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이 들려주는 우상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7
강영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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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장르를 빌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47번째 이야기는 영국 경험론 철학의 아버지로 스콜라 철학을 비판하고, 관찰과 실험에 기초를 둔 귀납법을 확립시킨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해 다룬 <<베이컨이 들려주는 우상 이야기>>이다.

 

베이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를 그저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찰하고 실험하고 연구하여 인간이 지배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17세기부터를 근대라고 부른다면 베이컨은 근대의 문을 연 사람이고, 근대 정신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과학적 접근이라고 한다면 베이컨의 귀납적 관찰 방법은 근대 과학 정신의 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 머리에 中)

 

 

<<베이컨이 들려주는 우상 이야기>>에서는 베이컨이 주장한 4가지 우상 -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 을 중심으로 베이컨 사상에 다가가고 있다.

용감한 삼총사가 늘 만나는 장소는 흉가, 귀신의 집, 괴물이 사는 집이라 불리는 집 앞이다. 아이들에게 겁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과 늦여름이면 능소화가 대문과 담장을 타고 오르며 예쁜 꽃을 피우는 그 집이 풍기는 멋 때문이다. 삼총사는 그 집에 가 보기로 결정을 하고 놀이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 체험을 통해 담력을 키우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진형은 종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아저씨가 판매하는 '절대 빠지지 않는 붙이는 못'을 구입하게 된다.

 

귀신의 집 앞에 가게 된 삼총사는 사람들이 보았다는 불빛, 드르륵드르륵 소리에 대한 추측만 하고 있다가 종희가 들려주는 플라톤이 동굴에 비유해서 '참다운 앎'에 대해 설명했던 이야기를 듣고는 담을 넘어 들어가보기로 결정하게 된다. 마당으로 들어선 삼총사는 마당 한구석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기다란 장대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것과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모양의 장승을 보게 되는데, 어디선가 드르륵드르륵 소리에 삼총사는 도망을 치게 된다. 삼총사는 마당에 있던 장대와 장승으로 추측을 하게 되고, 다시 들어가보기로 결심한다. 이번에는 초인종을 눌러서 집에 들어가게 된 삼총사는 얼굴 왼쪽이 붉게 일그러졌고 다리는 나뭇가지처럼 가늘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아저씨의 사연을 듣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아저씨는 세상에 대한 편견 그리고 자신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철학을 공부했지만 그것이 국장의 우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베이컨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종족의 우상, 돌구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인 베이컨의 대표적 우상에 대해 들려준다. 장대를 보며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던 삼총사의 호철이는 바로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종족의 우상이었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은 바로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에서 나온 동굴이나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동굴의 우상이었으며, 진형이가 구입했던 '절대 빠지지 않는 붙이는 ㅁ놋'과 같은 장수꾼의 속임수는 바로 시장의 우상이었다. 그리고 극장의 우상은 무대를 보고 환호하는 관객처럼, 나보다 앞서서 성립된 철학 체계에 속박되어 자신의 판단을 그르치게 되는 우상을 말한다. 이 우상을 타파해야만 진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감옥을 만들고 세상과 담을 삻았던 아저씨는 삼총사와 친구가 되고, 삼총사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그렇게 편견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진정한 앎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베이컨은 사물을 경험에 의해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험론자입니다. 또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베이컨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 편견을 없애야만 참다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본문 91p)

 

 

 

삼총사와 소문이 무성한 귀신의 집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동화 한 편에 스며놓은 베이컨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이다.

 

