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먹는 괴물 다릿돌읽기
김해우 지음, 이수영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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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 중 '책 좀 읽어라!'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잔소리 중의 하나이지요. 책 읽기가 숙제이자 학습이자, 공부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정말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일지 모릅니다. 물론 책 읽는 일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단순히 재미있게 책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깨닫는 것 외에도 독후감도 써야한다고 하죠. 그러니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무현이 역시 우리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네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무현이를 통해 아이들은 많은 공감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이놈의 책만 아니면 지금쯤 친구들하고 신 나게 놀고 있을 텐데...' (본문 8p)

 

어제저녁 엄마가 방에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적어놓은 규칙에는 하루에 1시간 이상 책을 읽고,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고, 책을 읽은 뒤에는 독서 감상문을 꼭 쓰라는 것이었지요. 만화책은 물로 안되구요. 무현이에게 책 읽는 것보다 더 지독한 건 독서 감상문 쓰기입니다. 느낀 점도 없는데 억지로 꾸며서 글을 쓰느니 차라리 바퀴벌레랑 잠을 자는 게 낫을 거 같아요. 무현이는 독서 감상문 쓸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새 책이 놓여 있었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엄동한' 작가의 책이었지요. 무현이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얘기를 꾸며 대는 데 천재인 이 작가에게 '엉뚱한'이라는 별명을 지어 줬습니다. 무현이는 작가들이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이 책 때문에 시달릴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엉뚱한 작가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기로 합니다. 책 뒤표지 안쪽에 쓰여있는 이메일 주소로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똑똑하고 생각도 아주 잘하고 있다. 작가님 책은 아주아주 지루하고 재미없으니 제발 글 같은 거 쓰지 말아라. 작가님도 글 쓰는 시간에 펑펑 놀면 좋지 않느냐' 라는 식의 글을 보내지요. 그리고 다음 날, 무현이는 작가로부터 답장을 받습니다. 답장에는 엉뚱한 작가의 특별한 제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작가는 무현이를 위해 책을 한 권 보내주기로 합니다. 아직 미완성 된 책인데, 작가는 무현이가 책 속에 나온 수수께끼를 풀면 그 답대로 글을 쓰기로 합니다. 수수께끼를 다 풀어서 책을 완성하게 되면, 대신 부모님에게 편지를 써 주기로 하셨어요.

'무현이는 굉장히 똑똑하고 생각이 깊어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무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마세요' 라고 말이에요. 무현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무현이에게 <<색깔 먹는 괴물>>이라는 제목의 책이 도착했고, 엉뚱한 작가가 말한 대로 미완성된 책이었지요. 무현이는 책 읽는 건 싫었지만 정말일지 궁금해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우주에 떠 있는 작은 별에는 어린이만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나타났지요. 괴물은 수수께끼를 내서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색깔을 하나씩 먹겠다고 했지요. 처음에는 초록색이 사라졌고,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코코가 남았지요. 코코는 용기를 내서 괴물에게 자신을 도와줄 친구를 찾도록 허락해달라고 합니다. 무현이는 책 속의 코코와 눈이 딱 마주쳤고, 무현이는 코코의 간절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지요. 그리고 무현이는 코코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무현이는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력으로 코코를 도와주었고 엉뚱한 작가의 말처럼 책은 무현이가 수수께끼를 푼 답대로 쓰여지고 있었지요. 무현이의 도움으로 코코네 별은 뺏았겼던 색깔을 모두 찾게 됩니다. 그리고 엉뚱한 작가는 무현이와 약속한대로 부모님에게 편지를 써주었지요. 부모님은 책을 안 읽어도 되고, 독서 감상문도 쓸 필요 없으며 만화책도 실컷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현이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지요.

 

"엄마가 그동안 너희들한테 괴물처럼 군 것 같아. 너희들한테는 나름대로 색깔이 있는데 그걸 엄마 맘대로 뺏으려고 했어. 이제부터는 안 그럴게. 공부해라, 책 읽어라 잔소리하지 않을 테니까 맘껏 뛰어놀아. 엄마는 너희를 믿어!" (본문 100p)

 

