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대왕 수리온
재자가인 글, 우지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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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배우는 과학, 사회, 수학 용어에는 한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로 용어와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배워두는 것이 좋지요. 이런 한자의 중요성 때문에 다양한 학습서적이 출간되고 있으며 아이들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자를 배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 외운 한자는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혀지니까요. 우리는 그동안 한자를 무턱대고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잊어버리기와 외우기를 반복해가면서 말이죠. 하지만 한자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한자는 그만큼 쉽게 외우고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된 <<한자 대왕 수리온>>은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읽으며 한자의 원리를 배우는 스토리텔링 한자 동화로 하나의 원리를 깨치면 백 개의 한자도 두렵지 않게 도와주지요.

 

 

옛날 아주 먼 옛날, 글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부모님께 편지 한 장 보낼 수 없고, 물건을 빌려 간 사람이 안 빌려 갔다고 딱 잡아떼면 그만이었으며 말을 전달할 때도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처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글자가 없어 불편하다고 불평만 하는 사람과 달리 그 불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수리온이라는 아주 똑똑하고 용기 있는 친구가 있었지요. 수리온은 오늘날 중국 서쪽에 있는 서국의 작은 마을에 살았습니다. 수리온의 부모님은 대장간을 했고, 대장간 옆에 있는 주막의 주막집 딸인 아리새는 수리온과 어릴 때부터 단짝친구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주막에 갑옷을 입고 창과 칼을 든 서국 군사들이 들이닥쳐 먹을 것과 술을 달라며 소리쳤습니다. 동국과의 전쟁에서 지고 삼 일 동안 꼬박 걸어 이 주막에 도착하게 된 것이지요. 전쟁에서 진데다 배가 고팠으니 화가 잔뜩 나있고 신경도 날카로웠습니다. 국밥 몇 그릇 밖에 내오지 못하는 아리새의 부모님에게 장수는 칼을 빼 들고 소리쳤지요. 이 소식을 들은 수리온은 해가 질 때까지 음식 재료를 구해오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리고 수리온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음식 재료를 가져오도록 해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동물이나 물건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 둔 수리온은 글자를 본 이간 장군은 가탈왕에게 전쟁에서 글자를 이용하자고 했으며, 전쟁에서 동국 장수를 잡아 작전 명령을 적은 두루마리를 해석해 준 수리온 덕분에 비로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리온의 도움을 받은 이간 장군과 가탈왕은 수리온을 이용한 후 없앨 궁리만 했지요. 수리온은 가탈왕의 함정에도 슬기롭게 헤쳐나가지만, 결국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감옥에서 힝힝 도사를 만나게 된 수리온은 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그림과 달리 글자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수리온은 서국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글자를 찾아내고 만들기 위해 넓은 세상으로 떠나게 되지요.

 

 

글자가 없던 시절, 사물의 모양을 본 떠 만들어지게 된 상형문자, 그리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점이나 선 등으로 부호화하여 나타내는 지사 문자, 둘 이상의 한자를 합하여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회의 문자, 뜻 글자와 소리 글자를 합쳐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형성 문자 등의 한자의 원리(출판사 서평 中)가 수리온의 흥미진진한 모험 속에 쉽고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어 한자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한자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한자를 익히는 것이 쉬워집니다. 그동안 읽어봤던 한자 학습서는 이미지를 통해 단순히 한자를 익히는 것에 주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자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한자에 두려움을 없애고 더 많은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나의 원리를 깨치면 백 개의 한자가 두렵지 않게 되는 것이죠.

 

 

 

