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한 끼 - ‘문화 유목민’ 주영욱의 서울 맛집 기행 47
주영욱 글.사진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쉐프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쉐프라는 단어가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저 요리사로만 불리던

그들이 이제는 스타못지 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도 이제 살만해졌구나 싶다.

 

 

'문화유목민'이라는 수식어도 낯설은 저자의 맛집 탐방기는 단순히 입맛 까다로운 식객의 추천사가 아니다.  나도 가끔 맛집 탐방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지만 그저 동네 맛집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맛있는 한끼'에서 소개한 맛집들은 말 그대로 글로벌하다.

여행, 음식, 사진등 말그대로 문화를 마구 향유하는 저자정도의 입맛을 지닌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소개글이 아닐까싶다.

이탈리아음식부터 프랑스, 인도와 중국음식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맛집을 두루 섭렵한 느낌이다.

 

 

출장간 유럽에서 간절히 먹고싶었다던 김치찌개가 생각나면 어김없이 줄을 서서라도 기다린다는 '광화문집'은 얼마전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집이다. 40년 전에 개업을 했다면 내가 광화문 교보빌딩에 근무할 때 한번쯤 가봤을법한 집이건만 전혀 기억에는 없다.

 

 

바다가 없는 충청도출신의 아주머니가 깔끔하게 담근 김치에다 돼지 생목살을 넉넉하게 넣어 칼칼하게 끓였다는 김치찌개는 나도 외국에 나갔을 때 라면 다음으로 간절히 먹고 싶었던 음식이다.

얼핏 가장 쉬운 듯 하면서도 제법 팁이 필요한 이 음식은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추억이 깃든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음식프로그램에 패널로 자주 만나는 홍신애씨가 음식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수더분한 인상처럼 이름도 정겨운 '쌀가게'주인이란다. 실제로 쌀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매일 그 날 쓸 쌀을 도정하여 밥을 짓고 하루 100인분의 음식만 준비하여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는 고집이 참으로 프로답다.

보통 하루 몇 인분의 음식만 준비하고 팔리면 문을 닫는다는 집들이 꽤 있다. 이런집들일수록 맛이나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장인으로서의 고집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는 전통의 거리로서의 매력이 사라지고 온통 장사꾼 천지인 인사동골목에 이런 수제비집이 있다니 그야말로 등화불명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수제비. 이 수제비도 공들여 끓이려면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조만간 꼭 들러 먹어보리라 작정을 하게 된다.

 

저자가 소개한 이태원이나 한남동 삼청동의 알찬 레스토랑의 음식들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어진다.

집밥처럼 다정한 음식임을 강조한 글에서 저자가 상당히 감상적인 사람임을 짐작하게 된다.

소개글에는 나이가 없어 검색을 해보니 나랑 갑장이다. 제법 듬직한 연륜이 느껴지는데 소개한 음식은 젊고 다정하다.

'가족'이라는 말보다 '식구'라는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 나로서는 '맛 있는 한끼'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은 자신이 없지만 동네근처에 있는 진남포면옥이나 이북식 메밀국수를 말아낸다는 '하단'은 꼭 가보고 싶다. 이북이 고향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 너무 좋아하실 것만 같다.

 

가까운 일본은 100년이 넘은 식당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대를 이어 장인의 정신으로 백년 식당을 운영하는 멋진 사람들이 있어 우리들의 삶은 더 풍요롭고 따뜻해지는 것이 아닐까.

소개된 식당들이 앞으로 100년 후에도 대를 이어 맛을 이어간다면 참 좋을 것같다.

읽는내내 침이 고이고 배가 고프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리워졌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ound My City 오늘 하루, 서울의 시간 Around 어라운드 컬러링북 1
윤영철.안다연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이 온통 꽃잔치중이다. 어제 걸었던 청계천변에도 장충동공원길에도 꽃들이 솜털처럼

피어있다. 이런 날은 진종일 걷고 싶어진다.

오늘하루 이렇게 화창한 날이라면 서울의 시간을 한 번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내가 사는 금호동은 남산 타워 바로 곁에 있다. 하긴 서울의 중심에 있는 타워는 웬만하면 멀리서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타워에 올라본 서울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지금즘 남산길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텐데 굳이 진해까지 갈 필요도 없을 만큼 장관인 그 모습을 서울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타박 타박 걸어서 하는 서울나들이도 좋지만 이렇게 컬러링북으로 만나는 서울의 모습은 너무 아기자기해서 재미있다.

 

 

오후 1시 20분 창덕궁의 모습이다. 흔히 비원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요즘에도 하루 출입 인원을 제한하는지 모르겠다.

순 한국식의 정원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이렇게 컬러링북으로라도 비원의 모습을 감상하니 즐겁기만 하다.