(이미지출처: '베이컨이 들려주는 우상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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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 - 그림책으로 보는 어린이 인권
서지원 글, 이미정 그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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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인권에 대해 다룬 도서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아동학대, 아동성범죄 등의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그뿐인가? 고사리 손으로 자갈을 부수고 날라야 하는 노동이나 배고픔의 고통, 어린이 성매매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지 25년이나 되었지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의 소중한 권리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 탓에 어린이 인권을 다룬 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경악되는 경향이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아이들의 눈동자에 감사하고, 희망조차 버린 아이들의 눈동자에 눈물이 난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해 희망조차 버려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들의 인권에 대해 소리높여 줄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듯 싶다.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에서는 우리 주변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자주 접했던 바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이의 인권을 다룬 9개의 이야기를 통해 [유엔아동권리협약] 54조항 중 실제적인 아동 권리 내용을 담고 있는 40개의 조항을 수록한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린이 인권에 대해 알아감으로써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인권이 존중하고 지켜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첫 번째 대한민국에 사는 한강이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다. 한강이의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이지만, 엄마는 무조건 의사가 되길 바랬다. 한강이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엄마는 공부를 해야한다며 다그치셨고, 공부보다 그림 그리는 게 더 좋다고 말해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강이의 생각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12조 의견 존중에 관한 한강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시시때때로 어린이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수단에 사는 소녀 아북의 소원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펜과 공책을 사려고 열심히 일하지만 아북이 번 돈은 모조리 식량을 사는 데 쓰여졌고, 엄마는 더 이상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한다. 펜과 공책을 가질 권리,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아북의 권리는 어디 있는걸까? 자메이카에 사는 소년 바바의 꿈은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지만 너무도 가난한 탓에 축구화나 운동복, 축구공을 가질 수도 없다. 낡은 가죽을 덧댄 공을 차고 노는 것만으로 행복한 바바는 그나마도 마음껏 할 수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탓에 놀고 싶어도 마음껏 놀 수 없다. 좋아하는 축구를 할 권리,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어야만 하는 어린이의 31조 여가와 놀이에 대한 권리가 바바에게는 없었다. 예멘에 사는 아홉 살짜리 소녀 자메르는 시집을 가야 한다. 소 한 마리랑 자메르를 맞바꾼 부모님은 자메르가 마음껏 꿈꾸고 하고 싶은 걸 할 권리를 짓밟았다. 어린이는 절대 돈을 받고 팔려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소년 파오는 오늘도 위태위태하게 나무 위로 올라가 카카오 열매를 따고 있다. 파오와 많은 아이들이 안전을 지킬 장비도 없이 열매 따는 일을 계속해야만 겨우 밥을 먹을 수 있다. 파오는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고, 어른이 되기 전까진 안전하게 보살핌받아야만 한다. 파오가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세네갈에 사는 소년 발다는 편찬으신 부모님, 세 명이나 되는 어린 동생들 때문에 거지라는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 부끄러움을 참아 가며 억지로 구걸해야 하는 아이들, 그들은 배부르게 먹을 권리가 있다. 24조 영양과 보건, 32조 어린이 노동이 무시되고 있는 발다가 먹을 걸 구걸하러 다니지 않기를 바란다. 콩고에 사는 소녀 조지안의 별명은 마녀이다. 조지안의 아빠가 전염병에 걸리고, 다른 아이의 집에 불이 나고, 다른 아이의 몽유병에 걸린 것이 조지안이 마녀이기 때문이라며 어른들은 끔찍한 벌을 주고 때렸다. 조지안은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를 무시당하고 있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소피는 겨우 열 살이지만 전쟁터에 나가 싸워야만 한다. 자기가 쏜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불쌍한 얼굴이 떠올라 거울을 보는 것이 두려운 소피는 전쟁에 나가 싸워서는 안 되고, 오로지 어른들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모습이 조금 다르고 움직임도 많이 불편한 대한이와 함께 놀려는 아이는 없었다. 대한이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 아동도 똑같이 학교 다니며 공부할 권리가 있다.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 속에 등장하는 아홉 명 아이들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우리가 뉴스나 텔레비전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들이 사랑받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의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어린이 인권에 대해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그것을 도와줄 것이며 아울러 우리 아이들이  내가 아닌 타인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용기도 줄 것이라 믿는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갖게 된다. 부끄러움 대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참다운 어른이고 싶다.