<<한자 대왕 수리온>>은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한자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한자 동화책이랍니다. 한자를 두려워하고, 한자를 외우면 또 잊어버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이미지출처: '한자 대왕 수리온'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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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식물비교도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을 보내주세요.
어린이 식물 비교 도감 어린이 자연 비교 도감
윤주복 글.사진, 류은형 그림 / 진선아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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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 키우는 일에 영 소질이 없던 내가 얼마 전부터 다육식물 키우기에 푹 빠져 있다. 오가는 길에 다육이를 파는 트럭 아저씨를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어떤 다육식물을 살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판매하는 분들이 다육식물 이름을 일일이 알고 계시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육이를 구입하면 다육식물과 이름을 잘 정리해놓은 블로그나 카페에 들어가 다육이 이름을 찾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십 종류의 다육이는 닮은 꼴이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 닮은 꼴을 비교하여 이름을 찾아내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다육식물 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중에도 생김새가 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운 식물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진달래와 철쭉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어른들의 눈에도 닮은 두 식물을 아이들이 구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비슷한 다육식물들을 여러차례 비교하고 관찰하면서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기쁨과 관찰을 통해 각각의 다육식물이 가진 특징을 파악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볼 때, 아이들에게 서로 닮은 식물을 관찰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육식물 이름을 함께 찾는 아이를 보면서 점점 향상되어가는 관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어린이 식물 비교 도감>>은 뱀딸기와 산딸기, 작약과 모란, 차나무와 동백나무, 귤나무와 탱자나무,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서로 닮은 두 식물의 꼼곰한 사진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한 글로서 식물을 올바르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식물을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레 식물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볼 수 있으며, 식물을 이해하고 가까워짐으로써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듯 싶다. 식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나 역시도 이 도감을 보면서 식물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식물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었다. 식물의 특징을 잘 살려 담은 생생한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으며, 두 식물을 비교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먼 친척인 뱀딸기와 산딸기는 딸기 모양으로 비슷하지만, 꽃 색깔이 다르고 잎이 다르다. 가까운 친척 관계인 작약과 모란은 꽃과 열매의 생김새가 많이 닮아 있지만 작약은 겨울에 줄기가 말라 죽는 반면 모란은 단단한 줄기가 겨울에도 살아 있는 나무이다. 작약은 함박꽃이라고도 부르지만, 모란은 꽃 중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차나무와 동백나무는 꽃 가운데에 노란색 수술이 가득한 점이 비슷하지만 차나무는 키가 작은 떨기나무인 반면 동백나무는 키가 크게 자라는 키나무이다. 명자나무와 모과나무 역시 꽃과 열매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타원형 잎이 꽃이 필때 함께 나온다는 점도 같다. 잎 모양도 비슷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명자나무는 잎자루 밑에 1쌍의 큰 턱잎이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흰색 꽃과 열매의 모양이 닮아있는 귤나무와 탱자나무는 꽃 피는 시기가 다르고 잎 모양이 다르다. 귤나무의 열매살은 씨가 없어서 먹기 편하지만, 탱자나무의 열매살은 쓰고 씨가 많아서 먹을 수 없다. 기다란 바늘잎이 달린 나무 모양이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려운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나무 잎은 2개가 한 묶음이지만 잣나무 잎은 5개가 한 묶음이다. 너무도 닮아있는 두 나무를 비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듯 싶다. 난 진달래와 철쭉은 잎이 꽃보다 먼저 피느냐 안 피느냐로 구별하곤 했는데, 이 도감을 통해 잎 모양으로 구별하는 법과 열매의 모양으로 구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꽃피에 독이 있어서 먹을 수 없다는 점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동안 큰방가지똥을 민들레로 알고 있던 나는 민들레와 큰방가지똥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차이점도 잘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탓에 그저 노란색 꽃송이와 흰 열매 모양만으로 모두 민들레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밖에도 나리와 원추리, 산국과 해국 등 52종의 식물을 글과 사진을 통해 그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식물생태사진가인 이 책의 저자 윤주복님의 사진은 식물이 매력을 그대로 잘 담아 보는내내 눈이 정말 즐거웠다.

 

 

진선아이 <<어린이 식물 비교 도감>>은 서로 닮은 식물을 쉽게 구별함으로써 식물과 친해질 수 있고, 생생한 사진을 통해 식물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으며, [비교해보세요]코너를 통해 닮은 두 식물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식물을 관찰해가는 과정에서 관찰력도 향상될 수 있을 듯 싶다. 그동안은 길가의 작은 꽃을 무심코 지나쳐가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아이와 함께 길가에 핀 작은 꽃 하나도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아이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식물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 듯 싶다.

