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투자은행 2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3.8

 

668페이지, 21줄, 24자.

 

2권에서는 류지의 비중이 조금 많아졌습니다만 가쓰라기가 그래도 가장 많네요. 에필로그 쪽으로 가면 가쓰라기가 마무리 하니 주인공인 모양입니다.

 

이야기야 몇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결국은 이른바 증권맨의 이야기입니다. 시대적 상황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그리고 곧바로 전락이 있던 시기였으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과다한 세금징수가 공개적으로 있습니다. 비공개적으로는 상품에 붙어 있는 세금들이지요. 이건 각자가 사용한 만큼 내는 것이니 소득이 적은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지고 그래서 사회경제주의자들에겐 간접세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식으로 떠드는 주요 소재가 됩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생필품은 이 세금이 면제된 상태입니다. 나머지는 소비가 모든 이에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선택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제품이니 간접비가 사회악은 아니지요.

 

저도 근 30년 전에는 거의 면세점 수준의 소득세를 납부했었습니다. 평균 근로시간은 대략 주당 70시간 정도였고. 4년간 그랬죠. 연소득은 대략 천만 원이 조금 안되던 때인데(마지막 해까지 미달 상태), 연말정산을 하면 전체 기납부 소득세가 30만원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억에 왜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연전에 당시의 명세서철을 어디서 본 듯도 한데, 다시 사무실을 옮기느라 파묻혔습니다.

 

작년(그러니까 올해 한 연말정산)엔 소득이 3년 전보다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서 1이 늘었더군요. 그래서 새삼스레 놀랐습니다. 늘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세금도 같은 액수가 늘어서 실질소득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턴 기부금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원래 소득의 2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왔었는데 애들도 크고 노후생활도 슬슬 염려되니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기대했었던 이자소득이 현 시점에선 거의 기대할 가치가 없는 비율로 낮아졌으니 말이지요. 이젠 일부를 이자로 충당하겠다는 젊었을 때의 계획을 버리고, 원금에서 꾸준히 소모해야 하는 체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금 자체를 불려놓아야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 하긴 누군가가 말하기를 개인이 저축해둔 것으로 노후를 보내지 말고, 연금으로 하라고 하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가 꽤 어렸을 때인데, 그 땐 연금이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제도였거든요. 그래서 머리에 내가 내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단단히 박혀 있습니다.

 

다시 기부금으로 둘아가서, 종교단체가 아닌 복지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를 해줘도 본인에겐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인데 말입니다. (아, 딱 하나 있지요. 기부금을 냈다는 기록 하나뿐.) 소득세도 내고 기부도 하고 하면 (공제를 받아도) 기부액만큼의 지출이 생깁니다. 아직은 기부 문화가 정착하기 어려운 사회입니다.

 

150505-150505/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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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투자은행 1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3.8

 

642페이지, 21줄, 24자.

 

상당히 특이한 제본입니다. 보시다시피 페이지가 많습니다. 그런데 줄 수나 글자 수는 적지요. 네, 벽돌보다 조금 짧은 길이에, 조금 넓은 너비, 그리고 비슷한 두께입니다. 줄 수를 다른 책처럼 25-6줄로 했다면 150페이지 이상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오자도 많습니다. 12페이지, 그러니까 두 번째 페이지부터 나옵니다. 40만 3000엔인 주가가 3000만 엔으로 떨어졌답니다. 아마도 30만의 잘못이겠지요? 뒤로도 줄줄이 나옵니다.

 

주인공처럼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나온 순서대로 하자면 후지사키(헤지펀드 창업, 과거 살로만 CP담당-퍼스트 스위스 도쿄 지점 파생 상품 담당), 가쓰라기 에이이치(일본 산업은행=야마토 파이낸스, 과거 일본 도도은행-모건 스펜서 투자 은행 본부 저팬 데스크-모건 스펜서 일본 지사 M&A부), 류진 소이치(살로만 도쿄 지점 트레이딩), 이렇게 세 명인데 1권에서의 분량은 가쓰라기가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일종의 증권사에서의 생활과 정세를 곁들여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형식입니다. 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이야기라는 건 진실성보다는 재미가 더 우선되니까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150501-150501/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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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완전판) - 살인을 예고합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4.0

 

344페이지, 26줄, 24자.