 

 

인권 존중은 사람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자메이카의 바바가 일하는 대신 놀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는 요구는 "나도 충분히 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위해 내는 목소리는 결국 나의 인권도 존중받도록 해 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권에 대해 요구할 권리가 있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지켜야 할 의무도 있지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보이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며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천사 中)

 

(이미지출처: '우리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세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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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상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4
박완서 원작, 김광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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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멋스럽게 꽂혀있는 한국대표문학 전집은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들은 흥미로운 학습만화나 판타지에만 열광한다. 문득 한국대표문학도 우리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주니어김영사에서 2012년부터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 대표 문학 중 가장 좋아하는 <소나기>를 통해 이 시리즈를 접해본 바 있는데, 흔히 소설을 쉽게 읽히기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식의 만화의 단점은 배제하고, 만화가 가지는 고유한 영역인 예술성과 원작 소설의 가치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등장인물의 생생한 표정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어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을 반추하고 있는 배경이나 소품, 의상 등 역시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만화를 통해 한국 대표 문학을 접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이 시리즈를 꾸준히 접하고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박완서 원작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다.

 

 

6.25전쟁으로 페허가 된 서울, 그리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촉발된 1.4후퇴로 피난길에 올라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김광성 만화가에 의해 생생하게 그려졌다. 화자인 박씨네 가족은 마지학 후퇴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로 인해 부득히 현저동 아랫동네에 눌러앉게 되었다. 부연 국물에 목구멍만 축이며 막장에 갇힌 광부처럼 희망 없이 서로를 의지하던 그들은 인민군이 몰려오자 남하했다 돌아온 행세를 해야했고, 시커먼 석탄 반죽이 하얀 밀가루 수제비로 보일 만큼 허기가 지자 올케와 함께 보급투쟁을 하기도 했다. 엄마는 며느리와 딸이 밤마다 저지르는 차마 못 할 짓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면서 당신만 치욕스럽고 께적지근한 짓으로부터 결백하려는 듯 했다. 그러던 중 나이도 지긋하고 교양도 있어 보이는 마부 동무 신 씨로부터 인민위원회에 나와서 위원장을 도와 서류 정리의 일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고, 배고픈 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조리 엄살이었던 가족들에게 박씨는 희생양이 되어야했다, 박씨는 나중에 빨갱이로 몰릴까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에 대한 섭섭함이 더 컸다. 야비한 신 씨로 인해 박씨는 올케와 함께 엄마와 말을 더듬는 것밖에는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오빠와 연녕생 어린것들을 두고 북으로 가게 되었으나 올케의 기지로 인해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욕먹을 소리지만 이런저런 세상을 다 겪어보고 나니 차라리 일제시대가 나았다 싶은 적이 다 있다니까요. 아무리 압박과 무시를 당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우리 민족, 내 식구끼리는 얼마나 잘 뭉치고 감쌌어요. 그러던 우리끼리 지금 이게 뭡니까, 이런 놈의 전쟁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같은 민족끼리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형제 간에 총질하고, 부부 간에 이별하고, 모자 간에 웬수 지고, 이웃끼리 고발하고, 한 핏줄을 산산이 흩뜨려 척을 지게 만들어 놓았으니..... (본문 91p)

 

 

서울로 돌아온 박씨는 향토방위대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나,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더니 한강 이남으로 피난을 가라는 후퇴령이 내려오자 가족들은 오빠의 애원으로 죽은 전처의 친정이 있는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되고, 밖시는 향토방위대와 함께 피난길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을 내주지 않고 위기를 넘긴 탓에 향토방위대는 해산령이 떨어졌고, 박씨는 죽음을 무릎쓰고 피난길에 오른 오빠와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 해체로 졸지에 혼자가 된 박씨는 다행스럽게도 대원 중 한 살 위인 정근숙 언니로 인해 혼자가 아님에 감사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상권은 이렇게 그 당시 피난민들의 상황과 그들의 불안했던 심리 등이 자세히 담겨져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한 표정이나 전쟁의 처참함 등이 표현한 시대적 상황을 담은 삽화는 그 시대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다. 만화가 가진 이미지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이 소설의 의미와 이 소설이 가진 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각예술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학작품을,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만화를 통해 소개한다는 점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은 그 의미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추천의 글 中)

