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베이비시터 사계절 1318 문고 65
마리 오드 뮈라이 지음, 김영미 옮김 / 사계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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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4

 

120페이지, 19줄, 25자.

 

편모 슬하에서 자라고 있는 에밀리앵은 제목처럼 열여섯입니다. 친구가 가진 것과 같은 컴퓨터를 사달라고 하자, 돈을 벌면 절반을 보태주겠다고 엄마가 말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대녀인 마르틴느 마리의 소개로 베이비시터를 시작합니다. 마르틴느 마리는 모든 면에서 엄마가 비교대상으로 이야기하는 일명 엄친딸입니다. 약간의 거짓말을 붙여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제목과 달리 잘 나가는 베이비시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뒷부분에 갑자기 전환이 일어납니다. 네 살 때 뭘 훔친 이후엔 전혀 없었던 아이라면, 그런 전환이 있기 힘듭니다. 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비현실적이지요.  게다가 엄마가 도난당한 천에 대한 의견표명을 남들 앞에게 잘한 직후에 말이지요. 주인공이 나쁜 짓을 했기에 점수를 깍은 게 아니고 느닷없는 이야기여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나은 설정은 첫번째 현장에서 잡혔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훔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제목이 영어인데, 프랑스 작가가 영어 제목을 사용했을 리는 없으니 원제가 뭐였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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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로테
테사 데 루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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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8

 

566페이지, 24줄, 30자.

 

로테와 안나는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엄마는 대략 세 살쯤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여섯 살 때 폐결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튼튼한 안나를 데리고 가시고, 아빠를 알던 엘리자베스 할머니가 로테를 데리고 가서 누군가에게 맡겼습니다. 알고 보니 아빠의 사촌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독일에서 하나는 네덜란드에서 살게 됩니다. 대략 1차 세계 대전 직후쯤에 태어난 이들이므로 2차 세계 대전은 성인이 되어서 맞게 됩니다.

 

안나는 하인리히 삼촌이랑 같이 살았는데, 삼촌은 부자집 딸과 실연한 다음에 마르타란 정반대의 여성과 결혼하였고, 아이들을 줄줄이 낳았답니다. 그리고 다큰 조카딸은 일꾼으로 제격이었습니다. 하인리히는 부지런히 안나를 장애아로 묘사하여 보고하였기에 보조금을 받았고,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치가 정권을 잡자 우생학적 관점에서 불임 시술을 하기 위해 찾아온 공무원에 의해 안나도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당시 안나는 가정부로 일하던 중입니다.

 

한편 로테는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였고, 전쟁 직전엔 유대인 남자와 약혼까지 합니다.

 

전쟁은 모두를 흔들었고, 다양한 전쟁중의 삶을 거쳐 이제 70대 노인으로서 어느 휴양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한 핏줄이지만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살았기에 남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원래 진취적이었던 안나의 적극적인 손내밈으로 둘은 남들이 보기에 친구 정도로 보일 만큼 붙어 다니며 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소설이니, 있을 수 있는 일이면 됩니다. 따라서 아마도 전쟁을 겪었던 수천의 사람들 이야기를 차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뭐 특이한 삶이라는 느낌이 안 나는 건 워낙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안나든 로테든 그냥 사람으로 살았을 뿐입니다. 로테네가 숨겨준 유태인 내지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보은을 하든 배은망덕한 일을 하든 다 인간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독일에서 살았기에 오스트리아 남자와 결혼하고 그 남자가 친위대에 들어가는 것도 인생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전쟁에 휘말렸던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건 자격 미달입니다. 당사자들은 어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거든요. 만약 비판을 한다면, 살아남은 모두를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몇 년이나 살아남았다면, 역시 비정상적인 방법이 조금이라도 개입했을 테니까요. 순수한 0의 오류를 가진 사람부터 순수한 악의 동맹자 100까지로 나눈다면 모든 사람이 다 0이 아닌 그 이상의 수치를 보일 테니까요. 얼마까지 처벌해야 할까요? 95는 처벌해야겠지요. 39는 어떻습니까? 50은요?

 

우리도 35년간 일제 치하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니 친일이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친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말이지요. 사실 그 사람은 그냥 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뚜렷하게 잘못이 있고, 그 잘못이 평범한 다수가 보기에 처벌할 만한 수준이면 처벌을 하고, 아니면 적당히 주의를 주고 묻어둬야 합니다. 모든 이를 만족시킬 만한 기준이란 인간 세상에선 전혀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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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지음, 윤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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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49페이지, 20줄, 26자.

 

1부 지부티의 쓰레기통 (41페이지, 12장)
2부 되다 (79페이지, 22장)
3부 거기 혹은 '구현의 현재' (92페이지, 21장)
4부 너 그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29페이지, 6장)
5부 막시밀리앵 혹은 이상적인 죄인 (49페이지, 13장)
6부 사랑한다는 말이 뜻하는 것 (59페이지, 13장)

 

20줄밖에 안되고, 6부로 되어 있으면서도 각 부 별로 여러 개의 장(합 87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각 장은 새로운 페이지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반 페이지를 비워둡니다.)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닙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곳에서의 글은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 정답이 없는 주제거든요 -- 진도 나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글인데, 저자 자신을 보더라도 누구나, 정말로 누구나, 이 사람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마치리라고 기대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되었다네요.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이 다 그렇죠. 누구에겐 득이 되고, 누구에겐 해가 되고, 또 누구에겐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중간에 꽤 재미있는 글이 있습니다.

