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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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중에 김중혁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역시 혁사마의 인기는 대단했다. 적지 않은 자리가 꽉 찼다. 작가님 살짝 감동 받으신 듯! 마지막엔 주옥같은 문장들도 읽어주셨다.

 

 

북토크는 책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질문 중에 책을 쓰며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냐는 것이 있었는데 에세이를 쓸 때 작가는 스스로에게 "솔직해?"라고 자주 묻는다고 했고 그래서 아마 그의 말과 그의 에세이에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처음 읽고 이 책이 다른 글쓰기방법책과 다른 점이 있다고 자주 느꼈는데 작가가 방법을 목표로 쓰지 않고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썼기 때문이리라. 물론 디테일이라면 빠지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문제 풀이까지 제시되어(제시된 정도가 아니라 사실 이 문제들은 좀 과잉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혁사마라지만 이건 말해야겠다^^) 방법을 알려주는 그 자체에도 충실하지만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에 마음을 먹는 방법에 대하여 다양하게 여러번 잽을 자주 날리는 책이기에 좀 특별했다. 작가의 염려처럼 6개월 후엔 이 생각들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에세이란 다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염려와 겸손의 마음 때문인지 이 책이 그 어느 책보다 쓰기가 힘들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어느 구절을 필사하고 기억하는 것 보다도 무엇이든 쓰거나 그리거나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 더 좋다던 작가님, 사실 이 책을 다 읽자마자 내가 한 일은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또한 올해엔 그림일기를 써 보자는 것이엇는데 쉽게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글보다 그림이 더 어려웠다. 오래 바라봐야 하는데 내겐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오래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  미술 학원이라도 다닐까봐....ㅠㅠ

 

책을 읽을 때도 좋았는데 그땐 설렜고,

북토크를 보고나서는 편안했다. 김중혁 작가란 그런 사람인가 보다.

 

 

 

첨언 : 이번엔 찍 소리 안하고 사인만 받았다. 맨처음 구리에서 넘 주책맞게 흥분해서...^^;;

 구리에서의 첫 만남(?)에선 작가님보다더 더 미안한 사람이 있다. 그때 작가님 책을 하나도 가져오지 못해 바리바리 싸온 내게 책을 한 권 줄 수 없냐고 물은 지인의 청을 들어주지 못한 게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그게 뭐라고, 드렸어야 했는데 죄다 읽은 책이라 그때 내 욕심에 그러지 못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너그러이 이해를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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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다이어리를 3개로 구분했다. 여행 다이어리까지 합치면 4개.

첫번째 다이어리는 업무용으로 업무 관련 사이트에서 신청해서 받은 전형적인 업무용 다이어리.

두번째 다이어리는 치킨 시켜 먹고 받은 2018년 나의 일상 다이어리.

세번째 다이어리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역시 옴니스토어에서 받은....난 다이어린 돈 주고 사지 않는 녀자^^;;;)가 도배된 독서용 다이어리. 이중 최근 가장 가까운 것은 세번째, 아무래도 연초라 책읽기에 대한 강박이 남아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독서 다이어리를 따로 마련한 까닭은 내가 점점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인터넷 기록 보다는 수기가 점점 더 편해진다. 그래서 종이에 쓰고 정리하고 그렇게 보는 게 더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는 잘 한 일 같다. 아무튼 그렇게 매일 독서다이어리에 산책, 빌린책, 받은 책, 읽은 책 등등을 기록하다보니 이달에 얼마나 읽고 얼마나 샀는지 보다 간편하게 알 수 있어 좋은데 문제는 기록이 재밌었나, 기록을 위해 나는 책을 산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벌써 10권이 넘게 책을 샀다. 아이들책을 제하고 순수히 내 책만 세어도 10권이다. 더는 안된다 싶은데 새해 새 달이라 그런가 왜 자꾸 읽고 싶은 책이 쏟아질까? 출판사들이 좀 참아주면 안되나,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일단 굳은 다짐으로 1월은 잘 넘겨보자 싶어 일단은 관심 신간을 정리하는 것으로 허벅지를 찔러본다. 정말이지 책은 안 사는 건 쉬워도 1권만 사는 건 힘들다.

