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멧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말론 할머니는 어떤 분일까요. 온갖 작은 짐승을 알뜰히 돌보며 받아들이는 말론 할머니는 어떤 숨결일까요. 배고픈 짐승을 보살피며 밥을 차려 함께 먹고 따스한 불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말론 할머니는 어떤 빛일까요. 닷새 동안 숲짐승을 동무로 맞이하고 엿새째 조용히 잠들고는 이레째 숲짐승과 함께 하늘나라로 간 말론 할머니는 어떤 사랑일까요. 하늘나라 문지기 베드로는 말론 할머니를 못 알아보았다지요. 하늘나라 문지기 베드로는 말론 할머니를 ‘천사’로 여겼다지요. 그러나, 말론 할머니가 천사였을까요? 아니에요. 말론 할머니는 ‘하느님’이었습니다.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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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론 할머니- 작은 책 2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조니 그림, 강무홍 옮김 / 비룡소 / 1999년 1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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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막대사탕·세발자전거·이불

 


  누나와 나란히 막대사탕을 입에 문 산들보라는 세발자전거를 끌다가 이불 사이에 요리조리 숨는다. 햇볕을 받으며 보송보송 마르는 이불을 얼굴로 쏴르륵 훑으며 지나가는 느낌이 재미있지? 햇볕을 듬뿍 머금은 이불을 저녁에 덮고 즐겁게 잘 텐데, 마당에서 이불놀이를 하듯 자전거놀이를 해도 즐겁다.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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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막대사탕과 자전거 타기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자전거를 타는 사름벼리. 그렇지만 아직 작은바퀴를 달고 탄다. 입으로 쪽쪽 빨면서 자전거를 타다가 끌다가 걷다가 한다. 바람을 가르며 사탕맛을 보니 한결 맛있니?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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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20] 보람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 한 마디가 문학
  아이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예술
  아이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문화

 


  한글 교본을 따로 장만하지 않습니다. 내가 손수 종이에 글을 써서 아이한테 건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쓴 글을 읽으면서 공책에 옮겨적습니다. 아름다운 누군가 쓴 문학을 아이가 읽도록 하면서 글을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누군가 지은 노래를 아이가 듣도록 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손수 지어서 함께 먹는 밥이고, 내가 손수 빨래해서 입히는 옷입니다. 밥과 옷과 집을 손수 가꾸면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듯, 글도 노래도 그림도 어버이 스스로 예쁘게 즐기면서 아이와 나눌 적에 빙그레 웃는 보람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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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 공동체에 대한 고민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6
윤구병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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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11

 


어버이 품은 따스합니다
―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철수와영희 펴냄, 2014.2.25.

 


  아이를 품에 안고 걷습니다. 한참 걷다 보면 팔과 등허리와 다리가 저립니다. 아이는 걷다가 다리가 아플 적에 안아 달라 합니다. 다리 아프다는 아이를 마냥 걸릴 수 없으니, 짊어진 짐이 많아도 아이를 살포시 안습니다.


  잘 걷던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 할 적에는 참말 다리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짐을 잔뜩 짊어졌기에 어른도 힘들다 할 만하지만, 짐 하나 짊어지지 않은 아이가 다리 아프다 할 적에는 영차 하고 안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안고 걸을 노릇이지, 아이가 어른을 안고 걷지 못해요. 어른이 아이를 안고 짐을 짊어지지, 아이더러 짐을 짊어지라고 내밀 수 없어요.


  아이를 안고 걸으면 한겨울에도 땀이 흐릅니다. 아이를 안고 걸으면 한여름에는 땀투성이가 됩니다. 한겨울에 아이를 안고 걸을 적에는 찬바람을 덜 쐬도록 겉옷으로 감쌉니다. 한여름에 아이를 안고 걸을 적에는 가뜩이나 어깨에까지 가방을 멨어도 다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아이가 덜 덥도록 합니다.


.. 교육의 궁극 목표는 오순도순 사이좋게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입니다. 경쟁력을 길러 주는 것이 교육의 궁극 목표가 아니에요 ..  (20쪽/윤구병)


  집에서도 아이는 으레 팔을 벌립니다. 아이들은 팔을 벌리며 말합니다. “안아 줘.” 때로는 “안아 주세요.” 이런 말을 듣지 않더라도 으레 아이들을 안습니다. 품에 안고 볼을 부빕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를 쓸어넘깁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손길을 바랍니다. 아이들은 따사롭고 포근한 어버이 손길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내미는 손길을 반깁니다. 아이들은 즐거우며 사랑스레 감기는 어버이 손길을 누립니다.


  어버이는 누구나 아이였습니다. 어버이도 어릴 적에는 이녁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어버이로 되어 새로운 사랑을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먼먼 옛날부터 수천 해 수만 해 수억 해를 거치는 동안, 사랑이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사람도 짐승도 벌레도 풀과 나무도 늘 사랑을 물려주면서 물려받습니다.


