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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 특수학교 선생님 일과 사람 20
김영란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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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웃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사계절 출판사의 <일과 사람> 시리즈는 지나치기 쉬운 많은 것들 속에도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감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접하면서 아이들이 일과 직업 그리고 이웃에 대한 소중함,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번에 접하게 된 책은 20번째 이야기 특수학교 선생님에 대해 다룬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이지요. 특수 학교 선생님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는 저자의 동생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하네요. 또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소영이의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을 담았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들을 취재하고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교실은 2학년 2반입니다. 교실에는 수업 때 쓰는 블록, 아이들이 우유갑을 쌓아서 만든 성이 있고, 사물함에는 글자를 모르더라도 제 사물함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네요. 8시 50분,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2학년 2반 아이들은 몸이 불편하거나 배우는 게 느리며, 마음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기 때문에 특별한 돌봄과 꼭 맞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사랑스러운 것만은 세상 모든 아이들과 똑같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책을 좋아하며 혼잣말을 자주 하는 준석이, 줄 맞추기나 성냥 쌓기를 아주 잘하는 경선이, 질문하는 걸 좋아하는 민호, 마음속 방에 들어가서 생각하기를 좋아해서 말을 잘하지 않으며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소영이, 눈이 잘 안 보이고 소리도 잘 안들리지만 혼자 힘으로 하고 싶어하는 수빈이, 친구들한테 노래를 불러주는 소진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몇 번이든 반갑게 인사하는 경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가끔 휠체어를 타지만 어디든 다니고 싶어하는 채린이, 기분이 좋으면 박수를 치는 진규가 바로 2학년 2반의 아이들입니다.

 

 

쓰고 읽고 셈하는 것만 공부가 아닌 이곳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가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지요. 늘 학교 버스 5호 차를 탔는데, 오늘은 3호 차를 타서 불안한 경선이의 불안한 마음을 알고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다독여주고, 아이들에 맞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지요. 교실을 가게처럼 꾸며 아이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과 약속을 배우도록 하고, 새로 온 방과후 선생님 때문에 두려워하는 소영이의 마음을 알고 다독여주기도 합니다.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집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마다 다 따로따로 알림장을 써서 학교에서 어땠는지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아이들이 돌아가면 수업 자료를 만듭니다.

 

 

가끔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정말 속상해. 하지만 나랑 아이들은 웃으면서 힘을 내고 있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어울려 살면 좋겠어. (본문 46p)

 

2학년 2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과 약속을 배우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법, 그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선생님의 하루 일과를 아주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우리 이웃이 하는 일을 배울 수 있었던 점도 좋았지만, 이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이웃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더 뜻깊은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특히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취재하면서 있었던 일, 그들과 만나면서 느꼈던 마음들을 기록한 내용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재미난 이야기와 따뜻한 그림을 통해 일과 사람 그리고 이웃과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일과 사람> 시리즈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하고, 특수학교 선생님을 꿈꾸고 관심있는 친구들에게는 그 꿈으로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는 좋은 시간을 주지 않았나 싶네요. 유익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였습니다.

 

(이미지출처: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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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7-1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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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딸아이, 자사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진학, 진로에 대해 대학입시 못지 않은 고민을 했었다. 고등학교가 대학입학과 직결되다보니 고등학교 진학만으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고백><모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최초로 드라마 대본에 도전한 작품 <<고교 입시>>라는 책 제목을 보자니 문득 고교 입학을 둘러싼 가족들의 고민들이 떠올랐다. 그런 탓일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스토리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하여 읽어보게 된 이 작품은 2012년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소설화한한 작품으로 드라마를 고려한 극적인 구성으로 결말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학원 스터리물이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48시간의 학원 미스터리. 학교, 단죄, 블랙 코미디....미나토 가나에의 장기가 유감없이 펼쳐진다! (표지 中)

 