 

한 한적한 시골 마을의 지역신문에 특이한 광고가 실립니다.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에 살인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죠. 특정 주소가 명시되었으므로 호기심 가득한 몇 이웃이 이런 저런 핑계를 달고 방문합니다. 목사 부인은 모든 이의 상식과 다르게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살인이 언제 시작되느냐고. 모두 놀이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고한 시각이 되자 불이 꺼지고 총성이 울립니다. 그리고 밖에서 들어왔던 복면 사내가 피살체로 발견됩니다. 일견 보기엔 그 사내가 총을 들고 와서 쏜 다음 자살한 것처럼 보입니다.

 

참석자는 집 주인인 블랙록 부인, 친구인 도라 버니 양, 조카인 패트릭과 줄리아 사이먼스, 하숙생인 필리파 헤임스 부인, 요리사인 미치, 이웃인 이스터브룩 대령과 부인, 이웃인 힌클리프 양과 머거트로이드 양, 이웃인 스웨트넘 부인과 그 아들 에드먼드, 하먼 목사 부인입니다.

 

죽은 사내는 호텔 직원인 루디 셰르츠로 밝혀집니다. 자잘한 도둑질을 하던 사람으로 알려지고요. 현지경찰인  크래독 경위와 플레처 경사가 나가 심문을 합니다. 한편 경찰서장 조지 라이즈데일은 전 런던 경시청장 헨리에게 이야기를 하였고, 헨리는 제인 마플 양이 있었다면 명쾌하게 풀어냈을 것이라고 추천을 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안 있어 하먼 부인을 방문하러 마플 양이 오는 바람에 크래독은 대부인 헨리 경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수사기록을 보여주게 됩니다.

 

버너가 아스피린으로 알고 먹은 레티셔의 약이 사실은 다른 것(수면제로 나옵니다)이여서 죽고, 머거트로이드 양도 뭔가 당시의 상황에서 이상한 것을 기술하려다가 교살됩니다.

 

후기 작품이여서 그런지 별다른 실수는 보이지 않습니다. 독자를 속이는 것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시대 배경인 1947-8년 경에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게 쉽지 않았네요. 친척이라고 해도 와서 제가 조카입니다, 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이고, 이웃도 제가 대령입니다, 하면 그렇군요, 하는 식이네요. 하긴 우리가 좀 빡빡한 신분증 사회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 전에는 그냥 사업을 하는 건너 마을 김씨의 둘째 아들이면 통하던 시대였으니까요.

 

마플의 이야기는 두서없이 마구 나열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각 등장인물들의 이면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 상대방은 복장이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으나, 독자에게는 그게 즐거움일 수도 있습니다. 블랙록 부인이 갑자기 필리파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면 꽤 의미심장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가 되거든요.

 

등장인물(가나다 순)
벨 괴들러(레티셔의 전 상사 랜들의 부인, 유산 피상속인), 에이미 머거트로이드(노처녀, 볼더스 거주), 도라 버너(레티셔의 동창, 말동무), 레티셔 블랙록(샬럿 블랙록), 줄리아 사이먼스(에마 조슬린 스탐포르디스, 랜들의 동생 소냐의 딸), 패트릭 사이먼스(블랙록의 6촌 엘리너의 아들), 루디 셰르츠(복면 괴한 분장남), 에드먼드 스웨트넘(소설가, 필리파를 사모), 미* 오******(요리사, 미치), 로라 이스트브룩(아치 대령의 아내), 아치 이스트브룩(대령), 다이애나 하먼(목사부인, 번치), 필리파 헤임스(탈영병 로널드 헤임스 대위의 아내, 소냐의 딸), 힌클리프(노처녀, 볼더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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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이야기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보은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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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82페이지, 23줄, 28자.

 

또 쓰리 파인즈입니다. 이번엔 비스트로의 경영자 올리비에가 가끔 만나는 은둔자가 비스트로 내부에서 피살체로 발견됩니다. 얼마 후 사체가 다른 데서 살해된 다음 옮겨졌다고 하여 마을을 다 수색합니다. 이건 참 놀라운 제도네요. 아무리 마을이 작다고 해도, 시체가 하나 발견되었다고 모든 집을 다 수색하다니. 범의가 의심되어야 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게 정당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침습을 항의할 때 가먀슈가 응대하는 걸 보면 경찰국가의 냄새가 납니다. 카나다가 경찰국가였던가요? 미국도 이런 유의 수색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수사를 하다 보니 시체는 스파 리조트를 새로 꾸미고 있는 집에서 발견되었다가 옮겨졌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죽은 건 아닙니다. 더 수사를 하니 이젠 올리비에가 리조트에 갖다 놓았답니다. 서로가 상대가 (좀) 망하기를 기원했던 것이지요. 목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작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면서 다양한 주제를 건드립니다. 일부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일부는 종결을 짓지요. 그 결말이 좋든 싫든.