 

 

 

 페이스북을 하다가 아주 우연히 이 책을 만든 모던아카이브 대표님과 페친을 맺고 이 책을 자꾸 보다보니 왠지 내가 이 책을 이미 사서 읽은 느낌인데 아직 구입 전이다. 카드 뉴스를 어제 봤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니 카드 뉴스를 끝까지 다 본 게 처음이었다. 위대한 여성 중 한 사람인 그녀의 생을(이미 돌아가셨지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넬리 블라이(전2권), 넬리 블라이, 모던아카이브, 27000원

 

 

 

 

  만화책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초등학생 아들 덕에 학습 만화를 접하다보니 생각보다 잘 읽힌다. 특히 역사만화는 굉장히 깊이 있는 시선과 내용들이 그림과 함께 있어 오히려 더 좋은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 김금숙의 [풀]이라는 만화를 읽었는데 내가 올해 적지 않게 위안부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그 책 역시 다른 책들만큼 좋았다. 어려운 내용이라 만화로 어떻게 접근할까 싶었는데 동화나 소설의 형식보다 덜 자극적이고 사실적이었다는 점에서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잘 모르는 현대사에 대한 부분도 만화로 읽으면 좋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내가 읽은 현대사에 대한 책은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가 거의 유일하므로. 서점에서 살짝 봤는데 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5년(전3권), 박시백, 비아북, 43000원

풀, 김금숙, 보리, 26000원

 

 

  신간 알림 신청을 하지 않고 보면 좋아하는 작가가 책을 냈는데도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가곤 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작가의 알림을 다 신청하면 내 정신 및 경제 건강에 좋지 못하므로 몇명만 추려 신청을 했더니 이 책이 출간되고도 반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북카페에서 이 책을 보고 아차, 싶었고 그 자리에서 읽으려고 했지만 정말 각잡고 읽어야 하는 작가이기에 다시 책꽂이에 넣어두었다. 다음에 사서 두다가 각잡고 읽어야겠다.

 

 

 

은유가 된 독자, 알베르토 망구엘, 행성비,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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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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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김숨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당신의 신. http://blog.aladin.co.kr/tiel93/9800904 ) 읽고 나서 그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하던 차에 지인이 생일을 축하한다며 책 선물을 해 준다기에 이 책을 골랐다.

 

작가의 결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서울에서 경주로 식물 인간이 된 한 여자의 간병인으로 나서게 된 주인공(한선희)이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포개어 자꾸만 내면으로 깊이 깊이 들어가는 소설이라 작가의 결은 [당신의 신]에서와 같이 섬세했다. 하지만 내면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터라 소설적인 느낌 보다는 자서전이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강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말은 '그 문장을 나는 어디서 읽었을까요?'이다. 그 글들을 모으면 어떤 하나의 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일단 모아서 옮겨 적어보기도 했다.  아직은 어떤 통일성을 찾은 건 아니다. 기시감. 자꾸만 불쑥 떠오르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장들처럼 선희는 환자를 보며 자꾸만 불쑥 까닭을 알 수 없이 자신이 떠오른다. 불안하고 외로운 자신을 그녀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던 걸까?

 

 

 

육체와 정신의 영역에서 간병인과 환자의 역할이 교차하는 곳 병원. 그 안에서 그녀는 자꾸만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는 질문과 답을 하지만 그녀가 종래에는 그녀로 살게 되었는가 하는 답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이토록 질문과 답을 혼자 주거니받거니 하면 그녀는 아마 그녀로 살게 되는 것에 가깝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공부도 그렇게 하면 학자가 될 정도니까. 하지만 그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나로 태어나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그 욕망을 지속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다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으니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암묵적 폭력에 저항하여 나로 살고 싶다고 발버둥치는 그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난 그 부분에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애쓰고 있다.

