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양장) - 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고민, '외모' 때문에 차별 당하는 세상에 날리는 네 번째 하이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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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면서 동화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중 학교 추천도서에 책들을 되도록 열심히 찾아 읽는 편이었다. 그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작가가 있는데 바로 고정욱 작가이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 고정욱 작가의 책은 추천도서에서 결코 빠지는 법이 없다. 때문에 아이도, 엄마인 나도 팬이 되어버린 작가 고정욱. 그래서인지 나는 그의 청소년 소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출간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는 외모 때문에 차별 당하는 세상에 날리는 하이킥으로, 이 소설 역시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법한 내용이다.

 

중고등학교 근처에 가면 모두 똑같은 모습의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유행이라는 부분도 작용했겠지만, 여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 앞머리를 내리고 남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어 누가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개성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개성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이렇게 자신만이 가진 개성을 무시한 학생들의 외모 가꾸기의 기준이 바로 연예인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정 연예인의 머리, 옷, 그들의 몸매가 아름다움의 기준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그들을 신격화하며 그들이 진리인 양 행동한다. 물론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외모가 전부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전부가 되어버린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야하는지는 일깨워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인 주인공 황재석은 여전히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덕에 마냥 지루하지만은 않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민성을 만나기로 한 재석은 지름길을 이용해 전철역을 가려다 보경여고 학생 서넛이 금안여고의 한 여학생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얼마 전 SNS로 본 왕따 동영상이 떠올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준다. 재석이 민성을 만나려는 이유는, 재석은 아무 데서나 글을 쓰고 써 넣은 것도 쉽게 고칠 수 있는 노트북을, 민성은 좋은 화질로 영상을 찍어 동영상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작가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각자의 꿈을 위해 준오 형의 도움으로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야자가 끝난 후 재석은 금안여고 1학년 한채린이라는 여학생으로부터 사귀자는 말을 듣는다. 이목구비가 연예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예쁜 여자애였다. 재석은 채린의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채린을 좋아한다는 경탄고등학교 최우석 패거리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보람을 찾아간 당돌한 채린으로 인해 보람에게 결별통보를 받게 된다. 한편 글쓰기에 괴로움을 느끼던 재석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요즘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는 박태원 웹툰 작가를 만나게 되고, 재미있는 작품의 다반수가 미인이라는 점에서 재석은 주인공은 다 예뻐야 하나,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에 조언을 듣게 된다.

 

"예쁘게 태어난다는 건 축복이야.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적인 충실을 기하는 건 정말 훌륭한 태도란다. 내적으로 충실한 사람은 매력을 지니게 되고 그게 개성으로 발전하거든. 그런 내적 충실함을 가진 사람은 주위의 이런저런 말이나 남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본문 95p)

 

그러던 중 SNS에 올린 사진을 올린 채린은 수많은 악성댓글로 인해 가출을 감행하고 결국 입원하기에 이르는데, 그로인해 재석과 친구들은 채린의 집단폭력과 사이버 테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사건은 현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많은 작품에서 내적 아름다움, 개성의 중시 등을 이야기하며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잘못을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있으며 예뻐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보편적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다.

 

