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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평점 :
재밌게 읽었다.
김영하 작가가 말했던, 저성장 시대에 평범인이 행복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법의 구체화라고나 할까.
열심히 일한다고 떼돈 벌 가능성이 매우 줄어든 시대이니 성공하려고 애쓰지 말고 (어차피 불가능) 하루하루를 좀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자는 게 취지인 듯 하다.
인생극장 뭐 이런 프로그램에서 구두닦기로 건물 산 사람 이야기가 나왔었다.
동대문에서 열심히 구두만 닦았는데 시골에 땅도 사고 임대료 받는 건물도 샀다면서 나레이션도 근면성실 해서 성공했다고 주인공을 치켜세웠다.
보면서 드는 생각, 요즘 같으면 절대 불가능하다.
조그만한 가게라도 운영해 본 사람들은 세금 내고 나면 부자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금방 알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가게에 매여 있는 노동자라는 말에 매우 공감했다.
요즘은 8시간 주5일 근무가 정착되고 공휴일도 많아져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쉬게 되는데,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본인이 쉬면 매출만 없는 게 아니라, 운영비가 나가기 때문에 적자가 된다.
협동조합을 세워 두 군데 식당을 운영하면서 주 5일, 8시간 근무에 한 달 휴가제를 실시하는 사례가 나와 부러웠다.
이익은 적더라도 많이 쉬고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 단 돈이 적게 드는 취미를 갖는 게 중요할 듯 하다.
공동주거 형태도 등장한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도 힘든데 공동주거라니, 다 해도 그건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가 필요한 돈은 매우 줄어들 것 같긴 하다.
자녀를 키우는 경우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사교육비!!
자녀 출산 전에는 주거비, 출산 후에는 사교육비 이 두 가지가 노동에 인생을 바치게 하는 주범 같다.
책이 전부 20~30대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라 나처럼 가정을 이룬 40대 이야기는 없어 아쉬웠다.
첫 장에 금전 코치가 소개됐는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가 취지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자신있다.
사고자 하는 소비욕구가 강한 사람이 신용카드 같은 가용소득으로 고생한다면 나처럼 물건에 대한 소비욕구가 전무한 사람도 있다.
다만 나는 다른 챕터에 나온 사람처럼 문화소비욕구는 매우 강하다.
그런데 이 사람처럼 뭘 많이 수집하는 건 또 싫다.
나는 책에 나온 사람처럼 음반에 꽂힌 게 아니라 책에 탐닉하는데 장서가가 아니라 다독가이기 때문에 도서관에 빌려 읽는다.
한 때 책을 많이 사기도 했지만 희안하게 산 책은 잘 안 읽게 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반납 기한 때문에 억지로라도 읽게 되서 요즘은 빌려 읽는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해 좁아지는 게 너무 싫어 안 사고 빌려 읽는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신간도 어찌나 잘 사 주는지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도 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걸까?
가족을 위해서, 특히 자녀를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게 능력의 척도이고 자존감이기 때문에?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생각해 볼만한 게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