 

전에 봤던 [스틸 라이프]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뭔가가 불편합니다. 사실 두 작품에서 느끼는 이 불편함은 비슷해서 그 때문에 동일 작가임을 알 수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비교적 등장순)
올리비에 브륄레(비스트로 경영자), 은둔자(체코인 야코프), 가브리(비앤비 경영자), 머나 랜더스(책방 주인, 심리학자), 아르망 가먀슈(경감), 장 기 보부아르(가먀슈의 부관), 이자벨 라코스트(여형사), 하보크 파라(로어 파라의 아들, 비스트로의 종업원), 피터와 클라라 모로(화가 부부), 해나 파라(). 폴 모랭(코완스빌 경찰서 경관), 패트릭 '올드' 먼딘(수리업자), 마르크와 도미니크 질베르(해들리 저택의 신입주자), 카롤 질베르(마르크의 어머니), 미셸 '와이프' 먼딘(올드의 아내, 수리업자), 뱅상 질베르(마르크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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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부탁해
레나테 아렌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3.8

 

372페이지, 23줄, 25자.

 

혼자라면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 생각 속에서는 자신이 항상 옳아도 되고, 또 그걸 문제 삼는 사람도 없지요. 둘이 되면, 좀 달라집니다. 옳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틀리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르게 생각한다고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동의하는 말도 있고요. 셋이 되면, 아주 달라집니다. 여전히 내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다르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틀렸다는 지적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때로 나라는 존재가 무시된다는 것이지요. 소외. 내가 고집을 부린다면 더 심각해집니다.

 

프랑카는 독신의 40대 여류작가입니다. 드라마를 주로 쓰나 봅니다. 얀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애인으로 두고 있습니다. 얀의 아들 그레고리는 20살이 넘은 성인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느닷없이 여동생 리디아와 조카인 메를레가 나타납니다. 벌써 30년 정도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는데 말이지요. 역시 사이가 틀어져서 떠나려던 리디아가 현관 앞에서 졸도합니다. 병원으로 옮겨 진찰 받으니 C형 간염이 간경변이 되었다고 합니다. 간이식만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리디아는 마약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됩니다. 아마 그 여파겠지요. 메를레의 신상이 문제가 됩니다. 리디아는 날 선 상태이고, 메를레는 아무런 말도 안합니다. 기껏 하면, 엄마가 말하기를 이모는 마녀래요 정도. 애를 키워 본 얀이나 프랑카의 친구 에스터도 두손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고 같이 살면서 지내다 보니 말문이 트입니다.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여 엄마의 동의를 얻으러 갑니다. 반대하지만 곧 굴복합니다. 아무래도 사회복지사의 입김을 당할 수는 없겠지요. 독일이니 아마도 전액 지원이 가능할 것입니다. 학교에 다니자마자 엘리자라는 짝쿵을 사귀는 메를레는 크게 달라져 보입니다. 리디아도 일단 반대 후 굴복 내지 타협 패턴이고요.

 

이야기는 수시로 과거의, 즉 어렸을 때 둘 사이의 이야기를 비추면서 회상하는 장면이 삽입됩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자매가 같이 살다 갈라서고, 따로 살다 만나게 되는 이야기인데 이해는 해도 용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요. 결국 제 3자인 메를레에 대한 공통 교감만이 둘을 연결해 주는 단서입니다.

 

리디아의 경우 제도권에서 보면 이단아입니다. 제도권은 현 사회가 유지되는 걸 지상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리디아 입장에서는 제도권이 자기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느끼겠지요. 그 말도 옳습니다. 제도권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프랑카 입장에서는 리디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입니다. 반대로 보면 갖혀 사는 동물과 비슷한 것이고. 자기의 시각에서 보면 주변인들이 다 결함이 있지요. 그리고 그 주변인도 그의 주변인들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요.

 

어쨌거나 리디아가 프랑카 앞에 나타난 것은 나름대로의 화해의 몸짓이었겠죠. 그리고,  메를레에 대한 미안함일 수도 있고. 왜냐하면 현 사회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이니까요.

 

150508-150508/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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