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실제 인물인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의 일대기처럼 꾸민 소설입니다. 비슷한 형식의 책들을 여럿 접했었는데 사실 이 책처럼 완전히 소설로 꾸미는 게 읽기엔 편합니다. 소설과 역사적 사실을 교차해서 제시하는 것은 조금만 잘못해도 겉돌기 쉽상입니다. 산만해지기도 하고요. 이 책은 소설처럼 썼습니다. 사실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점 때문에 몰입하기는 쉽습니다. 레스보스 섬의 주민이란 뜻의 레즈비언이 요즘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엉뚱하기도 하겠으나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면 그런 파급효과를 갖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사포는 반항아였고, 실력(시인)이 있어서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그가 세운 일종의 교양학교에서 성교육 차원에서 신부가 알아야 할 지식을 직접 몸으로 전달하다 보니 동성애가 섞일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그 학생들 중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 경우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욕망이 전달될 수도 있고요.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지도자(피타코스)가 사포의 의도를 이해해줬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좌절되었을 것입니다. 모든 시대에서 일어난 개혁은 기존의 질서 위에서 일어난 것이 대부분입니다. 더 과격한 것은 반발이 심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사포의 생활도 파격이었지만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도 꽤 되니까요. 근 750페이지나 되는 두터운 책이여서 선택하였는데-제가 두꺼운 책을 좋아하긴 합니다. 아내는 그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만- 22줄에 24자 편성이여서 실제로 그렇게 두터운 것은 아닙니다. 25줄만 되어도 660페이지로 줄어들 것이고, 28자였다면 5백 대로 떨어질 테니까요. 판형을 살짝 키워 30줄 30자였다면 400대가 될 겁니다. 대신 이렇게 편성하면 진도 나가는 게 눈에 보여서 성취감은 있을 것입니다. 101010/101010
3.0 내용부터 간추립니다. 릴리는 유럽으로 가자는 이웃의 권유로 공작부인 일행과 지냅니다. 니스에서 셀든을 잠시 만나기도 하고요. 버사 도시의 방해로 곤란에 처합니다. 그녀가 귀국한지 얼마 안되어 페니스턴 부인이 사망합니다. 뜻밖에도 유산의 대부분은 그레이스 줄리아 스텝니가 받습니다. 릴리의 몫은 고작 만 달러. 그나마 유산에 대한 분쟁 때문에 1년 정도 연기된다고 하여 낙망합니다. 그녀는 잠시 신흥 상류층에 진입하려는 사람의 비서를 하다가 셀든의 권유로 그만둡니다. 이제 생계를 위해 모자 장식업에 종사하지만 능력이 처지기 때문에 일감이 떨어지는 계절에 해고당합니다. 어느 날 예전에 자신이 후원해줬던 여자 아이가 이제 결혼하여 정착한 것을 알게 됩니다. 집에 돌아오자 유산이 예상보다 일찍 분배된 것을 압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진정제를 과하게 마십니다. 뒤늦은 진상파악. 릴리와 셀든이 겪는 일입니다. 작가가 묘사한 생활은 낯설기만 합니다.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의 상황인데 미국의 뉴욕은 우리가 전해들은 것과 상당히 머네요. 하긴 대중적인 미국의 생활은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우리에게 과다할 정도로 전파되었지만 상류 사회 이야기는 제한적인 것이었으니까요. 101023/101023
3.0 2권까지 다 읽어야 정확한 점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5년 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당시의 다른 소설이 그러하듯 시점은 수시로 변합니다. 릴리 바트는 아름다운 얼굴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여자입니다. 아버지가 파산한 이래 가난하게 살아왔고 그 미모도 이제 슬슬 사라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1권의 내용을 보면 릴리는 셀든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주 부자는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결혼상대로 올려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파티장에서 만날 퍼시 그라이스를 기차에서 유혹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하려는 의도로 슬슬 애를 태우다가 그만 떠나게 만듭니다. 릴리로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바지요. 주디 트레너의 호의로 그녀의 남편(거스)을 기차역에 마중나갔다가 자신도 모르게(의도적으로?) 유혹하고 맙니다. 트래너는 그녀에게 돈을 융통해 줍니다. 릴리는 자신의 돈을 불려서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아낌없이 사용합니다. 트래너는 거금을 줬음에도 그녀가 자신에게 무관심하자 아내의 초빙을 핑계로 그녀를 혼자만 있는 집으로 끌어들여 압박을 가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려보냅니다. 릴리는 거티 패리쉬의 집으로 가서 잠을 자고 고모의 집으로 가지만 거티의 집에서 나선 셀든(다음날 만나기로 되어 있었죠)은 블라이 댁에서 릴리가 (주디가 없는) 트래너의 집에 갔다는 말을 듣고 서인도 제도로 가는 배를 타고 맙니다. - 2권에 계속. 