 

(이미지출처: '어린이 식물 비교 도감'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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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8-1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16년 전 통신 게시판에 올리며 첫 회 14회라는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누군가의 추천의 글을 통해 하루 방문객 240만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2012년 만화가 백승훈 작가와 함께 만화의 형태로 세상에 다시 내보이게 되었으나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지 조차 모르던 작품이 또 다시 독자들의 SNS을 통한 전파로 2013년이 끝나갈 무렵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다시 자생하게 된 작품 <<통>>. 얼마 전 나는 이 자생력 강한 작품을 소설로 만나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독서 습관에 의하면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장르였음에도 나는 주인공 정우의 매력에 빠져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었다. 하지만 여자인 탓인가? 아님 그동안 자주 접하지 않은 장르탓인가? 싸우는 장면 묘사는 아무리 이미지화 시켜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더불어 나의 상상력 부족으로 정우의 매력을 완전히 그려내지 못했다. 아!!! 안타까워라.

 

그런데!!!!!!!!!

소설 <<통>>이 <<웹툰 통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꺄~~!! 상상 속 정우의 모습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반갑다. 남자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구나. 표지만 봐도 절로 압도되는 정우의 카리스마. 정말 멋지구리하구나.

 

 

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지만, 공유해주겠어!

 

소설로 본 <<통>>은 내 마음대로 상상한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략~ 이런 이미지인가? 라며 마음대로 등장인물을 그려보고, 싸우는 모습은 영화에서 본 장면을 연상해보며 나름 상상의 나래를 마구잡이로 펼치는 것.

하지만, 나의 한계점은 상상력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 한계점에 부딪혔던 장면들, 등장인물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난 것이다.

으미~ 좋은 것.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정우의 모습은 내 상상보다는 쬐금 더 무서웠지만, 저 날카로운 눈빛 좀 보라! 이 <<웹툰 통 단행본>>을 다 읽고나면 나는 아마 소설로 읽을 때보다 정우한테 더 빠질지도 모르겠다. 저 남성미! 아앙~

 

 

아! 그리고 정현이. 정우만큼이나 멋있는 놈. 이런 모습이었구나~. 내 생각보다 훨씬 듬직하다. 널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정우의 모습을 이제 나는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임 교생쌤! 생각보다 더 예쁘게 그려진 듯. 내 상상력이 좀 부족했었나? ㅎㅎㅎㅎ 이것이 바로 소설 <<통>>과 <<웹툰 통 단행본>>의 차이점인가보다. 저 슬픈 눈망울을 보라. 정우에게 귀엽게 다가갔던 장면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아...궁금궁금.

 

 

아놔...그리고 이 짜슥. 김진우! 만화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야비하고 비열하고 잔인한 김진우의 특징을 너무도 잘 살려 표현했다. 보기만 해도 때려주고 싶을만큼!!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었던 싸우는 장면들의 모습들이. 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그 생생함이 스토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듯 하다.

울 딸이 웹툰을 열심히 보는 게 정말이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웹툰 통 단행본>>을 보니 이해가 된다. 소설로 봤을때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렇게 보니 더 흥미롭다. 정우가 싸울때는 괜시리 내 심장도 바운스바운스.

 

나처럼 상상력 부족으로 소설의 묘사 장면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할 독자라면 나는 <<웹툰 통 단행본>>을 추천한다. 소설이 주는 상상의 재미도 있지만, 액션, 스토리, 캐릭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은 '웹툰'이 제맛이다.

소설로 이미 본 작품이지만, 다시 얼른 읽어봐야겠다. 이렇게 궁금했던 장면만 잠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우니 말이다.

 

<<웹툰 통 단행본>> 정말 기대되고 또 기대된다. 정우야! 너를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너의 날카로운 눈빛과 카리스마에 푹 빠져주겠어!

