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말을 해 사계절 1318 문고 52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4.6

독일어를 놓은지 30년 가까이 되었네요. 물론, 제목을 전혀 해석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ㅎㅎ 왜 그 땐 독일어나 불어 중 하나를 강제로 했어야 했는지 이해가 안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어 사전을 하나 최근에 사 볼까 했더니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불어도 마찬가지. 일본어랑 중국어 사전을 늘었네요. 외국어 사전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순이고 나머진 기타 언어로 통합해서도 얼마 안됩니다. 딴 데로 이야기가 샜네요. 아무튼 '어서 말을 해'가 적절한 제목입니다.

언론이나 책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입니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에서도 항상 나오는 주제이고요. 심지어는 일일 드라마에서도 가장 주요한 주제로 다뤄집니다. 물론 목적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채용되는 것이 이런 책과 다른 점입니다만.

카렌은 미혼모 엄마의 큰 딸입니다. 15살이고 동생은 8살이니 좀 차이가 나네요. 엄마와 말이 잘 안통하고 친구들하고도 그래서 친한 친구는 알렉산드라(알렉스) 하나뿐입니다. 친구를 골탕 먹인 다음 처음으로 생리를 하고 다음 날 등교를 하다가 그 친구에게 토한 직후 기절합니다. 조퇴를 했고 결국 심리상담사에게 가도록 권유받습니다. 독일이라 그런지 상담료를 학부모와 학생이 지불하지 않네요. 상담가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카렌의 마음을 열어놓도록 유도합니다. 다행히 카렌은 쉽게 마음과 정신을 일치시켜 여러가지 상황(친구를 시기/질투하는 것, 어머니와의 대화단절, 새로운 친구 사귀기, 새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등)에 직면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요.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심리를 잘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큰애(중1)도 괜찮다고 하네요. 둘째(초4) 이하는 보는 척도 안합니다. 말을 안하면 상대가 알 수 없다는 것을 직접 써놓았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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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부탁했어 VivaVivo (비바비보) 9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4.0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원저 이름은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름입니다. 한나 마이의 어려서 죽은 언니 이름이 말카입니다. 둘째 딸을 낳았을 때 한나의 어머니가 말카라는 이름을 간절히 원해서 붙였습니다. 잊고 싶지 않다고. 

43년 9월 폴란드(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이라네요) 라보츠네에 살던 한나는 유대인 소개(여기서는 작전이란 표현으로 자주 나타납니다)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헝가리로 도피하기로 합니다. 그동안 의사인 그녀에게 신세를 졌던 사람들이 조금씩 살펴줘서 국경으로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카는 아직 8살도 안돠었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뒤로 처져서 결국 헝가리 국경 마을에 도착해서는 고열로 눕게 됩니다. 돈을 받고 도와주던 유태인 코폴로비치등의 권유로 아픈 말카는 잠시 맡겨지고 한나와 큰 딸 민나만 헝가리 내지를 향하여 떠납니다(10월). 문카치에 도착한 한나 일행은 흩어지는데 그 사이 코폴로비치는 검색이 강화되는 게 두려워서 말카를 시내에 버리고 맙니다. 결국 말카는 헌병대를 거쳐 다시 폴란드로 보내집니다. 폴란드의 헌병(지그문트 살레브스키)은 한나에게 신세를 졌던 사람으로 말카를 슬쩍 빼돌리지만 주변의 감시가 강화되자 어쩔 수 없이 유태인 거주지로 보냅니다(11월). 거주지에서도 자주 사람들을 솎아내서 내지의 수용소로 보내거나 죽이고 있었는데 말카는 용케 피난 생활을 하면서 구걸을 하거나 쓰레기 통을 뒤져서 먹고 살아갑니다(12월). 결국 병원에 수용됩니다(1월). 한나는 코라드 지방의 난민촌으로 흘러들어가 의사로 살아가지만 말카가 폴란드로 다시 보내져서 수용되었다는 말을 듣고 어쩔 줄 모릅니다. 결국 그녀는 민나의 냉정한 대답을 듣고 결심을 합니다. '엄마가 말카를 두고 왔으니 엄마가 가서 찾아와야죠' 그녀는 걸어서 헝가리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돌아갑니다(2월). 전에 도와줬던 사람들이 그녀의 굳은 결심을 보고 다시 도와줍니다. 지그문트의 장모가 병원으로 가서 말카와 이야기하지만 말카는 달아납니다. 한나의 결심이 굳자 다시 할머니는 찾아가는데 이번엔 안텍의 공을 가지고 갑니다. 말카는 그것을 보고 테레사 아줌마(안텍의 엄마, 지그문트의 아내)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따라옵니다. 엄마를 만나지만 말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테레사 아줌마는요? 테레사 아줌마에게 갈래요!'

