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신간. 명석하고 능란한 이야기꾼인 그는 해묵거나 신파스런 소재를 쨍하고 묵지근한 감동으로 끌어올릴 줄 안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단편들. 이번 새 책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고이케 마사요의 소설집. 연합뉴스의 인터뷰를 보고 이달의 주목 신간으로 골라보았다. 형형한 눈빛과 더불어 '복잡한 사회에 시와 소설로 구멍을 뚫어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방바닥에 누워 일본 소설들을 읽고 싶어진다. 조용하고 투명한 인물들이 차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준다. 
 

 

 

    

 조경란의 새 장편소설이 나왔다. 제목을 보니 죽음의 문제에 대해 다루었으리라는 추측. 그녀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보고 싶다. 

 나는 복어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궁금했으나 시도하지 않았고 기회가 있을 땐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이 문장을 써놓고 보니 복어를 죽음 또는 자살로 맞바꾸어도 통하는 데가 있네. 복어의 맛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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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10-0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어탕이나 지리를 먹어본적은 저도 없고 그거, 복칼국수는 두 번인가 먹어봤어요.
생각보다 시원하더라구요. 해물칼국수랑 또 다르게 담백하고요. 해물칼국수보다 1천원 더 비싸요 ^^

(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거 같아 새삼 제대로 해보려구요. 잘 지내셨죠?)

깐따삐야 2010-10-05 10:23   좋아요 0 | URL
남편이 동료들과 복지리를 먹었다고 두어번 얘기했는데 그의 설명이 미흡해서 맛이 잘 연상되지 않았더랬어요. 그는 복어살이 부드럽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무스탕님 말씀을 들으니 천원 비싸더라도 당장 먹고 싶네요!

그러게요,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저는 시끌벅적 영달이와 복작복작 잘 지내요.^^

레와 2010-10-0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장국으로 복어지리만한게 없어요. ㅎㅎ

깐따삐야 2010-10-05 16:11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일단 레와님과 술을 한잔? ㅎㅎ 술 마셔본지가 어언 백만년전이에요.
 
2009년 2월 러브테마 내맘대로 좋은 책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소녀 시절,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를 사로잡아버린 소설. 언젠가 김혜수, 손창민 주연의 TV문학관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범벅이 된 혼란상태에서 자기를 건져 내야 한다고 어두운 강물을 바라보며 늘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을 내맡길 수 없는 것이 나의 입장이고 또 그 마음 가는 일 자체에 대해서도 분열된 생각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 사춘기의 풋사랑이 혼돈인 까닭은 ‘미지’이기 때문이다. 미지로 향하는 자기분열 속에서 한층 촘촘해지는 나이테. 
 

 

  

 

앙드레 지드의『좁은 문』과 더불어 플라토닉 러브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설. 평생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소녀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외침. 너의 오빠라도 좋고 너의 아버지라도 좋다. 아니 너를 위해 세상의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 나의 것이 되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너의 것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종교적 사랑. 사랑으로 아플 때, 욕심을 버려야 할 때, 참선하듯 떠올렸던 소설.

 

 

 

                                         

윤대녕의 작품들은 방황하던 내 젊음의 한때와 맞닿아 있다. 나는 떠날 용기를 내는 대신 그의 책을 집어 들곤 했다. 그의 첫 장편인『달의 지평선 1·2』는 알듯 말듯 참신한 은유로 가득한 연애소설이다. 사막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여자. 어르고 찌르기를 반복하는 선문답 같은 대화. Ever After를 우아하게 비껴감으로써 오롯한 미적 성취를 이루는 연애. 사랑의 빛과 이면의 그림자를 동시에 그려 보이는, 불안했던 내 젊음의 기념비적 소설이다. 
 