현립 다치바나다이이치 고등학교, 통칭 이치고는 지역 사람들에게 현에서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로 통한다. 지역에서 최고라는 데 의미가 깊은 이치고,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형은 이치고에 붙어서 졸업한 후 삼류대에 진학하고, 동생은 이치고에 떨어져서 다른 학교에 가서 졸업한 후 일류대에 합격했을 경우 이치고에 붙은 형이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여긴다면 이해하기 쉬울까? 이렇게 열다섯 살에 인생의 목표가 이치고 최종 합격이라고 할 만큼, 막강한 권위을 가진 이치고의 입시를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3월 8일 입시 일주일 전의 이치고는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선생님들의 회의와 이치고 입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처음 발령받은 하루야마 교코는 이치고 입시가 가지는 막강한 권위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입시를 하루 앞둔 전날, 학생은 오후부터 동아리도 보강도 쉬고 완전히 하교한 후 교직원들은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미즈노, 하루야마, 무라이 선생은 2학년 B반 교실 칠판에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검은 먹물로 휘갈겨 쓴 커다란 모조지를 발견하게 되고,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벽보가 붙여 놓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사카모토의 휴대전화가 칠판 위에 숨겨져 있는 등의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감과 교장은 각자 엄중하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과 함께 입시 준비 중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학생들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만다.

 

그리고 시험 당일, 책상 위에는 수험표와 연필, 지우개만 놓고 그 밖에는 전부 복도로 내놓고, 휴대전화는 전원을 꺼 수거용 주머니로 수거해간다. 복도에 내놓은 가방에 있어도 시험 중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수험 방해로 간주해 실격된다. 1교시 국어를 시작으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미도리 선생은 컴퓨터로 검색을 하던 중 학구의 고교생이 모이는 곳 같은 이상한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모두 입시에 관한 내용이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 업신여길 모, 오닌의 난이라든가 오늘 문제가 올라와 있는 글은 시험 시간 중이었다. 하지만 보고를 받고 검토한 교감은 시험문제 글이 올라온 것도 시험 시간 후이고, 본교에서는 수험생에게 휴대전화를 회수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간주한다는 말뿐이었다. 이후로도 글은 계속 올라오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가 교실 안에 울렸고, 휴대전화의 주인인 여자아이는 퇴장당하고 만다. 시험이 종료되기 전, 퇴장당한 수험생의 부모가 항의를 하러 오게 되고, 게시판에는 휴대전화 소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올라와 있었다. 시험 중에 휴대전화가 울린 일을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답안지 한 장이 부족한 사태가 또 벌어지게 된다. 백자가 섞여 있어서 예비용으로 빼놓은 것을 부족한 한 장으로 단정짓기로 하면서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이 도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독자들의 추적도 함께 시작되었다.

 

반전 그리고 또 반전이 이어지는 <<고교 입시>는 명문고 입시를 둘러싼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대본 탓인지 등장인물이 모두 화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복잡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읽다보니 등장인물의 특성이 더 두각되는 장점도 있었고, 많은 화자들이 있는 탓에 지루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 고교 입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었으며,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입시 문제를 보여준 <<고교 입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교사, 학교, 그리고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많은 화자들과 빠른 전개로 인해 읽기에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학부모인 나에게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의미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본문 3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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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84 라임 틴틴 스쿨 1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 라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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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84>>는 기후 변화가 불러온 지구의 어두운 미래를 그린 과학 소설이다. 이 책에는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징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넘어 생각의 깊이까지 더하게 한다. 미래의 지구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_최재천 (표지 中)

 

책 제목만으로도 2084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흥미로움과 기대감이 겹쳐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봤을 것이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는 앞으로 70년 후인 2084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개인용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집집마다 로봇이 일을 도와주는 과학 상상화 그리기에 등장하는 모습과 같을까? 이렇게 나름대로의 신나는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책 속에서 펼쳐진 2084년의 지구는 내가 생각하는 지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과학 상상화는 상상일 뿐, 2084년의 지구는 책 속의 모습 그대로일지 모른다.