 

 

내가 즐겨 찾는 동대문의 모습도 그냥 눈으로 지나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게 다가와서 새로운 모습처럼 느껴진다.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때문에 가슴아팠던 시민들에게 그나마 옛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동대문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참 솜씨도 없다. 이제 다 큰 녀석들만 있다보니 색연필도 마땅치 않고...그래도 열심히 칠해보니 너무 재미있다용.

저 남산타워 넘어 지금 내가 있다니.. 덕수궁 안뜰은 젊은 시절 데이트 코스이기도 했는데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 반갑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연인들이 헤어진다는 속설때문에 빙 둘러 지나갔던 기억도 떠오르고..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제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들..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교회당..'

바로 이 돌담길곁이 바로 정동길이다. 오래된 정동교회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을 지켜봤던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잘 살고 있나요?

이렇게 그림으로 만난 서울의 모습에서 여러가지 추억이 떠오르다니..참 신기한 일이다.

사진보다 영상보다 더 마음에 가깝게 와 닿는 신기한 힘이 느껴진다.

 

오늘 하루 서울의 시간뿐 아니라 여러 모습들이 더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계천이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의 모습들.

좀 더 두툼하게 서울의 모습을 담은 컬러링북을 기대해본다.

 


RH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유머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코끼리라니? 사실 (핑크)코끼리는 서로가 다 알면서 모른척하는 어려운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방 한가운데 분홍코끼리가 있는데 과연 아는 척을 할 것인가. 모른 척을 할 것인가에 대한 현대인에 고민을 빗대어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할 수록 생각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10여년 전 초판을 출간한 후 다시 개정판을 내개 된 것은 대중의 몰이해 내지는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인듯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인 주제로 다루는 것은 '프레임'이다.

얼마전 읽었던 '프레임'에서도 다룬 주제이지만 대중은 일반적으로 이런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어떤 틀속에 고정된 이미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와 '저렴한 건강보험'은 같은 의미인데 대중들에게 어떤 단어가 더 긍정적인 이미지인지를 물었을 때 '오바마케어'가 훨씬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더라는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가 단어 하나에 어떻게 고정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워터케이트 사건의 당사자인 닉슨이 대중에게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국민들은 그가 사기꾼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언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힘을 알게되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현재 진행중인 이 현상 바로 '교육'에 관한 부분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까닭에 교육도 급격히 바뀌었다. 교육을 부나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얻는 직접적 통로로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교양 교육이 가져다주는 무형의 지극히 중요한 개인적 풍요를 맛보지 못한 채 당장의 취업을 위해서 '교육받고'있다. 이는 교육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의 본질인 교양교육은 평생의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취업을 위한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현재의 일자리가 미래에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시대에서 이런 교육이 인간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우려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에서도 영원한 숙제인 '보수'와 '진보'에 대한 문제는 전세계적으로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하는 의문과 진실을 알게되면 선택이 달라져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에 대한 의문도 저자는 명쾌하게 답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상위 1%의 사람들이 이끄는 모든 분야의 우위에 대해서도 진실을 알게되면 허탈감이 밀려온다.

권력이나 힘을 가진 집단의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머리속에 각인된 '프레임(틀)'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말에 힘이 빠진다. 말하자면 우리는 뭔가를 보고 있지만 전혀 보지 못하는 맹과니가 된 느낌인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첫 번에 읽었을 때 그동안의 지식이나 관념을 뒤집는 설명에 다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숙제서이다.

기만당하지 않고 자주적인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고 앞으로 10년 후 또 다시 개정판이 나올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아무르'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이야기로 언젠가 내가 겪을지도 모를 미래같아서 가슴 아팠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마비가 오고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은 끝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자살을 하는

남편의 이야기로 실제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거품경제의 끝 무렵 한창 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열기의 와중에 무리하게 집을 산 가쓰아키와 레이코는

소망하던 집을 가졌지만 대출금과 이자를 내기에도 버겁다. 더구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급격히 떨어진

집값때문에 팔 수도 없다.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하던 남편 가쓰아키는 남을 잘 믿는데다 소심한 편이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아내인 레이코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부부의 큰 아들인 고스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같은 직장에서 만난 미유키와 결혼을 했고 얼마전 미유키가 임신을 했다.

대학을 다니는 둘째 아들 슌페이는 학교가 멀다는 핑계로 독립한 후 알바를 하면서 용돈을 벌지만 엄마에게 손을 벌리는 철없는 아들이다.

어느 날 레이코는 건망증에 시달리게 되고 걱정이 된 남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검진을 하던 중 뇌종양이 발견된다.

원인을 대략 3가지쯤으로 어떤 원인이든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도 절망하지 않고 엄마를 치료해줄 병원과 의사를 찾아 헤매던 슌페이는 운이 좋게도 좋은 의사를 만나 한가닥 희망을 찾는다.

사실 얼렁뚱땅에 긍정모드인 슌페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희망이었다.

엄마의 발병으로 제각각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위기타파에 나선다.