  

 

 

젊은이들은, 경험을 했다는 건 하나의 패배라는 것을, 모든 걸 다 잃고 나서야 겨우 뭔가 좀 알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사회가 갈라놓은 사람들을 고독이 서로 결합시켜 주는 것이다. 인식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나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절제력은 기르지 못했을 무렵 카뮈의 문장들을 빌려 내가 하고픈 말을 해야 했다. 처음엔 나를 표현하려는 열망에 그의 글에 기대었지만 카뮈를 꾸준히 읽으면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를 알고 나서 나는 변했고,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믿는 건 오로지 카뮈 때문이다. 큰 일에 임해서는 자신의 원칙을 세워 그에 따를 것이요, 작은 일에는 자비심만으로 족하다. 이 문장처럼 살고 싶다.『안과 겉』의 세계관은 현재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만약 다른 모든 것이 없어지더라도 그가 남아있다면, 나 역시 존재하는 거야. 그는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야. 이 괴이쩍은 로맨스를 읽으며 영원한 사랑을 꿈꿨다. 일찍이 소울 메이트였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에게 육체, 재산, 결혼으로 상징되는 물리적 세계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고, 캐서린은 곧 히스클리프이기에 그 외의 사람들은 들러리에 불과할 뿐 아무런 힘도 없다. 마침내 육체의 속박을 벗어나 황야에서 영혼으로 재회하는 두 사람. 당신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에요.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랑. 워더링 하이츠의 두 영혼이 오래도록 잔영으로 남아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러나 절대적인 사랑을 그리워했다. 

 

 

갓 구워낸 연어 한 점에 정종 한 잔. 또는 데친 두부에 따끈한 정종 한 잔을 떠올리게 하는 부드럽고 담백한 연애담. 아내를 잃고 적적한 선생님과 잃을 사람조차 없어 울적한 쓰키코의 우연한 재회. 뜨거워질 만큼 뜨거워져 시커먼 재로 남는 사랑이 아니라, 언제 불을 지폈는지도 모르는데 은근한 불씨가 오래오래 남아 두 사람을 따습게 밝혀주는 사랑. 뜨거움과 뜨거움이 만나는 게 아니라 외로움과 외로움이 마주쳐 서로를 알아보고 안아주는 것. 그런 사랑도 있고 혹은,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연민에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사랑의 정점이 연민은 아닐까 한다. 중년 혹은 노년에 이른 주위 어르신들을 보면 정으로 산다, 의리로 산다, 그리고 연민으로 산다는 말씀들을 종종 하신다. 나한테 미쳐서 결혼했다는 남편도 언젠가는 심상한 어투로 그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르는 일. 박완서 할머니가 쓰신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책에는 <워낭소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오래 산 부부들의 모습이 나온다. 인생의 늦가을 풍경으로 가득한 단편들을 읽으며, 짐승 같은 시간들을 함께 보내면서 상대의 누추한 그늘까지 받아들이고 보듬을 수 있을 때, 감히 사랑했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겸손해졌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리는
자기 그릇만큼 밖에는 담지 못하지.

 
That Love Is All There Is 

- Emily Dickinson -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가끔씩 이 시를 떠올린다. 자기 그릇만큼 밖에는 담지 못하지.  정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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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2-1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깐따삐야님. 마지막 시가 가슴을 때려요. (저 살짝 개인 미니홈피로 담아가요.)

깐따삐야 2009-02-17 13:34   좋아요 0 | URL
이 시가 제 가슴도 좀 때려요. 가끔 저 문장이 떠올라서 자학하고 그러기도.ㅠ (얼마든지요.^^)

Mephistopheles 2009-02-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누가 유부녀라고 보겠어요. 첫사랑에 눈을 뜨는 소녀 깐따삐야님 같으니라구.

깐따삐야 2009-02-17 13:37   좋아요 0 | URL
메피님, 그래서 저는 힘들어요. 내 안에 소녀도 있고 마녀도 있고.ㅠ

Mephistopheles 2009-02-17 14:09   좋아요 0 | URL
에....뭐......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050

이런 마녀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깐따삐야 2009-02-19 09:55   좋아요 0 | URL
오홋~ 미야자키 하야오네요? 봐야지.^^

레와 2009-02-1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없이 깐따삐야님 책들을 보관함에 담다가, 마지막 싯구에서 얼음!
이게 아닌데 말이죠..;

수줍은 고백을 하자면,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복작복작
이 이야기하다 저 이야기로 빠지기 일수..
제 머릿속이 이러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깐따삐야님 글을 통해 싸라락 정리되는 경험을 종종 하고 있답니다.

이제 '땡'해주세요. 좀 움직이게..^^;

Mephistopheles 2009-02-17 14:58   좋아요 0 | URL
제가 살던 동네에선 '조각' 이였습니다.