 

첫 챕터를 읽으면서 이 책이 환경을 소재로 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환경을 소재로 한 내용이니만큼 환경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져 있는데,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있을법한 내용에 작가는 상상력을 더해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현재를 살아가는 노라, 2084년을 살아가는 그녀의 손녀 노바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수록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항상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가축을 놓아기르는 고원 지대의 오두막으로 올라가 아이건 어른이건 평상시와 달리 내키는 대로 행동했지만, 노라가 열 살이 되던 해 겨울은 달랐다. 무서운 추위로 대지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낮은 지대뿐 아니라 높은 산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으며, 어른들은 지구 온난화니 기후 변화니 하며 수근거렸다. 그리고 칠 년이 지난 어느 날, 열일곱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노라는 수니바 이모의 백 년도 더 된 오래된 반지를 물려받았다. 신비한 안개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루비 반지는 손끝을 화면에 살짝 대기만해도 인터넷으로 곧장 연결되는 예전부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새 스마트폰보다 좋았으며, 신문 기사를 오리는 동안에도 이 귀한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게 신기해 연방 내려다 보게 된다. 사실 로라가 신문 기사를 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올봄 로라의 머릿속에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자꾸만 떠올랐는데, 이는 다른 세계 혹은 다른 시간대에서 수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라는 이를 알게 된 부모님의 제안으로 심리 상담사를 만나게 되었고, 노라의 이야기를 듣던 벤야민 박사는 노라에게 친구 요나스와 환경 단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떤지에 대한 제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우리가 그런 중요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알 것 같아요. 불편한 진실은 되도록 잊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죠?" (본문 26p)

 

2084년의 노바는 동식물의 멸종상황을 시간마다 알려 주는 앱 <사라진 종>을 깔아놓은 단말기에서 '딸꾹'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있다. 비단원숭이, 이구아나, 아프리카 영양 등 멸종되고 있다. 많은 동식물이 멸종한 데는 몇 년 전부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지구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백 년 전만 해도 지구는 여전히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행성이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매력을 잃어 갔다. 이제는 누구도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재촉하는 행동을 하지 않지만, 이미 인간이 불러일으킨 자연의 재앙은 착착 진행되는 중이다. 노바는 생태계의 본격적인 붕괴가 시작되는 2013년 12월 12일을 검색 조건으로 한 지구의 야생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2013년 12월 11일 증조할머니가 자신에 쓴 편지를 찾게 된다. 노바는 자신의 방을 찾아온 증조할머니에게 옛날 세상을 돌려달라고, 국립 공원을 활보하는 야생 순록떼를 돌려 달라고 때를 쓴다. 인간을 비롯해서 지구상에서 날고 기어다니는 모든 동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할머니는 빨간 루비 반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마치 마법사처럼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는 곧 내가 열여섯 살 때 살았던 지구를 건네받게 될 거야. 하지만 분명히 약속해야 해! 지구를 정말 잘 관리하겠다고. 이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야. 지금부터는 아주 조심해야 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정확히 칠십일 년 후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바로 네가 지구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해" (본문 55,56p)

 

꿈에서 깨어난 노라는 꿈속의 노바는 자신의 증소년이고, 그 증손녀의 눈으로 증조할머니인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바가 사는 세상은 하염없이 비만 내리는 지긋지긋한 날씨에다 벌의 멸종으로 수십억 마리의 벌이 하던 일을 사람이 직접 해 줘야 한다. 노라는 2084년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노바가 되어 미래를 경험한 뒤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면서 남자친구인 요나스와 함께 동식물의 멸종을 구할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지구, 2084>>는 현재를 살아가는 노라, 2084년을 살아가는 노바의 이야기를 중첩적으로 전달하면서 환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다소 딱딱한 정보들이지만, 스토리 속에 잘 스며들어 읽는 부담감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변해버린 2084년의 지구의 모습을 비록 상상이지만 엿보게 되면서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우리는 환경을 생각해야한다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2084년의 세계에서도 살아야 하기에 그때의 기후를 위해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지구 온난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몸속에 가두어 두는 유일한 생명체는 바로 '나무'라고 한다.  말은 그만하고 지금 바로 나무를 심을 때다.

 

"아직 세상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석유가 나는 국가들은 마지막 한 방울가지 죄다 퍼 올릴 생각만 하지. 그냥 남겨둘 생각은 하지 않아. 잘사는 나라들도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지고. 우리가 기후 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대가가 더 혹독해질 거야."
"그런 재앙으로 벌써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지 않나요?"