 

62페이지를 보면
"신을 웃기는 유일한 방법을 아세요?"
(사이)
"신에게 당신의 계획을 말하는 겁니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불안해집니다. 과연 저 아이(학생)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을(의도를) 잘 습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겁니다. 내가 평생 가르친 학생 중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다면, 나는 가르치는 자로서는 성공한 셈이다, 라고.  사실 가르치는 사람이 좌절하는 가장 큰 동인은 학생에게서가 아니라 사회(제도와 시선)에서 옵니다. 왜 너는 남들만큼 발전하지 못하는 거야! 남들은 이만큼의 업적(논문과 보고서와 참여)을 내는데 왜 당신은 부족하지? 가르치는 자의 임무는 가르치는 것인데, 그건 눈에 잘 안 보이니 졸업생들의 취직률이라든지, 교수 개개인의 업적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사회(언론)에서도 그게 마치 신성한 지침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 대고. 사실 객관적인 지표로 만들면 깍아내리기엔 좋은 수단이 됩니다. 질을 보장할 순 없어도.

 

영화 [뷰티플 마인드]로 유명한 어떤 수학자가 20여 년 동안 쓴 논문이 두어 편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수 평가제 하에서는 그는 무능 교수지요. 그런데 이를 어쩝니까? 노벨상을 받았다지요, 아마. 모르는 다수가 보기에는 옳은 기준인데, 진짜들이 보기엔 틀린 기준이네요. 이게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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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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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292페이지, 26줄, 24자.

 

쉽게 말하자면 열세 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화요일 밤 모임](19) [아스타르테의 신당](22) [금괴](18) [피로 물든 보도](13) [동기 vs 기회](18) [성 베드로의 엄지손가락](18) [파란색 제라늄](25) [동행](27) [네 명의 용의자](23) [크리스마스의 비극](26) [독초](25) [방갈로에서 생긴 일](25) [익사](33)입니다.

 

앞의 여섯은 미스 마플과 전직 경시청장 헨리 클리서링 경과 변호사 페서릭, 화가 조이스 랄프리에르, 조카 레이먼드 웨스트, 교구 목사 펜더가 하나씩 이야기 하는 것이고, 뒤는 미스 마플, 헨리 경, 밴트리 부인, 밴트리 대령, 여배우 제인 헬리어, 의사인 로이드 박사가 모여서 하는 것입니다. 여섯 이야기가 13으로 늘어났다는군요.

 

각각

 

비소를 입힌 트라이플로 아내를 죽인 남자와 그에게 이용당한 하녀 이야기
신화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충동적으로 사촌을 찌른 남자 이야기
난파선 이야기를 이용하여 금괴를 인양한 이야기
부부가 다른 여자를 꾀어 결혼한 다음 죽여 보험을 타는 이야기
휘발성 잉크로 유언장을 작성하게 하여 엉뚱한 사람에게 유산이 가는 것을 막은 이야기
아트로핀에 중독된 사람이 해독제를 찾다가 죽은 이야기

 

간병인이 점성술사로 가장하여 암시를 걸은 다음 독살하는 이야기
말동무가 부유한 여인을 죽이고 자리를 대신 차지한 이야기
조직의 비밀을 누설한 삼촌을 죽인 조카 이야기
재산을 노리고 아내를 죽인 남자 이야기
피후견인을 사랑한 나머지 다른 이와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해 죽인 이야기
여배우와 대역배우의 자작 보석 강탈극
마을의 착실한 목수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려는 여자를 죽인 세탁부 이야기

 

사실, 그냥 읽으면 미스 마플이 대단해 보이지만, 단편이기 때문에 정교한 설정이 안되므로 결과로 과정을 해석하는 셈입니다. 아무나 범인으로 지정하면, 또는 수단을 해석하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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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바다 3 연의 바다 3
이리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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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9

 

443페이지, 23줄, 25자.

 

여주인공이 권력자의 후궁이니 당연히 권력 투쟁이 곁들여질 것입니다. 명목뿐인 파라오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실권을 가질 것인지에 더해서 한 여자를 놓고 대립하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면, 역시 같은 권력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시도르에게 자꾸 말라리아를 앓게 하더니 마지막에도 활용을 하네요. 21세기의 평범한 여자가 한 제국을 다스리는 일에 뛰어드는 것은 좀 힘들지요. 게다가 요즘처럼 일부만 견제하면 되는 게 아니고, 정보의 시간차 및 오차를 감수해야 하는 시기이니 말입니다. 하긴 그게 주요 주제가 아니니 넘어갑시다.

 

이색적인 매력이 상대로 하여금 끌리는 주요인이라는 게 설정인데(아니면 해석이 불가능하니) 뭐 어떤 사람에게는 타당한 사유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고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소설에서는 현실과 불일치하여도 무방하니 쿠푸의 입을 통해 행복한 결말까지 듣는 것이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어딘가에 보니 개정판아리고 되어 있더군요. (인터넷 서점에선 2006년판과 12년판) 그런데 저번 판과의 다른 점은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출판사 정도로 생각됩니다. 페이지가 비슷하니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저작권법을 뒤져 보니 우리나라는 출판권을 3년간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3년이 지나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도 된다는 말이지요. 절판된 것이라면, 더 부담이 없을 것이고.

 

150504-150504/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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