레와 2009-02-17 15:0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얼음'하고선 '조각'???!!!! 오호홋~

일단 메피님이 풀어주셨으니, 레몬차 만들러 가야겠어요. ㅋ

깐따삐야 2009-02-19 09:57   좋아요 0 | URL
레와님께 땡~ 해드렸어야 하는데... 메피님이 해주셨네.^^
제 머릿속도 다르지 않아요. 더 혼잡스러워지지 않고 정리가 되신다니 저로선 다행이고 고맙네요!

다락방 2009-02-1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하고!

아아, 젊은 느티나무!
오빠. 그는 내게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이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것이다! 제가 무척 무척 무척 무척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우리에게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미국엘 가든지. 으윽. 최고예요, 최고.

그리고 독일인의 사랑은 보관함에 넣고 갑니다.

레와 2009-02-17 15:10   좋아요 0 | URL
플라토닉 러븐데요?! 다락방~

난 에로틱 러브가 좋던데..ㅎㅎㅎㅎㅎ

다락방 2009-02-17 15:35   좋아요 0 | URL
음...그럼 보관함에서 빼까요? ( '')

레와 2009-02-17 15: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 );;;

깐따삐야 2009-02-19 10:0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시는군요! 사춘기때 이 단편을 읽고 tv문학관으로도 보았는데 참 청순한 작품이란 인상을 받았더랬죠. 그 무렵 <상록수>, <무정> 등 근대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이번에 떠오른 <젊은 느티나무>를 포함해서 모두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지금의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요. 한편으론 너무 다르면 어쩌지 걱정되는 건 왜일까요.
<독일인의 사랑>은 추천합니다. 비록 고루하지만 기품 있는 로맨스에요.

레와님- 에로틱 러브가 좋으시다면 제가 일단 책장을 좀 뒤져보고...ㅋㅋ

노이에자이트 2009-02-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재 씨 젊었을 때 사진 보면 한 미모했지요.젊은 느티나무는 한때 젊은이들(지금은 장년 이상이 되었겠군요)에게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고 합니다.그런데 옛날 소설인데도 굉장히 부유한 집안이 나오죠?

깐따삐야 2009-02-19 10: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미인이었고 문체도 다정하고 감각적이고.^^ 당시 이화여전에 입학했을 정도면 작가 자신이 상당한 부유층 자제였을 거에요.

프레이야 2009-02-1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승 같은 시간들을 함께 보내면서 상대의 누추한 그늘까지 보듬을 수 있을 때..
이 글귀에 붙들리네요. ^^ 갈등하고 고민하고 그러다 어떤 '끝'이 오긴 올까요.

깐따삐야 2009-02-19 10:27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결혼은 생활이야, 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간혹 떠올리곤 해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얼마든지 낭만적일 수 있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갈등하고 고민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더 잘 사랑하려고 그러는 것이니... 돌아보며 미소지을 날도 오려나요.^^

마늘빵 2009-02-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하나도 모르는 책들인데요. 다락방님이 올려주신 페이퍼와 함께 읽을 책들이 많아집니다. ^^

깐따삐야 2009-02-19 10:31   좋아요 0 | URL
옹?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아실 것 같은데. 아프님도 독서 편식이 심하시구나. 이 참에 제가 좋아하는 알베르 카뮈에 관심을 가져보심이 어떨지.^^

2009-02-19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0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9-02-1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벤트도 있었군요. 추릅~ ;; )
강신재 소설의 첫 문장은, 정말 강한 인상을 주었더랬죠. 그래서 한 시절, 이성을 만날 때 그에게서 맡을 수 있는 냄새에;; 민감해보고 싶어했던 적도 있었다는;; 소싯적 이야기입니다만.
윤대녕 소설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 윤대녕! 하고 깊은 탄식을 하는 걸로...

깐따삐야 2009-02-20 17:40   좋아요 0 | URL
kimji님도 참여하세요. 어떤 리스트를 만드실까. 궁금하고 기대 되요!
저는 막 운동을 마친 오빠들의 땀냄새에 이끌렸던 적이...쿨럭;; 소싯적 이야깁니다만.^^
kimji님도 윤대녕 좋아하시죠. 어서 신작이 나왔음 좋겠는데 요즘 머하며 지내시나 궁금해하는 중이에요.

