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벌레 - 장편 판타지 동화
차보금 지음, 박정완 그림 / 현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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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인 이야기, 배꼽이 빠질만큼 재미있는 이야기 등의 다양한 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는 책 속 주인공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기도 하지만, 왠일인지 작은 아들녀석은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네요. 제가 그랬듯이 우리 아이도 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책의 저자는 주인공 기쁨이가 반짝벌레, 분홍 토끼와 함께 저자가 뽑은 최고의 주인공을 만나는 모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 아이도 기쁨이처럼 주인공을 만나는 신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 책에 수록된 책을 읽어본 아이들이라면 새로운 이야기에 신이 날 것이고, 읽어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정말로 멋진 책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반짝벌레>>는 이렇게 우리 아이에게 책 속 주인공들과 친해지는 멋진 모험으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반짝벌레는 이 책 저 책으로 옮겨 다니면 책 향기를 먹고 삽니다. 반짝벌레가 맨 처음 눈을 뜬 곳은 영국에서 제일 처음 나온 동화책<작고 예쁜 포켓북>속이었는데, 벌써 270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 속에서는 반짝 벌레가 돌아다녀 본 책 중에서 가장 맛있는 향기를 지닌 책 이야기가 실려있지요. 기쁨이에게 오늘은 무척 힘든 하루였지만 행복한 상상을 함으로써 꿈에서라도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랬어요. 그런데 상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파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잠을 자기 위한 다른 방법을 시도한 끝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을 펼쳤지요. 책의 첫 장을 읽다보니 어느새 기쁨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기쁨이가 꿈속에서 빨간 잠자리를 쫓아다닐 때 희미하게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고 잠에서 깬 기쁨이는 책 속에 사는 반짝벌레를 만나게 되지요. 반짝벌레를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내리친 기쁨이는 반짝벌레와 함께 책 속으로 쑥 들어가게 됩니다.

 

 

 

책 속으로 들어간 기쁨이가 처음 만나게 된 주인공은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와 함께 걷던 기쁨이는 여왕 때문에 위기에 몰리게 되고 다행스럽게도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다행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헌데 이번에는 반짝벌레 대신 말하는 토끼가 집을 찾아달라고 하네요. 기쁨이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토끼를 피해 엄마를 찾던 기쁨이는 집에 온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토끼의 집을 찾아주기로 합니다. 이곳은 새로운 책의 맨 첫장이었습니다. 기쁨이는 어느새 회오리바람에 휩싸였고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사자, 강아지를 안고 달리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은 구두를 신은 기쁨이 또래의 여자아이와 만나게 됩니다. 기쁨이도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분홍 토끼의 집을 찾아 주기 위해 오즈를 찾아가지요. 이후에도 기쁨이는 초콜릿 공장에 가기 위해 황금빛 초대장을 찾는 찰리에게 자신이 눈밭 위에서 주운 초대장을 양보하고,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를 찾기 위해 찾아간 무민 골짜기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삐삐와 돼지 윌버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주인공들을 만나는 동안 반짝벌레가 준 생각을 채우는 목걸이 '치잇'에 가득 빛을 채우게 되지요. 그리고 기쁨이는 책 속 주인공이 됩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보니 반짝벌레와 또 다른 반짝벌레들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가 아까부터 자꾸만 기쁨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하면서요.

그 누군가가 누구냐고요?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는 '너'예요. (본문 150p)

 

그렇습니다. 독자였던 기쁨이는 생각이 자랐고 책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기쁨이를 바라보고 있지요. 우리가 함께할 주인공이 한 명 더 생긴 셈이네요. 기쁨이는 새로운 주인공이 된 것이고 우리는 처음의 기쁨이처럼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될 어린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 탓에 이 책에는 결말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책 주인공들과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린이들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난 책을 읽는 네가 좋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를 따라오지 않을래? 잠자리채로 날 잡을 생각은 하지 마. 난 우유로 목욕하는 건 정말 싫거든."