"그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지구의 기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첫 세대이면서, 동시에 그 대가를 직접 지불하지 않는 마지막 세대일 거라고 말해 왔어. 하지만 그건 이제 틀린 말이 됐어. 난 기후 재앙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가뭄의 재앙을 직접 몸으로 겪었지. 가뭄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 노라, 진짜로 슬픈 건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야." (본문 225,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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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5
이종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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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그 45번째 이야기는 <<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입니다. 동화형식을 빌어 박지원의 소설 속에 담긴 그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냈는데, 그중 <열하일기> 속에 들어 있는 소설 <허생전>이 현대에 맞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박지훈의 아버지를 통해 '이용후생'과 '정덕'의 길을 함께 보여주고 있지요. 단지 돈만 많이 벌어 배부르게 잘먹고 잘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바른 덕을 쌓아서 그 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용후생이 나아가야 할 길(책 머리에 中)임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박지훈으로 6학년입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다 학원에 갈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탓에 시간이 많은 탓에 책 읽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취미하고 하고 있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읽지 못하는 삼국지나 한국 단편 소설 같은 것들을 힘들지 않게 읽어낼 수 있지요. 4학년 동생 지영, 대학 강사인 아빠, 동네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와 함께 조금 오래된 연립주택에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살아온 지훈이네 가족에게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훈이는 태영이와 함께 우리 역사에서 근대화의 싹을 틔운 실학자들을 조사해 발표하게 됩니다. 지훈이는 박지원의 소설에서 당시 양반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내용을 소개하게 되지요. 그리고 지훈이는 실학에 대해 생각하다가 언젠가 엄마가 아빠와 다투면서 아빠의 공부가 돈을 제대로 벌어 오는 것도 아니고 교수가 되어 월급을 꼬박꼬박 갖다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 쓸모없는 공부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되지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가 실생활과 관계가 없다면, 우리의 공부는 박지원이 소설에서 말하듯 과거를 보기 위한 것이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공리공담만 찾고, 위세나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본문 33p)

 

날씨가 너무 더워서 책 읽기도 힘든 어느 날, 간만에 아이들이 즐겨한다는 게임을 좀 해볼까 하던 지훈이는 게임이나 하면서 노닥거린다고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지요. 말대꾸를 하던 지훈이는 아빠가 하는 공부가 맘에 들지 않으며 공리공담만 일삼는 것이며 오랑캐 나라의 일이라도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요. 아빠는 고상한 철학만 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라도 하지 않는 것을 빗댄 지훈의 말에 서글퍼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십 년을 공부하기로 작정했는데 이제 겨우 칠 년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지훈이는 <허생선>에서 허생이 한 말 가운데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아빠가 사라지고 엄마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살림살이에 턱없이 부족하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고, 대부분의 집안일을 지훈이와 지영이가 하게 됩니다.

 

한편 아빠는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를 찾아가 사업 자금을 빌어 사업을 하게 됩니다. 아빠는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집에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았지요. 아빠는 번 돈으로 산간 오지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을 구입해서 소규모 학교와 유치원 건물을 지으며 마을을 건설하게 됩니다. '무공해 체험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 다음으로 아빠는 연구의 결과가 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이용후생에 주요 목적을 둔 연구소를 건설하죠. 이렇게 마을을 건설하고 전국에 있는 노숙자 가운데 자신의 아내나 중학생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 일이 방송에 나오면서 가족은 5년 만에 재회를 하지요. 물론 아빠는 가족의 기대와 달리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허생전을 읽은 지훈이는 진정한 학자로 남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남을 배부르게 먹고살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 다음에는 바른 덕을 쌓아 지키는 정덕(正德)을 실천하라! (표지 中)

 

지훈이네 가족을 통해 우리는 17세기 중기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조선에서 이어졌던 학풍인 실학이 무엇인지 실학의 배경은 무엇이고 북학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 북학파의 한 사람인 박지원과 그의 북학 사상이 거의 들어 있는 <열하 일기>, 그리고 <허생전>을 이해하게 되지요. 또한 북학파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도구나 물건을 이롭게 사용하여 생활을 넉넉하게 한다는 이용후생, 그리고 정덕의 의미도 쉽게 깨닫게 됩니다. 철학 사상의 내용을 쉽게 풀어 알려 주는 책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갑니다.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철학을 오늘날의 시대 상황에 맞게 풀어주었다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앞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깨닫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담은 구성도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아마 박지원의 '이용후생'을 이렇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은 없을 듯 싶네요.