얼마 전, 회사 직원은 중학생 딸아이가 학교를 지각하더라도 꼭 화장을 하고 등교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했다. 현재 학생들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모나 금전, 성공 같은 비본질적이고 오래가기 힘든 걸 좇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작가는 잘생긴 외모를 추구하고 열망하는 우리의 욕망은 사실 권력의 혹은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둔 콤플렉스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쁘고 날씬한 연예인들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성형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문화는 결국 본연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남게 될 뿐이다. 이 소설은 그동안 우리가 외모에 가졌던 편견과 외모에 대한 찬양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며,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내적 아름다움을 통해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임을 현실감있는 이야기로 일깨우고 있다.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는 이렇듯 발랄함 속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감 있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은 하늘이 준 것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개성을 잘 살려서 자신의 꿈을 가꿀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진정으로 아름다워진다. (본문 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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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맨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7
조은영 그림, 신혜은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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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 <<조개맨들>>을 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빵맨, 슈퍼맨, 아이언맨'과 같은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이 책이 전쟁으로 얼룩진 150년대를 그리움으로 견뎌 낸 한 평범한 소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전쟁, 그리움, 1950년대는 '조개맨들'이라는 단어와 연관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책을 펼치기까지 그 궁금증은 점점 커져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궁금증을 잔뜩 안고 책을 펼치고서야 '조개맨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지요. 조개맨들은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흔다리 서쪽에 있는 '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조개껍데기가 많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그림책은 조개맨들의 풍경과 주인공 영재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쟁 전후로 나뉘어서 말이죠.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에 가곤합니다. 영재의 집은 아빠가 손수 지인 집으로 동쪽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옵니다. 영재는 아빠가 일하는 방 앞에서 놀곤 합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보이고, 아빠는 영재를 보고 웃어주니까요. 아빠는 시계를 잘 고치십니다. 서울에서도 시계방을 하셨고, 마을 사람들이 몇 번씩 고맙다고 절을 하고 갈 정도로 잘 고치지요. 영재의 동생은 운동회날 태어났습니다. 운동회보다 동생을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영재는 아빠랑 조개맨들 가는 길을 언제나 즐거워합니다. 여름이면 조개맨들 길이 보라색 붓꽃으로 가득 차는데 아빠는 붓꽃보다 영재가 백 배 더 예쁘다고 해주십니다. 영재는 그래서 꽃들에게 미안하지요. 조개맨들에 만든 참외밭의 참외들은 동굴동굴 잘도 익었고, 마당에 있는 밤나무 한그루에도 굵은 밤나무 알이 열렸습니다. 밤새 눈이 내리면 창 밖에는 아빠가 데리고 온 겨울친구 눈사람이 서 있었지요. 영재에게는 물레를 붕붕 돌리시는 외갓집 노할머니인 붕붕 할머니가 계시고, 멸젓날에는 영재의 손을 잡고 껌이랑 사탕을 왕창 사 주시는 할아버지도 계십니다. 이제 영재는 내일이면 입학을 합니다. 이모부 주효목 선생님, 육촌 오빠 황옥진 선생님, 오빠와 친한 김강호 선생님 등 영재를 예뻐해 줄 선생님이 많아서 영재는 신이 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에서 감자 찌는 냄새가 나 엄마한테 감자 쪄 먹자고 조르는데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전쟁이 났다고 난리였지요. 영재도 엄마한테 빨리 감자 쪄 먹고 피난 가자고 합니다. 어느새 동네가 피난민으로 가득찼습니다. 외할버지네 집은 사랑방, 건넌방, 안방, 윗목까지 피난민으로 꽉 찼지요. 하지만 어느 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지요. 이모부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인민군이 외할아버지도 끌고 갔다고 하네요. 이모부는 제대하고 돌아오셨지만 아빠에게는 소식이 없습니다. 영재는 동생들과 울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엄마는 매일매일 아빠가 좋아하는 찹쌀 고두밥과 김장 배춧속을 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강화도 화도국민학교에 있는 이모부한테서 편지가 왔습니다. 이모 집에 와서 이모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라는 내용이었지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빠는 영재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실 거라고.

 

 

 

옛날 교동 집에서 한 시간쯤 걸어가면 조개맨들이 나온다. 들판 가득 하얗게 조개껍데기로 덮여 있어 조개맨들이다. 지금도 조개맨들에 서면 아빠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영재야-

아빠-   (본문 中)

 

 

 