릴리는 시쳇말로 주제파악을 못하는 여자입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결혼시장에 자신의 몸뚱아리를 내놓았으니 그에 충실하여야 하는데, 그라이스를 상대로 보면서도 오래 살 것을 생각하면 지겹다는 점 때문에 망설이다 놓칩니다. 미혼의 상태이므로 추문에 휩쓸리기 쉬운데도 셀든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트래너, 로즈데일 등과도 어울립니다. 조지 도싯의 부인 버서가 하는 것처럼 '결혼은 결혼, 연애는 연애' 라는 공식을 갖는 것이 현실적인데 말입니다. 아, 그렇게 하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셀든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니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배제하면서도 동경하는지 모르겠네요. 101009/101009
3.4 몇 가지 동화를 버무려서 새로 만들어낸 동화입니다. 엘리노어(엄마 엘리노어와 구별되기 위해 엘라로 불립니다)는 태어났을 때 요정 루신다의 축복을 받아(또는 저주에 걸려) 복종을 하도록 강제됩니다. 즉 누군가가 권유가 아닌 명령을 하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엘라는 교양학교에 보내지게 됩니다. 가는 도중 올가 부인의 두 딸 해티와 올리브는 그녀의 비밀을 알아내곤 하녀처럼 부려먹습니다. 다행히 아레이다라는 친구를 사귀어 유일한 탈출구가 됩니다. 아빠 피터 경이 거인족 우악세의 농장에서 벌어지는 결혼식에 참석하고 또 거기에 요정 루신다도 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엘라는 루신다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저주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교양학교를 탈출합니다. 길에서 땅의 요정을 만나 도움을 받았지만 도깨비들에게 붙잡힙니다. 간신히 도깨비를 길들이는데 성공하였고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왕자 샤몬트(애칭 샤)와 그의 기사들이 도깨비를 잡으러 왔기 때문에 넘겨주고 결혼식에 갑니다. 하지만 루신다는 더 큰 축복(아니 저주, 복종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도록)을 내립니다. 아빠는 파산에 직면하였기 때문에 딸을 결혼시키려 합니다. 엘라는 강제로(!)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데 결혼상대로 잡았던 사람이 재산이 별로 없음을 알고 결혼은 무산됩니다. 대신 올가 부인과 아빠가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루신다가 나타나 두 사람에게 축복을 하는 바람에 아빠는 달아납니다. 축복의 내용은 평생 서로 사랑하는 것. 결국 여태 요리사로 있던 대모 요정 멘디가 나서 루신다를 3개월간 다람쥐로 또 3개월간은 복종하는 신분으로 지내게 합니다. 엘라는 루신다가 저주에서 풀리면 자신에게 걸은 저주를 풀어주리라 믿고 기다립니다. 그 새 올가 부인과 그 딸들은 엘라를 하녀로 부립니다. 아이오사에 간 왕자와 편지를 주고받던 엘라는 자신이 왕자와 결혼한 다음 적이 자신에게 왕자를 해하라고 하면 꼼짝없이 왕자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멀리 달아난 것처럼 꾸밉니다. 돌아온 왕자는 무도회를 열었고, 엘라는 저주에서 풀려난 루신다가 이제 큰 마법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절망합니다. 저주를 푸는 것은 '큰 마법'에 속하기 때문에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죠. 대신 작은 마법을 사용하여 엘라를 꾸며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흘째 무도회장에서 해티가 엘라의 가면을 벗기는 바람에 정체가 폭로됩니다. 달아난 엘라를 쫓아 왕자 일행이 옵니다. 왕자의 청혼을 엘라는 거절합니다. 그 순간 마법은 풀립니다. 몇 가지 동화들이 교묘하게 짜인 것을 아시겠죠? 한가지 짜증나는 것은 마법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마법. 책의 모든 내용은 그것과 직결되어 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구성상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점수가 조금 낮습니다. 101009/101009
3.4 원제는 다른 것 같습니다. 불어는 모르는데 사전을 들춰보니 대략 '빨리 떠나고 늦게 돌아온다' 정도인 것 같네요. 그러므로 한글 제목은 시선을 끌어당기기 위함으로 생각되네요. 주인공은 불명확합니다. 아담스베르 총경이 진행해 나가는 셈인데, 조스 르 게른이나 에르베 뒤쿠에딕(드캉브레) 등은 조연이겠지요. 이 소설도 시점이 수시로 변합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감추죠. 추리소설이니 그렇게 진행해도 됩니다만 별로 달갑지는 않습니다. 조스는 소식꾼입니다. 돈을 받고 짧은 내용의 글을 남에게 전달하는 사람이죠. 전직 선장인데 파선하여 선원이 죽자 선주를 때리다가 형을 살고 쫓겨났습니다. 드캉브레는 전직 교사로 사건에 함께 말려듭니다. 아담스베르 총경은 강력계 지서장인데 시설공사중이여서 심심풀이로 어떤 이상한 사건을 들어주는 척합니다. 그러다가 그게 사건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와서 매달립니다. 페스트에 대한 미신과 역사적 사실이 엮이면서 진행됩니다. 사실 추리가 아니라 직관에 의한 해결입니다. 순간적인 영상에서 해결을 찾아내니까요.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만합니다. 마리벨은 갑자기 마지막에 부상합니다. 그래서 전혀 의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독자야 작가가 제공해 준 자료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니 뒤통수를 맞는 게 다반사죠. 101024/10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