Alicia 2009-02-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깐따님 사랑해요!
눈물 나올 것 같아요.. :)

그간 어학원다니느라 많이 바빠서 이런 글을 쓰셨는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폭풍의언덕,은 제 연애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소설이에요.
소설이 연애관을 움직이게 했으니 그 연애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윤대녕은 저도 좋아하는데 달의지평선은 아직 못읽어봤어요.
제비,미란,은어낚시통신...(상춘곡도 읽어봤어요:)
윤대녕은 사막같지만 또 바다같은 남자같아요.
윤대녕이 그리워 지난 여름 제주도로 훌쩍 떠났지만 결국 그 분을 만나지는 못했고...

그리고 까뮈는 아직 다 못읽어봤어요- 리스트에 찜해놓으려구요 ^^

깐따삐야 2009-02-24 13:43   좋아요 0 | URL
오호! 리스트가 알리샤님 맘에 들었군요. 기쁩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고독한 상상력의 산물인 <폭풍의 언덕>만큼 기이한 로맨스도 드물 거에요. 알리샤님이 앞으론 부디 알콩달콩 유치한 연애를 하게 되기를.^^

윤대녕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반가워요. '상춘곡'은 최고의 단편이죠. 향긋한 봄꽃 내음이 페이지 페이지마다 은근히 배어있는 명품 소설이에요. 윤대녕은 내면에 바다를 감춘 사막 같은 남자? 그나저나 알리샤님 멋지군요. 윤대녕이 그리워 제주도로 훌쩍, 이라니. 우-와-♡

알리샤님은 카뮈도 좋아하게 될거에요. 분명히.^^
 

 김승옥은 꾸준히 읽는 작가다. 김승옥 소설집에서 가끔 '생명연습'이나 '무진기행'을 다시 펼쳐 읽곤 한다. 종교에 귀의한 후로는 작품활동을 안 하고 있는 듯 하지만 과연 지난 시대, 김승옥의 감수성을 뛰어넘을 작가가 있을까 싶을만큼 단연 독보적이다. 언제고 다시 읽어도 쓸쓸한 젊음들에 호소하는 보편적인 감수성은 낡지 않았다. 기형도의 시와 김승옥의 단편을 읽으며 청춘을 보낸 사람들도 많을 듯.

 이 책은 짧은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역시 김승옥! 단문과 반전에 강한 작가.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다. 모처럼 읽을만한 글을 만났다.

 

 서재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고종석은 참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은 나중에 알았다. The Korea Time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단다.

 책은 재미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각의 요일을 타이틀로 해서 유럽의 신화, 역사, 종교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풀어간다. 문체는 쉽고 어조는 친절하다. 다양한 파생어들을 다루다 보니 전혀 사용할 일이 없을 듯한 단어들도 속속 등장하지만, 눈으로 슬렁슬렁 훑어가며 즐기면서 읽기에 무리가 없다.

 

 독일의 비평가, 라니츠키의 문학적 자서전.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고 너무 좋아서 구입했는데 요즘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두께와 분량이 상당한데다 다소 낯선 문화적 배경 때문에 집중력 있는 독서를 필요로 한다. 읽고 싶은 욕망에 반해 느는 건 한숨 뿐.

 이 책이 내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저자 라니츠키보다도 나치 전후의 환경에서 많은 문학계 인물들의 행보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솔직하고, 구체적이고, 거침없는 필치 또한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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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승옥 뿐...ㅠㅠ

깐따삐야 2008-02-01 12:11   좋아요 0 | URL
저도 가장 많이 관심 가는 남자는 저 셋 중에 김승옥입니당.^^

개츠비 2008-02-0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기행, 배경이 된 곳이 순천에 있는 순천만(대대포구) 이죠... 김승옥을 좋아하신다면, 언제 한번 이곳에 놀러오세요 ^^ 안개와 순천만의 갈대, 철새들을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깐따삐야 2008-02-01 12: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참! 님이 그곳에 사시죠? 안개와 갈대, 철새... 듣기만 해도 설레입니다. 순천만이 가장 근사할 무렵에 한번 초대해 주시와요.^^

웽스북스 2008-02-0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진기행을 필사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깐따삐야 2008-02-01 22:13   좋아요 0 | URL
음~ 이해가 되요. '무진기행'이나 '서울의 달빛 0장'을 읽다가 요즘 젊은 작가들의 단편을 읽으면 정말 재미없다는.
 