<<조개맨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빠와의 행복했던 일상은 전쟁과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만 남아 있을 뿐이지요. 전쟁이 나기 전, 영재는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소중한 아빠를 잃게 되고 평범했지만 소박했던 행복도 빼앗기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영재는 아빠의 바람대로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며 성장하게 되지요. 평화롭고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상황의 모습만 담아냈다면 전쟁의 참상에 대한 슬픔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화롭던 일상의 모습이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과 마주하게 되니 그 슬프고 아픈 전쟁의 참상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전쟁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가족, 행복했던 추억을 빼앗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전쟁 전후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 주는 아픔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전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컴퓨터 게임에서 보여지는 전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이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을 앗아가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아버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빼앗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움으로 견뎌 낸 영재의 이야기 <<조개맨들>>은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전쟁의 상처를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만드는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그림책이 가진 의미는 이렇게도 크고 깊습니다.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한국 전쟁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될 듯 싶네요. 전쟁 세대와 전쟁을 모르는 세대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가치 있는 그림책(표지 中) <<조개맨들>>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조개맨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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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톨로지 - 사랑에 관한 차가운 탐구
조중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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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하였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탐구는 실상 너무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에 대한 정의는 애매모호하다. 더군다나 사랑을 정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늘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과 예술, 종교, 철학, 논리학 등을 탐구해온 조중걸 교수 역시 단순한 학습으로 밝혀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회피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가 사랑에 관한 아주 특별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사랑에 대한 차가운 탐구'라는 부제로 쓰여진 <<러브 온톨로지>>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기에 저자 역시 만연한 것의 탐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사랑은 세계에 만연하지 않음을, 만연하고 있는 것은 단지 '시장의 우상'이라고.

 

현대의 철학은 분석철학으로 세계를 1. 말해질 수 있는 것 2. 보여져야 하는 것. 3.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하는 것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 책의 주제인 사랑은 바로 세 번째 세계, 즉 침묵이 세계와 관련된다. 헌데 침묵 속에서 지나쳐야 할 것들이 말해지는 이유는 지성적 존재로서의 스스로에 대한 차별적 우월감과 위선과 허영 탓이라고 한다. 저자는 사랑에 대한 1차적인 정의를 '정의가 불가능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사랑에 대해 말하고-남발하고-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것은 헌신, 자기희생, 친근감, 그리움, 애정, 질투, 실망, 분노 등 사랑의 결과나 요소이거나 사실은 사랑과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이지 사랑 자체는 아리라는 것이다. 사랑은 이것들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해지는 것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라고 말해져온 것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고 말해져 온것인 섹스에 대해 저자는 그 자체로서는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본능의 충족이다. 섹스는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 없는 섹스의 부도덕성에 대해 말하고 섹스의 원인으로서의 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섹스 없는 사랑도, 사랑 없는 섹스도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없다. 고로 사랑과 섹스는 아예 질을 달리한다.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말해지는 사랑으로 일컫는 애정은 어떨까? 저자는 애정을 주제로 한 표현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과, 애정 자체가 아름답다거나 그 아름다움을 미루어 그것은 애정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얘기라고 말하고 있다.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을 기초로 한다고 말해지는 결과물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역시 사랑이 존재한다고 말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란 점이다.

 

만약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거기에 부수하는 어떤 것과 상관없이 존재할 것이다. 만약 사랑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단지 어떤 가상적 사랑을 바탕으로 한 형식만이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도 이 둘이 서로 원인과 결과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부수하는 것들없이 사랑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사랑의 진공 상태에서 부수하는 것들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고 그것을 기초로 한다고 말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즐기면 된다. (본문 188p)

 

이렇게 저자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랑은 실증적인 것이 아니며, 사랑은 하나의 심적 경향이라고 답하고 있다.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 의해 실증되는 것들뿐이지만, 사랑은 경험되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영원히 모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듯 사랑에 대한 그의 탐구는 차갑도록 날카롭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사랑에 관한 달콤함이 아닌 책 제목 그대로 온톨로지(ontology : 존재론. 존재의 본질과 존재 자체의 의미를 밝히려는 철학의 한 분야)를 통한 철학적 분석이다. 저자는 <<러브 온톨로지>>에서 사랑으로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사랑이 아님을 먼저 밝히고, 다음으로 진정한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미지의 영역인 사랑을 냉철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을 구하는 나는 있다. 죽음은 없고 죽어가는 나만 있고 삶은 없고 살아가는 나만 있듯이. 따라서 사랑은 희구와 열망이지 손에 쥐어지는 어떤 것은 아니다. (본문 227p)