 

이 소설에 기대하는 것은 독자인 나를 어루만져주고 독자인 내가 내 안에 깊이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점이었다. 아쉽게도 그 부분은 작가가 작가의 안에 깊이 들어가려고 애쓴 나머지 다소 분리되는 지점이 있었다. 아마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내게 더 가까이 가닿지 못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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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여자 - 문학사를 바꾼 불꽃의 작가들
리디 살베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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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에 이 책을 구입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는 나로선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모습이 담긴 이 책을 지나치기 어려웠다. 책에는 아름다운 작가 7명의 이름이 있다. 모두 여자들이다. 19세와 20세기 초반에 나고 자란 그녀들의 세상은 지금 여성들의 삶 보다도 훨씬 벽이 많았을 것이다. 이들 중 내가 아는 이름은 에밀리 브론테, 실비아 플라스, 버지니아 울프 밖에 없었고 다행히 이 세 사람의 책은 집에도 있었다(물론 이건 다 읽었다는 말과는 무관하다.).

 

책을 받고 보니 2015년에 나온 책이 아직도 1쇄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표지와 작가들의 이름들이 담긴 이 책이 왜 1쇄일까? 출판사가 유명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저 그들의 이름을 갖다붙인 그저그런 책이기 때문일까? 염려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올해 들어 읽는 첫 책으로 골라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도 모르겠다. 이렇게 괜찮은 책이 왜 아직 1쇄냔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에밀리 브론테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사실 에밀리와 샬럿에 대한 부분이 매번 헷갈렸다만 이 책 덕분에 더이상은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샬럿에 대해선 다소 비판적이었지만 에밀리에 대해선 찬사를 하던 내용을. 에밀리 브론테가 독자들에게 좋게 인식되기 시작한 데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역할이 크다고 하니 역시 멋진사람은 멋진 사람을 알아보는 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에밀리 브론테는 내가 아는 것 이상 고집이 센 멋진 사람이었다.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아는 그 개츠비도 에밀리가 만든 히스클리프를 빼다박았으니 현대의 많은 작가들도 그녀에게 빚이 있을 것이다. 캐서린이 아닌 히스클리프를 더 닮은 그녀를 더 알고 싶은데 우리에겐 그저 [폭풍의 언덕]만 있을 뿐이니 몹시 안타깝다. 그 마저도 우리 집에선 행적이 묘연하다. 한때 여러 판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하나도 없는가?

 

이후 등장한 주나 반스를 읽으며 이 사람이 분명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찾아보았다.

바로 저 여인, 주인공과 신나게 춤을 추는 저 여인이다. 이 책에서와 달리 영화는 그녀 보단 거트루트 스타인에 더 비중을 두었었지. 아무튼 역사의 한 자락에서도 멋진 여성이었던 주나 반스, 당시 인정받았던 사람들의 그 잣대를 인정하지 않았던 여인, 그러나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본이 없는 모양이다. 근 백년을 장수했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마음 속에 불을 어떻게 90년이나 끌어안고 살았을까? 격렬한 생이다. 

 

실비아 플라스는 유별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재능이 아니라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다. 모든 여성은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도대체 나란 어디에 있는 존재인가,를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고 작가적 감수성이 있는 그녀로선 좀더 중했기에 삶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녀를 유별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더 내 삶에 가깝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비교적 최근의 인물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시, 사랑과 지저분한 냄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 (111쪽)

이 균형의 결과물이 [벨자]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다. 