<<색깔 먹는 괴물>>은 무현이를 통해 책 읽고 독후감을 써야하는 어린이들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무현이를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고 위안을 얻지요. 그리고 책 읽기가 그리 나쁜 것이 아님을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더불어 어른들을 향한 질책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책 속의 문구처럼, 부모는 아이들만의 색깔을 마음대로 빼앗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지요.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자신의 개성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그들이 가진 색깔을 어른들은 보지 못했나 봅니다. 뚝딱뚝딱 만들기를 잘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작은 아들, 그 아이만이 가진 색깔을 존중해 주어야 겠어요. 오늘아침까지도 한참을 늘어놓은 잔소리가 너무 미안해집니다.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만날 수 있는 구성이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언급할 수 없는 놀라운 비밀(반전?)도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 되어줄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색깔 먹는 괴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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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가 들려주는 자강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8
이종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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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역사가, 문학가, 사상가, 언론인, 계몽운동가, 교육가, 혁명가 등으로 불리는 단재 신채호는 조국 광복을 위해 파란만장한 삶은 산 인물이지요. 그는 신문사를 통해 언론 활동과 교육 운동을 전개했고, 우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것들 가운데 가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이나 을지문덕 같은 인물의 전기를 써서 널리 알렸으며, 실업이나 교육이나 언론을 통하여 스스로 강해지자는 운동인 '자강 운동'에 앞장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 48번째 이야기 <<신채호가 들려주는 자강론 이야기>>에서는 자신을 위해서는 한순간도 편하게 살지 못한 신채호의 업적과 사상을 동화 형식을 빌어 이해하기 쉽게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선우는 등굣길에서 어느 길로 등교하느냐에 따른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정문을 통해 세 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길로 갈 것이냐? 아파트 쪽문으로 나가 골목길을 통해 곧장 학교로 가느냐에 대한 고민은 얼핏 보면 아주 쉬워보이지만, 이 고민을 하게 된 데에는 학교 짱인 김승기가 있기 때문이죠. 승기가 지나가는 길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지나갈 수가 없답니다. 결국 승기는 한참이나 빙 돌아가야 하는 등교길을 선택했습니다. 선우는 승기가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승기의 횡포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 바로잡지 않는다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승기를 위해 심부름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맞을 테니까요. 하지만 누가?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결국 선우는 승기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싸움짱 승기에게 코피가 터지고 무릎이 깨져도 결코 굽히지 않고 승기의 잘못된 행동을 바라잡을 거라고 말이에요. 민족과 조국이 일제의 침략에 통곡하여 마음을 적시고 대지를 적시고 비통해하고 있기 때문에 굽힐 수 없어 절대 머리를 굽히지 않겠다고 한 신재호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비록 물이 소매를 적신다고 해도 나는 이렇듯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세수를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절대 일제 침략자 앞에 머리를 굽힐 수 없다." (본문 14p)

 

하지만 선우는 승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선우는 엄마가 건넨 '방법을 찾으려고 꾀를 부르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 본 다음에 네가 할 수 있는것부터 해라'는 말씀에 힌트를 얻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즉, 승기가 무서워도, 승기와 부딪치더라도 그 길로 가는 것,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신문기자인 아버지가 내 주신 신문 기사를 읽고 그 중심 내용을 요약하고 또 문제점을 찾아내어 나름대로 그 답을 작성해야하는 숙제는 선우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국사 과목을 좋아하게 해주었고,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도 알게 해주었지요. 선우는 아버지가 내 준 숙제를 하면서 일제강점기와 신채호 선생님에게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승기를 이길 방법을 찾아냈지요.

 

학교를 가던 길 선우는 승기에게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고, 승기가 마치 일제 시대의 일본인처럼 자신을 우월하게 여기는 듯 보였습니다. 승기의 힘을 등에 업고 자신들이 누리는 불편한 행복을 최대의 행복으로 착각한 채 죄책감도 없이 어린 후배들에게 가방을 던져 놓는 모습도 안타까웠지요. 승기는 친한 친구인 석호와 진수에게 오늘 일을 설명하면서 힘을 모아 승기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자고 합니다. 이제 승기는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승기를 이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신채호 선생의 모습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선우는 승기와 마주치게 되고 '작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승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두려워하는 모든 아이들을 위한 '큰 나'가 되어 싸우게 되었고, 이후 선우의 자강 운동을 통해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요.

 

신재호의 사상과 요즘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담은 이야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신채호가 들려주는 자강론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 이야기를 학교 폭력에 빗대로 수록하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선우가 승기에 맞서게 되고 화해하는 과정까지, 이를 통해 신채호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선우를 통해 민족 자강이라는 사상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지요.

철학을 이렇게 쉽고도 재미있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또 있을까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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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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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옷만 버리는 상자가 있단 말이야?'