이에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초등 어린이는 물론이고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없는 내용탓에 우리 가족이 모두 즐겨보는 시리즈가 되었답니다.

 

(이미지출처: '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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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아저씨네 연극반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9
예영 지음, 김효진 그림, 심옥숙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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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내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인성 기르기', 동화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과 글쓰기를 해 볼 수 있는 '인성 다지기', 동화의 주인공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인문학 인물 탐구', 이렇게 세 개의 테마로 구성된 [독후활동지]를 통해서 동화를 읽으면서 배운 바른 인성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시리즈 09번째 이야기는 <<칸트 아저씨네 연극반>>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 등 인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 어린이들의 이웃으로 나타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인문학적 지혜를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는 동화이자 자기계발서(표지 中)인 이 시리즈는 01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를 시작으로 계속 관심을 갖고 읽어보는 책이기도 하지요.

 

 

세계의 3대 사상가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칸트, 그는 이성과 자유 그리고 도덕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자로 단지 어려운 일을 시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불가능을 이룬 위대한 철학자라는 말을 듣는 인물입니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산책해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는 일화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이 책에서는 이같은 칸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뚝뚝한 아들 둘을 키우던 부모님이 마흔이 넘어 낳은 늦둥이 막내딸인 채리는 하늘이 내려 준 귀하디 귀한 선물 같은데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을 정도로 몸이 약해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키워 자기만 귀한 줄 알고 배려나 양보 따위는 모르는 아이었습니다. 이런 채리에게 부모님은 램프의 요정과도 같았지요. 유진으로 인해 화재의 중심을 빼앗긴 채리는 결국 친구들과 다투게 됩니다. 채리의 변덕에 친구들은 작정이라도 한 듯 쌓인 불만을 트뜨렸고, 채리는 자기 뜻에 따라 주고 맞춰 주던 친구들에게 미안함보다는 괘씸한 생각과 배신감이 들었지요. 그런 채리를 보며 양복 차림의 한 아저씨가 다가와 채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배할 수 있어야 덕이 있는 사람이지." (본문 22p)

 

 

하지만 채리는 사과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연극계의 스타 방준교 배우의 수업을 제대로 배워서 아역 배우로 진출해 보고 싶었던 채리는 방과 후 연극반에 들어가게 됩니다. 광고 모델 경험도 있는 채리는 선생님의 특별한 관심을 기대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공원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가 연극반 선생님으로 왔네요. 자신을 '칸트'라고 소개한 선생님은 "철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고, 연극은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이기에 연극을 통해 철학을 배울 수 있고 철학을 통해 연극을 배울 수 있다"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지요. 연극반 반장을 뽑는 일에 가위바위보에 지면서 민주에게 반장 자리를 빼앗기고, 연극반 친구들과도 안 맞는다고 생각한 채리는 연극을 그만두려 하지만, 칸트는 "배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알쏭달쏭한 선생님 말씀이 궁금한 채리는 연극반을 계속 나가기로 하지만 주인공이 되지 않은데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다투게 되고, 연극 소품, 그리고 연극 연습을 위한 약속 등이 문제가 되면서 채리는 혼란을 겪습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채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요. 그리고 채리는 칸트 선생님을 통해서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나처럼 행동하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남의 말에 귀 기울여라,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약속은 아무 이유가 없어도 지켜야 한다, 땀 흘린 뒤의 휴식이야말로 최고의 기쁨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등 칸트의 조언으로 채리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독자 어린이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듯 싶네요. 남도 나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어 어른인 저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동화를 통해 칸트의 철학적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과 인문학적 소양을 배울 수 있다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진, 아니 그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어 더욱 유익했던 <<칸트 아저씨네 연극반>>이었습니다. 독자어린이들에게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미지출처: '칸트 아저씨네 연극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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