이렇듯 우리 문학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만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가 참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된 듯 싶어 무엇보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출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_상'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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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풀꽃 시리즈 1
이상권 지음, 김미정 그림 / 현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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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큰아이 추천도서 목록에 있어 읽어본 바 있던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가 현암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었다. 최근 <성인식><하늘을 달린다><사랑니><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통해 이상권 작가와 무척 친숙해져 있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풀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가까운 곳에 아차산이 있어 접할 기회가 많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나에게는 수많은 종의 풀꽃들이 마치 하나인 양 보인다. 그러다보니 풀꽃에 대해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주지도 못했다. 그저 예쁘다, 신기하다, 라는 감탄사가 전부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에서 만난 풀꽃의 다양한 이야기는 풀꽃에 대해 많이 아는 기회가 되었다. 생생한 사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이름 따로, 생김새 따로 알고 있던 풀꽃들이 이제야 내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특히 풀꽃 이름의 유래, 풀꽃의 효능, 풀꽃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등을 주인공 승찬이가 여름방학동안 시골에서 보내는 에피소드를 일기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풀꽃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어 한없이 기뻤다.

 

 

5학년인 승찬이와 여동생 승미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아주 깊은 산골 마을인 흙내리에 할머니네 댁에서 지내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쐐기에 쏘인 승찬이에게 아빠는 풀을 돌멩이로 콩콩 찧어 다리에 붙어주었다. 그 풀의 이름은 애기똥풀로 풀에서 나온 즙이 갓난아기 똥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애기똥풀 즙은 무척 독하지만 쐐기에 쏘일 때 붙이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렇게 승찬이와 풀꽃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잠자리를 쫓는 자신을 비웃는 흙내리에서 유일한 초등 학생인 민구와의 첫 만남에서 다툼을 하게 되는데, 승찬이의 태권도에 민구가 코피가 나게 되고 쑥잎은 민구의 코피를 멎게 해주었다. 승찬이는 이렇게 길가에 흔한 쑥도 달리 보게 되었다.

 

 

비 묻은 딸기를 너무 많이 따먹어서 탈이 난 민구는 배앓이를 한 덕분에 익모초라는 풀을 알게 되고, 감기에 걸린 승찬이에게 도라지 뿌리를 솥에다 푹 삶아서 준 할머니 덕분에 감기도 나았을 뿐 아니라 도라지의 재미있고 슬픈 유래도 알게 된다.

흙내에서 물놀이를 하고 눈이 충열된 승미에게는 냉이가, 눈다래끼에는 질경이, 사마귀를 없애는데는 씀바귀,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는 정구지, 개한테 물린 상처에는 돌나물, 뱀한테 물렸을 때는 쇠무릎, 두드러기에는 괭이밥, 승미의 버짐에는 제비꽃, 종기에는 엉겅퀴, 치질에는 뱀딸기가 효력을 발휘했다. 이렇듯  여름방학 동안 시골에서 보내게 된 승찬이는 풀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승찬이는 시골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정말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 승찬이가 자연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매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듯 싶다. 고구려의 역사와 자연이 담뿍 담은 아차산이 가까운 곳에 있어도 자주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자주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이 책이 눈여겨 보지 않았던 길가에 작은 풀꽃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각과 마음을 넓혀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줄 듯 싶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식물도감 못지 않게 풀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다 동화적 스토리도 가미하고 있어 재미있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뒤를 이어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풀꽃과 재밌게 놀았어요>가 출간될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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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3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프란시스 던킨 베드포드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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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세계명작전집> 시리즈가 새로 출간되었다. <올 에이지 클래식><클래식 보물창고> 등을 통해 보물창고의 고전을 접해본 적이 있는지라 새로운 명작 시리즈의 출간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001 <어린왕자>를 시작으로 10권의 고전이 이미 출간되었으나 내가 처음 접하게 된 책은 003 <<피터 팬>>이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 팬처럼 '영원히 늙지 않는 고전'이라는 별칭이 붙을만큼 연극, 뮤지컬, 영화 등으로 재탄생되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세기의 명작 <<피터 팬>>. 어른도, 학교도 없는, 그래서 즐겁게 놀기만 해도 좋을 동심의 세계 '네버랜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던 곳이며, 책임감도 사회의 억압도 필요없는 마냥 행복한 어린시절 그대로 머무르고 싶어 피터 팬이 되고 싶었던 바람 역시 누구나 가져보기도 했지만, 사실 네버랜드와 피터 팬은 열세 살 죽어 영원히 소년으로 남은 형과 그를 대신해야 했던 작가 제임스 매뉴 배리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탄생된 조금은 슬픈 사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총애를 받던 형 데이비드가 사고로 죽자 우울증에 시달린 어머니를 위해 형의 옷을 입고 형의 행동을 흉내 내며 형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배리는 형이 죽은 나이인 열세살 무렵부터는 자라지 않아 평생 150센티미터 남짓한 키로 살아야 했다고 한다. 이런 배리의 환경과 형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아픔 등이 <<피터 팬>>으로 탄생된 것이다.