그 후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겠네요. 그건 '너'가 만들어 갈 이야기일 테니까요. (본문 151p)

 

기쁨이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를 만날 때 그 옆에 나 자신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신 나지 않을까요? 반짝벌레가 소개한 책 속 주인공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 속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모험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집니다. 그러다보면 책 읽기도 즐거워 질거에요. 더불어 기쁨이가 그랬듯이 생각도 마구마구 자라게 될 것이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반짝벌레>>는 독특한 구성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우고 상상력을 쑥쑥 자라게 하는 동화책이네요. 부록으로 수록된 [반짝벌레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는 본문에서 만났던 책에 대해 좀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동화책은 이렇게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랍니다.

 

(이지지출처: '반짝벌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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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아 줄게 베틀북 아기 그림책 4
배현주 글.그림 / 베틀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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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임신, 출산선물로 준비해도 좋을 그림책이네요.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은 엄마라고 하지요.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기억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제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말하는 걸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에게 더 예쁜 말로, 더 예쁜 표현을 해줄껄, 하는 생각을 하곤 하지요. 그만큼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하면서 성장합니다. 만 0~2세에 형성된 애착 관계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 사회성 발전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안정적 애착 관계를 갖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스킨십과 적극적인 사랑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을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 아이가 곰 인형에게 말합니다.

아가야, 뭐 하니? 이리와, 내가 안아 줄게.

그리고 아이는 곰인형을 꼬~옥 안아 줍니다.  곰인형으로 블록이 쏟아집니다. 아이는 곰인형이 놀랐는지 묻고는 안아 주고 괜찮다며 토닥여줍니다. 과자를 먹던 아이는 곰인형에게 배고픈지 묻고는 또 꼭 안아 줍니다. 그리고는 곰인형에게도 과자를 주네요. 이번에 아이는 바닥에 눕혀져 있는 곰인형이 심심할까봐 또 꼬옥 안아 줍니다. 그리고는 함께 딩딩딩! 신나게 피아노를 치며 놉니다.

 

 

그때, 어디선가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요.

"아가야, 이리 오렴. 엄마가 안아 줄게."

아이는 엄마 품에 폭 안깁니다. 엄마 품이 제일 좋은 아이는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사랑받은 아이는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압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를 더 큰 사랑으로 안아 주세요. (표지 中)

 

아이는 엄마가 그랬듯이 곰인형을 꼭 안아 주고, 심심할까봐 놀아주고 배고플까봐 과자를 주고, 또 괜찮다며 토닥여줍니다. 엄마에게 듬뿍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안아 줄게>>는 이렇게 엄마가 자신에게 그랬듯이 곰인형을 안아 주며 토닥이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엄마가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고, 많이 표현할수록 우리 아이들은 그림책의 아이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날 거에요. 삽화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를 꼭 안고 그림책처럼 사랑표현을 하면서 책을 읽어주면 더욱 좋을 거 같네요. 아이도 엄마 품에서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더 잘 느낄 수 있을 듯 싶구요. 사랑하는 마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선물용으로도 정말 좋은 그림책이네요. 오늘부터 아이에게 더 많이 표현하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이미지출처: '내가 안아 줄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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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박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1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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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 탓에 청소년 소설을 참 많이 읽는 편인데, 요즘 청소년 소설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청소년 소설이 보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어 식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하이킹걸즈><다이어트 학교>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책에 대한 정보도 필요없이 김혜정 작가 이름이 주는 신뢰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주는 식상함, 보편성이 전혀 없는 새로운 소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 소재는 <자음과모음>의 사태희 국장님이 작가에게 십대들의 창업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이야기였음에도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무언가에 막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하니 아마 이야기에 빠져있었던 듯 싶다. 정말 참신한 이야기였고, 정말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에는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좋은 대학을 목표로 마치 공부하는 기계처럼 기대하지 않고 꿈꾸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과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 하여 조금 씁슬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이 책이 '잘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청소년들에게 혹은 그들의 부모에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엄마의 일곱 번째 가게였던 화장품 가게의 수익이 좋지 않게 되면서 집 안에는 몇 상자의 화장품 재고가 쌓여있게 되었다. 여울은 상자 속에서 친구들이 쓸 만한 화장품을 골라 다음 날 친한 친구인 다솜과 유준에게 선물로 주었다. 특성화 학교인 유비고에 다니는 여울은 유준과는 입학 전부터 모 팬카페에서 알게 되었고, 다솜은 여울의 첫 짝이었다. 다솜은 유준을 짝사랑했고 중간에서 여울이 도와줘 둘이 사기게 된 후로 셋은 삼총사처럼 붙어 다녔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여울은 유준과 함께 매주 금요일 5교시 동아리 활동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 창업반에 갔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내년 전국 창업경진대회를 독려하기 위해 학교에서 상금이 100만원인 '유비고 창업경진대회'가 열린다고 공지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여울은 상금에 혹했고, 여울은 덤핑으로 넘겨질 화장품을 파는 것으로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한다.