.. 엄마가 나를 ‘품’에 안아 주면, 비로소 나는 엄마젖을 빨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 품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렇게 엄마가 안아 주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  (48쪽/이현주)


  우람한 나무를 가만히 안습니다. 나무를 안으면 나뭇줄기를 타고 흐르는 콩닥콩닥 싱그러운 숨결을 느낍니다. 조그마한 나무를 한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나무를 쓰다듬으면 나뭇잎마다 피어나는 짙푸른 숨소리를 느낍니다.


  작은 풀벌레를 손등에 올려놓습니다. 풀벌레가 볼볼 기면서 두근두근 설레는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풀거미가 어깨에 내려앉습니다. 내 어깨를 나무나 돌쯤으로 알았을까요. 풀거미가 살살 기어다니며 간지럽습니다. 한참 지켜보다가 호 불어 풀밭으로 내려가도록 합니다.


  숲은 나무를 안습니다. 들은 풀을 안습니다. 바다는 물고기를 안습니다. 지구별은 사람을 안습니다. 나무는 새를 안습니다. 풀은 벌레를 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무엇을 안을까요. 우리 사람은 무엇을 안으면서, 어떤 삶을 가꿀까요.


..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까지 25년 가까이를 성장기로 보고 공부만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  (100쪽/이남희)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철수와영희,2014)를 읽습니다.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태어난 열매인 책입니다. ‘공동체’가 무엇인가를 푸름이한테 들려주려는 어른들이 ‘품’이라는 낱말을 선보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책방 〈길담서원〉은 책방입니다. 책방에서 인문학교실을 마련해서 푸름이한테 삶을 이야기합니다. 책방에서 얼마든지 인문학교실을 열 만합니다. 그러면, 책방 〈길담서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우리 학교에서는 얼마나 들려줄까 궁금합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들려줄 이야기를 정작 학교에서는 안 들려주면서 책방에서만 들려주지 않나 궁금합니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따스한 품이 못 되면서, 책방에서 따스한 품을 푸름이하고 나누려는 넋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왜 학교에 다녀야 할까요.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배울까요. 아이들은 왜 지식을 쌓아야 할까요.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삶을 지켜보나요. 아이들은 왜 졸업장이 있어야 할까요.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사랑이나 꿈을 키울 수 있는가요.


.. 피히테가 말했던 핵심 명제가 있어요. 학교에 집어넣어서 교육을 시키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고 국가의 말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 이전까지 우리가 충성했던 존재는 부모나 동네 어른들 혹은 ‘우리 마을’이라고 하는 공동체, 더 넓히면 ‘우리 부족’ 정도였어요. 그런데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부터 이제는 국가라고 하는 막연한 어떤 실체에 충성을 다하게 되는 거예요 … 학교에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내세우지만, 사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낮은 사고력과 높은 애국심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을 그냥 학교에 집어넣어 십 몇 년 간 공부시켜 놓으면, 나올 때는 낮은 사고력과 높은 애국심을 가진, 절대로 지배자에 맞서서 단결하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로 빚어집니다 ..  (114, 118쪽/이계삼)


  어버이 품은 따스합니다. 사랑으로 돌보는 어버이 품은 따스합니다. 어버이 사랑은 포근합니다. 맑은 눈빛으로 부드럽게 바라보는 어버이 사랑은 포근합니다.


  교사는 교사이면서 어른이요 어버이입니다. 교사는 직업인으로서 교사로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직업으로 교사인 틀을 넘어, 어른으로 사랑스레 아이와 마주할 숨결입니다. 학교 울타리에서 교과서 지식을 알려주는 울타리를 넘어, 어버이로 포근하게 품에 안는 꿈을 노래할 빛입니다.


  살아갈 길을 스스로 먼저 밝히는 어른입니다. 사랑할 길을 스스로 먼저 누리는 어른입니다. 꿈꾸는 길을 스스로 먼저 가꾸는 어른입니다. 어른은 스스로 삶을 밝히고 누리며 가꾸는 동안 아이를 낳아요. 어른은 아이한테 삶 밝히기와 사랑 누리기와 꿈 가꾸기를 물려줍니다.


.. 사람이 없어서 일 못 한다고 그러죠? 아니에요. 좋으면 자기가 하면 되는데, 남 시키려니까 안 되는 거예요 ..  (181쪽/유창복)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면서 ‘학부모’입니다. 배우는 어버이요 가르치는 어버이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어버이이면서, 늘 새롭게 가르치는 어버이입니다. 어버이는 어버이 스스로 즐기는 삶을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어버이는 어버이 스스로 못 하거나 안 하는 삶을 아이한테 물려줄 수 없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는 삶을 물려줍니다. 기쁘게 꿈꾸는 삶을 가르칩니다. 아름답게 돌보는 사랑을 알려줍니다.


  품은 따스할 때에 품입니다. 품은 착하고 참다우면서 아름다울 때에 품입니다. 품은 맑으면서 밝게 빛날 때에 품입니다.


  아이를 즐겁게 안아요. 아이를 신나게 안아요. 아이를 착하게 안아요. 우리 모두 한결같이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살아요. 밤이 깊어 낮새는 모두 잠들고, 밤새가 일어나 고즈넉하게 노래합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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