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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 - 품사의 기초 ㅣ 비교하며 배우는 우리말
노정임 지음, 조승연 그림, 최경봉 감수 / 현암사 / 2015년 10월
평점 :
간혹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받아쓰기 테스트를 하는 코너가 등장합니다. 제시되는 문장들을 틀리는 과정에서 웃음을 유발하곤 하지만 정말 헤깔리는 어려운 문장들이기 때문에 틀리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닐거라 생각이 들어요. 서평을 쓰는 저 역시도 간혹 띄어쓰기나 낱말이 헤깔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재확인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암사에서 출간된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가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아이들이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유치원에서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받아쓰기를 통해 테스트를 받습니다. 어려운 받침이 들어가는 낱말도 많고,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들이 왜이리도 많은지 아이들이 헤깔려 할 만합니다. 그런 탓에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는 초등학생 아들과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이 책은 책제목과 달리 받아쓰기에 관한, 받아쓰기를 연습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실망할 책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었지요. 이 책은 아이의 성장을 통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우리말의 규칙(문법), 9가지 품사를 배우고 아이의 타고난 언어 감각을 새롭게 깨우는 책입니다. 받아쓰기는 문법을 알아야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니 이 책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말의 규칙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흥미롭고 의미 있게 말과 글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책입니다. (표지 中)
받아쓰기 20점을 받고 속상해서 학교를 안 간다는 아이에게 아빠는 아기 때부터 말을 잘 했고, 알려 주기도 전에 말을 한 대단한 언어학자라고 부추깁니다. 아빠는 말이랑 글은 아주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말을 잘하기 때문에 글을 못 쓸리 없다고 하시네요. 이제 아빠는 아이에게 아이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한 언어학자인이 보여줍니다. 한 살이 되기도 전에 '이, 아, 바, 마'로 옹알이한 아이는 입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고, 처음에는 모든 동물을 '멍멍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이름을 모두 구별하게 되었죠. 첫 걸음마를 할 즈음에 말을 시작했는데 가족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하나씩 하나씩 따라하기 시작했지요. 엄마, 아빠, 맘마, 물, 눈 등 이름들, 즉 명사를 배우게 된 것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말이 늘어나면서 '이거, 저거'를 가리키며 점점 여러 가지를 알아갔는데 이름 대신 쓰는 대명사를 스스로 알아 갔어요.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내는 단어인 품사 수사를 알면서 엄마 아빠와 함께 할 말이 더욱 많아졌고, '맘마'대신 '배고파요'라는 말인 동사를 알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더 배우게 되었지요.
친구들과 어울리고 유치원에 가면서 아이는 '언어의 마술사'가 되었지요. 섬세한 표현에다가 엉뚱한 표현까지 보태지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 관형사를 배우고, 부사를 배우고, 어릴 때는 '이, 가', '을, 를' 등 헤깔려했던 조사를 누군가 특별히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 의미와 쓰임을 알아채고 알맞게 쓰게 되었지요. 이렇게 아이가 새로운 말을 할 때, 어른들이 가르쳐 준 말을 제대로 쓸 때, 기분과 상상력을 표현할 때 엄마 아빠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글자를 익히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금세 글자를 외우지.
아빠, 그런데 나는 왜 받아쓰기가 어려운 거야?
아기 때를 생각해 봐. 듣고 나서, 그다음에 말을 하는 거야. 듣기를 잘하니까 말을 잘 따라 하는 거지. 놀이를 할 때도 규칙이 있잖아. 마찬가지로 글쓰기를 할 때에도 규칙이 있어. 쓰기에는 문법이라는 '말의 규칙'이 필요해. (본문 32p)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는 이렇게 받아쓰기를 연습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자라온 과정을 통해 우리말의 규칙 즉, 문법과 9가지 품사를 배우는 책이지요. 더불어 우리 아이들에게 타고난 언어학자라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말과 글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도 있지요. 어려운 품사 이름을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어휘를 익힘으로써 문법의 기초도 배우고 품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구성이 마음에 쏙 듭니다. 짧지만 알찬 내용이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없을 뿐만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참 좋은 거 같아요. 책을 펼칠 때 우리 아이안에 잠재된 언어 능력도 함께 펼쳐지는 책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는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 품사의 기초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이 책은 문법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품사를 구분지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구성했어요. 품사의 이름을 강조하기보다는 예문을 즐겨 읽으며, 많은 어휘(단어)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문법 공부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어휘와 문장 그 자체가 바로 문법의 기초이기 때문이에요. (본문 38p)
(이미지출처: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