 

물건을 파는 건 단순히 장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야. 시크릿 박스도 그렇지 않았니? 시크릿 박스가 인기를 얻은 건 단순히 화장품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 아니란다. (본문 62p)

"시크릿 박스 콘셉트가 십대가 만든, 십대를 위한 선물 상자잖아."

"그래, 우리가 팔려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야." (본문 81p)

 

그렇게 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화장품을 포장할 때 필요한 넓은 공간을 위해 유준의 친구인 지후의 집 지하실을 사용하게 되면서 지후도 합류하게 되는데, 할머니랑 단 둘이 사는 지후에 대한 궁금증이 생각에 꼬리를 물어 '시크릿 박스'가 탄생하게 된다. 시크릿 박스로 아이들은 한 달 넘게 일한 거에 비하면 비록 작은 돈이었지만 1인당 9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고 유비고 창업경진대회에서 2등을 하여 상금 50만 원을 받게 된다. 창업 대회는 끝났지만 여울의 제안으로 2탄을 만들게 되고 처음 기대와 달리 주문량이 많지 않아 실망하였으나 아이돌 그룹 멤버가 SNS에 올린 글로 시크릿 박스의 인기는 기대를 넘어서고 여울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등 연신 화제가 된다. 하지만 시크릿 박스의 성공과는 반대로 아이들의 관계에는 틈이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크릿 박스는 사회의 냉혹함으로 위기를 맞게 되면서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십대들의 창업이야기 <<시크릿 박스>>는 창업을 소재로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끊임없이 등수를 매기고, 높은 등수 안에 들기 위해, 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여울의 동생 여랑이 그랬던 것처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고 편하게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만이 십대들이 꿀 수 있는 꿈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이것이 꿈의 전부라고만 알고 있는 십대들의 슬픈 현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들 주인공처럼 노력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해서 모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될 기회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많이 꿈꾸고,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저자는 이들 주인공을 통해 십대들에게 그렇게 용기를 주고 있었다.

 

"그저 그런 대학 나와서 취업 못하고 빌빌 거릴 거면 지금부터 자격증이라도 좀 따놔. 그래야 취업할 수 있을 거야. 미래가 걱정도 안 돼? 우리는 아마 백 살까지 살 거야. 그런데 직업이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적어도 일흔 살까지는 일해야 하는데, 정규직이 아니면 몇 년 일하지도 못한다고." (본문 18p)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걸까? 잘하고 싶은 사람만 잘하면 되는거 아냐?"