 

(이미지출처: '러브 온톨로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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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점짜리 엄마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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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제목을 보고 찔리는 마음이 드는 걸 어쩌지 못하는 30점짜리 엄마이다. 19년차 주부임에도 요리 솜씨는 여전히 30점, 가끔 세탁시 얼룩이 생기는 걸 보면 빨래도 30점, 청소가 귀찮아 자주 미루는 걸 보면 청소도 30점, 휴일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낮잠자기를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엄마 자격점수 30점,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어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부족한 점수 30점, 이렇게 따지보고니 엄마로써 미흡한 점이 정말 많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엄마로서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나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을법한 책이 아닐까 싶다.  

 

 

 

'30점'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는 했지만 '자격 미달 엄마'라는 뜻은 아닙니다. 직장의 실적 그래프가 정말로 '30점'이었다는 사실과 약간 모자란 귀여운 엄마라는 느낌으로 '30점'이라고 지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나와 언니 그리고 나중에 태어난 남동생까지 모두 건강하고 그럭저럭 올바르게(?) 자랐다는 점에서는 아마 '만점 엄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中)

 

 

 

<<30점짜리 엄마>>는 이런저런 불만도 있었지만, 어릴 때에는 '뭐 이런 건가 보지'하고 순수하게 생각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그린 이야기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에 공감이 팍팍 가는 이야기로,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세 고다마와 2세 노조미는 자매로 이 책의 화자는 동생 노조미이다. 요 귀여운 노조미가 바로 저자 타카기 나오코일 게다. 엄마는 느긋하고 마이페이스인 성격인데 요리와 청소는 살짝 낙제점이지만 고다마와 노조미는 엄마를 참 좋아한다. 엄마가 드러누우면 두 자매는 엄마 옆에 함께 드러눕는다. 엄마랑 같이 자는 낮잠을 정말로 행복해하는 자매다. 방은 늘 그다지 깨끗하지 않지만 꽃만큼은 예쁘게 장식하는 엄마는 앞뒤가 살짝 안 맞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귀여운 어른이다. 이렇게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엄마는 화장품 판매를 하기로 했고 두 자매의 생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두 자매는 엄마가 일하기 시작한 화장품 회사의 어린이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엄마를 기다린다. 언뜻 보기에 안 어울리는 햄이랑 비엔나소시지 대신 잔멸치를 넣은 엄마표 케첩볶음밥과 냄비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좋아하는 두 자매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일요일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가보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모를 때도,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받고 싶었던 선물 마론 인형 대신 초콜릿을  받아도 기뻐하는 두 자매의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좋아하는 마론 인형을 사주지 않아도, 바쁘다고 데리고 나가주지 않고 대신 낮잠을 자는 엄마여도 두 자매에게 엄마는 만점이다. 엄마가 우울해할 만큼 예쁘게 만들지 못한 유치원 학예회 준비물을 귀엽다고 좋아하는 아이는 엄마의 백점 딸인 듯.

 

 

30점짜리 엄마라도 좋은지 엄마의 껌딱지가 되어 졸졸졸 엄마만 쫓아다니던 우리 집 남매는 이제는 다 컸다고 엄마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도 하고 엄마의 오류를 지적할 정도로 컸다. 30점에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늘 부족했던 엄마여서 미안했던 나를 아이들은 '만점 엄마'로 생각해주려나? 친정엄마는 다혈질에 성격이 급해서 조금만 느려도 불같이 화를 냈고, 나와 동생은 서로를 위로하듯 이불 속에 숨어있곤 했다. 회초리를 자주 들었고 꾸중도 심하게 했지만, 엄마에 대한 이런 기억보다는 마론 인형 옷을 만들어주고, 종이인형을 함께 오려주고, 크리스마스날 잠든 줄 알고 인형을 몰래 놓고 간 엄마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내게 만점 엄마였다. 물론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30점짜리 엄마>>를 읽고서야 나는 비로소 내게 엄마가 만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 가끔은 우리 엄마가 이래저랬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부족한 엄마여도 내게는 만점짜리 엄마였다는 것을 어린 고다마와 노조미가 알려준 것이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엄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그 따뜻함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내 아이들에게도 그 따뜻한 기억을 남겨줄 수 있는 3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다. 어린시절의 추억 그 행복한 기억으로의 여행, 가장 따뜻한 엄마 품으로의 여행 <<30점짜리 엄마>>였다.