'이거, 헌옷 상자가 아니라 보물 상자잖아!' (본문 8,9p)

 

우리 동네 곳곳에서 의류수거함을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아이들의 작은 옷이나 유행이 지나 입지 못하는 옷을 버리기(?)위해 자주 이용하곤 한다. 나에게는 단순하게 보이는 의류수거함이 작가의 눈에는 색다르게 보였던 것일까? 한낱 옷을 버리기 위한 수거함일 뿐인데 작가는 그 의류수거함을 매개체로 하여 인물의 관계망을 형성했고, 그를 통해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을 보여주었다.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오즈의 의류수거함>>의 작가 유영민은 수상자 인터뷰에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것이 자기를 치료하고 타인도 구원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인공 도로시의 이야기를 쫓아가다보면 작가가 말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처음 의류수거함을 보게 되고, 그 속에서 여성용 스키니진을 발견한 도로시는 의류수거함이 헌옷 상자가 아니라 보물 상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튿날 부터 도로시에게는 은밀하가도 특별한 직업이 하나 생겼다. 바로 '비밀의 헌옷 수거상'이다. 낮에는 착실하고 선량한 여고생이지만 밤이 되면 헌옷 도둑이 된 것이다. 하루에 몇 동씩 정해서 의류수거함을 턴 그녀는 훔친 옷들을 구제 옷가게에 넘겨 돈을 벌었다. 외고 입시에 실패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 도로시는 자살카페에 가입하려 했지만 까다로운 가입절차에 의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리포트는 심사에게 떨어지게 되고, 그녀는 자살 대신 차선책으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낙원으로 보이는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의류수거함을 터는 이유도 이민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고, 그렇게 모은 옷은 호주 이민 카페에서 만나 친해지게 된 구제 의류숍 '마녀's House'에 넘겨왔다. 그런데 의류수거함에는 옷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옷 속에는 영수증, 돈, 수첩 등도 있었으며 심지어 버려진 강아지도 있었다. 도로시는 강아지에게 토토라는 이름을 붙혀주었고 토토는 마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인간이 사는 곳이면 낙원이란 없어. 낙원처럼 보일 뿐이지."
"알아요. 그렇지만 적어도 그곳에는 남을 깔아뭉개야 살아남는 경쟁은 없겠죠. 한국에 계속 있다 보면 계속 경쟁에 시달려야 할 거예요. 대학에 가서는 학점 경쟁과 스펙 경쟁, 졸업해서는 입사 경쟁, 승진 경쟁....이젠 경쟁이라면 지긋지긋해요."

"만약 단순히 경쟁이 싫어서 이민을 결심하고 있다면 그건 현실 도피가 아닐까?" (본문 39p)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훔치던 도로시는 노숙자인 숙자씨를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헌옷 도둑 새터민인 카스 삼촌, 마녀의 소개로 알게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마마 그리고 손자와 함께 살면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 등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195번 의류수거함에서 그녀는 사진첩과 세 권이  노끈에 묶여있는 고급스러운 양장 노트에 적힌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도로시는 195번 의류수거함에서 발견한 물건을 통해 그 주인이 자살할 것임을 알게 되고, 마녀, 숙자, 카스삼촌과 마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결국 이들은 195번 의류수거함을 우체통으로 이용하여 물건의 주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와의 대화통로로 삼으며 자살방지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도로시가 이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은 모두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녀는 그들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함은 물론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을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된다.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폐지를 모아 두 손자와 살아가는 할머니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을 고쳐주기 위한 모험을 감행하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자살계획 중이었던 195도 변하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자살을 결심했던 도로시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꿈을 찾게 되는데, 독자는 절망 속에서 각자 힘을 내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버려지는 것들을 말없이 자신의 품에 받아들이는 의류수거함. 더불어 그 버려지는 것들이 간직한 비밀과 슬픔, 고통과 외로움까지도 끌어안는 의류수거함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나는 갑자기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나는 과연 저 상자에 무엇을 버렸을까?' (본문 251p)

 

의류수거함을 통해 알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고 나누고 베푸는 과정을 배우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도로시의 성장과정이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내가 보고자하는 세계만 바라보며 타인의 아픔이나 절망에는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로시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외로움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을 보여준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의류수거함을 소재로 지금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수많은 경쟁 속에서 절망을 맛보는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파티처럼 즐겁고 환한 것으로 삶을 받아들여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세상은 좀 살만하지 않을런지.