 전경린이 달라졌다. 최근 하나의 독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일본소설을 흉내내고 있는 듯한 느낌. 에쿠니 가오리나 가와카미 히로미처럼 삶과 인간을 대하는 쿨한 포즈, 그 기저에 흐르는 따듯함을 캐취하고 있다.

 나도 쓰지 못해 안 썼던 게 아니라는 듯, 완벽하게 몰입하는 대신 살짝 거리를 두고는, 요즘 세대의 어법을 첨가함으로써 담백한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주제는 놓치지 않으리라는 의도. 힘을 빼는 대신 더 큰 욕심을 부린 작품이라는 생각. 전경린은 달라졌는데 작품은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등 영문학계 여류작가 7인과, 그들의 대표작들을 여성의 성장과 인생이라는 타이틀로 엮어 내놓은 책. 관심도 관심이지만, 논문도 곧 비평의 형식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에 형식이나 내용을 참조할까 싶어 읽고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같은 경우, 본 작품보다 비평을 먼저 읽게 되는 경우가 되어버려서 그 점이 좀 아쉬운데, 울프는 여전히 내겐 매력적이면서도 난해한 작가라서 이 책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현대문짝'이라는 간판을 '현대문학'으로 착각했다는 실수담을 심상한 어투로 털어놓아 어김없이 나를 웃겨주시는 이윤기 할아버지. 우리나라 작가 할아버지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멋쟁이 윤기 옹.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참 친근하고 재미있는 분.

 번역가로 더욱 유명하지만 나는 에세이스트로서의 윤기 옹을 더 좋아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한번 데려가보고 싶은 작가를 꼽으라면, 완서 할머니와 함께 윤기 옹을 꼽겠다. 잘햐, 인마! 한 마디의 포스로 녀석을 꼼짝 못하게 하실 것 같다.

 

 '도련님'을 읽고나서 소세키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독서욕에 시달렸다. 윤기 옹의 책을 읽으며 쿡쿡대느라 아직 펼쳐보진 못한 상태다. 가오리든, 히토나리든, 바나나든, 읽고난 다음 스물스물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다자이 오사무와 나쓰메 소세키만큼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소세키는 아무리 봐도 머리가 참 좋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웃기는 '도련님'은 감춰둔 '마음'으로 나를 놀래키더니만 이젠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댄다. 소설을 통해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매만지는, 그러면서도 작품 간 수준의 갭이 느껴지지 않는 정말 뛰어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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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17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서 할머니와 윤기 옹. 저도 맘에 들어요.
저 산문은 제목이 참 뭔가 해탈한 사람이란 느낌이...^^

깐따삐야 2008-01-17 13:13   좋아요 0 | URL
고은 시인의 '그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는군요.^^

그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꽃

비연 2008-01-1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세키의 저 '그후'를 샀습니다, 얼마 전에.
아무래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하니, 지금 나오는 작가들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는데, 님의 글을 보니 잘 골랐다 싶으네요^^

깐따삐야 2008-01-18 01:46   좋아요 0 | URL
비연님, 오랜만이에요.^^
저도 아직 못 읽고 있어요. 다른 책을 읽느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에요. 소세키는!
 

 세계의 문학 2007년 겨울호. 올해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문혜진 외 이문재, 강기원 시인의 시들도 함께 실렸다. 시나 소설 보다도 특집으로 실린 '우리 시대의 서사'와 평론가 이광호가 요즘 젊은 소설들에 두루 엿보이는 초연함에 대해 '너무나 무심한 당신'이라는 타이틀로 쓴 기획 평론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서점에 들렀다가 문학동네가 가을호 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그냥 나오려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계간지를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계간지는 파편적인 구성 때문에 밀도 있는 독서가 되진 못하지만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게 미덕이다.

 

  스누피를 읽더니 이젠 에코다. 잘 쓰고 싶은 '진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더라는. 확실히 읽고 났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이긴 한데 번역이 심하게 엉터리다. 거듭 읽어도 의미가 모호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냥 에코에게 전화하고 싶어지더라는.

