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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3.0
금요일 오후, 부동산 중개인 알레시오 싱가로는 함께 전원주택을 살까 고민하고 있는 친구지간인 사람들(건축가 엔리코 과르디, 아내이자 출판사 편집자 루이자 과르디, 전위예술가이자 현 오락프로그램 사회자인 마르게리타 노벨리, 가구점 주인 아르투로 바누치)을 빌린 미니밴에 태우고 네비게이터를 의지하여 갑니다. 목적지 근처의 어떤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일행은 돌아가려다 난데없이 나타난 웅덩이에 차가 빠져 오갈 데가 없어집니다. 밤은 깊어가고 비가 와서 무작정 걷던 일행은 불빛을 따라 어떤 집에 도착합니다. 그곳에는 인디언 아룹, 중년 여성 가이아, 처녀 미르타, 소녀 아리아, 어린 소년 이카로 등이 있었고, 나중에 그곳의 수장쯤 되는 라우로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으로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작은 공동체입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일행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쓰던 알레시오는 마르게리타와 신경전을 벌이다 서로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엔리코는 거주민들을 원시인이라고 몰아치고, 알레시오는 거주민들에게 법적으로 소개명령을 받은 사실을 자꾸 상기시킵니다. 남자들은 마을로 내려가서 차를 불러오려고 하는데, 비탈길에서 알레시오의 다리가 부러져 엔리코와 함께 머물게 됩니다. 여행을 많이 다닌 아르투로는 길에 도착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트럭은 그를 치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총을 들이댑니다. 간신히 달아나다 말을 타고 나타난 라우로에게 구조되었고, 다른 둘도 라우로가 데려옵니다. 아룹은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고칠 줄 알아서 부러진 다리도 다시 맞춰줍니다. 차도 말을 가지고 가서 끌고 온 다음 파손된 쇼바(쇽옵서버)를 분해합니다. 엔리코는 점점 날카로와져서 가이아와 언쟁을 벌이고, 마르게리타, 알레시오, 아르투로, 라우로 등을 비난하고 힐난하며 루이자를 의심합니다. 아르투로는 염소를 치던 미르타와 교감이 생겨 덤불 속에서 성교를 하게 되지만 목가적인 생활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이 뭐냐는 질문에 이것 저것을 주어섬기다가 미르타가 화를 내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아룹이 쇼바를 고쳐서 그들은 차로 마을에 내려옵니다. 고치는 사이 루이자가 라우로와 함께 말을 탄 것 때문에 사이가 벌어진 부부는 서로 다른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말합니다. 아르투로는 다시 그 부족(그들의 표현입니다)에게 돌아가겠다고 선언하고요.
후반부에서 친구들 간에 서로의 비밀을 까발기면서 싸우는 것은 긴장이 고조에 달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해석됩니다. 엔리코와 라우로 사이의 갈등은 여자(예쁘지는 않고 약간 날카로운 면이 있는 이지적인 여자, 루이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대결로 그려지고요. 갈등이 벌어지기 직전에 루이자에 대한 몇 가지 기술을 보면 작가는 뻔히 보이는 이야기를 합니다. 알레시오가 다리를 치료하고 자다가 악몽을 꾸면서 비명을 지를 때 루이자에 대한 표현은 이렇습니다. <루이자는 스웨터와 팬티 차림에 긴 양말을 신은 모습입니다. 눈부시게 흰 허벅지와 단정한 머리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일단 끌고와서 짐을 내렸을 때에는 <루이자가 바지를 벗자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흰 다리가 드러난다. 엔리코는 티셔츠를 벗으면서 팬티를 빨리 벗으려고 한 발씩 번갈아가며 균형을 잡고 있는 루이자를 바라본다. 그는 서로 앞에서 처음으로 옷을 벗었던 때를 생각한다. 그 생각이 돌연 현기증을 일으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전날 밤 라우로가 술을 가지러 갈 때 루이자를 슬쩍 스치고 지나는 것을 보면서 화가 본격적으로 났지요. 어쨌든 작가는 노골적으로 이렇게 봐 주세요 합니다. 그대로 보면 마음은 편한데, 그러면 왜 이 소설을 보는 것일까요? 그냥 평범한 이야기에 불과한데요.
계속 시점이 변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 제 3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게 잦기 때문에 좀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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