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수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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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나에게 이 소설은 약간은 당황스럽다. 어쩌면 이 소설이 더 야마다 에이미에 더 가까울지 모르지만 즐겁게 읽은 것은 ‘나는 공부를 못해’였다. 좀 더 밝고 활기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한 남자에게 침을 뱉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를 약간 혼란스럽게 몰아갔다. 사랑이라는 말을 모두 ‘sex'라는 단어로 바꿔 표현해도 될 정도의 많은 사랑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진행과 문장들은 이전에 읽은 책의 이미지를 산산이 조각내기 시작하였다.


글을 쓰는 그녀가 돈을 위해 술을 위해 남자들과 잠을 잔다. 이때 배가 불러 토해내는 것으로 하나의 글이 완성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 자유롭게 남자들을 오가면 토해내는 것들이 문장을 이루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샘은 말라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때 한 남자가 발리로 갈 것을 권한다.


거의 대부분이 발리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발리의 남자들과 따뜻한 햇살은 그녀가 사랑하면서 잊고 있던 감정을 되찾게 해준다. 이런 관계가 한 남자와의 육체적 결합과 한 소년과의 정신적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그녀의 시간과 삶은 더욱 풍부하여지고 자유롭게 이어진다.


하지만 아픔과 고통은 그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 때문에 생긴다. 자신을 충족시켜주는 육체의 기교를 가진 성인 외양에 비해 이제 겨우 15살인 귀머거리 소년 토니는 그녀의 마음에 따스함과 사랑을 채워주는 인물이다. 그가 전해주는 사랑이 따스하지만 육체에 쾌락을 주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이 그녀에게 다른 사랑이 된다. 하지만 여행은 온 사람은 떠나야 하고 떠나기 전에 벌어진 사고는 그녀에게서 아픔과 슬픔과 추위를 전해줄 뿐이다.


많지 않은 분량에 쉽게 읽히는 내용이지만 그녀의 행동은 파격적이다. 육체의 쾌락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그녀가 일반적인 윤리관이 아니라고 생각할 바가 많다. 허위와 가식을 벗어 던지고 쾌락과 현재의 만족에 자신을 밀어 넣지만 왠지 아슬아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편안함을 위해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따뜻한 기온과 책의 원 제목인 열대안락의자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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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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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은 책으로, ‘미스틱 리버’는 영화로 만난 데니스 루헤인의 이번 소설은 뒤끝이 불쾌하면서도 아련한 아픔과 분노가 뒤섞여 남아있다.


한 아이가 사라진다. 온 도시가 아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때 아이의 외삼촌 부부가 도시의 이름난 탐정 ‘켄지와 제나로’ 커플을 찾아온다. 그들이 이전에 보여준 놀라운 능력 때문에 그들에게 의뢰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해서 이 커플 탐정은 추악하고 가슴 아픈 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자신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수렁이 있는 사건에 발을 담근 것이다.


트릭이라고 생각하면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 아이가 사라진 방법은 예상대로 너무나도 쉬운, 하지만 설마라고 생각했든 것이다.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많은 사건이 이 소설을 재미있게 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 사건 중 하나가 발생하게 한 것은 아이를 살해한 엄마에게 친모라는 이유 때문에 다른 가정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아이를 뺏어 다시 넘겨주는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은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느냐? 가 아니라 아이를 낳은 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창작물이나 생산품에 소유권이 있듯이 말이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인 헬렌을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켄지가 선택한 길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것 중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가혹한 것들이 많은가! 앤지의 절규가 귀속에 계속 울리지만 당장 누가 옳은가? 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비겁하지만 일시적으로 판단유보.


한 여자아이가 사라진 사건에서 파생된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나고, 그 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무거운 주제를 담아간다. 아이의 행복이나 마약이나 조직범죄나 부패의 이야기 속에 덧붙여 나오는 유아 성추행범의 이야기는 과연 법은 어느 정도까지 인권을 주장하고 보호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그들의 잔혹한 범죄를 생각하면 ‘사형’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저절로 나오지만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만큼은 사형을 외치고 싶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쉽게 읽힌다. 채석장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간 시점에서 갑자기 유괴를 다룬 할런 코벤의 ‘마지막 기회(no second chance)'가 떠올랐다. 아이의 유괴를 다룬 사건이고 숨겨진 이야기가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다. 뒤로 가면서 속도감이 더 붙는 것은 ’마지막 기회‘이지만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루헤인의 이 소설이다. 잘 포장되고 꾸며져 있는 사회의 밑부분에 덮여있던 썩은 악취가 조금씩 지면 위로 스며 나와 나를 질식시킨다. 미국의 현실이 이 정도라면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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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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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사분의 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룹알할리 사막의 다른 이름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화자가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보일러실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그녀의 꿈이자 희망이 되어버린 장소이다. 룹알할리 사막의 뜨거운 햇볕이 그녀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고 믿고부터 일상의 지리멸멸과 따분한 일상에 유일한 활력소이다.


소설은 관절염을 가진 그녀와 약간 모자란 청소하는 남자 직원과 엄마가 자신 앞에서 죽은 후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잊고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화자인 그녀가 관찰하면서 진행되지만 일상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흘러간다. 청소하는 남자의 삶과 자신의 삶이 겹쳐지고, 남자와 아이의 삶이 겹쳐지고, 세 명의 인물들이 겹쳐지기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에 변화가 발생한다.


