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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하루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3.0
한글 제목 때문에 뽑아들었고, 앞에 있는 저자에 대한 서술 때문에 빌렸습니다. 아내는 잠시 들고 보더니 집어던졌습니다.
다 읽은 다음에도 한글 제목을 왜 그렇게 붙였는지 (독어 제목은 '나비의 키스'니까 한글 제목과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이 제목은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붙인 것이겠죠.) 이해가 안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뽑아보면 마누엘(성은 모르겠습니다. 안 나온 것 같네요.)은 스페인계 부모를 뒀고, 아버지와 동생 토비아스는 의사입니다. 마누엘은 어느날 사장의 호출을 받고 사장실에 갔다가 나비 표본을 보고 갑자기 사장의 호출 사유를 듣지도 않고 사직합니다. 그리고 3년간 거리를 떠돌며(동생의 집에 근거를 두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필요하면 거기로 돌아갑니다.) 거리의 악사로 지내면서 이런 저런 여자들도 만나며 지냅니다. 어느 날 프라우케라는 여자를 만나 그녀의 집에서 잠시 지내게 됩니다. 그녀에 대한 기술이 '그녀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름다웠다. 곱슬곱슬한 금발과 커다란 푸른 눈은 마치 천사와 같았다. 천사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프라우케를 알게 된 후로 알 것만 같았다.'로 시작하기 때문에 독자는 편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종반에 가면 그녀에게 차이고 다시 차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는 아래층에 사는 얀과 린다를 베란다에서의 대화를 옅들음으로써 알기 시작하는데, 그 때 생긴 편견이 당사자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해소되는 방식으로 기술하는 것으로 보아 프라우케와의 만남은 (정반대로)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암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곤 조에라는 여자를 '나비의 집'이라는 식물원에서 만나면서 다시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만나게 됩니다.
마누엘은 제가 보기에 현실에 만족해 하는 삶을 살면서, 하지만 동생 집이라는 닻을 갖고 있기 때문에, 히피를 동경했었지만 귀속되지 못했던 얀과 달리 그런 삶을 피상적으로 즐기면서 사는 존재입니다. 80년대 식으로 말하면 노동자를 흉내내는 부르지아죠. 학생시절,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리 됩니다.
이런 삶이 저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당사자는 즐거울 것 같습니다. 마약을 해도 그러니(즐거우니) 즐겁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이 책 자체보다는 이 책에 인용된 구절들에서 더 건질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아, 인용된 구절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100804/1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