"돈 때문이지 뭐. 대학이 4년제냐 2년제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잖아. 대졸, 고졸도 차이가 나고." (본문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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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주세요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72
진희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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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사과를 주세요>>는 분홍색 표지의 먹음직스러운 초록빛 사과가 눈에 띄는 책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사과를 표지삽화로 내세운 이 책은 어떤 느낌일까? 왠지 나는 풋풋한 첫사랑이 먼저 떠올랐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면 으레 나는 청소년 시절의 내가 되고, 청소년인 딸아이가 된다. 이 책 속 주인공 속에도 분명 내가, 내 딸아이가 있으리라. 그런 까닭에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연애 세포 핵분열 중]은 사과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초등학생도 쓴웃음을 짓고 갈 언어유희를 시도 때도 없이 즐겼던 근복은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학교 앞에 핀 벚꽃을 보고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울렁거리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솜사탕처럼 뽀송뽀송하고 뭉실뭉실한 벚꽃을 같이 보러 갈 여자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입맛이 떨어질 정도였다. 더군다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못났다고 생각했던 태동이마저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근복은 삶의 의욕이 팍 꺽이는 느낌이었다. 이에 근복은 결국 녹색창에 접속해 여자친구 만드는 법에 관한 질문을 올리기에 이르렀고 한심한 대답 중 머리를 조아리게 만드는 댓글을 발견하게 된다. 태동에게 조언을 구하고 스타일을 바꿨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새봄이마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해보이자 좌절하고 만다. 이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표제작 [사과를 주세요]는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스토리였다. 표지삽화와 사과라는 느낌 때문에 풋풋한 첫사랑을 떠올린 작품이었으나 여기서 말하는 사과는 상대방으로부터 사과를 달라는 의미였다. 노란 배지를 달고 있는 의지에게 수학 선생님은 배지를 떼라고 했고 의지는 애도의 권리라고 맞섰다. 이어 '요즘은 개나 소라 권리 타령'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는 "저는 개입니까, 소입니까?"라는 되묻게 되고 결국엔 선생님에게 개나 소에 빗대어진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보다 못한 인간 취급을 받았다. 이에 의지는 '사과를 주세요'라는 문구가 또렷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교무실이 있는 1층 출입구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용감하게 1인 시위 중인 의지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이 일로 긴급 교사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인터넷에서 '태성고 사과녀'가 잇슈가 되자 선생님은 사과를 하게 되지만 의지는 '진짜, 사과를 주세요'라는 피펫을 들게 된다.

 

[우산 없이 비올라]는 열네 살의 선욱이 레슨을 한 주 쉬는 일주일 동안 외할머니 집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매일 하이힐을 신는 할머니를 따라 마을 회관에 가게 된 선욱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신 나게 노는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음악이랄 것도 없는 막음악에다 유치하여 다시는 할머니를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마을 회관에 가게 된다. 선욱은 비올라를 연주하려 하지만 오른쪽 어깨가 찢어질 것 같이 아파 활을 당길 수가 없을 정도다. 음악을 좋아했던 선욱이었는데 음악은, 비올라는 선욱의 몸을 자꾸 부러뜨리고 있었다. 그러던 선욱은 마을 회관에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아닌 마음과 몸으로 음악을 느끼게 된다.

 

음악을 좋아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고, 성취감을  느꼈지만 이 할머니들처럼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었다. 진짜 만족을 느낀 적도, 행복한 적도 없었다. (본문 117p)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은 우리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을 담은 얘기라 하겠다. 선하는 간절히 바라는 행복, 심장 뛰는 일로 전단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지만 오히려 엄마와 미술 선생님인 마녀에게 구제불능이 된다. 그러던 중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엄마가 일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아빠의 무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은 점점 불안한 상태가 되어간다. 선우는 자주 가는 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하지만 새로 오픈한 샌드위치 가게로 인해 버거 가게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학교 출신의 연예인 선배의 강연회를 듣게 된 선우는 버거 가게의 전단지를 시작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장사가 잘된 버거 가게는 아빠를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고용했고, 망한 가게를 전단지 한 장이 살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근처 가게에서 전단지 제작을 부탁해 오는 일이 생겼다. 게다가 마녀 선생님 역시 전시회 전단지를 부탁하는 일까지 생겨난다. 그리고 강연회에 초청되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가장 가능성 없다고 무시했던 일에 오기를 갖고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본문 143p)

나의 터무니없는 무모함으로 시작된 첫 번째 도전은 기적이 되어 나타났다. 신념이, 한 삶의 변화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까지 불과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본문 146p)

 

 

지금까지 정말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어왔지만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고민들을 제대로 담아낸 책들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사과를 주세요>>는 그들의 이성, 진로, 꿈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냄으로써 그 시절의 나, 지금의 내 딸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는 딸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특히 마지막 구절이 진로 고민에 대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사과만큼이나 새콤달콤 맛있는 이야기 <<사과를 주세요>>였다.

