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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산의 기술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3
우메사오 다다오 지음, 김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월
평점 :
요즘에는 전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는 여전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책 읽는 것도 편식하는 것처럼 '편독' 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써 온 서평이나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소설과 에세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편식을 하면 영양의 균형이 깨지듯 편독을 하면 이와 마찬가지로 습득하는 정보의 균형이 깨진다.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너무 영양가 없는 독서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올해는 다른 분야의 책들도 조금씩 늘려가며 읽어야지.' 라고 작은 계획을 세우던 중 《지적 생산의 기술》 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지적 생산' 이라는 단어가 생소했기 때문에 이 책에 흥미가 생겼고, '내용이 어렵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페이지수가 많지 않아서 부담감을 조금 덜고 읽어보기로 했다.
지적 생산이란 인간의 지적 활동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생산했을 때의 상황이다. … 지적 생산이란 뇌가 움직여서 뭔가 새로운 것(정보)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정확할 것이다. (p24)
《지적 생산의 기술》 의 저자인 우메사오 다다오는 '지적 생산' 을 '인간의 지적 활동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생산했을 때의 상황'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적 생산' 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지 '지적 생산' 의 뜻은 어렵지 않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해오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해오던건데 뭘 더 배울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 아니 당장 '오늘의 나' 를 되돌아 봐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산 활동 보다는 '소비 활동' 에 더 익숙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소비 활동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그동안 놓쳤던 '기본적인 지적 생산의 기술' 을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에 의해 구축된 세계에 들어가는 행위이다. … 그래서 이왕이면 단숨에 읽어버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단숨에 읽기 힘든 경우도 많고, 한 권의 책에만 집중하는 것도 꽤나 피곤한 일이다. … 책 몇 권을 조합하여 평행하게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p149)
《지적 생산의 기술》 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떠오르는 것들, 나중에 잊어버릴 것 같은 내용들을 어떤 공간에,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내가 자주 활동하는 공간의 정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일기는 어떤식으로 써야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6장에서는 '독서'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는 위의 문장에 공감이 되었다.
내가 처음 책을 즐겨 읽기 시작했을 때는 출퇴근 이동 시간에 읽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기는 어려웠지만 보통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다 읽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이렇게 '책 한 권만 읽는 것' 도 힘들게 느껴졌는데 책 읽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독서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 두 권을 번갈아가며 읽기' 였다. 이걸 실천하기 전에 머릿속으로는 '두 권을 같이 읽으면 그 어느 책의 내용도 머릿속에 안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실천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두 권의 책 모두 집중이 더 잘 됐다. 만약 정보가 많은, 읽기 좀 버거운 책을 읽고 있다면 비교적 가벼운 에세이와 함께 평행하여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면에 접근하지 않는 일기란 어떤 것일까. … 자신에게 매일 제출하는 경험 보고서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실제로 이렇게 쓴 일기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 … 개인의 삶에서 일기가 필요한 까닭은 내면의 기록보다는 오히려 이런 현실적인 기록이다. (p209)
제9장 '일기와 기록' 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일기' 라고 하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글' 이기 때문에 그 날 있었던 일들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내용' 도 많이 적는다. 하지만 우메사오 다다오는 '내면에 접근하지 않는 일기' 를 쓰라고 말한다. 내면의 기록보다는 오늘 경험한 것들, 사실 그 자체를 적은 일기야말로 나중에 일기를 다시 읽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기 쓰는 법' 에 대해서 딱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자신의 성장' 을 위해 오랜 습관을 고쳐보는 건 어떨까?
학교는 오로지 시험을 위한, 좋은 대학교 입학을 위한 교육만 하기 바쁘다. 그런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런 기본적인 내용부터 습득할 수 있도록,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학교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면 리포트를 작성하고, 남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날이 참 많다. 새학기를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이 학교에 가기 전 이 책을 읽고 기본적인 것부터 숙지를 했으면 좋겠다. 또한 요즘에는 SNS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적고 그런 내용들이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나은 글쓰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통해 그 기술을 습득했으면 좋겠다.
단, 이 책을 읽고나서 '습득한 것' 에 그치면 절대 안된다. 습득한 것을 '실천' 에 옮겨야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나' 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