 

"웬디, 밤이 되면 우리에게 이불을 덮어 줄 수도 있어."

"밤에 우리에게 이불을 덮어 준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거든."

"우리 옷을 꿰매 줄 수도 있고 주머니를 달아 줄 수도 있을거야. 우리 옷엔 주머니가 하나도 없거든." (본문 51p)

 

사실 나에게 <<피터 팬>>은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더 많이 접해온 작품이다. 책은 어린시절 읽은 것이 전부였기에 성인이 되어 읽게 된 <<피터 팬>>은 또다른 감흥을 선물했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 피터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네버랜드는 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엄마가 되어 읽게 된 <<피터 팬>>에서 나는 엄마라는 존재가 점점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을 느꼈다. 피터가 엄마가 필요하다며 웬디를 데리고 갔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엄마는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싫었던 어린시절 어른이 없는 네버랜드는 환상의 세계였다. 하지만 네버랜드에서 조차 엄마는 필요했고, 우을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해 형이 되어야만 했던 배리에게도 배리 자신을 향한 엄마의 관심,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보물창고 <<피터 팬>>에는 배리의 생가와 무덤, 그리고 피터 팬 탄생의 배경이 된 켄싱턴 공원과 피터 팬 동상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터 팬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켄싱턴 공원에서 인연을 맺게 된 데이비스 부부의 다섯 아이들의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배리가 <<피터 팬>>의 저작권을 기부한 그레이드 오먼드 스트리스 아동 병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고자 했던 배리의 마음이 느껴진다. 헌데 <<피터 팬>>이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 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피터 팬의 이야기가 원작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 듯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작보다는 각색된 작품이나 <<피터 팬>>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여겨지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하다. 하지만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원작 <<피터 팬>>에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와 더불어 비유와 풍자가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아름답고 귀엽게만 '꾸며진' 등장인물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등장인물들을 마주하는 순간 독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본문 中)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유와 풍자가 가득한 원작에 충실한 <<피터 팬>>을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소 낯설은 느낌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를 바가 없어 안도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동심은 그대로였으며, 아이들이 느끼게 될 환상도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엄마, 지금은 왜 못 날아요?"

"그건 엄마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어버려."

"왜 나는 법을 잊어버리는데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순진하지도 않고 이기적이지도 않으니까. 즐겁고 순진하고 이기적인 사람만 날 수 있거든." (본문 257p)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해야 할 의무와 책임과 사회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웬디는 해적을 무찌르고 집으로 돌아오고 어른이 되어 딸을 낳았다. 웬디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으며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었다. 소년들도 물론 어른이 되었다. 누구나 이렇게 어른이 된다. <<피터 팬>>은 모든 아이들은 자라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알려주고 있다. 다만 현실에 지치고 지치는 어른이 될지라도, 어린시절 가졌던 동심과 순수한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우리에게는 힘든 마음을 달래줄 네버랜드가 있기 때문에.

 

웬디는 비참한 소년의 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이제 웬디는 피터 팬 때문에 상심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젖어 있었다. (본문 262p)

 

 

어른이 되면 때때로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마음, 즐거웠던 시절들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바람을 담은 <<피터 팬>>이 더욱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어린시절 네버랜드를 날 수 있었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하지만 웬디가 제인에게 피터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려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네버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일 테니까.

 

(이미지출처: '피터 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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