 

"마치 오늘 파티처럼 즐겁고 환한 것으로 받아들여, 우리. 그렇게 정하고 우리의 지금 삶을 바라보면 반짝반짝, 광택이 나지 않는 순간이 없을 거야." (본문 2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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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의 눈물 라임 청소년 문학 4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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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휴대폰의 보급과 발달로 인해 우리는 생활의 편리라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휴대폰의 사용은 엄청난 혜택만큼이나 사이버 테러 등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왔다. 그 뿐인가? 휴대폰은 가족간의 대화를 차단하였고, 어린이를 비롯한 휴대폰 중독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내 휴대폰을 만드느라 누군가 고통받고 있었다는 사실, 내 휴대폰을 만드는데는 누군가의 눈물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휴대폰의 눈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물론 범상치 않은 책 표지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이야기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세상이었지만, 결코 나와 연관없는 일이 아니었음이 더욱 가슴아프게 했다. 이 책에는 휴대폰의 중요 재료인 콜탄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에 사는 실비, 갑싼 노동력으로 전 세계에서 휴대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아시아에 사는 레이핑, 그리고 자유로움과 풍요로움 속에서 휴대폰을 대량 소비하는 북아메리카에 사는 피오나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수록되면서 물질 만능주의에 찌든 세상을 향해 차갑고 매서운 경고를 보낸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피오나는 남자친구인 라이언과 함께 제프네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고, 술에 취한 피오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라이언이 보낸 휴대폰의 메시지 알림이 울렸고, 피오나는 라이언의 부탁으로 입술을 섹시하게 오므리고, 잠옷 단추를 열어서 풀어헤진 셀카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시간이 갈수록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문제가 생길 리 없다 생각했다. 다음 날, 아빠와 함께 소프트볼 시합에 참석한 피오나는 자신의 사진을 찍은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만다.

 

반면,  일곱 개 구역의 오십여 마을에 육만 명이 넘는 사는 나이아루구스 난민촌의 실비는 한참이나 떨어진 식량 배급소를 다녀왔다. 휴대폰의 주재료인 콜탄의 최대 매장지인 콩고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당시 열한 살이었던 실비는 민병대에게 아빠를 잃었고, 성폭행을 당했으며 실비가 전교 일등을 한 기념으로 아빠가 사 준 목걸이를 지키려다 얼굴에는 대각선으로 길게 난 흉터를 지니게 되었다. 오 년 전 이곳 난민촌으로 온 뒤, 엄마는 병약했기에 실비는 가족을 책임져야했다.

 

아빠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어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레이핑 뿐이었기에, 레이핑은 사촌언니 민처럼 공장에 일자리를 얻기 위헤 선전에 오게 된다. 가짜 출생증명서를 만들어 이 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일한다는 근로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된 레이핑은 휴대폰 조립 업무를 배우게 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 명의 주인공은 서로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지만 휴대폰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들어 IT 산업이 발달하면서 분쟁 광물을 둘러싼 갈등과 폭력, 인권 유린은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콜탄이라고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 지금 내 휴대폰 속에 실비와 레이핑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피오나의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고 피오나의 사진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로인해 피오나는 상처를 입게 되지만 비난하는 사람들이 다시 피오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만들기 위해 맞선다. 한편 실비는 아빠를 죽이고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민병대의 부하가 된 남동생 올리버을 앞세운 우두머리 카엠베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고, 난민촌 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마리 선생님의 도움으로 캐나라로 갈 방법을 모색한다. 한편 더 나은 삶을 원했던 레이핑은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사촌 언니 민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독성 서제로 인해 병이 드는데, 설상가상 아빠가 수술을 해야하자 밀린 월급을 달라고 하지만 회사는 외면하고 만다. 레이핑은 예전에 만난 적 있는 카이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한다.