 

<바다를 삼킨 플랑크톤>

"플랑크톤은 뭉쳐 다닙니다. 그것이 죽는 길인지 사는 길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혼자 특별하게 사는 건 위험하고 외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넓습니다. 플랑크톤 한 마리가 제멋대로 살아도, 무엇을 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본문 152p)

 

(이미지출처: '사과를 주세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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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리더십 - 위대한 마에스트로는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는가
이타이 탈감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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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끝없이 회자되고 있고 그에 관한 서적도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리더십'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왠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편성되는 악단을 통솔하게 되는 지휘자는 리더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책들 중 이스라엘 출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비즈니스 업계와 정부, 학계에서 협력과 리더십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의 지휘자'로도 널리 알려진 이타이 탈감의 <<마에스트로 리더십>>이 유녹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 책이 '음악 만들기'가 리더십의 이상적인 비유가 되는지 알아보는 아주 독특한 관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리더십은 집단의 노력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개인들의 기회도 넓혀주는 능력을 말한다. 실제로 우리의 지휘대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지도자들이 겪는 가장 흔하고 긴급한 문제들을 통찰하게 해주며, 또 모차르트나 스트라빈스키와는 아무 상관없는 매락에서 해결안들을 제공해준다. (본문 11p)

 

저자는 경영의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한 핵심 3요소를 무지, 간격, 으뜸음 듣기라고 말하고 있다. '무지(ignorance)'는 새로운 공간을 탐구하려는 의지를 포함하고, '간격(gap)'은 발굴되기를 기다리는 감추어진 잠재력을 품고 있으며, '으뜸음 듣기(keynote listening)'-그러니까 견해와 어젠다를 바꿀 수 있는 듣기-는 사람들이 대화 중에 그들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창출(본문 32p)한다고 한다. 리더라함은 뛰어난 지도자를 생각하게 마련이기에 '무지'의 요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2악장 경영의 마에스토라가 되기 위한 핵심 3요소]편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으며 [3악장 위대한 마에스트로는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는가]에서는 리더십 도구로서의 무지가 위대한 지휘자들의 작업에 드러나는 방식과 강도를 살펴볼 수 있어 그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지한 사람은 또 다른 무지한 사람에게 그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 (본문 44p)

모순적인 해석의 전선(戰線)을 따라 참호를 열심히 팠지만 아무 데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대안. 이런 음울한 전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간격을 살펴보아야 하고 그것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본문 74p)

만델라의 리더십은 오 세상을 위해 고상하면서도 지속적인 유럽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 비결은 그가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가격을 유지한 채, 으뜸음 청자가 되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들 사이의 경청을 유도한 것이었다. 그는 인간을 신임하는 무지를 실천하여 그런 놀라운 결과를 거둔 것이다. (본문 89p)

 

3악장에서 저자는 최고의 효율성을 만들어내는 독재자 리카르도 무티, 조직을 단결시키는 권위 있는 아버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규칙을 준수하는 안전 관리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강렬한 에너지로 사람을 이끄는 구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자유로운 통제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의미 추구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 여섯 명의 지휘자들을 일터에서 관찰한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들의 지휘 방식을 공연장 저 너머의 문제와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다. 이는 리더십의 시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개인적인 변화를 고려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자신에게 있는 뭔가를 없애거나 포기하는 것보다 그것을 확장하고 포괄의 시작점으로 잡으라는 것이다. 나는 이 폭넓은 접근법이 한 사람의 온전한 자아상을 훨씬 덜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또 변화를 지속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현재의 지도자 모습에 만족하지 마라. 그보다는 가장 유연하고 다양한 리더십 해결책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당신의 리더십 시각을 확장하라. (본문 249,250p)

 

오케스트라, 음악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용어 등을 알지 못해 사실 읽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이는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독자적인 세계관과 일관된 신념을 갖고 있는 여섯 명의 각 지휘자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의 삶을 반추할 수 있으며 리더십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확립할 수 있을 듯 싶다.

 

(이미지출처: '마에스트로 리더십'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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