 

(이미지출처: '웹툰 통 단행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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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 일공일삼 34
루시 M. 보스턴 지음, 김옥수 옮김, 피터 보스턴 그림 / 비룡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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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으스스하고 비밀스럽고, 친숙한 감정이 묘하게 섞인 보기 드문 이야기 -뉴요커 (표지 中)

 

오랜만에 재미있는 미스터리한 판타지 동화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 루시 보스턴이 영국 캠브리지 근처에 있는 구백 년 전에 지은 아름다운 장원에서 살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예순이라는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작가의 열정 또한 느껴지는 작품이다. 읽다보면 문득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떠올리게 되는데, 집안에서 일어나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닮아있기 때문일게다. 문득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나니아 연대기><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같은 멋진 판타지 영화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여덞 살의 토즐랜드는 아빠와 새어머니를 떠나 기숙학교에서 살았다. 방학에도 혼자 학교에 남아 스퍼드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야 했던 토즐랜드는 올드노 증조할머니로부터 함께 살자는 편지를 받게 되고 그린 노아라는 저택에 사시는 올드노 증조할머니를 찾아 페니 소키로 가게 된다. 기차가 홍수에 잠긴 평야를 지나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비가 모조리 덮어 버린 곳을 지나면서 토즐랜드는 자신이 노아의 방주로 가는 중이라는 상상을 하는데, 이런 모습 속에 토즐랜드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토즐랜드가 저택에 들어서면서 증조할머니가 마녀라면 어떻하지? 라는 걱정도 토즐랜드의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렇게 만나게 된 증조할머니는 생각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였지만 토즐랜드의 상상력을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할머니는 토즐랜드를 톨리라 부르기로 했고, 톨리는 이 집이 전혀 낯설지 않았으며 '내 집'이라는 느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톨리는 아이 세 명과 귀부인 두 명이 담긴 초상화를 보게 되었다. 열다섯 살 정도인 소년은 토비, 플루트를 들고 있는 아이는 알렉산더, 일곱 살의 꼬마 여자아이는 리넷이었으며, 파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세 아이 엄마이며 제일 뒤에 있는 분은 할머니인 올드노 부인이었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홍수에 잠긴 물이 빠지면서 톨리는 저택에서 일하는 보기스 할아버지와 정원을 구경하면서 판자를 찾아내었고 토리의 말이었던 페스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톨리는 몇 백 년 전에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증조할머니로부터 조금씩 듣게 되는데, 그러면서 톨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게 되고 여러 번의 숨바꼭질 끝에 결국 세 아이와 만나게 된다. 간혹 자신을 톨리가 아닌 토비라 부르는 증조할머니 역시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살아온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톨리와 세 아이 사이에는 한 뿌리, 가족이라는 연대감이 느껴지는 듯 했는데, 이렇게 한 가족의 과거사와 현재를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 펼쳐냄으로써 저자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그린 노위였던 저택이 그린 노아가 되었던 아픈 과거사가 드러나고, 톨리와 세 아이를 통해 그린 노아가 사라지게 되는 결말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결코 과거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과거의 아픔, 행복, 슬픔과 즐거운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만들어진 현재 그리고 지금의 나, 가족의 뿌리가 없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그저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요즘 아이들이 기억해야 할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저택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이라는 뿌리가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 너무도 잘 표현해준 듯 하다. 혼자 외롭게 살아온 증조할머니에게 오랜 가족은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그것이 가족의 힘!이 아닐까.

 

 

비밀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전하는 표지 삽화와 을씨년스러움을 더하는 펜화, 그에 못지 않은 으스스하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 너무도 잘 스며놓은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주제, 이 세가지가 너무도 절묘하게 잘 짜여져 그려진 작품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는 최근에 읽은 작품 중 가장 멋진 판타지 소설이었다. 강추!

 

(이미지출처: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 표지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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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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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초콜릿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달콤하지만 쌉싸르한 그 맛 때문일 것이다. <우는 어른><울지 않는 아이>로 최근 친숙한 작가가 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 <<기억 깨물기>>는 초콜릿에 얽힌 달콤 쌉싸래한 사랑의 기억을 풀어내고 있는 여류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니다. 작품마다 초콜릿이 등장하지만 각 작품이 주는 초콜릿의 맛은 각기 다른 느낌이었다. 어떤 작품은 쌉싸래한 맛이 너무 강한 초콜릿이고, 어떤 작품은 달달함이 맛좋은 초콜릿이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맛을 지닌 초콜릿을 맛본다는 점이 바로 <<기억 깨물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작품 [전화벨이 울리면]은 불륜이거나 혹은 조건을 내건 만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사랑 따위 없다고 생각했던 와타루가 12살 연상의 여인의 운전수 역할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여인은 늘 초콜릿을 먹는다. 남편을 미행하는 여인, 결국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는 여인, 그 모습에 슬피 우는 여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역시 연하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여인이다.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여자친구가 있기에 이 만남을 끝내려하지만 끝내지 못한 채 울고 있는 여인에게 초콜릿을 하나씩 입에 넣어주는 와타루. 이 초콜릿 맛은 쌉싸래한 맛이 강한 초콜릿은 아닐까 싶다. 와타루의 갈등 묘사가 좋았던 작품이다.