룹알할리를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가기위해 적금을 붓는 그녀가 매일의 일상을 견뎌내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지만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쉽지가 않다. 홀어머니와 반지하방에서 살지만 어머니의 수입은 공공근로가 있을 때 잠시뿐이다. 손위의 언니는 정신병원에서 박봉인 그녀 월급의 삼분의 일을 가져간다. 이런 악조건들이 악덕 상술에 걸린 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그 파국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다. 사슴벌레를 키우던 아이나 청소하는 남자 모두에게 조금씩 손이 뻗어간다. 순진하기에, 믿음을 가졌기에 그들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그 진행은 너무나도 보이는 결말을 유도한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한 결말을 지어면서 파국의 끝을 묘한 여운과 함께 남겨둔다.


사실 나는 글 속에 나오는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피상적으로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아이의 세계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그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안타까움과 아픔과 함께 왜?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나는지 궁금해 한다. 아니 알지도 모르지만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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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남자 - KI신서 916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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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우화인 이 소설이 즐거움과 함께 우울함을 준다. 즐거움은 TC가 보여주는 사업과 그것이 불러오는 재미있는 사건들이고, 우울함은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나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사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경제라는 것이 돈이라는 형태로 이어지면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돈이라는 무형의 괴물에게 모두 빼앗겼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의 시간은 점점 사라진다. 이전에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해가 뜨고 지면 끝이 났지만 이제는 해가 지기 전부터 일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기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나머지 시간마저 영어나 다른 공부를 하게 만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누리고 싶은 삶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소설에서 TC가 소변을 담는 용기에 5분이라는 시간을 담아 판매하는데 이 과정까지 시간 절약 차원에서 요약하면 삶의 대차대조표 작성을 하니 35년간 아파트 구입 대출상환금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적두개미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5분의 시간을 판매한다. TV광고와 정부에서 공인한 특허 등으로 누구도 뺏을 수 없는 5분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나타난다. 일하는 도중에도 용기를 열어 자신만의 5분을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신의 시간을 누리면서 스트레스가 줄고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간다. 하지만 2시간짜리 시간을 판매하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을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경영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이 여기에 쉽게 설명되어있다. 266권의 분책 교육 과정을 마친 마지막 문장으로 요약된 마케팅의 이야기는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TC가 세운 자유주식회사의 성장과정과 국가적 변화 모습은 우리의 시간에 대한 우리의 바람이 들어있다.


우리에겐 죽을 때까지 시간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우리는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순간 우리가 원하는 시간을 쓸 자유는 없다. 가끔 우리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시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우리는 돈과 생존을 위해 시간을 타인이나 제도에 예속시켜 놓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순간이 아닌 허락된 시간만을 사용하도록 말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소설처럼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을 판매한다면 기꺼이 나의 돈을 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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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원숭이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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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임시리즈 네 번째로 보는 작품이다. ‘코핀 댄서’의 극찬에 자극을 받아 읽기 시작한 시리즈지만 이전 작품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아마 중국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들에겐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입장에선 과장되게 보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엔 중국인의 불법 이민선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올 것을 알고 FBI와 INS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악당 고스트는 밀입국선을 폭파하고 배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쫓아가 살해하려고 한다. 밀입국자들은 오랜 도피생활에서 깨달은 몇 가지 지식 등으로 재수 좋게 탈출에 성공하여 뉴욕으로 들어가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고스트와 라임팀의 대결이 시작한다.


이 책도 이전의 시리즈 별 차이 없이 속도감을 불러오면서 쉽게 몰입하게 한다. 가끔 미국인의 시선에서 본 중국의 모습이나 신비화된 이론들이 고개를 가로젓게 하지만 재미있고 즐겁다. 그의 특기인 반전을 기대하면서 범인의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을 찾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그 반전이 약간 힘이 없다. 빨리 들어난 고스트의 비밀도 그렇지만 그 과정과 뒤에 펼쳐지는 숨겨진 이야기가 전작보다 평범하다. 미국인들의 시선에선 대단히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이때까지 중국에서 벌어진 수많은 만행과 학살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작은 부분이다.


악당이 보여주는 능력이 약간은 떨어지고 중국경찰 리의 능력이 많이 부각되면서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디버 스타일에 젖어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리즈를 읽다보면 느끼는 나쁜 점 중의 하나이지만 매력이기도 한 부분이다.


돌 원숭이는 손오공을 말하는 듯하다. 산에 깔린 돌 원숭이이자 원숭이들의 왕인 손오공 외에 누가 있겠는가? 중국에서 손오공도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지 처음으로 알았다.


사건의 중요한 시대적 배경이 되는 문화 대혁명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느낀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 황당한 시기를 알고 있지만 소설 속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내가 모르는 부분도 아직 많은 듯하다. 그리고 작가가 너무 중국 위주의 시선으로 글을 적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반감이 생긴다. 소수민족에 대한 부분이나 한족에 대한 부분에선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편집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다. 비교적 성의껏 편집을 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는데 내가 가진 책에 중국 지명에 대해 한자 표기가 있고 없고 한다. 그리고 주석에 너무 정성이 없다. 차라리 없다면 모를까 단편적인 설명은 없느니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괜히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원문이나 다른 것에 관심을 두다보니 트집을 잡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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