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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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것은 이웃집 담 위에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였다. '야옹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지만 고양이는 대답이 없다. 하지만 내성적인 고양이가 도망가지 않고 말없이 나를 쳐다봐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고양이만 보면 무서워 진저리를 치던 내가 이렇게 인사를 건네게 된 것은 정말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동안 접해왔던 수많은 고양이 책들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한 길고양이>를 시작으로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흐리고 가끔 고양이><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의 고양이 책을 접하면서 내가 그동안 고양이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었던 것들,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 정말 많았음을 알게 되고, 포텐터지는 고양이들의 매력과 필살 애교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들에게 빠지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점 하나, 우리나라는 고양이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가장 심한 곳이라는 것. 자동차 밑이나 어둡고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 6개국 30여 곳 80일간의 고양이 여행을 담은 <흐리고 가끔 고양이>의 해외편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를 읽다보면 한국의 길고양이와 다른 고양이들을 보면서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 조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쉐프샤우엔은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한 번쯤 파란 골목에서 꿈꾸듯 앉아 있는 고양이들을 만나 보라고. 그들과 함께 이 산중의 바닷속을 헤어쳐 보라고. (본문 49p)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둥지둥 도망갈 곳을 찾는 한국의 길고양이와 달리 모로코 쉐프샤우엔의 고양이들은 너나없이 느긋하고 서두르는 법이 없단다. 고양이가 문에 매달려 스크래치를 하고 있어도 가게 주인은 그냥 허허거리며 보고만 있는 곳, 사람의 시선 따위 아랑곳없이 저희들끼리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는 곳, 이는 상상이 아닌 쉐프샤우엔의 현실이다. 파란 골목과 고양이,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곳 쉐프샤우엔에서는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그저 빵을 던져주면 된다. 정말이지 간단한 일,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고양이 천국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모로코 사람들이 특별히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한다. 그냥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고양이에게 밥을 주거나 곁에 두는 것이 그저 일상이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건 질실로 부러웠던 점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미워하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본문 56p)

 

길거리에서조차 겁 없이 사람들 상이에 끼어들거나 낯선 사람의 손길을 허락하는 고양이들, 고양이만 보면 안아 올리고 몸을 부비는 사람들, 이것이 아주 일상적인 풍경의 모로코다. 터키 이스탄불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사람이나 고양이에게 공평하게 피신처를 제공하는, 최소한 고양이에게도 젖지 않을 권리,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곳은 가까운 일본에도 존재한다. 히메지마의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던져 주거나 눈에 보이는 선의를 베풀지 않았다. 대부분은 고양이에게 그저 무심한 듯 보였는데, 어쩌면 그 무심함이 고양이들을 평화로운 세계로 이끌어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선의를 베풀 필요는 없다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고양이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가난과 인간 고통의 대명사 캘거타. 그곳은 지구의 블랙홀이라 불린다. 전체 인구 천백만 명 중에서 5백만 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고, 또 다른 2백 5십만 명은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이들은 아프리카 원주민들보다 훨씬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이 말은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에 실린 문구이다. 이런 인도에서도 골목마다 길거리 동물을 위해 밥을 내놓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동물에게 나무고 베푸는 곳, 인도. 이것이 바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마치 가족의 일원이라도 되는 듯 둘러앉는 사람들 속에 당당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가 당연하다는 듯 앉아있는 라오스 사람들, 정말 너무 예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들에게 날아드는 돌, 자신보다 약자인 고양이들에게 가차없이 가해지는 해코지 등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것이 오히려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모습이 점점 부끄러워지는 사진이었다.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는 저자가 고양이의 천국 모로코를 비롯하여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등 고양이라서 행복한 6개국 30여 곳의 묘생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말이지 너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기에 눈이 즐겁고 행복한 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을 통해 독자가 깨닫게 되는 것은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법이다. 빵을 던져주고 물고기를 던져주는 선의를 베풀지 않아도 그저 무심한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며, 우리는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고양이를 차별하지 않고, 고양이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곳.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세상의 꿈같은 곳, 어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저자가 만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출처: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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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2
라우라 발테르 글, 로베르토 루치아니 그림, 이현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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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는 우리 주위에 있는 일꾼들의 소중함과 좋은 일꾼들이 모여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하는 초등 저학년 사회 그림동화입니다. (표지 中)

 

 