 

자유로움과 풍요로움 속에서 휴대폰을 대량 소비하던 우리는 휴대폰 속에 감춰져 있던 실비와 레이핑의 모습을 알지 못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휴대폰에 열광한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은 피오나를 통해서 볼 수 있었고, 휴대폰이 가져온 문제점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피오나는 시비와 레이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가 이들에 대해 알게 되고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휴대폰으로 연결되어 있던 세 아이에게 절망이 닥치지만 이들은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레이핑,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자신의 아픔을 딛고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도하는 실비, 그리고 휴대폰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만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애쓰는 피오나. 이들을 통해 우리는 휴대폰 속에 감춰져있던 아픔을 볼 수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새로운 모델에 열광하며 휴대폰을 바꾸는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가 너무도 부끄럽기만 하다. 휴대폰에서 울리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들리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었다는 뜻일 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 속에 감춰진 누군가의 고통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실비와 레이핑의 눈물이 우리 휴대폰 속에 담겨져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 아이의 힘찬 발걸음에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큰 희망이 되어준다는 것도 함께 기억해주기를. 그렇다면 우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갔던 그들에게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선물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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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 - 동백LEE 곳간의 사계절 식초 만들기 A to Z
이제성 지음 / 일월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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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초는 음식 발효의 최종 형태이자 최고의 발효 음료다. 곡물이나 과일 등을 1차 발효시킨 효소 발효액이나 각종 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능이 뛰어난 식초는 최고의 항암제이자 해독제이며 다이어트 음료의 제왕이로도 불린다.  (본문 11p)

 

 

신맛을 통해 식욕을 돋구어주는 식초는 방력한 방부제이자 살균제로서 우리 몸의 자연치육력을 강화시키고, 발효 과정에서 60여 종 이상의 유기산을 만들어내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비만을 방지하고 지방간을 막는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인 젖산의 생성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이미 생성된 젖산을 분해시켜 주기도 한다. 또한 식초는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등 각종 성인병과 현대병의 예방에도 매우 효과적인데, 이 밖에도 천연식초의 효능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한다. 저자가 식초들마다의 주요 효능들에 대해서는 지면이 좁아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을 정도로 많은 천연식초의 효능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양조식초의 경우 정상적인 천연 재료나 전통적인 발효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많고 각종 첨가물도 들어 있어 역시 조미료 이상의 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식초의 약성을 기대한다면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직접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초를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써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다양한 재료로 효소를 만드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혹 식초를 만드는 법에 관한 책도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해서 알게 된 책이 바로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다.

 

 

저자가 만든 천연식초로 남편의 혈색이 더 좋아지고, 아들은 숙취를 모르게 되었으며 며느리는 더 날씬해졌단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천연식초 만들기에 대한 의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렇게 살펴본 이 책에서는,

효소 발효액, 효소 발효액 건지, 과일과 열매, 채소와 야초, 뿌리, 곡물, 지게미로 천연식초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전통 방식과 초간단으로 천연식초 만드는 법을 총 9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데, 식초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이었다. 그 정성을 보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저자의 꼼꼼한 레시피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싶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실 발효액으로 천연식초 만들기' 였는데, 지금 매실을 발효시키고 있는 탓일 게다. 재미있는 것은 레시피에 10원짜리 동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2006년 12월 이전에 구리로 만들어진 옛날 동전은 초산발효가 이루어지면서 생긴 산에 의해 구리 성분이 산화되어 색이 변하는데, 동전이 초록색으로 변하면 초산발효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물을 타지 않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양도 적지만 대신 식초의 맛과 향, 성분이 더 좋은 식초를 얻을 수 있단다.

 

 

 

각 단계마다 tip을 통해 주의사항이나 알아두어야 할 점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초보자들이 따라하면서 생기는 궁금한 점이나 어려운 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블로그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수록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역시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실 초보자들에게는 발효과정 중에 생기는 현상들이 실패인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데, 부록을 통해 각 식초별로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비교해주고 있어 이 또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그 어떤 비법 책보다 꼼꼼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이 부록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한동안 과실주 만들기에 즐거움을 느껴 여러 개의 과실주를 만들어 놓고 감상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제 천연식초 만들기에 열의를 보이게 될 듯 싶다.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야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이 책의 꼼꼼하면서도 친절한 레시피를 보니 역시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천연발효식초 77가지를 집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는 암에서 다이어트까지 알면 알수록 놀라운 천연식초 세계로 안내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듯 싶다.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불치병이 늘어나는 시대다. 이제는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인간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최고의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천연식초야말로 우리 시대 생명의 물이다. 이런 천연식초를 누구나 집에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도록 식초 만들기의 모든 과정과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쌀을 비롯한 곡류, 각종 과일과 채소,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풀과 나무, 심지어 주방의 냉장고와 선반에서 잠자고 있는 찬밥과 과실주도 모두 천연식초가 될 수 있다. 당신이 궁금해할 식초와 식초 만들기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표지 中)

 

(이미지출처: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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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7-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