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광화문처자 > 환상의 세계에서 만날 나만의 은띠를 찾아서...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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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딱 1년 전 요맘때 인 것 같다. 더위를 피해 종로의 한 서점으로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신간코너를 배회하다가 발견한 책이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였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환상적인 이야기에 매료되어 지난여름은 발터 뫼르스의 작품에 푹 빠져 더위도 잊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 우연히도 1년이 지난 올여름 다시 발터 뫼르스의 새작품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을 접하게 되었다. 시간의 역행이라고 할까, 1년 전에 읽었던 책이 1년 후에 읽은 책보다 나중에 나온 책이고, 1년 후에 나온 책이 1년 전에 나온 책보다 먼저 나온 책이니 말이다. 하지만 책이 언제 쓰여 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 의해 쓰여 졌으며, 언제 우리의 곁으로 왔느냐 하는 것, 한때 반짝하고 마는 옷처럼 유행이 없다는 것, 그리고 편안히 앉아서 작가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책만이 지니고 있는 묘한 매력인 듯 싶다.  한 예로 존 로날드 로엘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무려 50여년전에 탄생한 책이 아니던가 말이다.


발터 뫼르스의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이전에 번역 출간된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책이다. 또한 그의 작품 4부작중 대표적인 작품이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이다. 이 네 작품은 모두 가상의 대륙에서 벌어지는 환상과 모험의 소설이며, 각 소설마다 어느 정도의 연결성은 있지만 굳이 연결 지을 필요는 없는 듯하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린트부름 요새의 젊은 공룡 미텐메츠가 대부 시인 단첼로트의 유언에 따라 종적을 감춰버린 천재 작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모험의 세계를 그린 것이라면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무대인 린트부름 요새로부터 동남쪽에 있는 볼퍼팅도시와 누르넨숲의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린 모험소설이다.


1부에서는 늑대와 노루의 피가 섞인 볼퍼팅어 루모가 자신의 은띠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악마바위에서 탈출해 그의 고향인 볼퍼팅에서 은띠를 만나지만, 루모는 그의 은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루모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를 위하는 모든 것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고, 그의 은띠를 위해 길을 떠났다 돌아와 보니 도시전체가 고요하다. 바로 지하세계의 가우납이 모두를 납치해 간 것이다. 2부는 루모가 그의 은띠와 도시사람들을 구하러 지하세계로 내려가 악의 무리들과 싸우는 과정을 그렸다.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 또한 모두 상상속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가 정상이 아닌 동물들 게다가 구리로 만든 병정들까지 등장한다. 늑대와 노루, 구더기와 상어 모두가 조합의 연속이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지니고 있는 상상력을 모두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처음 1부는 읽히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도 많고, 작가가 표현하는 등장인물이나 사물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그리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가는 친절하게도 책 중간 중간에 상세하게 삽화를 직접 그려 넣어 상상에 힘을 실어 주었다. 책을 읽다가 마주치는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1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장소는 2부와 연결이 되는 고리들이다. 자칫 1부를 읽어내려 가다보면 지루함에 그만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2부에 들어서면 흥미진진한 전투와 함께 상당히 빠른 진행을 보인다.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을 읽다보면 작가의 한없는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때로는 작가의 필요이상의 늘리기식 상상력에 조금쯤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에서 루모나 그의 종족 볼퍼팅어들이 찾는 은띠는 자신이 사랑하는 짝 일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이상 일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일 수도 있다.  마치 벨기에의 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에서 주인공들이 찾아다니는 행복처럼 볼퍼팅어 그들이 찾은 것은 모두 그들만의 행복 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 모든 은띠는 바로 그들의 주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1년여 만에 만난 발터 뫼르스의 또 다른 작품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이 올여름 나의 가슴을 다시 한 번 설레게 했음에는 틀림없다. 머지않아 영화로도 나온다 하니 책과는 다른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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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광화문처자 > 정주니 인연이 생기고, 인연이 생기니 정이 새록새록 드는구나...
완역 옥루몽 - 전5권 세트 - 대한민국 대표 고전소설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여담이지만 완역옥루몽이 처음 출간되었다고 하였을 때, 왠~ 그 야한 옥보단이 연상되어 한참을 웃었다. 옥루몽이 최고의 고전소설이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도 어쨋든 그것 하나만으로도 옥루몽은 처음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소설이다. 


