 장우곁을 떠나게 되는데..

장우는 일주일 동안 오복이 신하역할을 해내고 오복 슈퍼의 폐휴지를 전담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슈퍼집 아들이나 딸이 무척 부러웠었다. 과자도 실컷 먹을 수 있고 가난 걱정이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다. 그런 슈퍼집 아들이 폐휴지를 빌미로 신하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처음에는 괘씸했다. 할머니를 위해 신하노릇을 하기로 한 장우가 안쓰러웠다.

손주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과 그런 할머니를 위해 신하가 되기로 한 장우. 정말 기특하다.

오복이는 장우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엉뚱한 계약을 한 두 아이의 이야기가 발랄하면서도 따뜻하다.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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