주니어김영사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는 <<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입니다. 표지 속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네요. 우리 사회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 맡은 바 일을 하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를 가고, 여행을 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옷을 입고 먹는 일 등은 우리 뒤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지요. 이 그림동화에서는 이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일꾼들에 대해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뒤'는 공간적 개념이 아닌 물건을 만든 사람, 바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집 앞.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집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아침 일찍 일어나 땀을 흘리며 집을 짓는 벽돌공 아저씨가 있지요. 지금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깐 쉬고 있는 중이에요. 그럼 그 샌드위치 뒤에는 누가 있을까요?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물과 소금, 계란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하고 빵을 굽는 제빵사 아주머니가 있지요. 아주머니가 반죽하는 밀가루 뒤에는 수확기를 타고 노랗게 익은 밀 사이를 지나가며 뭉텅뭉텅 밀을 베는 농부 아저씨가 있고, 수확기 뒤에는 나사를 조이고 핸들과 타이어를 조립하고 플라스틱과 금속을 모아서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색칠하는 조립공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 금속 뒤에는 하루 종일 삽과 곡괭이로 광물을 캐고 나서는 승강기를 타고 땅 위로 올라오는 전등 달린 철모를 쓴 광부 아저씨가 있고, 승강기 뒤에는 안경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좀 더 성능 좋은 기계를 개발하려고 끙끙거리는 엔지니어 아저씨가 있고, 엔지니어 아저씨가 쓴 안경 뒤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우리 눈이 피로할 때마다 낫게 해 주는 안과 선생님이, 선생님이 입고 있는 하얀 가운 뒤에는 종이 옷본을 오리고 천을 재단하고 바느질로 짧은 드레스와 연미복을 만드는 양재사 아주머니가, 연미복 뒤에는 하프, 비올라, 클라리넷, 트롬본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트롬본 뒤에는 잔디밭에서 놀던 귀여운 소년의 아빠가 있습니다. 아빠는 트롬본 연주자거든요.

 

 

사회는 이렇게 수천 가지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단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평화롭고 행복해죠. (본문 中)

 

우리 뒤에는 이렇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공책 한 권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지요. 누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네요.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일꾼들이랍니다. 이렇게 자신이 맡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행복한 공동체'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자신이 맡을 일을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는 이렇게 우리 주위에 있는 일꾼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그림동화입니다. 이 그림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은 이들이 만들어가는 가는 '행복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위해 꿈을 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짧은 글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행복한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보여준 동화책이네요. 이 이야기를 통해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되고 그로인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미지출처: '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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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먹는 괴물 - 의사소통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6
김수옥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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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엄마 말 들었어? 못 들었어?' '못 들었는데..' 우리 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 중 하나입니다. 거꾸로 '엄마, 내 얘기 못 들었어?''몰라, 엄마 지금 바빠' 이런 얘기도 흔히 들을 수 있지요. 엄마인 저는 아이가 제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것에 대해 속상하고,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담아듣지 않는 것에 속상해합니다. 고치려하는데도 우리 집에는 말 먹는 괴물이 눌러앉아 살고 있나보네요. 이 괴물을 얼른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소담주니어 <유아 인성동화> 시리즈 6번째 이야기는 의사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말 먹는 괴물>>입니다. 우리 집 모습을 그대로 담아둔 듯 하여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하면서도 많이 반성하게 된 책이지요.

 

 

"이레야 양치부터 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말했니, 응?" (본문 中)

 

이레는 오늘도 엄마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이 나고 말았네요. 하지만 이레는 오히려 엄마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지 않는 거 같아서 엄마가 미웠지요. 이레는 분명 아무 소리도 못 들었거든요. 이레는 정말 억울합니다. 그때, 이레는 무언가를 정신없이 먹고 있는 괴물을 보게 되었어요. 엄마가 동생에게 소리치자, 괴물이 달려가 그 말을 맛있게 먹어 치웠지요. 이레는 괴물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너 때문에 우리가 말을 못 듣는 거였어! 먹지 마! 우리 말을 먹지 말라고!" (본문 中)

 

그러자 괴물은 떨어진 말만 주워 먹는다고 말했지요. 귀에 담지 않으면 말이 떨어지고 괴물은 그 말을 먹는다고 했어요. 특히 괴물은 이레가 흘린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레 엄마의 말을 좋아한다고 했지요. 이레는 말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지요. 말이 귀에 쏙-하고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괴물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거짓말이래요. 이레는 투정부렸던 일, 동생이랑 싸웠던 일, 최근에 많이 했던 거짓말 등 지난 일들을 떠올렸어요. 그때마다 엄마는 이레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고 말 먹는 괴물도 오게 된 것이지요. 그때 괴물의 엄마가 나타나 괴물을 데리고 사라졌어요. 그리고 이레는 엄마에게 달려가 말 먹는 괴물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그래? 그럼 괴물이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엄마도 이레 말을 잘 들어야겠네."