 방법보다는 자세에 대해 조언하는 책. 그래서 읽고나면 마음가짐은 달라지는데 눈앞에 놓인 백지는 여전히 새하얗다. 아까 내리던 비는 이제 눈으로 바뀌었고 머릿속도 하얗다. 이를 어쩌면 좋을꼬.

 

  작년에 '마음'과 함께 읽었던 나쓰메 소세키의 책. 막무가내 청년이 시골학교의 수학교사로 발령받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오쿠다 히데오 식의 적나라하고 시끌벅적한 유머보다 소세키의 유머가 훨씬 더 내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능청스러운 무대뽀. 하지만 알고보면 착하고 정의로운 우리 도련님. 초임 발령을 받고 엉망진창으로 첫해를 보냈던 과거 내 모습과 오버랩되어 더 재밌는 소설. 칙칙한 날씨에 꺼내 읽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나쓰메 소세키는 타고난 작가인 것 같다. '마음'을 쓴 그와 '도련님'을 쓴 그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다. 두 작품이 너무 다르지만 둘 다 훌륭하다.

 

 기독교인들이 성경책을 꺼내 보듯 짬날 때마다 보고 있다. 잠언집이라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마음 속으로 시 낭송하듯 읽으면 된다. 차를 곁에 두고 읽으면 승방에 온 것처럼 고즈넉해질 때도 있다.

 요즘 살펴보니 내 책장엔 러셀의 '행복론'도 있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보이고 쇼펜하우어의 '인생론'도 꽂혀 있더라는. 아마도 무진장 잘 살아보고 싶었나 보다. 이젠 더 이상 그런 책들은 안 사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진장 잘 살고 있지는 않다.

 

  베스트 아카데미 수상작 컬렉션. '로마의 휴일'을 다시 보고픈 마음에 구입한 DVD 컬렉션이다. 그 외에도 '무기여 잘 있거라', '아가씨와 건달들' 등 좋은 고전영화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점. 나는 선하고 풍만해 뵈는 여배우보다는 깜찍하거나 청초한 여배우를 애호하더라는. 일례로, 잉그리드 버그만<비비안 리. 

 10편 중에 6편 봤다. 그 가운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보다가 껐다. 잉그리드 버그만 때문일까. 지루했다. 다음엔 재밌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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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장 잘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깐따삐야 2008-01-11 12:50   좋아요 0 | URL
깜딱이야! 있으면 어디 댓글 달아보라구 합시다.^^

깐따삐야 2008-01-11 13:22   좋아요 0 | URL
모가지가 없어 슬픈 살청이여.
언제나 산만한 편 댓글이 많구나.
- 깐천명

깐따삐야 2008-01-11 13:29   좋아요 0 | URL
싸구려만 입으시니까 그렇죠. 신축성이 좋은 걸 입으셔야지.
삐쳐야 할 사람은 저라구요. 잉크님한테 살청제나 투약하구 말이죠.
같은 야양청스교끼리 상부상조하지는 못할 망정. 미워요!

치니 2008-01-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쏘쎄키 작품 중 젤 좋았던 건 <그 후>. 안 읽어보셨으면 추천입니다 ~ ^-^

깐따삐야 2008-01-11 12:56   좋아요 0 | URL
아, 서점에서 봤어요. S양이 그 책 보고 그러더라구요. 언니! 언니가 좋아하는 소새끼야 소새끼! -_-
보관함에 넣어두었답니다.^^

마노아 2008-01-11 15:01   좋아요 0 | URL
소 새끼.. 어쩜 좋아요..ㅜ.ㅜㅋㅋㅋ

깐따삐야 2008-01-11 23:1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S양도 제 덕분에 유식해지는 거죠. ㅋㅋ

다락방 2008-01-1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놔.)
제가 하루만 참았으면 여기에 땡스투 할수 있었던거잖아요. 그쵸? OTL

깐따삐야 2008-01-11 13:23   좋아요 0 | URL
(아 놔.)
괘안습니다. 괘안치 않으면 머? ㅋㅋ

미미달 2008-01-1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와 도넛과 커피 ! 굿 !!!

깐따삐야 2008-01-11 23:18   좋아요 0 | URL
갈피접기라는 카테고리를 우리 미미달님이 잘 이해를 못했구나. ㅋㅋ
그래도 영화와 도넛과 커피는 굿!!!

2008-01-12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