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 온날꽃

 


  백 날 동안 꽃이 핀대서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배롱나무’입니다. ‘간지럼나무’라고도 하는 나무인데,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나 나무장사를 하는 이는 ‘목 백일홍’이라고도 가리킵니다. 왜 ‘배롱나무’나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을 안 쓰고 한자로만 이름을 붙이려 할까 알쏭달쏭하곤 해요. 더욱이, ‘백 날’이라는 이름에서도 옛사람은 이런 말은 안 썼으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옛사람은 시골사람이고 시골사람은 시골말을 쓰니 ‘온’이라는 낱말을 넣어 ‘온꽃’이나 ‘온날꽃’이나 ‘온날붉은꽃’처럼 썼겠지요.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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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나누는 마음

 


  우리 집 매화나무에 꽃이 한가득 터졌습니다. 매화꽃이 한가득 터지기를 한 해 동안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매화꽃은 삼월 한 철 살그마니 피었다가 지거든요. 삼월꽃인 매화꽃을 놓치면, 꼬박 한 해를 지나 이듬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배롱나무에 피는 발그스름한 꽃은 온날을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온날꽃(백일꽃)’이기도 합니다. 온날꽃인 배롱나무를 빼고는 웬만한 꽃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추꽃이나 고들빼기꽃은 꽤 오래가곤 하는데, 이레를 지나고 열흘을 지나면 꽃은 하나둘 떨어지거나 조용히 사라져요. 수세미 암꽃은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하루만에 지기도 해요.


  매화꽃이 그득그득 터지기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매화꽃이 잔뜩 터진 뒤에는 곁님과 아이들을 불러 다 같이 꽃내음을 맡습니다. 코를 가까이에 대도 매화내음이 번지고, 집안이나 마당에 있어도 매화내음이 퍼집니다. 꽃이 고운 나무를 심어 돌볼 적에는 꽃내음이 보금자리와 마을에 두루 퍼지면서 살가운 빛이 흐른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꽃나무를 심거나 꽃그릇을 돌보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빛을 나누는가 하고 다시금 깨닫습니다.


  글을 한 줄 쓰면서 꽃내음을 생각합니다. 한 해에 한 차례 피고 지는 나무꽃처럼, 내가 써서 나누는 글 한 줄이 한 해에 한 차례 즐겁게 마주하는 나무꽃내음처럼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롱나무처럼 온날에 걸쳐 꽃내음과 꽃빛을 나누어도 좋아요. 네 철 푸른 나무처럼 삼백예순닷새에 걸쳐 푸른 잎빛을 나누어도 좋아요.


  그런데, 온날에 걸쳐 맑은 배롱꽃은 꽃가지마다 새 꽃이 피고 지면서 온날을 잇습니다. 네 철 푸른 나무는 잎가지마다 새 잎이 돋고 지면서 언제나 푸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새로우면서 밝은 글을 길어올리면서 한결같이 즐거운 노래가 되도록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되뇝니다. 글에 사랑을 싣자. 글에 꿈을 담자. 글에 이야기를 빚자. 글에 노래를 품자. 글에 웃음을 넣자. 글에 너른 품을 두자. 글에 알뜰살뜰 고소한 밥 한 그릇을 얹자.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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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는 이는 스스로 마음속에 담은 모습을 찍는다. 눈에 보이는 모습을 찍는 일은 없다. 마음속에 담은 모습을 찍는다. 그러니, 사진을 찍고 싶다면 마음속에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글을 쓸 적에도 이와 같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 마음속에 이야기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현을생 님이 이 나라 여러 절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느끼고 헤아린 빛깔을 글이랑 사진으로 엮은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는 현을생 님이 품은 꿈과 사랑이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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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현을생 지음 / 민속원 / 2006년 7월
29,000원 → 29,000원(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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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가면 일본사람인가 한국사람인가.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면 한국사람인가 일본사람인가. 매화나무는 한국에서나 일본에서 매화나무인가 아닌가. 감나무는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감나무인가 아닌가. 제비와 꾀꼬리는 철 따라 여러 나라를 오간다. 청둥오리와 두루미도 철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닌다. 사람이 지은 국경선이나 국적은 얼마나 뜻이 있을까. 아니, 사람으로 보면 모두 이웃인데, 정치권력으로 바라보니 서로 적이나 남이 되지 않을까?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이경자 님이 이녁 삶과 이웃 삶을 돌아보면서 쓴 글인 《꽃신》을 찬찬히 읽는다. 4347.3.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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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이경자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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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틔우는 꽃빛과 꽃내음

 


  꽃빛이 가장 고울 때는 언제인가? 아침일까, 낮일까, 저녁일까. 우리 시골집에서는 날마다 하루 내내 꽃구경을 할 수 있으니, 아침과 낮과 저녁에 따라 꽃구경을 하기로 한다. 밤에도 뒤꼍 매화나무 곁에 서기로 한다. 새벽에도 만난다. 하루 내내 매화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가장 고울 때는 따로 없다. 내가 매화나무 앞에 서서 매화꽃을 그윽하게 바라보면, 이렇게 바라볼 적마다 꽃빛이 곱다.


  꽃망울이 터질랑 말랑 할 적에도 곱다. 꽃망울이 처음 터질 적에도 곱다. 꽃망울이 흐드러지는 잔치날이 되어도 곱다. 꽃잎이 지면서 하나둘 시들 적에도 곱다. 꽃이 모두 지고 천천히 열매가 익으면서 푸른 잎사귀 돋을 적에도 곱다. 언제나 곱다. 언제나 고운 빛이 흐르니, 꽃을 바라보고 잎을 바라보며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은 언제나 고운 꽃내음을 먹는다.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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