괴물이 가고 이레도 엄마도 말을 잘 귀담아듣게 되었습니다. (본문 中)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서로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 있는, 마음을 전하는 도구인 말을 귀담아들어야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귀에 쏙 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듣고, 말을 끊어서는 안 되고,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으며, 상대방의 말을 평가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러면 말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말 먹는 괴물이 오지 않을 거에요. 엄마는 아이의 말을 쓸데없는 말로,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잔소리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다보면 그 말에 담긴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유아 인성동화> 시리즈인데 엄마인 제가 더 많이 느끼고 깨닫게 되네요. 이제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말 먹는 괴물을 쫓아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말 먹는 괴물>>을 통해 아이도 엄마도 서로 더 가까워지는 법, 서로 더 잘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으니까요.

 

(이미지출처: '말 먹는 괴물' 본문에서 발췌 / 도서제공 : 소담 꼼꼼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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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전학생 마리 햇살어린이 20
이진하 지음, 정문주 그림 / 현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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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유쾌한 상상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늘 아이들을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곤 하지요. 이 동화책도 마찬가지랍니다. 하지만 그 속에 더 큰 의미를 담아두고 있습니다.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네요.

 

교실인지 시장 바닥인지 알 수 있는 단풍초등학교 학년 5반, 하지만 그 와중에 동그란 안경을 쓴 채 교실 뒷자리에 혼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솔이죠. 담임 선생님의 공정한 방법인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꿨지만, '뽑은 쪽지 바꾸기'라는 공정하지 못한 아이들의 방법으로 이솔이는 1분단 가장 뒷자리에 혼자 앉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은 이솔이에게 조금도 특별한 일은 아닌데다, 매일 똑같은 운동장을 보며 매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무리 지겨운 수업 시간도 금세 지나가 버리곤 했지만, 이 재미있는 생각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었지요. 그런데 오늘 토마토에 달린 꼭지처럼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하늘로 높이 묶고, 가방 대신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마리라는 친구가 전학을 왔어요. 자신을 '마루마'라는 별에서 왔다고 소개한 마리는 이슬이 옆에 앉게 되었지요.

 

 

마리는 정말 특이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데도 수업 시간에 꼭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에 놀랐고, 수업 시간에 말을 하면 벌을 세운다는 것도 놀라워했어요. 지금 당장 배우고 싶지 않은데 수학, 영어, 과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지요. 마리는 케첩을 만드는 법, 책을 만드는 법 등이 더 궁금했으니까요. 다음 날, 이솔이는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학교에 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공책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마리가 보게 되었고, 마리는 이슬이의 이야기를 읽어보게 되었지요. 누군가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보여준 적도 없는데다 자신을 비웃을까봐 걱정이 되어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이솔이와 달리 마리는 흥분하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해결하느라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가 된 마리를 본 부반장인 은지는 마리가 자기 자신보다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 마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마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습니다. 마리랑 친하게 지내는 이솔이에게도 마리랑 말하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오히려 마리는 지구에 와서 제일 체험해 보고 싶었던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며 기뻐했어요. 수업 시간 중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마리는 선생님께 쉬는 시간이 되어야 왕따를 당할 수 있다며 수업을 빨리 끝내달라고 합니다. 결국 은지는 마리에게 접근조차 하지 않게 되었고 마리는 다른 반을 돌아다니며 왕따시키는 사람을 찾곤 했습니다.

 

 

방송 조회가 있는 월요일,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학생 마리는 이런 것들이 낯설었고 지루한 훈화가 계속되자 방송실로 쫓아가 교장 선생님만 말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따졌습니다. 그렇게해서 마리는 학생들의 발언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마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장 선생님의 지사와 선생님의 방해로 아이들은 아무도 발언하지 못했어요. 이솔이는 방송 조회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아이들이 아무도 올라가 말하지 않자 마리가 벌을 받게 될까봐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러다가 문득 커다란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지요. 누군가가 대신 말해 주기만을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너무 조용해서 같은 반 친구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던 이솔이가 지금 중앙 현관 앞에 올라서 있습니다. 이솔이는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곳이 모두가 올라올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요. 이후 마리는 학교에 오지 않았지만 발언대가 생긴 이후로 학교는 조금씩 변해 갔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었지요.

