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아들이 10살이 되면서부터이다. 물론 나도 어릴 때 슈퍼맨은 보았고 배트맨도 보았다. 하지만 목에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시늉까지는 안해본 그냥 TV에서 틀어주니까 보는 거지 당최 배트맨은 이해하지도 못했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본 배트맨의 몸매에 혹한 적은 있다.  크리스천 베일이었나? 그래, 어찌어찌 배트맨까지는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이 10살이 되자 영화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꾸벅꾸벅 졸며 보던 요괴워치나 포켓몬스터를 극장에서 안봐도 되는 걸까?(포켓몬은 캐릭터는 귀여운데 영화는 지루하다 난 ㅠㅠ) 작년에 본 영화들의 목록을 적어보자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원더우먼

저스티스리그

포켓몬 너로 정했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자꾸 보니까 빠져든다. 급기야 나는 원더우먼에 입덕했다. 그 와중에 올해 첫 영화가  <블랙팬서>가 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 아름다운 수트를 보라! 그러나 내 옆에서 영화를 같이 보던 아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저 장면을 제외하곤 지루해했다. 언제 싸우냐고! 니 에미는 옆에서 훌쩍이는데 말이다.

 

마블의 전작을 못본 나로선(개인적으론 마블보단 DC코믹스가 더 좋아서 마블 히어로를 잘 모른다.) 갑툭튀에 가까운 이 영웅이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그건 그의 피부색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마블의 캐릭터들이 좀 도시적이긴 한데 블랙팬서 만큼 우아한 캐릭터가 있었나? 철갑을 두르거나 근육이 우락부락한 그런 영웅이 아니라 블랙팬서는 무척, 우아했다.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가 알고보니 세상을 구원할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설정은 다소 현실도피적인 느낌이 들지만(어릴 적 하는 백마탄 왕자님이 나를 구해주는 상상처럼) 어쨌든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티찰라 왕의 등장은 힘 대 힘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구도를 깨는 것 같아 보기에 편안했다. 그래서 아들은 재미없어 했지만(아들아, 다음 편을 기대해 보렴.) 난 감동적이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걸 안다. 이 영화로 인종평등을 말하는 것도 우습다는 것도 알고, 왜 아직도 여자 캐릭터들은 그저 보조적인가에 대하여 마블에게 항의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블랙팬서의 그 눈빛과 미소에 편안함을 느꼈으니 그리고 수트핏에 매력을 느꼈으니 대체로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는 킬몽거가 죽지 않기를 바랐고(악은 그렇게 쉽게 처단되지 않으며, 그의 악은 교화의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 연설 씬은 오글거렸다는 건 말하고 싶다. 나키아 한국어도 넘 귀여운데 오글거리는 건 한국사람만 그런 거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도대체 이 배우들은 미소가 왜이렇게들 아름답지? 영화 보는 내내 티찰라, 킬몽거, 나키아, 오코에의 미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음...이 사진은 좀 어리숙하다만, 대체로 미소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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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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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소설의 인물이 되는 한국 소설의 경우 내가 울지 않은 소설이 몇이나 될까? 그래도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인데 울진 않지 않을까? 아니, 더 울려나? 긴장을 하며 읽기 시작했고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내 가족의 이야기들이 들춰질 때 마다 놀라면서 또 때때로 역시나 눈물이 났다. 그래도 펑펑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는 정말이지 어디까지 경험한 걸까? 이 소설을 자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작가의 문장은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 같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장.

우진은,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우진은, 수정이 태어나던 날부터 남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185쪽)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뒤에 이어지는 부연 설명을 읽지 않아도 우진의 저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자꾸만 확인하곤 했으니까. 아니 지금까지도. 


