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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재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4.0
558페이지, 25줄, 28자.
간혹 가다가 유럽의 수치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아일랜드의 가난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작가 프랭크 매코트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인데 아주 어릴 때의 이야기를 늦게까지(66세에 이 책을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 일부는 지어내거나 채워넣은 것일 것이고, 일부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기억하던 것일 것입니다.
아무튼 20세기의 초 영국 옆에 붙어 있는 아일랜드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나옵니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일부 염세주의자들(내부의 혐한론자)이 주장하는 엽전 조선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짝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당장 우리에게로 옮겨도 될 만큼 닮았습니다. 즉, 모든 나라에서 가난해지면 겪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가 고프면 주워서라도 먹고, 남이 주는 것도 먹다가 그래도 안 되면 훔쳐서라도 먹고, 뺏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 엄한 처벌을 하던 고백성사석의 신부님도 배가 고파 훔쳐 먹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통상적인 보속 기도를 주문할 뿐입니다. 저자도 이런 내용을 자신의 인생이 저물어가는 시기가 되어서야 겨우 고백할 엄두가 났을 것입니다. 법으로 보면 온갖 죄목으로 가득찬 시절(비록 미성년자이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은 안된다 하더라도)을 보냈으니 말입니다.
간략히 내용을 추리자면 프랭크(프란시스)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알콜중독인 아버지의 태도 때문에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옵니다. 오기 직전 당시 막내였던 마거릿이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리 되었습니다만, 그건 핑계일 뿐이겠지요. 아무튼 동생 말라키, 쌍둥이 유진과 올리버, 어머니 안젤라와 함께 귀국합니다. 올리버와 유진은 차례로 죽고, 터울이 진 동생 마이클과 알폰서스가 다시 태어납니다. 천주교여서 피임을 하지 못하니 애를 거의 연년생으로 낳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불성실한 가장 노릇은 계속되고, 국민학교를 졸업한 프랭크는 우편배달부(전보배달부), 신문배달, 편지 대필(채무독촉장) 등을 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출발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으로 건너가는 게 이 책의 마지막이지요.
그럼 왜 제목이 '안젤라의 재'인지 궁금해질 것입니다. 지금 같은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탄 또는 석탄을 가지고 불을 때서 그 열로 요리를 하고 또 방을 데우는 게 아일랜드의 당시 생활입니다. 벽난로에는 불이 꺼지면 재가 남습니다. 안젤라에게 남은 것은 재뿐입니다. 불이 아니라 재.
어떤 리뷰어가 '재' 대신 '고통, 고난'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제시하셨는데, ash는 복수형으로도 잘 쓰이기 때문에(재가 하나의 재가루가 아닌 많은 것들의 집합체를 의미하니 복수형으로 써도 무관하겠지요. 아니 복수형으로 쓰는 게 타당합니다.) 저는 제 의견을 고수합니다.
101205/1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