 

 

 

(이미지출처: '30점짜리 엄마' 본문,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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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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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정말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그리하여 허구라는 장치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김진명 작가의 작품은 무한 신뢰를 하게 되었다. 철저한 고증으로 대한민국 국호 韓의 유래를 밝힌 <천년의 금서>, 일본이 한반도 침략이 어떤 역사논리로 이루어졌는가를 명확히 규명한 국보급 대작 <몽유도원>, 충격적인 명성황후 시해의 실체와 난징대학살의 비밀과 참상을 그린 <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한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 <1026>, 한국인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린 밀리언셀러 <하늘이여 땅이여>, 경이로운 수의 비밀을 다룬 <최후의 경전>, 북한 지도자 죽음의 미스터리를 담아낸 문제작 <신의 죽음>,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예견한 <삼성 컨스피러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한·미·중의 갈등을 다룬 <싸드> 등으로 뚜렷한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표지 中)로 인정받은 그가 이번에는 <<글자전쟁>>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조(吊)를 가진 자들이 조(弔)를 없앴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답(畓), 한 글자뿐.

유일하게 남은 한 글자, 답(畓)을 지켜라!(표지 中)

 

굉장히 흥미로운 문구이기는 하지만 어떤 내용일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아무 예측없이 읽을 수 있어서 스토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흥미로웠던 작품, 이런저런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지금 이 책은 정말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몰입도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액자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 태민의 이야기와 한 소설가의 소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수재 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태민은 과학고를 졸업하고 한다하는 친구들이 다 서울대학교니 포항공대니 카이스트니 지원했을 때 태민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물리학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들어갔다. 사람들은 20대에 태민이 박사 학위를 못 받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지만 그는 박사 학위는 커녕 박사 과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과목 A플러스의 학점에서 칼텍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지만, 그는 학부 과정을 마치고 전공인 물리학을 버리고 국제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꿔 스탠퍼드 석사 과정에 들어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돈이 힘인 이 시대에 따분한 교수나 연구원이 되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웬만한 사람들이 좀체 들어가기 힘든 무기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에 보란 듯이 채용되었고 놀랍게도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제영업 파트에서 손에 꼽히는 헤비급 사원이 되었다. 그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남북한이 군비 경쟁에 경주마처럼 매달리고 있는 동북아를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매달렸고 날카로운 시각을 지닌 그는 일개 영업사원에서 미국 정보계통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태민은 자신의 성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테헨란로에 작은 사무실을 하나 낸 후 이 회장과의 동업으로 2년 만에 무려 50억 원을 순수익으로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민은 지금까지의 2년은 자리 잡는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3년을 본격적으로 한밑천 땡기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해군 함정들이 줄줄이 문제가 생기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이 회장 회사에 압수수색이 들어왔고 태민의 예금 역시 모두 몰수 돼버리고 말았다. 태민은 특수 1부의 최현지 검사를 찾아가 자신의 무죄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오히려 구속이 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베이징으로 도망치고 만다. 최현지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500억을 모으겠다는 결심을 한 태민은 중국이 북한과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한국에서 사는 무기가 모조리 북한을 적으로 하는 현실에서 북한을 휘저어놓는다는 나름의 훌륭한 전략을 세우고 베이징의 한 구석진 곳에 위치한 북한 사람들의 식당을 찾아내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늘 혼자 다니는 인물을 발견하고 평양에서 온 감시원일지 모른다는 얘기에 접근하지만 그는 태민에게 거리를 둔다. 그런 그가 얼마 후 태민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이 들어있다는 USB를 건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는 그의 적중대로 그날 밤 그는 피살당하게 되고, 중국 공안에 의해 그가 서울에서 온 전진우라는 인물임을 알게 된다. 태민은 그의 죽음이 유에스비와 연관이 있으며 자신도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유에스비를 열어보게 되는데 뜻밖에도 무슨 소설 작품이 하나 담겨 있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유에스비에 담겨진 소설을 통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왕의 치세 아래 지속된 고구려의 평화 속에서 정만현 사람들은 어느 정도 먹고사는 일이 안정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예를 찾았고 대소사의 예법에 막힘이 없는 스스로를 '유생 석정'이라 칭하는 유학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규칙이요 법으로 여기며 살았다. 촌장인 소홀라의 죽음으로 유생 석정은 '吊'로써 예를 표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한편, 정만현에 속한 한 작은 마을 아야촌의 모든 사람들이 몰살당하면서 정만현 태수 안망은 수사를 하지만 누구의 소행인지 도저히 알아낼 도리가 없었던 와중에 한 모피장수가 자신과 거래하는 아야촌과 같이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인 내터에 사는 세 명이 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안망은 내터로 군졸 마발을 보내지만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와 허공에 긴 선을 몇 번 긋다 숨을 잃고 말았다. 안망은 이를 통해 유추를 하기 시작했고 두 마을의 사람들이 순수한 서맥족으로 풍장이라는 풍습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군졸 마발이 쓰려했던 글자가 조(弔)였음을 추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범인이고 왜 그들을 몰살시켰을까? 이야기는 그렇게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한편 태민은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음을 직감하고 보잉과의 딜을 추진한다. 일이 잘 성사되면 전진우는 500억을 벌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태민은 전진우의 소설을 읽었고 같은 뜻이지만 서로 다른 글자인 조 吊와 弔의 차이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태민은 이 소설이 두 글자의 대립을 통해 한자가 중국인들만이 아닌 한국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졌을 개연성을 제기하는 것이 아닐까를 짐작하게 된다.