옥루몽은 애정소설이면서도 무협소설이고, 정치소설이며, 또한 판타지소설이다. 완역 옥루몽은 천상의 문장을 관장하는 신(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현세에서 차례대로 인연을 맺어 엮어가는 중국을 무대로 한 우리나라 고전소설이다. 소설 전반적으로는 양창곡(문창성군)과 다섯 여자와의 에피소드를 그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중의 한 여자인 강남홍(천상의 홍란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여성중심소설이다. 강남홍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인물로 묘사된다. 문장이면 문장, 음악이면 음악, 무술이면 무술, 도술이면 도술, 게다가 미모까지 겸비한 최고의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사실 뭐, 그런 여자가 있기야 하겠느냐마는 어쨌건, 그녀는 양창곡을 도와 나라를 구하고.......


완역 옥루몽에는 해학이 있고, 절개가 있고, 여자의 기개가 있고, 그리고 암투도 있다. 소설 중반부에 나오는 여자들이 펼치는 격구게임은 마치 해리포터의 쿼디치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흥미로웠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거리는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정치와 전쟁에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간신배, 아첨배가 있기 마련. 이들은 올바른 정치가를 모함하여 유배 보내고, 때로는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무릇 인간은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양창곡의 의미 있는 말은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봄 직한 말이다.


다섯 권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다. 특히 재미없는 소설의 경우는 중도에 책을 덮기 마련이지만, <완역 옥루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책의 빠른 전개와 필요할 때 적절히 바뀌는 장면전환-다른 인물의 상황이 궁금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바뀌는, 그리고 주인공들의 내면을 알기 쉽게 표현한 작가의 글 솜씨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다섯 권을 읽는 내내 지루하다기 보다는 다음에 어떻게 글이 이어질까하는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1권부터 5권까지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하면 좋겠지만 방대한 양의 소설 이다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지루함이 살짝 나타난다. 특히 4권의 경우 나에게는 그랬다. 하지만 다시 5권에 들어서는 예의 빠른 전개로 또다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페이지 끝에 처리한 각주와 각권의 마지막에 사자성어를 완벽히 정리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 외적으로도 옥루몽은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책이라는 것이 비단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책의 디자인도 어느 정도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먼저 표지에 그림은 이김천 화백의 작품으로 그 크기가 가로 210Cm에 세로 140Cm의 커다란 장지 수묵채화이다. 그린비출판사는 재치 있게도 화백의 그림 중 각권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을 채택하여 표지로 활용하였으며 또한 제목의 서체는 우리나라 캘리그라피 선두주자인 강병인씨가 직접 쓴 것이라 한다. 게다가 엠보스효과 즉 양각(돋을새김)을 주어 손으로 만지면 도드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이러한 모든 면면들이 책을 한층 고급스럽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하나더, 방대한 양의 책을 편집하다보면 조그마한 실수는 있게 마련. 급하게 출간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몇 군데 1권(p5) 홍난성-홍란성, 3권(p105) 시다리시옵소서-기다리시옵소서, 3권(p152) 속을-속은, 3권 (p169) 술렁리지-술렁이지, 4권(p61) 백의노인을-백의노인은, 5권(p124) 삼고 깊다네-삼고 싶다네 등의 오타는 옥의 티이다. 다음 판 인쇄에서는 수정되어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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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1-0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전출처 : 베이비송 > 다시 그시절로 돌아가 일해 미쳐보고 싶다
워커홀릭 1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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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킨셀라의 [워커홀릭], 사실 별로 기대를 하고 본책은 아니다.   서점에서 그녀의 저서 [쇼퍼홀릭]을 곁눈으로 몇 페이지 본것이 전부였다.  워커홀릭도 쇼퍼홀릭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했었다.  어쨋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다", "시간 가는줄 모른다"로 표현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책을 읽는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것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 일에 미쳐보고 싶은 충동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밤새워 일하고, 성취감에 행복해 하던 그시절 말이다. 그러다 아이엠에프(IMF)로 인하여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의 길을 택했지만 말이다.