 

이곳에 이타루 씨는 없는데-.

암담한 기분으로 시나는 생각했다.

이곳에 이타루 씨는 없는데 자신은 항상 이타루 씨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가 지켜본다 여기고 행동하고 있다.

그것은 달콤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무서운 일이었다. (본문 46,47p)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늦여름 해 질 녁]은 조금 무서운 작품이다. 너무 달콤하거나 아니면 너무 쌉싸래해서 누구의 입맛에도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초콜릿 맛.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랑에 관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귀찮음 때문에 사랑하지 않으며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나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 남자 이타루를 먹어 자신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으며, 그러면 항상 함께 있을 수 있어 세상 무서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타루는 자신의 왼손 피부를 벗.겨낸 반투명한 얇은 피부를 건넸고 시나는 그대로 받아먹었다. 섬뜩함. 누군가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면 자신의 감정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으며 상대방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 [금과 은]은 다섯 살이었던 에이코가 증조외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열여섯 살의 하루키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오랜시간 그와의 만나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다. 그저 친척 관계에 있는 오빠, 동생처럼 지내던 두 사람이었지만 에이코는 그가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그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극히 예쁜 로맨스로 누구나의 입맛에 딱 맞는 초콜릿 맛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이제 더 이상 무거운 배낭은 짊어지지 않을래. 그 대신 내 등에 생긴 날개를 펴고 날아갈 거야. 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너, 너의 품속으로. (본문 119p)

 

고데마리 루이의 [호수의 성인] 역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정말 맛좋은 초콜릿을 먹는 기분이다. 대학교 1학년 인도 여행을 가기 위해 함께 할 파트너를 모집하던 고토코는 유키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인도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자유롭게 그리고 사랑하며 보냈지만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지게 된다. 헤어진 지 12년이 지난 후에 보내온 유키의 편지를 통해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고토코는 유키를 만나기 위해 다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는 해피한 이야기였다. 6편의 단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타인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 마음을 활짝 여는 것은,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진짜 연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 그 끝에 소중한 누군가와 헤어져버린 일이 있다면- 겁이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쉽사리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사랑의 달콤함 속에는 실은 지독히 복잡하고 번거로운 배합의 향신료가 뒤섞여 있다. 그 하나하나를 맛보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본문 130p)

 

노나카 히라기의 [블루문]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을 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 유코는 그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친구가 이혼한 후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에게 다가가기로 한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설레임도 느껴지는 유코의 이야기가 제법 달콤하게 그려졌다.

요시카와 도리코이 [기생하는 여동생]은 서로 달라도 너무도 다른 자매의 이야기다. 가야노는 자신과 다른 동생 리미코의 행동이 늘 짜증이나지만 결국은 동생을 이해하게 되고 가야노는 동생과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사랑에 관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이 속에 담겨 있다. 슈퍼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초콜릿의 맛들이 전부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다. 깊은 사랑에 대한 불안도, 뒤늦게야 알게 되는 사랑의 감정도,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이별도, 그리고 상처입은 후에 다시 찾아오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우리가 흔히 사랑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독자들 역시 사랑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며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느끼는 수많은 두려움을 다독여줄 것이다. 사랑, 두렵고 무서운 일이지만 사랑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는 사랑의 달콤함으로 그 무섭고 두려운 일들을 이겨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쌉싸래하지만 달콤한 초콜릿 맛에 이끌리듯이 말이다. 두려움과 설레임은 달콤하지만 쌉싸르한 사랑은 초콜릿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이미지출처: '기억 깨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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