어린 아이에게는 가혹했던 겨울이었습니다. 어릴 때의 기억은 금방 사라지더군요. 애들을 키워보니 알겠습니다.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애들은 불과 2년 전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어릴수록 더합니다. 한나나 다른 어른들이 말카를 떼어 놓고 떠나자고 한 결정이 잘못이었을까요?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누가 옳고 누구는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사실 그것도 그 사람의 입장일 뿐이지 진리는 아닙니다. 편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믿는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 쉬우나 막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프레슬러는 남의 이야기처럼 잘 써내려갔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처럼 써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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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완벽한 세상
라인홀트 치글러 지음, 홍이정 옮김 / 양철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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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7

인간의 체구를 조금 줄이면 제한된 식량 등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입니다.

디미트리 보톰 교수는 난장이입니다. 그는 자신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냅니다. 처음 만든 것을 A 클론이라고 하고 A로 시작하는 성을 갖게 합니다. 다음으로 B 클론을 만들어냈는데 이들은 난폭합니다. 결국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실험이 계획되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면역된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이들이 탈출을 시도하여 인류는 멸종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됩니다. 클론은 복제기구를 갖고 탈출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로부터 이백 여년이 지난 세상입니다. 자꾸만 돌연변이가 생겨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거대한 수용소에 이들을 가둡니다. 일곱살박이(클론들은 일곱 살이면 성인으로 자랍니다) 아우룬 에바난이 어느날 수용소에 수용됩니다. 수용소에서 게르트란 에비네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172세나 되었습니다. 클론연대가 244년이니 상당히 오래된 인물이지요. 클론이 중성인데 반하여 수용소에 갖힌 인물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여성화된 클론이지요. XX라는 크실론 코요르는 수용소 소장으로 이들을 감시하는 중입니다. D 클론은 일꾼이고, E클론은 지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A는 머리가 나쁜 편이지만(나중에 나오는 것을 보면 아닌데요. 설정의 잘못이겠죠) 운동도 잘하고 사교적입니다. 그리고 X 클론이 백색 클론이란 이름으로 감찰활동을 합니다. 게르트란은 아우룬을 탈출시킵니다. 그녀는 오래된 인물인 겔도스에게 가면 어떤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를 줍니다. 탈출하여 헤매다가 헌책방에서 레오스를 만나 겔도스에게로 가는 길을 알게됩니다. 칩(쇄골에 인식 칩을 달고 있습니다)을 교환한 다음 멕산 알나비와 함께 미지의 장소(로 알고 있습니다) '보톰'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보스턴에 도착하여 보톰이 인간임을 알게 되고 나머지 내용은 앞서 기술한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동쪽 어딘가에 소수 남아 있다는 소문을 바탕으로 추적해온 XX를 위협하여 헬리콥터로 인간의 마을도 방문하게 됩니다. 

XX도 여자임이 드러나는 것은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만 이름(약자)이 의미하는 것을 보면 사실 의도적인 설정이었겠죠.

구성에서 헛점이 많은 편인데 뭐 신선한 소재로 이끌어 갔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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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된 죽음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8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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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약간 허술한 (내용상의)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만 주제는 유쾌합니다. 복수를 그린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복수로 인하여 한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에드워드는 어릴 때 니콜라를 만난 다음 그에게 끌려다니게 됩니다. 아니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전적으로 에드워드의 입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입수한 몇 가지 우연을 가지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냅니다. 즉 없었던 과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발상은 신선했지만 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잉크입니다. 인쇄를 하려면 잉크가 필수이죠. 에드워드는 모든 과정을 옛날 것으로, 그리고 옛날 방식으로 진행했진만 인쇄는 현대에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잉크는 무한 보관이 안되므로 현재의 어느 날에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잉크의 성질은 과거와 다릅니다. 그러니 분석을 한다면 쉽게 '어, 재료(종이 등)는 옛날 것인데 잉크는 현대 것이네요'라는 결과를 도출할 것입니다. 쉽게 조작임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것까지 밝히면 안되니 넘어갑니다만. 

그래도 잠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읽을 거리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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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3.0

작가가 뭘 말하려고 이것을 썼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어떤 큰 상을 받은 직후에 나온 작가의 말은 반쯤 거짓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완벽한 거짓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장이 된 다음에는 뒤집을 수 있겠죠. 

아! 그냥 스쳐가는 생각이였고요, 제 생각으로는 작가는 소외감을 호소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으로 어린이를 내세웠습니다. 주인공은 주인공인데 소외된 주인공이죠. 남들이 하는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므로 단순한 관찰자에 불과한 주인공, 주변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인공, 그러나 말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주인공. 그렇기 때문에 검은 여단에 속할 길도 있었고, 유격대에 들어갈 수도 있었던 주인공. 비록 아무것도 못한 채 끝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그치고 말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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