일에 미칠 수 있는 정열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바로 그시절. 나는 지금 그 시절을 갈망하고 있다. 그때로 돌아가면 그때처럼 또다시 미치도록 일만 할 수 있을까? 이책을 보면 볼수록 그럴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이 생긴다. [워커홀릭]은 나를 일에 다시 미쳐보도록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다.  두권의 분량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게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번역도 좋았던것 같다. 책의 크기도 적당히 작아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았다.

물론 책의 내용중 일부는 억지스러움도 있고, 어떻게 사만타가 그리도 빨리 가정부 일들을 습득하는지 하는 조금은 이해안가는 부분도 있었고, 부분 부분이 그때그때 상황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제외하고는 추리소설과도 같은 적당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하는 나만의 결론도 내려보면서 읽으니 또다른 재미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반전이라든가(절친한 상사의 자작극), 일부 부분에서는 조금만 더 끌어주었으면(진실이 밝혀지는 장면등) 하는 아쉬움도 남는 책이기도 했다.

이책은 또한 영화로 제작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같은 책이기도 하다.  [워커홀릭]은 그녀의 또 다른 저서 [쇼퍼홀릭]도 읽고 싶게 만든 신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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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1-0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쇼퍼홀릭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이 책도 보고 싶은데요.~~
 
 전출처 : 베이비송 > 누구나 읽어야 할 가족문제 해결백서!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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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이 주는 호기심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어보고서야 이 책이 주는 무게에 가슴 한 켠이 묵직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었고, 나의 가족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앞으로 꾸며갈 가족도 쉬울 거라는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책. 과연 우리 주변에는 건강한 가족이 얼마나 있을까? 과연 나의 가족은 행복한가? 지금 당신의 가족은 문제가 없는가? 당신의 가족관계는 건강한가?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의 가족을 대조시켜가며 읽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족안에서 누구나 한두가지씩은 고민이 있고 문제가 있으리라, 경제적인 문제라든지, 직업적인 문제라든지, 학업적인 문제라든지, 부부간의 문제라든지,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라든지, 형제자매간의 문제라든지.... 이 책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부모가 건강해야 자식이 건강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얘기하는 건강은 몸의 건강뿐이 아니라 정신의 건강도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물론 언어폭력도 엄연한 폭력이다-,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는 어머니,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성장해서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으로 형성된 가족의 자식들은 그 자식들이 성장해서도 똑같이 남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며, 그렇지 않은 가족 사이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 아닌 무조건적으로 가족끼리 똘똘뭉쳐 남을 배제하는 그러한 가족이 아닌, 가족구성원이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공감하는 관계로서의 가족이 건강한 가족이다.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은 가족을 형성하고 있거나, 가족을 꾸밀 계획이 있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가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 후, 건강한 가족이 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우리가족의 행복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 가족의 행복도 중요하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폭력적인 가족, 문제가 있는 가족이 많이 있다. 그들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모른 척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자녀들이 문제의 가족 사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해결할 수가 없다면 다른 사람(전문기관)을 통해서라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이 결국의 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곁에 두고 가족 간의 문제가 있을 때 꺼내 읽기를 권한다. 또한 주변에 문제 있는 가족, 또는 가족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읽기를 권한다. 적어도 이 책이 제시하는 데로 실천만 한다면 우리의 가족은 늘 행복과 웃음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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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광화문처자 > 망할놈의 스톡홀름 증후군........
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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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고 완전한 집안의 본받을 만한 사람들과 오랜 유년의 불우한 생활을 견디며 살아 낸 두 남자. 그리고 일어나는 끔찍한 살인. 살인. 살인.