어렵게 취직을 한 후 무심코 아버지 사업에 보증을 섰던 고스케의 ,200만엔을 포함하여 집안은 파산일보직전이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의 남은 날은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시집식구를 우습게 아는 아내를 달래면서 사건을 감당하는 고스케.

철부지로만 알았지만 정작 위기에 빛을 발하는 슌페이.

무능하게만 보이는 가장 가쓰아키.

그리고 얘기를 해주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알지는 못하지만 막연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레이코.

  

'고귀한 의무, 나 요즘 그게 굉장히 좋더라, 가족 중 누군가가 힘들다면, 역할 같은건 따지지 말고 힘 있는 누군가가 어떻게든 하는거야.

주변에 큰소리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상황은 어떻게든 굴러가.'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에 고스케는 말한다.

지구를 구한 독수리 5형제처럼 집안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형제의 고군분투기가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인간은 강한듯 하지만 정작 불행이 닥치면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없는 힘까지 짜내고 머리를 맞대 위기를 해결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고 부러웠다.

제목처럼 엄마의 발병을 알고 7일만에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서로가 손을 잡고 위기를 헤쳐 나오면서 가족들은 성숙하고 사랑과 감사를 배운다.

과연 내가 이런 위기가 닥친다면 이 가족들처럼 헤쳐나올 수 있을까.

그저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불행한 일로 가족들에케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부부의 양가 부모 4명 중 1명은 치매가 된다는 세상이 되었다. 이 소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의 시절, 기억을 잃어가는 가족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내가 그 당사자라면.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소설이다. 특히 경쾌하게 위기를 헤쳐가는 두 아들의 활약은 정말 부럽다.

내 아이들도 이와같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알아갈 수 있게 잘 성장시켰는지 묻게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호기심이 문제였다. 이 세상의 모든 재앙과 고통이 들어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상자밖으로 쏟아져나온 고통은 세 딸의 어머니이자 타파웨어의 시간제 판매원인 세실리아의 인생을 뒤흔들었다.

 

 

오래전 유럽여행시에 구입했던 베를린장벽의 조각을 큰딸인 에스터에게 주기위해 다락방에 올라갔던 세실리아는 남편인 존 폴이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던 신발상자에서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고 적힌 편지봉투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다정한 아빠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모범시민인 남편이 아내인 세실리아에게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시드니의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서 일하고있는 레이첼은 28년전 외동딸은 자니를 잃었다.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자니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고 범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된 채 레이첼의 가슴속에 남았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비디오테이프속에 자니와 함께 있었던 남자애가 범인일 것이라고 짐작한 레이첼은 그 남자가 자신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체육교사 코너 휘트비임을 알게 된다.

 

한편 남편의 비밀편지를 읽은 세실리아는 존 폴이 열 일곱살 어린시절 큰 범죄를 저질렀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왔음을 알게된다. 늘 밝고 모든 사람에게 긍정의 힘을 보여주었던 세실리아는 큰 고통에 빠지게 되고 시카고에 출장중이던 존 폴 역시 급히 돌아와 아내가 자신의 비밀편지를 열어보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존 폴은 죄책감으로 인해 더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왔고 심지어 스스로에게 벌을 주기위해 6개월동안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맙소사!

 

 

멜버른에서 남편인 윌과 사촌여동생인 펠라시티와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테스는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윌과 펠라시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듣게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테스에게 유일한 자매이며 친구였던 펠라시티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테스는 아들인 리엄을 데리고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떠나게 된다. 리엄을 전학시키고자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에 갔던 테스는 우연히 옛남자친구였던 코너를 만나게 되고 배신에 대한 복수인지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사랑에 빠져 코너와 격정적인 섹스에 빠진다.

 

남편이 저지를 과거의 죄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세실리아, 경찰에 자수하겠으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비는 존 폴. 살았다면 누렸을 자니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코너를 의심하는 레이첼.

 

 

사촌동생과 윌의 배신으로 혼란스런 감정에 빠진 테스.

이렇게 소설은 세 군데의 시선으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흔에 접어든 중년여인들의 나른함과 조금은 느슨해진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새롭게 다가선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배신당한 여인의 방황이 교차되면서 오래전 저질러졌던 범죄에 대한 단서가 서서히 좁혀진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과연 철이 없었던 시절에 우발적으로 저질러졌던 죄의 진실이 세상에 밝혀질 것인가.

아니면 평생 죄를 숨긴 채 스스로에게 판결을 하며 살아온 시간으로 죄가 사하여 질 것인가.

증오에 찬 레이첼의 복수극은 또 다른 죄를 불러오고 '너희들의 죄는 서로 상쇄됐느니라'로 귀결된다.

 

그저 오래전 일어났던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스릴러와는 다른 엄청난 소설이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이런 함정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인류의 역사에 이런 가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신이 예정해 놓으신 운명을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중년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과 부부간의 사랑,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등이 오묘하게 녹아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더구나 마지막 장에 펼쳐진 반전은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 중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었을 것이다.

수십년을 이어온 증오도 진실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호주에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람이 될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