시작부터 우진과 재혁이 통화하기 전까지 긴장감과 몰입도가 고조되었다. 특히 초반의 장면은 숨도 안쉬고 읽은 느낌이다. 이후로도 이게 만약 단막극(예전엔 '드라마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꽤 좋은 단막극들이 많았다.)으로 만들어진다면 히트를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으며 머릿속은 망설임없이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독자는 사실 중반부터 전말을 짐작할 수 있다.) 긴장이 풀리면서 범인의 자백을 읽는데, 아쉽게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범행 동기는 예전 같다면 뭔가 특별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정서로 봐선 현실적인 동기라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소 식상했다. 마치 영화 <블랙팬서>에서 유엔에서 와칸다의 입장을 전하는 티찰라 왕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추리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 않는 작품으론 처음이 아닌가 싶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지라 찾아가며 읽기도 했지만 한국 추리 소설을 읽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족. 그랬다. 가족의 이야기나 저 먼 나라의 이야기나 저 옛날의 이야기라면 남의 이야기 보듯 보겠는데 도저히 가까이에서 추리 소설의 장르로 만나기엔 내 간이 너무 작다. 앞으로도 다를 것 같지 않으니 부디 가족이 아닌 추리 소설을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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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하며 영어한다 - 기초 필수 회화패턴 100
강다흔 지음 / 키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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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며, 나름 영어의 끈을 놓은 적이 없는데 왜 나는 제대로 된 문장 하나 능숙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강다흔의 [나는 여행하며 여행한다]를 읽으며, 그 안에서 구현되는 회화들이 중학교에서 배웠던 것임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문장을 단번에 영어로 즉각적으로 뱉을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can't를 don't로 하거나, didn't를 don't로 하거나 등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전혀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답을 보고 나선 부끄러움에 책장을 재빨리 넘겼지만 말이다.


이 책의 부제에 '기초 필수 회화패턴100'이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재미는 회화패턴 100개를 알려주기 위해 경험글을 dialog로 구성한 왼쪽 페이지들이다. 해외 여행이나 연수 등에서 필요한 꿀팁을 알려주기도 하여 정보 획득에도 도움이 되지만 왠지 작가는 영어는 뒷전이고 자기의 이야기가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매개로 영어가 선택된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패턴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고, 꼭 기억해야 할 문장을 나름 추출해 보았다.


Do you want some pasta?

- 영어는 do you want만 알아도 왠간한건 다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


Enjoy - '맛있게 먹어'부터 '재밌게 놀아'까지 다 되는 이 말은 만능해결동사!

 

Do you recommend anything special? 특별히 추천하는 거 있어?

- 내가 전혀 답을 못한 문장! 기억해 둬야지!


Let's keep in touch.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

- 이것 역시...


I have never been there before. 나 한번도 안 가 봤어.

- 이거 학교 다닐 때 엄청 했는데 쓰려고 하면 잘 안나온다.....


That's my take. 내가 알기로는 그래

- 생전 첨 보는 문장....


Could you please take a photo of me with BigBen? 빅벤이 나오게 내 사진 좀 찍어줄래?

- 이건 굉장히 유용할 듯.


Has anybody seen my bag? 내 가방 본 사람 있어?

- 이것 역시....


Can I have an audio guide, please? 오디오 가이드 주세요!

- 이것도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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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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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tolerance 관용>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관용'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일까? 이 점에 대하여 역자후기에서 자세히 밝힌 것을 토대로 정리해보자면 관용이라는 말이 주는 광범위함에 현대의 관용은 '무지와 편견'으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자의 말과 달리 개인적으로 이 책에 '세계사'라는 말이 붙은 데에는 그다지 공감하기 어려웠다.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책은 주로 서양 종교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뉴베리상 수상 작가라고 하는 반 룬의 이력에 흥미로울 것을 예상하였고, 글의 초반에 비유적 표현에 '역시 이야기꾼'이라고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종교의 역사이므로. 알고 보니 그가 받은 뉴베리상의 작품은 [인간의 역사]였던 것! 동화가 아니었어!!!