 

분명, 엽기적인 가족 몰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왜 읽는 내내 뭔지 모를 우울함이 밀려오는 걸까? 그것도 살해당한 가족에 대한 감정이 아닌 범죄자들에 대한 페리. 페리.. 그 페리라는 청년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성격이나 잔인한 냉혈한에게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섬세함. 그리고 어디에서 부턴지 촉촉히 젖어 있을 것 같은 그의 여린 감수성 말이다. 작가 카포티가 페리에게 끌리는 면이 있었다고 하니 조금쯤 애정을 가지고 인물을 그려 넣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 카포티의 한 장면에서 페리 스미스를 사랑했느냐고 묻는 하퍼리의 질문에 대한 카포티의 대답은 이러하다페리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자란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았지…”

 

생각해보면 나의 이런 감정은 작가의 구성기법 때문은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다른 추리소설을 보자면 범인을 철저히 숨기고 극적인 순간에 드러나게 만드는 반면 카포티는 각각의 챕터를 엇갈리면서 범죄자들의 행동과 생각 그들의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모두가 알고 있는 실제 범죄이기 때문에 여느 추리소설처럼 쓰지 않아도 됐겠지만 범죄자들에게 이입되게 하는 그러한 기법이 페리나 딕에 대한 강한 연민을 부추겼음은 틀림없다. 어쨌건, 때문에 스톡홀롬 증후군을 떨쳐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으며 인간의 유년 시절과 부모들의 애정이 인간을, 인간이 가고자 하는 길을 어떻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기도 했다. 스톡홀롬 증후군을 떠나고, 이제 범죄자들에 대한 연민을 지나서 마치 픽션 같은 논픽션 인 인 콜드 블러드에서 몇 가지 섬뜩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그런 엽기적인 살인이 일어나고 난 후, 문도 잠그지 않고 생활하던 사람들은 조금씩 공포를 느끼고 바뀌어 간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공포는 점점 그들의 열려있던 문으로 들어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만다. 경악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개인적인 두려움은 차가운 샘처럼 솟아나 공포에 가까운 감각으로 급속도로 깊어졌다. 평화와 행복,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공포의 안개로 바뀌어 가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운명에 관한 것. 운명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는 늘 고민거리이다. 특히 페리와 딕이 도주 중 다른 범행을 저지르고자 히치 하이킹을 하며 차를 태워주는 자를 죽이고 돈을 뺏으려 모의한다. 저 앞에서 돈이 많아 보일 것 같은 대머리의 마른 남자가 혼사서 파란색 닷지 세단을 타고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그러나 남자는 그들의 행색을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차는 앞으로 가며 속도를 올렸다. ……딕이 소리쳤다. 너 이 자식 운 좋은 줄 알아! 그리고 결과적으로 감방에서 딕에게 범행 동기를 부여했던 웰스의 말 내가 그런 짓을 안 했다면 (감방에서)딕을 만나지도 않았을 거고, 클러터 씨가 지금 무덤에 있지도 않았을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은 그 몇 줄의 이야기들이 운명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참으로 절묘하게 목숨을 부지한 그 남자. 그리고 차 안의 사람이 나나 당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 또한 운명이라는 놈이 나비효과를 이끌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의구심.

 

카포티는 범행과정과 체포뿐만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재판이 시작되고 사형을 언도 받을 때까지 그리고 그들의 영혼이 지옥의 어디쯤으로 떨어지기까지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 하고 있다. , 그런데 제기랄, 나는 왜 순박하고 착한 클리터씨가족이 아닌 딕과 페리가 자꾸만 눈에 아른 거리는 것일까? 피해자들을 세심히 챙겼던 모습이나, 서로가 떨어질 수 없는 샴 쌍둥이 같았던 그들의 모습, 가난한 소년과 병든 할아버지를 태워주고 소년과 함께 빈 병을 주우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 등...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사형을 언도 받고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는 그들의 얼굴(당시 신문에 그 사진이 났다던데)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헌데,, 이런 내가 정말 정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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