 

 

'누구라도 영웅처럼 나타나 저 마이크를 붙잡고 이야기를 해 준다면! 왜 다들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거야. 마리가 용기를 내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데.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잖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올라가, 제발!' (본문 79p)

 

<<외계인 전학생 마리>>는 독특한 캐릭터인 마리를 통해 왕따 문제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의 문제점, 그리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대신 이야기해 주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줘야 하지요.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왕따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말하도록 권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쪼그만 게 뭘 안다고 그래'라는 말을 잘 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인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귀를 닫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교장 선생님처럼 말이죠. 유쾌하지만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 유익한 동화책이기에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

 

(이미지출처: '외계인 전학생 마리' 본문에서 발췌 / 도서제공: 현북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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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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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작품이 본디 지닌 맛과 재미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고 소화하기 쉽게 글을 다듬었다. (기획의원의 말 中)

 

이 시리즈는 즐겨보는 명작 시리즈 중 하나로 이번에 읽어보게 된 작품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이다. 앙드레 지드는 이 작품에 대해 문학적인 가치도 기꺼이 칭찬하지만, 더불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하였으며, 이 두 가지 면이 기대 이상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분에 <<야간 비행>>은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하고 특별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남아메리카 우편 항로가 시작된 192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프랑스 항공사에 입사하여 남아메리카 우편 항로를 개척하는 일을 맡아서 진행한 바 있는 작가의 삶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해에 이 작품은 콩쿠르상과 메디치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페미나상까지 수상함으로써 프랑스 문학에서 걸작 중의 걸작으로 자리 매김하였다 한다.

 

<어린 왕자>외에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부끄럽게도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인생관이 담긴 이 책 <<야간 비행>>이 처음이다. 앙드레 지드는 그의 처녀작 <남방 우편기> 보다 개인적으로 <<야간 비행>>을 더 선호한다고 하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남방 우편기>도 읽어봄으로써 두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 <<야간 비행>>은 남아메리카 우편 항공의 세 가지 노선, 즉 칠레 노선과 파타고니아 노선, 파라과이 노선 비행기의 도착을 기다리는 리비에르의 이야기와 파타고니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야간 비행을 하며 폭풍우에 휘말리는 조종사 파비앵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지시를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리비에르, 명령을 수행해야하는 파비앵,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위험한 순간에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하는 결코 다르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앙드레 지드가 리비에르에게서 감동을 받았듯이 나 역시 리비에르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의 고뇌가 잘 묘사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이 평소에 내가 중요히 여기는 역설적 진실, 즉 인간의 행복은 자유에 있지 않고 임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것을 조명한 일에 특히 더 고마움을 느낀다. (본문 12p)

 

리비에르는 매일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의지력이 약해지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직원들을 혹독하게 대하였으나, 그로인해 그들이 그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직원들을 몹시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와 더불어 강렬한 기쁨도 안겨 주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인물이다.

 

'저들을 강한 삶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해. 그래야 고통과 기쁨을 제대로 훈련할 수 있지. 그것만이 유일한 가치를 지니니까.' (본문 44p)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 항공기를 조정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던 파비앵은 폭풍우롸 맞딱드리게 되는데 설상가상 휘발유까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한편 리비에르는 파비앵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파비앵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다음 비행기에 우편물을 실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유럽행 우편 항공기의 출발을 지시한다. 생텍쥐페리는 그런 리비에르를 최후의 승리자로 표현했다.

 

리비에르는 직원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의 굳은 시선에 직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몸을 숙였다. 무거운 승리를 한 몸에 짊어진 그는 위대한 리비에르, 승리자 리비에르의 모습이었다. (본문 150p)

 

이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한 현직 국어 선생님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다.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도 함게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공익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야간 비행이라는 커다란 흐름에 치여 개인적인 행복을 빼앗기고 불행에 빠지지만 작가는 라비에르를 통해  절대적인 의미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개인의 불행과 희생을 딛고 만들어진 것이지만, 공익적인 일로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고 이뤄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길 권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교량 건설 현장에서 인부 하나가 큰 부상을 당했다. 그 소식을 들은 정비사가 리비에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의 얼굴을 저렇게 묵사발로 만들면서까지 다리를 놓을 가치가 있을까요?"

마침내 다리가 완공되어 그 위를 무시로 지나다니는 농부들 중에, 사람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내면서까지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리는 건설되고, 사람들은 그 다리를 건너 다녔다.

정비사는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공익이란 결국 개인적인 이익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죠. 그 외엔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리비에르는 그 정비사에게 되물었다.

"인간의 목숨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해도, 우리는 늘 생명보다 더 존귀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행동하지 않는가? 만약에 진짜로 그런 게 존재한다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본문 112p)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행복과 공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가치, 의미까지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는 어쩌면 더 지속적인 무언가가, 구해 내야 할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생텍쥐페리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그렇게 리비에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조금 어려운 듯 느껴졌으나, 현직 국어 선생님의 해설로 인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작품을 다시 읽을 때 느껴지는 감동은 또 달랐던 거 같다. 청소년들에게 명작이 주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는 나에게도 명작의 깊이를 가늠케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기에 청소년을 비롯한 성인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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