 

어찌 됐든 나는 이 책을 비교적 흥미롭게(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지적 흥미) 다 읽었고, 내가 지금까지 세계사 시간이나 상식 선에서 배웠던 많은 사건의 전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게 엉터리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칼뱅이니 종교 개혁이니 프로테스탄스니 하는 것들, 이들을 긍정적인 사건이나 인물로 인식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개혁'이라는 말, '혁명'이라는 말이 주는 모순을 제대로 이해한 시간이었다.

 

처음의 의도가 어떻든 그것이 또다른 불관용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들이 깨부수고자했던 불관용과 다를 바 없다. 어떻게 소수의 사람 혹은 한 사람이 수천, 수만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반룬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 책을 썼기에 차마 그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진 못하지만 인간의 불관용이 어떤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그 이전에 밝힌 장구한 역사 속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관용이란, 집단의 영역이 아닌 개인의 영역일 뿐일까? 에라스무스, 몽테뉴, 침묵의 윌리엄....세상을 등지듯 개인의 삶 속에서만 관용은 존재하는 것일까? 불관용이 미치는 힘은 이토록 잔혹한데, 관용이 미치는 힘은 얼마나 미약한지. 반룬은 이 책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도대체 관용은 어떻게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 해답은 대화, 그것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세계를 움직이는 힘들 간에 대화라는 게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본다. 나의 관용에 대하여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해 본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이다. 이러한 개인의 영역이 일반화된다면, 그것이 집단의 관용으로 이어질까? 가질 수 있는 희망은 그러한 개인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지 결코 그것을 희망적이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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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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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혹 미지의 세계를 꿈꾸곤 한다. 이는 주로 현실의 세계가 힘들거나 지루할 때 나타나곤 하는데 허버트 조지웰스 외의 작가들이 [마술 가게]에 그린 환상의 공간들은 그런 용도가 아니다.

 

제일 먼저 대표 작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들을 읽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에는 ;너대니얼 호손 외'라고 쓰여 있다만) 세 편의 작품 속에서 월리스가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초록문 안의 정원(<초록문>,  '제대로 된 아이'만 출입 가능한 마술 가게(<마술 가게>), 시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눈먼 자들의 나라(<눈먼 자들의 나라>)는 모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탈의 의미를 포함하는 환상의 공간이 아니다.  작가는 번번이 초록문을 선택하지 않는 월리스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현실지향적인지 보여준다.  두 눈을 가진 누녜스가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다."고 하며 그곳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것을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준다.  <마술 가게>에 대해선 작가와 내가 살짝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적기엔 좀 어려울 것 같다.( 작가는 아마 어른들의 순수하지 못함을 풍자하고 싶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아이'라는 표현이 불편했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목소리 섬>도 다르지 않다. 읽으면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도 떠오르고 <지킬 앤 하이드>도 떠오르는 등 다소 섬뜩한 분위기가 있었던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목소리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풍자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인 로드 던세이니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은 읽으면서도 한가함과 지루함의 줄타기를 한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왠지 원서로 읽으면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저녁이 모인다는 표현은 정말 아름다웠다.) 어쨌든 얀 강가를 배경으로 같은 배를 탄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인정과 이해가 드러나는 이 소설은 사실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지 않음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지금까지 말한 바 처럼 [마술 가게]에 실린 6편의 소설 중 5편이 환상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대니얼 호손의 <페더탑>만이 공간이 아닌 인물을 다루는데(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작품은 통일성을 위해 빼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미는 있었지만 말이다.) 이 역시 인간 행동과 성품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주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책소개를 읽으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기대를 했는데 읽고 난 후의 생각은 어린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른에게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낮과 밤에 대한 기준을 보며 내 편협함을 깨달았고, '시각만 있고 마음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표현에서는 뜨끔했다. 어른들은 두세번 읽어도 좋을 소설들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차에만 있고 본문에는 저자 정보가 없어서 불편했다. 챕터 시작할 때나 꼬리말로라도 저자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 원서는 어떨까? 많이 궁금하다. 특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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