 

지난 주엔 까페꼼마에 들러 차를 마시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중에 콜레트의 작품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 [여명]을 구입했다. 사실 당장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첫문장을 읽는데 내가 이 책에서 느꼈던 콜레트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살 수 밖에 없었다. 일곱 명의 여자들 모두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애썼다는 점이 무척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도 늘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싸움을 통해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그런데 그녀들이 살았던 시대엔 얼마나 별종으로 보였을 것인가.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늘 내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으로는 마리나 츠베타예바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쪽이다 싶으면 저쪽으로, 저쪽이다 싶으면 이쪽으로 좀 억지스럽더라도 바깥에 있으려 애썼던 사람이었는데 그녀의 책은 겨우 단편집 속에 한 작품 실려 번역되어 있으니 참 속상하다.(참고하시라 쯔베따예바로 검색해야 나온다. 창비세계문학이므로.) 바깥에 있다는 건, 아무래도 내겐 도통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녀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서간집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편지 만큼 개인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일기도 그렇겠지만.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선 사실 나머지 사람들보다 많이 알려져 있기에 새로운 내용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그녀에게 인정의 욕구가 강하게 있었다는 것은 새로웠고 그녀가 죽음에 반응하는 속도가 나와 닮아 놀랐다. 리디 살베르가 몇번이고 읽었다던 [올랜도]를 사서 읽어봐야겠다.

 

파울 첼란의 이름보다 덜 유명한 건지 아니면 나만 그녀를 몰랐던 건지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그래도 국내 번역본이 적지 않은 작가였다. 상반된 두 배경을 품고 살아야했던 그녀에겐 일종의 균형감각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러지 않곤 죄의식 혹은 반항심으로 폭발했을 테니까.

 

작가가 이들 일곱 명의 작가들에게는 그들만의 리듬이 있다고 했다. 그들만의 리듬이 사회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았기에 힘들었던 삶을 살았지만 그들의 리듬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때는 아마 그녀들을 불안의 덩어리로 폄하하고 연약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심어주려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여자들을 만나고 나면 그들의 강인함에 감동하게 된다.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애썼구나, 손쉽게 타협하지 않느라 애썼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내가 쌈닭이 되는 것쯤이야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데에는 저자 리디 살베르의 필력도 큰 몫을 한다. 특히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가 정말 끝내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책의 저자들의 책을 골라 모아두고 하나씩 읽는 일이다. 올해 안에 해 보고 싶다. 이 책을 곁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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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기 힘든 날 함께하는이야기 1
이송현 지음, 조에스더 그림 / 마음이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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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장애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매스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만나는 장애인은 가난하고 아프고 우울하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비장애인도 그런 사람이 있듯이 그들도 그저 장애인들의 한 부분일 뿐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쓰며 실수가 있을까 조심하며 쓴다만 어쨌든 그래서인가 오래 전 가수 강원래가 당당하고 밝게 휠체어를 타고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굉장히 놀랐었다. 아, 저 사람 참 건강하구나! 그 건강함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더욱 다행이고 말이다.

 <사진 : 김송 인스타그램>

 
동화책 [똥 싸기 힘든 날]의 주인공 슬찬도 아주 건강한 아이이다. 운동 선수가 갑자기 몸을 다쳐 전처럼 못 쓰게 된다면 그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좌절감을 가져올 테지만 운명을 탓하는 것은 잠시, 이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마음과 행동을 고친 슬찬이를 보며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런 건강한 마음이 건강한 몸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 책을 함께 읽은 우리 아들은 알게 되었을까?

우리는 장애를 너무 멀리 여긴다. 슬찬이도 장애인이 되기 전까진 아마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바로 그 전의 상태일 뿐인데 그 후가 마치 다가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처럼 대한다. 그러니까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게 아니겠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럴 땐 길에서 슬찬이를 한 번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의 건강함에 자신의 부족함이 잘 드러날 테니까. 화장실을 양보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아울러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는 말을 해도 해도 모자람이 없다. 저토록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슬찬이 마저도 좌절감을 느끼게 할 그 엉망진창의 시설이 어디 고속도로 화장실 뿐이겠는가? 그것도 다 시설을 만드는 사람들이 장애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음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이 참 좋다. '장애인식개선도서'라는 타이틀이 좀 딱딱하고 그것이 장애인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에 전달될 것이 아니라 일반 도서관이나 학교로 들어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취지는 좋다. 더구나 스토리도 이렇게 재밌는 동화책이니 말이다. 모해의 수건 두른 모습은 음.....상상 금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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