 

"무른 붓 한 자루의 힘은 천만 자루의 창검보다 강하니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진실을 간하였으며 궁형에 처해지고 나서는 다시 한 번 목숨을 진실과 맞바꾸어 한평생 천하의 대소사를 기록했으니 역사는 그의 붓 끝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숨을 쉬게 되었소." (본문 256p)

 

물 수와 밭 전을 합한 글자는 논 답으로 가장 먼저 생겼어야 할 글자다. 그런데 모든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화하족, 즉 한족에게는 이 논 답이란 글자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모든 한자를 한족만이 만들었다고 할 것이가. (본문 273p)

 

태민은 최현지 검사를 복수하고 500억을 벌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과거 문명이 생기고 글자가 만들어지던 때로부터 시작된 전쟁인 한둘의 범인이 아닌 수천만, 수억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는 오류를 바로잡는 전쟁 사이에 서게 된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장관 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놓아서 한국이 문제가 많다고 하자 임어당이 놀라며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를 통해 한자가 정말 우리 글자일까? 라는 의문에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교과서 한자 병행 표기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자 병기가 동음이의어 등의 이해도를 높여 우리말 글의 이해력을 신장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한자가 병기되면 한자교육을 시켜야한다는 부담감,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부담감이 가중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물론 교과서에 수록된 대다수의 단어들이 한자어로 표기되어 있어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자를 알고 있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였다. 이에 나 역시도 한자를 배우는 것에는 찬성이지만 병행 표기로 인한 교육의 부담으로 나 역시도 반대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의 나라의 언어를 꼭 교과서에 병행 표기해야하느냐에 입장에서 이제는 한자가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한 것이다. 글자전쟁은 중국인의 의식을 바꾸는 데에서만 시작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으로도 시작되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중국, 일본의 역사 왜곡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도, 국민들의 관심도 부족한 상황에서 역사 왜곡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배우고 알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글자전쟁>>은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되는 이 괴리를 풀어내었으며 역사의식을 고취시켜 줄 것이다.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 소설은 올바른 우리 문화,역사이해에 대한 필요성을 꼬집고 있다.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소설이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김진명 김진명'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그 진실이 <<글자전쟁>>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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