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법 공유를 해서는 안되지만, 극장에서 안 보고, 다운로드 받아서 봐서 정말 다행인 영화가 있다. 여.친.소가 그중에 하나다.
알라딘 서재에서도 여러분들께서 여친소가 '좋지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지현이 설마 또 그렇게 허튼 영화에 나왔겠는가.."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다운로드 받았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했다. 그 여자친구와 남자친구가 왜 그렇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청춘남녀가, 뭐 그리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고 그런지 이해가 안 갔다. 남자친구가 죽어 전지현이 눈물을 흘려 '많이 사랑하기는 했구나'를 강요받기 전에는 도대체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어느 부분에서 느꼈어야하는지..
그래, '사랑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을까' 싶은 맘에 그정도는 이해해줘야할까?
지금, PD 수첩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요즘 한국 영화들이 꽤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리스트에서 여친소도 있다.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돈내고 극장 가서 이 영화를 봤을까? 보고 '잘 봤다' '재미있네'라고 얘기했을까? 아닐거다. 대부분은 속았다고 생각할 거다. 도대체 어쩌자고 전지현은 또 한번 그런 놀음에 자신을 내던졌나?
이런 얼빠진 영화를 만든 감독은 누군가 싶어서 이 영화를 봤다는 후배에게 물어봤더니, <클래식>을 만든 감독이란다. <클래식>은 꽤 재미있게 봤고, 제법 잘 만들었다고 생각을 한 영화였는데, 한 마디를 더 한다. <엽기적인 그녀>도 만든 감독이란다. <엽기적인 그녀>와 <여친소>는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몇년 전 당시로서는 '상큼'했다.
CF모음도 아닌 것이, 영화도 아닌 것이, 전지현 뮤직비디오도 아닌 것이, 도대체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메가폰을 잡았을까?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영화를 '마케팅으로 대박 한번 터뜨리고 돈 벌어서 다음 좋은 영화 만드는데 쓰자'고 생각했을까?
스크른쿼터고 뭐고간에, 이런 영화가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둥, TV에 맨날 소개되는 등의 사례를 영화인 스스로가 줄이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열나게 보여줬으면 한다. 물론 대부분은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고, 일부는 돈되는 영화(마케팅으로 승부해서 재미있으면 다행이고, 재미도 없으면 그만인...)만 노린다고 믿어줘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